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작) * 옆집 할머니 *

irish152013.11.12
조회290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따뜻한 가슴이 그리운 계절이다..

 

 

 

 

 

 

 

 

옆집에 사시던 노부부께서 이사를 가신지는 벌써 일년도 더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할머니께서는 가끔 나에게 잊지 않고 전화를 하신다. 나는 매번 받기만 하는 편이라 죄송스럽기도 하고 한편 고맙기도 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그것도 사람 나름인가 보다. 나의 안부를 물어주시는 할머니의 다정하고 자상한 목소리를 들을 때면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며칠 전 아침. 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다.

“아저씨!(할머니께서는 항상 나를 이렇게 부르신다.) 잘 있었어? 얼마 전에도 전화했었는데 안 받더라고. 그래서 자고 있는가 했지.(새벽 신문배달 관계로 나는 주로 오전에 잔다.) 별일 없지? 가끔 전화도 좀 하고 그러지. 하긴. 나한테 전화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조금 어색하고 어렵기도 할 테고. 그 마음 이해해. 그래도 뭐 어때? 그냥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전에 옆집에 살던 사람이라고 말하면 되지. 나는 아저씨가 내 막내 아들뻘 되는 사람이라서 대하기가 편해. 대화도 잘 통하고. ㅎㅎㅎ

 

지금도 우리 할아버지랑 식사할 때면 아저씨 얘기를 곧잘 해.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하기도 하고. 국이라도 끓일라치면 아저씨 생각이 문득 나서 ‘한 그릇 나눠주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을 한다니까. 그리고 이사올 때 아저씨가 나한테 준 신문도 한 묶음 가지고 와서 지금도 아껴서 잘 쓰고 있어. 채소나 야채 다듬을 때 그 신문지 깔아 놓거든. 요긴하게 쓰지. 그럴때도 아저씨 생각하고 그래. 신문지에 날짜가 있잖아. 그거 보면서 아, 이때는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전에 살던 때 일을 떠올리고 그래. ㅎㅎㅎ..

 

매일 아침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갈때면 ‘아, 지금쯤 일 마치고 들어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해. 얼마 전에는 길에서 신문 오토바이를 봤는데 문득 아저씨 생각이 나잖아. 그래서 혹시나 하고 유심히 봤는데 아저씨가 아니더라고. 그래도 오토바이가 저 멀리 사라질때까지 계속 쳐다봤다니까. ㅎㅎㅎ..

 

내가 요즘 살이 많이 빠졌어. 나야 물론 건강하지. 얼마나 날씬해졌는지 처녀때처럼 홀쭉해졌다니까. ㅎㅎㅎㅎ 응? 우리 할아버지? 건강해! 내가 매일 운동시키느라고 잔소리도 많이 한다니까. ㅎㅎㅎ..

 

아이고 나 좀 봐. 나 혼자 계속 떠들었네. ㅎㅎㅎ 아저씨가 잘 들어주니까 그래. ㅎㅎ 그럼 아저씨, 식사 잘 하고 건강하게 지내. 또 생각나면 전화할게. 아저씨도 가끔 전화해줘. 그냥 편한 할머니한테 전화한다고 생각하고. 그럼 이만 끊을게 잘 지내!..”

 

 

옆집에 사시던 할머니는 사려가 깊고 인정이 많은 분이셨다. 나에게 자주 음식을 나누어주셨고 언제나 살갑게 대해 주셨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관심으로 괜한 부담을 주시기보다 나의 사생활을 존중해 항상 일정한 거리를 지켜 주셨다. 이 년 이상을 바로 옆에 이웃해 살면서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뵌 적이 없을 정도로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이셨고 늘 부지런하셨다. 대인관계도 좋아 매일 할머니 집으로 찾아오는 동네 친구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할아버지와도 곧잘 티걱태걱 하셨지만 항상 살뜰히 챙겨주시는 등 생기 넘치는 일상을 보내셨다.

 

그런 노부부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생의 동반자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노년의 삶이 어떻게 풍요로울 수 있는지,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 그런 삶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해주신 할머니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사가신 후에도 줄곳 안부를 물어주셔서 인연의 소중한 의미를 매번 되새기게 해주신 점 또한 감사드린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 같은 이웃을 만난 건 저에게 큰 행운이자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시고 늘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꾸벅!) ^^

 

 

 

 

* 옆집 할머니께 내 글이 실린 잡지 등을 보내 드렸다. 감사편지와 함께.

살면서 감사할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좋은 추억이 많다는 건 삶이 보다 더 풍요롭다는 걸 의미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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