[인(호랑이,寅)의단편] 옆구리 스크래치

나요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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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 히피히피 님

 

여러부우운~안녕?

나요에요파안

좋은 아침이에요~

좀 춥긴하지만ㅜ_ㅜ

오늘 벌써 화요일이에요..!!

우리 함께 오늘 하루를 불질러보아요!!!!

오늘도 화이팅!!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지⋯ 제기랄.
보자, 그러니까 내가 이 집에 들어온 지 정확히 10분이 지났으니까.
죽은 지 10분 지난건가? 아니 5초겠지.


***


옆집 여자는 정말 예쁘다.
당신이라도 필히 반할터. 그래서 더욱더 보여주기 싫은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어떻게든 새로 이사 온 그 예쁘장한 여자와 잘해보기 위해, 시덥잖은 이유들로 들락날락 거렸다. 굳이 설명 하자면, 날씨가 좋다든가, 목이 마르다든가, 뭐 힘써드릴 거 없냐든가.
다시 생각해도 정말 부끄럽군.


어쨌든, 나는 옆집 여자를 매우 좋아한다. 벌써 사랑하고 있을 지도.
그날도 여전히 얼굴도장을 콱 찍기 위해 여자의 궁전으로 향했다.


엄청난 팡파레 소리로 나를 성전으로 이끌어줄 버튼.


‘딩동-’


차임벨 사이로 들려오는 궁전 주인의 목소리.


“누구세요?”
“아, 저 창민입니다.”
“네에. 잠시만요.”


솔직히 처음에는 부끄럽고, 이래도 되나 싶고, 남자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여전히 나의 방문을 환대해주고 나의 순수한 영혼을 환영해주니까 그럴리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의 이유는 우유를 갖다주기 위해서.
캬, 우유라. 얼마나 순수하고 청춘력이 넘치는가!
왜 우유라 함은 물론 목욕을 마치고 난 뒤의 상쾌함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조금은 다르다.
젊은 남녀들이 운동을 마치고 마시는 우유의 청춘 파워란!
나의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우유 곽에 잠시나마 짧은 키스를.


궁전의 문이 곧 열린다.
경비병은 아무도 없다. 굳이 자처하자면 내가 그 경비병이 되어 줄수도 있는데.
문소리조차 그녀에게 반해버려 아무소리도 지르질 못한다.
기어코 현관문마저 그녀에게 허락을 해버린지도 오래.


“어쩐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저기 우유를⋯⋯.”
“아⋯⋯”


저거 봤어? 봤냐고. 붉게 달아오르는 그녀의 빠알간 뺨.
분명히 저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작은 우유곽에도⋯
아니지, 청춘파워라고 떠들 때는 언제고. 흠흠.


“잠시 들어오세요. 마침 빵을 굽고 있던 참이라.”
“직접 빵도 구우시는 거예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이, 아니에요.”


요년 보게, 짧디 짧은 앙탈. 나를 미치게 한다.
당신들이 보기에도 거의 게임은 끝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 잘하면 아침부터,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냄새가 좋네요.”
“네. 후훗”


웃음소리마저 나를 안달나게 만든다.
요녀석!
아침부터 불끈불끈 솟아대는 녀석을 혼내줄 수밖에 없다.
뭐, 나도 남자니까.


“잠시만요.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네, 천천히 하세요.”


옷을 갈아입는 다라⋯
사실 그때부터 망할 녀석을 어떻게 요리해줄까 걱정하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뭔가를 바라고서 꿈틀대는 녀석을 내가 뭐 어떻게 할 도리나 방법을 전혀 못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다 단둘이 있는 집에서 갑작스레 옷을 갈아입는다는 행위자체가 솔직한 말로 ‘유혹’이 아닌가.
일반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누가 봐도⋯, 아, 잠시 이성의 끈을 놓았나보다.
남자들만 해당하겠지.
난 왜 자꾸 딴생각을 많이 하는지 나원참. 누굴 닮아서 이러는지.


그녀가 내 눈에서 벗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1초.


오븐에서 ‘삐익-’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빵들이 먹어달라고 아우성.
2초.


식탁위에 올려놓은 우유를 다시 내 손으로.
3초.


컵에 따르려는 찰나, 그녀의 가녀린 외마디 비명.
4초.


후다닥 달려가 문을 열고 쓰러진 그녀를 발견.
5초.


“이, 이게 뭐야⋯⋯. 미, 미연씨!”


정확히 5초.
옷을 갈아입는다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5초가 지나서 죽었다.


옛말에 옷장 문을 열어두고 자면 귀신이 입을 옷이 없어서 입고 간다던데.
아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난 기겁을 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콜라병 같은 그녀의 오른쪽 옆구리가 없다.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베였는지, 할퀴었는지, 깨물어 버렸는지 알 수는 없다.
엄청나게 징그럽다.
좀비가 뜯어 먹은 것만 같아.


단순히 상처 때문에 죽은 건 아니다.
표정을 보면 쇼크사에 해당하겠지.
엄청 놀란 표정이군.
철철 흘러내리는 그녀의 내용물과 피.
어제 저녁에 부추전을 해먹었나, 부추 잔여물이⋯⋯
아아, 내가 왜 계속 엉뚱한 생각을. 누가 봐도 이건 내가 죽였다고 생각할 텐데.


누가 이런 짓을 제기랄.
‘조니’녀석이 그녀의 옆구리를 핥고 있다.
조니는 그녀가 키우는 애완견이다.
만날 안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이놈의 똥과 오줌은 그대로 안방 바닥에 흥건히.
설마 니가 죽인 건 아니겠지?


‘핥짝- 핥짝-’


나는 녀석을 밀치며 말했다.


“하지마.”


