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나쁜 너를 2년 째 잊지 못하고 있는 바보같은 나야

언제나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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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 난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실은 오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내 속마음을 여기다가 털어놔 보려고.

 

널 처음 본 건 2년 전의 봄이었어. 너는 내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게 해 준 사람이었지. 너는 옛 연인에게 받았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이성이 무섭다고 했었어. 하지만 어쩐지 내게는 마음을 열어주었고, 나는 그런 네 용기가 너무나 고마워 네가 입었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어쨌든 우리는 결국 사랑을 시작했어. 그 전에도 숱하게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너와 함께한 시간들에는 비길 수도 없더라. 너는 그만큼 내게 굉장한 사람이었어. 아직도 너만큼 내가 사랑해 본 사람은 없으니까.

 

행복은 잠시였어. 겨우 백일을 넘기고 난 후에, 이번 주말 데이트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던 내게 너는 다짜고짜 화를 냈었다. 그건 전부 오해였어. 이성이 무섭다던 네가 유일하게 끔찍이 믿고 있던 네 친구, 그 친구가 중간에서 우리 사이를 훼방놓은 거였어. 유치하고 유치한 일이었지만, 끝내 너는 그 일로 시간을 갖자고 했어. 그 친구를 달래주어야한다고, 그 친구를 잃긴 싫다고… 너 그거 아니? 그 친구는 널 좋아했다는 거, 그래서 우릴 갈라놓으려고 꾸민 일이었다는 거. 완강한 너에게 져주고, 나는 하염없이 네 연락이 다시 오길 기다리며 하루에도 수 백 번씩 조용한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했어.

 

얼마가 지났을까, 나는 우리의 이별을 내 지인들의 입으로 전해들었어. '야, 너네 헤어졌다며?' 하며 나를 걱정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던 그 친구들에게 아니라며 손사래쳤던 나. 묘한 불안함에 싸이월드에 들어왔더니 아무 말 없이 끊겨있던 일촌,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휑하니 사라진 네 흔적들, 우리가 커플로 설정해두었던 미이런며 BGM도 죄다 바뀌어있었고, 우리 함께 사랑을 속삭이고 추억을 공유하던 커플다이어리엔 내가 쓴 글만 남은 채였어. 그 시간 동안 소리없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철저한 너… 나는 결국 그 친구들 앞에서, 길바닥에서 눈물을 쏟았다.

 

망설이다 결국 널 잡아보기 위해서 네게 연락을 했을 때 너는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왔었어. 기억 나? '나는 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너는 꼭 성공할 것이라는 걸 안다, 사랑했었다'라는 내용이었어. 나는 똑똑이 기억하고 있어. 그 문자를 받을 때,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머물렀고, 또 우리가 연인이 되던 날 머물렀던, 수많은 추억이 서린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었어. 사랑했었다는 말이 정말 믿겨지지가 않아서, 네가 보여주었던 그 사랑들이 과거형으로 변해버렸다는 게 믿기질 않아서 나는 거듭 너를 설득하고 붙잡으려 애썼다. 그러자 그런 내게 너는 나를 좋은 옛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데 계속 내가 그럴 수록 남은 정마저 더 떨어진다고 했었어. 결국 널 잡는 걸 포기하고 널 보내주어야만 했던 그 날 밤, 나는 네가 앉아 날 바라보며 웃던 내 옆의 그네를 바라보면서 울었어. 날이 참 좋았는데. 내가 백일 기념으로 샀던 커플티를 입고 주말엔 함께 공원을 걸을 생각이었는데.

 

그 후로 나는 너를 잡지 않았어. 남은 정마저 떨어진다던 너, 너를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그래도 유치하지만 빼빼로며, 크리스마스엔 목도리까지 네게 선물했었지. 물론 면대면으로 준건 아니었고 네 집 앞에 선물을 두고 간 거였지만 너는 그래도 싫은 소리 않고 내 선물을 받아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선물 받아준 거, 정말 고마워. 하지만 그 때 뿐, 우리가 함께했을 때를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볼 수도, 네 목소릴 들을 수도 없었고 네가 먼저 연락을 해오지도 않았어. 우연히 마주칠 수도 없었어.

