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양,未)의단편] 양들의 침묵

나요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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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 히피히피 님

 

12간시 시리즈 는 아직 미완성인 관계로

여기서 끊을게요..

처음 말씀 드렸듯이..

 8간지가 되어버렸네요ㅜ_ㅜ

언제든지 올라오면 바로!! 바로!! 퍼오도록하겠습니다^0^

 마지막으로 희융님을 위한!! 양 이야기 입니닷!!^0^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무섭지도 않으세요?”

“네 마음은 다 이해한단다.”

“뭘 이해한다는 거죠?! 아버지도 죽었고, 어머니도 죽었다고요.

할아버지 아들, 딸도 모두 죽었잖아요!”

“어쩔 수 없잖니. 이런 운명에 처해진 것을.”

“뭐가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전 이곳을 탈출할 거예요. 반드시.”

“그건 불가능 하단다. 우리는 눈이 매우 나쁘잖니.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아.”

“그건 할아버지가 늙어서 그런 거겠죠.”

“얘야⋯. 우린 그렇게 태어난 운명이야.”

“그래서 이렇게 가만히 놈에게 당하기만 하라고요?”

“벌써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아세요?”

“아니. 몰라 모르지.”

“거봐요 할아버지는 멍청하다니까.”

“아니, 하도 많이 봐서 셀 수가 없단다.”

“하, 할아버지⋯! 무섭지도 않아요?”

“응. 무섭지 않아. 어린 아가. 죽음은 당연하단다.

태어났으면 죽음도 있는 것이 당연하단다.

확실한 운명을 뿌리쳐도 돌아오는 건 당연한 사실과 눈앞에 쳐해 진 운명이야.

그걸 알았으면 한다.”

“그놈의 운명 타령 지겨워 죽겠다고요! 이미 그놈에게 속아 넘어간 어른들만해도⋯,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슬프기도하고 너무 답답해요.”

“잘 생각해 보거라. 우리는 먹기 위해 태어났어. 근데 굳이 왜 먹기를 거부하는 거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짓이란다. 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뜻이야.”

“웃기지마세요. 그건 궤변이라고요.

단지 흑백논리에 불과해요.

 먹기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식으로도 먹을 방법이 풍부한데

왜 굳이 한 가지 방법으로 먹기만 하려는 건지 그게 문제겠죠!”

“그건 죽을 방법이 많다는 뜻이냐?”

“네. 저는 자연히 죽고 싶어요. 그놈에게 살해당하고 싶지 않다고요.”

“하지만 오래전부터 우리는 그렇게 죽어왔단다.

이곳에서 나고 살아온 이상 어쩔 수가 없는 것이야.”

“역시 이 집단은 매우 아둔하고 아집해요.”

“당연하지. 그렇게 태어난 것을.”

“할아버지 제발 그만! 아, 아얏!”

“허허, 그것 봐라. 잘 넘어지는 습관마저도 너는 이겨내질 못했잖니.

그런데 그 큰 운명을 어떻게 이겨내겠다는 것이냐?

결국 놈이 너를 일으켜줘야 하잖니.”

“흥! 제기랄. 놈에게 도움을 받다니.

그래도! 작은 일 하나 못해내겠다고 귀납적으로 판단해버리시면 저는 할 말이 없어요, 할아버지.”

“녀석. 참으로 답답하구나.”

“원래 우리들은 이기적이고 답답하고 멋대로죠.

할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우리의 습성을.

저는 이기적이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고 멋대로도 아니에요.

할아버지처럼 순응해가는 멍청이들이 보기에는 멋대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멍청하다라⋯⋯.”

“그래요! 할아버지는 멍청해요! 여기 있는 모두가 멍청하다고요!”

“그래서, 너는 어떻게 살아나갈 것이냐?

 그 야윈 다리와 앞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시야로 어딜 어떻게 쏘다니면서 살아가겠다는 것이더냐? 방향감각도 제로인 것이.”

“하하! 할아버지 저는 멍청이들과 달라요. 뭐 자주 넘어지는 것은 그렇다고 쳐두죠.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부정하지 않아요. 근데요 저는 눈이 아주 잘 보여요. 저 나무에 달려있는 것이 사과인지 복숭아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요. 방향감각이요? 할아버지는 지금 제 옆에 있나요 앞에 있나요?”

“그, 그건⋯⋯.”

“역시 할아버지는 멍청해요. 옆에 계시잖아요.”

“넌 그런 걸 도대체 어떻게 아는 것이냐?”

“그놈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지 원래 우리는 정상이었을지도 몰라요. 하긴, 정상이라는 정의 자체가 애매하네요. 제가 돌연변이인지 원래 할아버지 같은 멍청이들이 정상일지 머리가 어지럽네요.”

“내 생각에는 말이다. 너는 돌연변이도 아니고, 그냥 말썽꾸러기 같구나. 그래, 일단 네 의견을 존중해주마. 네가 탈출하고서도 열심히 살아 갈수만 있다면 널 응원해주고 싶구나. 하지만 우리는 방어능력조차도⋯,”

“상실이 아닌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죠.”

“그래. 어떻게 할 것이냐?”

“적응력을 방어력으로 바꿀겁니다.”

“그래, 네가 좋을 대로 하거라. 애초에 떠날 것이었으면 나한테 이야기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됐잖니.”

“그렇네요. 안녕, 할아버지!”


***


“얘야, 나간지 얼마가 됐다고 다시 돌아 온게냐.”

“그, 그게 할아버지. 이상하게 자꾸 집으로 돌아오게 돼요.”

“역시 너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난 게다.”

“이, 이런 제기랄! 바보 같은! 말도 안 돼요!”

“그렇게 화를 내면 그들이 싫어한단다. 저것 봐라. 결국 너를 죽이러 오잖니.”

“놈이 오네요.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일 때 쓴 도구네요.”

“그래. 근데 왜 갑자기 차분해 진 것이냐?”

“이상해요. 저, 저는 분명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너도 다 똑같은 ‘양’이었던 것이야.”

“그런가 봐요. 할아버지, 저 먼저 가요.”

“그래. 잘 가거라. 이래서 양들은 침묵을 지킨단다.

너처럼 더 빨리 그리고 다르게 죽기 싫어서 말이다.”


***


양의 10가지 특징

1. 눈이 나쁘다.
2. 잘 속는다.
3. 잘 넘어진다.
4. 넘어지면 못 일어난다.
5. 중심을 금방 못 잡는다.
6. 이기적이고 자기 멋대로다.
7. 방향 감각이 없다.
8. 반드시 왔던 길로 되돌아온다.
9. 방어능력이 없다.
10. 죽을 때가 오면 온순해진다.


반전포인트 :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