일단 범인은 이 안에 있을게 확실하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아직 벗어나진 못할 터.
분명히 단발마의 비명이 잠시 들렸으니까, 그녀가 들어와서 범인과 눈이 마주친 것은 아닐 것이다.
순식간에 당하면서 입으로 그 가녀린 입으로 비명을.
아, 내가 먼저 들을 수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미연씨.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지만 제가 꼭 찾을게요. 찾아서 성불시켜드리겠습니다.


창문이 열려있다.
놈은 저곳을 통해 도망갔을 거야.
먼저 놈의 퇴로루트를 상상하며 열려있는 창문 밖으로 나갔다.


“모든 가정을 생각해야해. 오늘 엉뚱한 생각은 하루 휴재다.”


창문을 올라타서 조금 힘들게 뛰어 내렸다.
이정도 힘과 시간이면 학생에겐 어려울 것 같다.
잽싸거나 날렵한 놈이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도 어느 정도 운동은 하는 놈이다.
이래봬도 복싱선수니까.


“단방에 스트레이트를 인중에 꽂아주마.”


창문 밖에는 창고가, 공기가 탁하다. 곰팡이가 쓸었군.
몇 십 권씩 쌓여있는 만화책과 오래된 TV.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
역시 녀석은 이 창문을 통해 도망갔다.
하지만, 당연한걸. 바보가 아닌 이상 이곳으로 도망 칠 테지.
나는 그 핏자국을 따라가기로 했다.


‘딩동-’


제기랄. 깜짝 놀래라.
역시 여자에겐 남자가 있었던 건가.
여기서 내가 밖으로 나가 낯선 자를 맞이하게 되면 내가 범인이 된다.
사망시각으로 봐서 범인은 나밖에 없을 테니까.
알리바이조차 증명이 되질 않아.
떠나길 기다려야겠다.
문이 잠겨 있던가.
젠장할⋯


‘딩동- 딩동딩동-’


그만 좀 눌러라 자식아.


“안계세요?!”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당장 꺼지라고, 얼른!


“없나봐⋯.”


떠났다. 없나봐 라고 함은 두어명 이상일 텐데.
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하지만 어떻게든 최악의 수는 없어야 한다. 내가 범인이 될 수가 있으니까.


이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은 저것 하나.
창고에는 창문이 없다.
창고 안의 문을 나서면 손님방.
여기의 창문은 너무나 작다. 일반 화장실의 창문처럼.
스머프가 아니고선 절대 도망칠 수 없는 구조.
핏자국은 여전히 연결되어있다.


손님방을 나서면 바로 거실.
거실과 연결된 주방.
그 주방에 내가 있었는데 놈은 어떻게 도망을 친 거지.
빵은 아직도 따뜻할 터.
우유는 식어 가는지 곽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허, 이것 봐라.”


내가 앉아있던 자리.
그 의자 밑에 핏자국이 덩그러니.
역시 녀석은 아직 안에 있다.
잠시만, 왜 핏자국을 그대로 남겨두면서 도망을 칠까.
설마, 나를 죽이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 정신을 차렸다.
죽일 테면 죽여보라지.
미연씨의 복수를 해주마. 죽기 살기로 덤빌 테다.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핏자국을 남기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찾고 싶으면 찾아보라고 우쭐대는 듯이.


나는 점점 화가 났다.


“신발놈. 죽이고 말거야.”


핏자국은 결국 2층 계단까지 이어졌다.
녀석은 주방부터 시작해서 현관입구.
그 옆의 신발장 그리고 화장실 앞.
복도를 따라 쭈욱-
그리고 2층 계단.


차라리 신고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거짓말 탐지기에 나는 걸리지도 않을 테니까.
혹시나 범인을 잡았다가 녀석이 나보고 공범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아, 오늘은 엉뚱한 생각 휴재랬지.
잡아서 족치자.


좋다.
나는 녀석이 바라는 대로 계단을 올랐다.
성큼 성큼.
자, 봐라 내가 얼마나 요란하게 계단을 올라가는 지를!
계단을 올라가면 방은 단 하나.
다락방 하나다.


녀석은 나와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다.
다락방에서 무기를 들고서 나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겠지.
이제 3계단 남았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드디어 다 올라왔다. 정상이다.
나는 입고 있던 후드를 집어 던지며 외쳤다.


“어딨어 신발놈아!”


대답이 없다.


“어딨냐고! 당장에 이 강아지를⋯⋯.”


강아지가 아니였다.
구석에 덩치 값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녀석은,


“으, 으아악!”


호랑이였다.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녀석은 나를 보면서도 덜덜 떨었다.
갑자기 문뜩 뇌리를 스치는 무엇.
‘서, 설마⋯.’


“너, 그, 그게 무서워서?”


미연씨 옆구리에 붙어있는 큰 반점이 생각났다.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미연씨 미안해요. 엉뚱한 생각은 가시질 않네요.”


***


녀석은 며칠 전 동물원에서 도망친 호랑이였다.
하지만 녀석에게 미연씨의 혈흔은 한 방울조차도 발견되지 못했다.


“어째서지⋯⋯.”


경찰은 말했다.


“제가 보기엔, 그 녀석이 범인 같습니다.”
“정말요?”
“피해자가 호랑이를 며칠간 집안에서 보호 했나 봐요.”


정말 믿기 힘들었다.
나는 단지 호랑이 녀석이 ‘곶감’ 따위가 미연씨 옆구리에 붙어있는 것으로 알고 깨물어 버린 줄 알았건만, 녀석의 질투라니.
이렇게 온순한 호랑이와, 이렇게 무서운 개가 또 어딨으랴.
둘은 성격을 바꿔야한다.
역시 강아지는 강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