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19禁) 아르바이트-실험- 제 2화

나요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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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 히피히피 님

 

 

본 소설은 슬로우스타트입니다. 처음엔 약간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중반쯤 가면 매우 눈쌀이 찌푸려지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명함은 일반 명함의 그것과 다를 게 없었다.
흰 종이에 이름 석자, 그리고 Tel 옆에 폰 번호.
하지만 어디 소속의 회사인지 적혀있지를 않았다.
그 흔한 직책도 적혀있질 않았다.
이름 옆에 작게나마 목사라고 적힌 것을 보고 여자는 교회구나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명함을 잡고 있던 집게손가락을 풀고 오른손으로 그것을 들어보니 엄지 밑에 숨겨져 있던 교회의 이름이 떡하니 나타났다.
‘직소교회’
이름이 괜히 낯설고 웃겼다.
잔인한 공포영화에서 자신만의 심판을 일삼는 그 역할도 생각이 났다.
통화음이 길어지자 끊으려는 찰나,


“여보세요.”


우중충하고 두꺼운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아, 저기⋯⋯.”


막상 통화가 연결되고 보니 여자는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를 몰랐다.
5초간의 조용한 기류가 흐르고 여자는 50가지의 생각을 이어갔다.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수화기 속의 남자가 먼저 정적을 깼다.


“혹시, 홍림씨 되십니까?”
“아, 네! 제 이름은 어떻게⋯?”
“명함을 주신 분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곧 전화가 올 것이라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하셨군요.”
“그랬구나⋯”


홍림은 또 다시 말이 없다.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치며 소리 없이 입으로만 ‘으이그 으이그’
홍림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근데 왜 직소교회인가요?”


홍림은 바보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인상을 약간 찌푸리며 이정도면 이상기류를 없앨 수 있을 거야.


“다자이 오사무를 아십니까?”
“아뇨.”
“네. 그럼 설명해도 모르십니다.”


또 다시 흐르는 이상기류.
이번에 먼저 기류를 깬 사람은 남자였다.


“그럼 아르바이트 하시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홍림이 아는 것이라고는 딱 두 가지.
알바와 고소득.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어떻게 돈을 받는지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지 명함에 나와 있는 몇 글자만 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남자가 당황한 듯 말을 이어갔다.


“아, 남자분이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네. 그냥 알바라는 거 정도만.”
“그렇군요. 자세한 것은 만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만, 간단한 실험입니다. 오⋯”


홍림이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칼에 베어내고서 앙칼진 목소리를 냈다.


“실험이요?”


남자는 약간 기분이 나빴는지 헛기침을 몇 번해댔다.


“네. 별거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오시면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승낙하시면 선금으로 오백만원이 입금될 것입니다.”
“오, 오백이요?”
“네.”
“하, 할게요! 할게요!”


홍림은 있지도 않은 무언가에 쫓기듯 자신의 일이 뺏길까봐 엉겁결에 승낙을 했다.


“알겠습니다. 메모지를 준비해주시겠습니까?”
“네. 네! 잠시만요.”


메모장을 찾는 일이 뭐가 그렇게 바쁜 일인지 부리나케 움직이며 책상을 마구 뒤졌다.


“네, 준비했어요!”


남자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홍림은 분명히 정신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잘 받아 적으십시오. 여기는⋯⋯.”

**

통장조회를 막 끝마친 홍림은 조용히 손가락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보자 동그라미가 하나, 둘, 셋⋯⋯ 여섯 개!”


놀라서 주위를 살펴보니 행인들이 홍림을 두고 광녀를 보듯 하찮은 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재빨리 홍림은 통장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서 주변의 골목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는 전화기를 들었다.
목사에게 전화를 걸려는 참이었다.
또 다시 긴 통화음 끝에 무지막지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홍림은 또 그런 과오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감사합니다. 저 방금 통장조회를 해봤는데요, 정말, 정말로 오백이 들어 있더라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잘됐군요. 아직 감사하긴 이르십니다.”


홍림은 오백도 모자라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네?”
“가족이 모두 몇입니까?”
“아버지, 어머니, 저. 그리고 남동생이요. 그건 왜 묻나요?”
“하하하. 큰돈이 필요하시다면 분명 자신을 위해 쓰는 건 아니실 테고, 그렇다면 가족이나 뭐 다른 소중한 지인일 텐데, 규모를 봐서 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물어봤습니다. 사억이 주어질 것 같네요.”


홍림은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벙어리처럼 ‘어, 어어’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너무 놀라셨군요. 그럼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봅시다. 주소대로 정확히 와주십시오.”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하려했지만 이미 통화가 끊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월요일.
누군가에겐 월요병에 지나지 않는 요일.
하지만 홍림에게는 시작의 월요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발걸음 또한 너무 가벼워서 신발을 벗어 던지면 초음속으로 하늘을 날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교회는 산 속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한국의 밤거리에 환하게 켜져 있는 무수한 십자가를 보고 무덤 투성 인줄 알았다던 외국인이 떠올랐다.
무덤 같은 교회일까.
괜스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무슨 실험일까.
혹시나 자신의 장기를 적출해가지는 않을까.
자신의 몸을 요구하며 로봇을 행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자신은 돈을 받으며 로봇을 행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탔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통하여, 어플을 통하여 길 찾기에 나섰지만 도통 제대로 된 길을 알 수가 없었다.
서점으로 향해 사지도 않을 지도를 펼쳐보아도 그곳의 지명은 나와 있지가 않았다.
사억 이야기 이후로 남자는 전화를 한통도 받지를 않았다.
이대로 오백을 들고 도망가 버릴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밤을 샌 날도 있었지만 이내 체념하며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다짐했더랬다.
결국 그 지방에 도착하여 주위 어르신들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그렇게 홍림은 해본 적 없던 여행을 홀로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