 

그렇게 내가 여전히 너와 내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이듬해의 1월 말 쯤 네가 처음으로 먼저 연락을 해왔어. 그냥 내일 뭐 하냐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때 정말 네가 마음을 다시 돌린 줄로만 알고 뛸듯이 기뻤어. 처음으로 다시 만날 약속을 잡고서 나는 깨끗이 목욕도 하고 입을 옷도 없는 옷장을 반나절동안 뒤적거리면서 온통 부산을 떨었었다. 오랜만에 본 너는 더 예뻐져있었어. 그날 카페에 앉아서 너는 문득,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었어. 안 보고싶었냐고. 나는 볼썽사납게 눈물 고인 눈으로 겨우 대답했어. 보고싶었다고, 너무너무 보고싶었다고. 마치 다시 연인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너는 내게 입을 맞췄고, 그리고 우린 예전처럼 사랑을 나눴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날 나는 네 돈은 한 푼도 쓰지 못하게 했고, 차비까지 줘서 돌려보냈어. 그리고 부푼 마음으로 다시 연락했을 때, 너는 묵묵부답이었어.

 

그런 일이 몇 달에 한 번씩, 반복되었다. 갑자기 먼저 연락이 와 살갑게 굴던 너는 내게 필요했던 것을 다 만족하면 다시 퉁명스럽게 날 밀어내고 차갑게 떠나갔었지. 하지만 바보같이 나는 몰랐었어.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땐 정말 몰랐어. 네가 날 필요할 때만 찾는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믿고 싶지 않았어. 착하디 착했던 네가 날 이용해먹는다고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니. 네가 좋을 땐 먼저 살갑게 연락해오면서 내가 널 너무나 필요로 할 땐 절대 응하지 않았던 너. 배려심조차 없어진 너, 내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하지 않았던 너.

 

다들 말하지. 먼저 이별을 고했던 옛 연인에게서 오는 연락의 80프로는 다, 이용해먹기 좋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난 네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너는 아직 마음이 갈팡질팡 하는 거라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게 그때 입술을 주고 사랑을 나눴을리가 없다고… 그런데 그게 정말일줄은 몰랐어. 아니, 정말일줄은 알았지만 그게 너였을지는 몰랐다. 정말.

 

그리고 그렇게 불완전했던 우리 관계는 얼마 전 끝났어. 네가 나에게 물었었어. 널 아직 좋아하냐고.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다 털어놨어. 널 못 잊고 있다는 걸. 그때도 나는 네가 그 질문을 한 이유가 다시 돌이키고싶은 마음에인줄 알았다. 그리고 돌아온 건, 모멸과 증오에 가득찬 욕,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는 비아냥, 통보.

 

내게 희망을 주었던 건 너였는데, 물론 내가 마음대로 생각한 거였지만 그래도 난 널 믿었는데, 난 널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무얼 해도 좋게만 보였었던 것 뿐인데… 그렇게 가 버리면, 그렇게 희망고문만 잔뜩 해놓고 차갑게 돌아선 너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야만 했을까? 나는 대체 네게 뭐였을까?

 

다 알고 있어. 네가 이성을 무서워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더라. 무슨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이었고, 날 필요할 때만 찾을 때에도 족히 서너번은 새 연인을 갈아치웠다는 것도 들었다. 나와 완전히 끝난 뒤에 이번에 또 새 연인이 생겼다는 걸 알아. 지구는 좁은지 네 소식이 드문드문 들려. 물론 내가 참견할 건 아니지만, 나는 멍청하지만 네가 아직도 좋아. 아직 널 사랑해. 미련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

 

네 주변인들은 모르지. 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별노래를 들으면서 널 생각하고, 어딜 가도 널 추억하면서 산다. 그 짧은 시간동안 너는 어쩌면 내게 그렇게도 많은 추억을 선물했는지. 아직 널 생각하며 울어.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들 해. 그런데 어떡해, 벌써 우리 끝난 지 2년 반이 다 되어가는데도 나 아직 그대로야. 내 약은 넌데 어떻게 잊겠어. 그때 더 잘 할걸, 그때 이렇게 더 해줄걸, 매일 후회하면서 하루하루 살아.

 

마지막으로, 네가 누굴 만나든 제발 다시는 내게 했던 것처럼 굴지 말고, 제발 내가 당했던 거 너는 당하면서 살지 마. 아프지 말고 울지도 말고. 행복하겠지만 더더욱 행복하길 바래. 만약 내게 다시 돌아오고 싶다면, 그럴 린 없겠지만 난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태연하게 다시 돌아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랑 같이 돌아와주면 좋겠어. 보고싶다, 정말 보고싶다. 네가 환하게 웃는 모습 못 본게 2년 반이 다 되어간다. 한 번만 네 웃음 보고싶다.

 

날씨가 춥다, 감기 걸리지 말고…

미안하다. 네가 원하는대로라면 난 널 잊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어서 너무 미안해. 너는 내가 매일 미안해하기만 한다며 화를 냈었는데, 미안해. 정말.

보고싶다.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