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웃겨요

카프리썬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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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진리교나 통일교 이런 얘기 들으면 저 사람들은 사고 능력이 부족한가? 왜 저런 데 들어가서 먹잇감 1이 되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리고 대개는 종교에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 아니면 그런 데 잘 신경쓰지도 않고요. 그런데ㅋㅋㅋㅋㅋㅋ남얘기가 아니었네요...

저는 열아홉 살 여자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에게 한꺼번에 배신을 당해서 우울성 에피소드가 왔었어요 (우울증과 우울성 에피소드는 다르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그냥 이유 없이 생기는 거고 우울증 에피소드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우울함이 생기는거래요.) 정신과에 다니면서 미술치료를 받고 약물을 복용했는데, 그때 이모할머니가 어머니께 교회를 소개해주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 죄책감이 크셨나 봐요. 제가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오랫동안 모르셨거든요. 왜냐면 제가 숨겼으니까. 저희 가족은 원래 가톨릭인데 별로 열심 신자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이 교회를 되게 열심히 다니시니까 저랑 동생도 가끔 따라가게 되었고, 여름 휴가 대신 교회 수련회에 온 가족이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축사 (귀신 쫓는 거) 를 해준다는 거예요. 어머니는 그걸 받으셨어요...저는 그때 옆에 있었는데 진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경기를 하시더라고요. 아버지랑 동생은 이 장면을 못 봤어요. 그리고 얼마 후에 저는 어머니를 따라 그 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내세웠던 가르침은 '신앙의 본질을 찾는다' 는 거였어요. 현재 교회 목사들이 신자들 눈치 보느라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장로며 권사, 구역장이 무슨 벼슬이냐고, 우리는 그런 거 다 없이 간다고 떠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개혁적이고 옳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보고 정신과 약 끊어야 한다고, 심리학은 사탄의 학문이고 지금 우울의 영이 들린 거라고 했을 때도....네 믿었어요. 왜냐면 성경 구절들을 갖다 대면서 말하니까요.

그 교회에 한 2년 정도 다녔습니다. 저는 그 교회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열다섯 살 난 애부터 스물일곱 청년들까지 교회에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3일 금식을 하고, 밤새워서 찬양 부르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올바르게 보였거든요. 영 빼는 데는 금식이 최고라고 해서 저도 3일 금식 아홉 번 했어요. 인본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조나단 에드워즈나 마틴 로이드 존스 워치만 니 이런 책들도 열심히 읽었고요. 전 너무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힘들었지만 내 안에 있는 영 탓이고 하나님이 나를 치료해 주시고 새 힘을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하게 드러내야 영이 빠진다고, 너 교회 다닌 이후로 자위 한 적 있냐 없냐, 어떻게 하느냐, 뭐 이런 거 물어볼 때도 (청장년층 가리지 않고 모두 개별 상담을 했습니다), 진짜 수치스러운 거 참고 솔직하게 다 얘기했어요.

올해 6월의 일입니다. 교회에 같이 다니던 언니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교회를 이끌어가시던 ㄱ집사 (평신도 사역이었거든요) 가 그 언니한테 청혼을 했다는 거예요. 신약성서 외경인 바울과 테클라 행전을 예로 들면서요. 그 ㄱ집사는 57세이고 이 언니는 서른 네 살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아내하고 신앙적 지향이 맞질 않는다면서 이혼한 상태였어요. 언니는 평소에 정말 순종을 잘 했고 ㄱ집사님을 따르던 사람이었지만 결혼 얘기에는 아 이거 뭔가이상하다 싶었나 봐요. 원래도 임용고시 준비하던 똑똑한 언니라 그때부터 개인적으로 강해서 같은 거 찾아 읽으면서 공부를 했고...모순점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된 거예요. 한 번 까놓기 시작하니까 치부가 점점 드러났습니다. ㄱ집사는 이 언니 말고도 다른 언니를 만진 적이 있었고, 또 다른 언니랑은 전부터 계속 소문이 안 좋았지만 음란의 영이 있어서 엉뚱한 상상들 하고 있는 거라고 호통쳐서 다들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소문이 안 좋았던 언니는 십대에도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전도사랑 자고 그랬다네요. ㄴ장로님이 알아보니까 ㄱ집사는 사기 전과 11범이었답니다. 세브란스에서 조무사 했던 언니가 카드깡으로 ㄱ집사에게 500만원 긁어준 적도 있었고 제 어머니한테는 제가 귀신들린 게 어릴 때 성당에서 복사 서원 해놓고 안 지켜서 그런 거라며 몇백 뜯어가고....교회 차원에서 사업 한다면서 신자들에게도 몇 억씩 뜯었고요.

저한테는 금전적인 해당사항이 잘 없었으니까 모르지만 이것 말고도 더 있었겠죠. 저한테는 정말로 가치관이 뒤흔들리는 일이었고요, 그 교회 가기 전까지 사기꾼이 정말 내 삶에 나타나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은 제대로 된 기관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교회에서 보낸 2년이 제게 정말로 커다란 이슈네요. 몇 달째 상담을 진행중인데 계속 그 교회 이야기가 나와요.

어머니는 그 후로 교회를 옮겨서 계속 다니십니다. 그런데 전 교회 못 다니겠어요. 정말 여러 모로 혼란스럽고 또 속을까봐 두려워요. 인간에게 종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어요. 광신자들이 저지른 일들을 정말 한끝만 엇나가면 제가 저지를 수도 있었잖아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유일한 위로네요. 이 경험이 저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