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은 겉에서 보기보다는 무척이나 넓었다, 주차장도 따로 있었고, 마당은 정원이 갖추어져 있어 쉬원한 느낌을 주었다. 잔듸가 깔려져 있었고, 주인의 정갈한 성품을 닮은듯 정원수들은 잘 다듬어져 있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다가서자 후다닥 문이 열리며 4~5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튀어 나왔다, 그 아이는 나오자마자 중년의 여인의 품으로 안겨 이내 머리를 파묻고는 곁눈질로 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중년의 여인은 날 의사라고 소개 했다.
아이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현관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 섰다. 집 안은 온통 빛을 차단 해 놓기라도 한듯 어두웠다. 아닌게 아니라 거실의 커다란 창도, 모두 커튼으로 가려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제 버릇 남 못준다고, 예의 그넘의 촉각이 세워지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지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것은 없었지만, 서글픈 기운이 어디선가 흘러 나왔고, 무겁기마한 중압감이 어둠보다 더욱 짙게 이 집을 눌르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중년의 여인은 날 소파로 안내했고, 거실의 크기만큼 커다란 가죽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자, 가죽이 눌리며 나는 소리가 듣기 싫을정도로 크게 어두컴컴한 거실을 울리며 퍼졌다...
중년의 여인은 그 작은 아이에게 엄마는 어디 있냐며 물었고, 아이는 엄마가 방에 있다고 했다.
"잠시만 여기 있어요, 들어가서 딸을 되려 나올테니..." 그 말을 남기고, 여인의 커다란 가죽소파를 돌아 복도로 사라졌고, 아이는 나와 반대편의 소파에 걸터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위아래로 쳐다 보았다 쪼그마한 녀석이 웃기고 귀엽기도 해서 나도 웃으며 응대를 했다 그러자 쪼르륵 달려와서는 뭐라고 말을 했는데 이런 당췌....중국말을 알아 듣지 못하니 연신 웃음만 날리고 있었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한자 발음을 몇개 알아 들은게 다이지만, 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자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하는말이 날 더 처참하게 만들었다..
"삼촌 우리말 못해? 난 엄마말 하는데..."
'멍미..이 아이의 엄마가 한국인이라는것을 순간 잊고 있었다. 그냥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 물었어도 어쩌면 대답을 했을지 모를일이었다. 꼬맹이한테 당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삼촌은 너희 말 못해, 엄마말만 할 수 있어. 너 이름이 뭐니?"
"징슈우~~징슈우우~~"
조금마한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 정확한 발음으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똑똑히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이 정확한 발음인지 곱씹을 시간도 없이 중년의 여인은 다시 그 복도에서 나와 소파를 돌아 아이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선 아이를 토닥이며 방으로 들여보냈고, 아이는 내게 찡긋 웃으며 쪼르륵 달려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애 엄마가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는것 같아요, 일단 오시느라 피곤하셨을텐데 위층 손님방을 내어 드릴테니 거기에 짐을 푸세요..."
"아 뭐 짐이라고 할것도 없지만, 제가 집에 있어도 안불편하시다면 나가 있는것보다 안에 머물면서 따님을 살펴 보는게 저로써도 좋을듯 하네요..."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나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1층의 넓은 거실과는 다르게 작은 거실이 눈에 들어왔고, 거실 한쪽에는 역시 밖으로 커다란 창이 나 있었다 집의 구도로 봐서는 남향의 빛이 잘드는 집 같았다.
복도 끝에서 두번째의 방을 내어준 중년의 여인은 그럼 쉬라는 말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고, 손님방의 문을 열고 들어 서자 방안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났다.
역시 집주인의 성품을 나타내듯, 깔끔히 정리정도 되어있으며, 하얀 벽지로 깨끗하게 발라진 벽들 앞으로 짙은 감나무색의 침대, 그리고 그 침대와 짝을 이루었는지 작은 티테이블 그리고 손님들이 쓸 수 있도록 해 둔것 같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짙은 감나무색의 책상이 놓여져 있었다. 분홍색의 프린트되어있는 커튼과 잘 어울려 보였다. 커튼을 져치자 뜨거운 햇살이 방안 가득 들어 차기 시작했다. 마치 몇 만년을 묵고묵은 어둠을 몰아내기라도 하는듯 쏜살같이 빛이 들어와 어두운 가운데 보여진 방의 풍경을 마치 하얀 도화지 위의 옅은 수채화 그림처럼 더욱 운치있게 비추었다.
커트을 져치고, 창문을 열자 느릿한 바람이 가을의 향기를 온몸에 묻힌채 방안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작은 가방을 열고, 트레이닝복을 꺼내 벽에 옷걸이에다가 걸고 입고 온 정장은 벗어 책상 옆의 같은 색으로 서 있는 옷장을 열고 걸어 두었다, 그리고 편한한 면바지와 티로 갈아 입었다.
이것저것 뭔가 할께 없어 그 자리에 앉아 정신을 집중 해 보았다. 사람들의 느낌이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중년의 여인의 기운 그리고 징슈우~라고 밝힌 작은 꼬맹이의 기운 그리고 기운이 무척이나 우울한 딸의 기운까지...조금 더 정신을 집중하자 예전의 사람들의 기운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집은 오래전 지어진 집인데 그 집을 증축했거나 아님 리모델링 한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한참을 그렇게 집 안의 기운을 살피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1층 한쪽 구석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그 기운을 한참을 찾아 더듬어야만 했다. 꺼질듯..꺼질듯 하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집착이 강한 느낌이었다.
'거기 누구세요? 거기서 뭘 하고 계신거죠?' 하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영혼과의 소통은 직접적인 언어로 하는것이 아니기에 구지 외국어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몇번을 시도 했지만, 영혼이 원치 않으면 나 또한 그 존재와 소통하는것은 무척이나 힘에 붙이는 일이었다..
'대답 좀 해봐요, 왜 그곳에 그러고 있는지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하지않아요 다만 궁굼해요 왜 당신이 그곳에 그렇게 강한 집착을 한채, 서서히 사라질지도 모르는곳에서 그러고 있는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엄연히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가 있는법인데 이렇게 노출되어 있으면 본인의 영혼이 소진되어 아무것도 아닌 무가 되어 버리잖아요 그러면 다시는 그 영혼으로는 다시 세상에 올 수 없어요...내게 말해봐요...'
영혼은 죽은자의 모습이다,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 그 안에서 헤메이고 있는 존재들 그들이 갈곳이 어디인지 난 알지 못한다 다만 그 경계의 부분에서 죽은자들의 세상으로 가지 않고 소멸되어 버리면 정말로 그때는 아무것도 안니것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될 수 있음 영혼이 스스로가 죽은자의 세상으로 가게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영혼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소통을 거절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아에 받아들이지를 않고 있다...무엇일까? 그 방법을 써야하는것인가....가방에서 작은 지갑을 꺼냈다 돈을 넣어놓는것이 아니라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조금은 큰 지갑이었다 그곳에는 정훈이가 만들어 준 여러가지 부적들이 들어 있었다...
그 중에 색깔이 유독 노란색이 있었다. 그 노란색의 종이는 다른것과는 다르게 금칠로 글을 세겨놓았다. 그것은 이렇게 소통을 거절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영혼들을 강제적으로 나와 소통 할 수 있게 아니 말하자면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영혼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하는것이었다...
그것을 꺼내들고 그 영혼의 기운이 느껴지는곳의 방향으로 곧게 펴서 방바닥에 내려 놓고 그 위에 가부좌를 틀어 앉으며 속으로 계속 그 영혼을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이내 내 의식은 내 몸에서 빠져 나온듯 방을 나와 2층 거실을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 소파를 돌아 복도를 가로지르고, 어느 방문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 안에는 그 영혼이 나의 존재를 의식한듯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 영혼과의 대면이다. 문을 뚫듯 지나 영혼의 뒷모습이 보이는곳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 영혼과의 접촉이 막 되려는 순간 어디선가 비명이 들렸고, 아주 세차게 문을 열어 저치고 복도를 내달리듯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 영혼이 있는 방문이 거세게열렸다. 낯설지 않은 여인이 그곳에 서 있었다....아까 기운으로 느꼈던 이 집의 주인 중년의 딸이 그곳에 서서 무척 거세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년이 죽을라고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너 날 죽일려고 왔어...찢어 죽일년 나쁜년 죽이고 말꺼야................" 계속 욕지기를 하고 있었다 딸은 이 여인이 보였던것이다. 딸이 다가와 마구 소리를 내 지르자 영혼은 서서히 일어나 뒤로 얼굴을 돌렸다....
'헉' 외마디 짧은 신음이 내 입에서 토해져 나왔다.그리고 부적의 기운이 다 한듯 난 가부좌를 틀어 앉은상태에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머리는 어질거렸지만 아래층에서 아이의 울음소리와 고함을 치는 여인의 소리 그리고 계속 말류하고 있는 중년의 여인의 목소리가 뒤범벅이 되어 들리는 상태라 그래도 몸을 추스리고 있을만한 여유가 없었다....
방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내 눈에 비추이는 모습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