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괴담] 히치하이크 上

초승달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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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duseyo.com/150174140113

 

 

[일본괴담] 히치하이크

 

 

 

7년 정도 전의 일이다.[02년 경]

난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직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원체 턱에 받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어서 시험도 벼락치기 식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만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여름 중반, 친구 '카즈야'하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가

뜬금없이 "히치하이크로 일본을 횡단해보자!"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 계획을 둘이서 짰다.

 

여기서 잠깐 카즈야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나랑 같은 대학을 나왔고 입학식 때 알게 되었다.

여자를 어마어마하게 밝히는 녀석으로 머리랑 골반이 따로 움직이는 전형적인 인간이다.

그런가 하면 속내는 정말로 밝고 전혀 꾸밈이 없는 성격이라서

여자문제로 시끄럽기는 해도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녀석이었다.

그 중에서도 카즈야는 나와 가장 죽이 잘 맞았다.

성격은 서로 정반대지만....

 

계획이라고 해봐야 진짜 대충대충 세운거라

일단 훗카이도까지 비행기로 가서, 거기서부터 히치하이크로

여기(큐슈)까지 되돌아오자는 게 전부였다.

카즈야는 "다니면서, 그 지방 여자애들 최소한 한 명 이상은 꼬시면서 다니자." 라는

호색한다운 목적도 있었다.

하긴, 나도 여행의 즐거움 외에 그러한 기대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카즈야는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스타일에 태도도 싹싹한 편이라

(실제로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었다.)

이 녀석과 같이 헌팅을 날갔을 땐 확실히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저러해서, 아르바이트 장기휴가신청이라던가,

(난 마침 다른 자리를 찾고 있어서 아예 그만두고 카즈야는 휴가를 냈다.)

훗카이도까지의 항공권, 커다란 배낭과 담을 옷가지들, 현금 등을 준비했고,

계획을 짠지 3주 후, 우린 기내에 있었다.

 

삿포로에 도착하고 점심을 해결한 뒤 시내를 구경했다.

나는 비행기에 멀미가 난 것인지 피곤해져서, 저녁때엔  호텔로 돌아왔고

카즈야는 마을의 밤거리로 사라졌다.

그날 밤 카즈야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에 로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씩 웃음지으면서 손으로는 OK사인을 만들어 보인다.

어젯밤 아마도 헌팅한 여자하고 일이 잘 풀린 것이겠지.

 

자, 드디어 히치하이크를 시작할 때다.

우리 둘 다 히치하이크는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꽤나 두근거렸다.

이 날까지는 이 거리만큼 가자 같은 목표나 계획도 없이 그저 '가주는 데까지' 식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만만히 차를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시간 정도 버텨보았지만 한 대도 서지 않았다.

 

"낮보다 밤이 더 성공률이 높지 않을까?"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드디어, 시작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한 대가 서주었다.

그냥 시내까지만 데려다주는 정도였지만 실적은 실적이었다.

거리가 짧다고 해도 꽤나 기뻤다.

 

밤이 더 잡기 쉬울거라는 생각은 예상외로 정곡이었다.

가장 많았던것이 장거리를 달리는 트럭이었다.

거리도 꽤나 벌 수 있었고, 나쁜 사람도 없었고 여러모로 상당히 좋았다.

3일째에 접어들자 우리도 나름대로 경험치가 쌓여서

장거리를 가는 트럭 기사에겐 담배 등을 선물하고,

일반 차량의 사람들에게는 사탕봉지 등을 선물하기로 기준을 정한 뒤

편의점에서 미리 사서 준비해두었다. 담배는 특히 반응이 좋았다.

 

일반 차량에 탔을때도 이야기꾼인 카즈야 덕분에 차내의 분위기가 좋았다.

여자만 두세 명 있는 차도 있었는데, 솔직히 좋은 일이 있던적도 있었다.

4일째에는 혼슈에 도착했다. 요령을 익힌 우리는 그 자방의 특산품에 입맛을 다시거나,

한번의 만남으로 헤어지는 인연들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제법 여유를 가지면서 여행을 해나갔다.

 

되도록 하루에 한번 목욕탕을 찾아서 씻고,

이틀에 한번 숙박시설을 찾아서 잠을 자는 등의 경비절감 노력도 했다.

간혹 기사님이 댁에서 재워주는 일도 있어서 그럴때는 정말로 감사했다.

 

그러나, 우리 둘에게 엄청난 악몽이 될 일이

여행 시작 2주쯤에 코우신 지방의 산촌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슴! 슴! 슴! 슴가를 다오~♬ 우훗! 우훗!"

 

카즈야는 남자들끼리 있을 땐 저딴 노래를 부른다.

그날 밤도 카즈야는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허름한 국도 한켠에 있는 편의점까지 도착한 뒤로는 두시간째

차가 잡히지 않았고, 너무나도 무더운 날씨에 우리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피로와 더위에 지쳐서인지 둘 다 정신상태도 멍해져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시골 편의점에 내려주냐....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재워달라고 할 걸 그랬나...."(카즈야)

 

하긴, 아까 그 사람은 여기서 차로 한 10분 저ㅕㅇ도 거리에 집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그 집이 어딘지도 모르니 방법이 없었다.

시간은 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우리는 30분씩 교대로,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가 편의점에서 쉬었다가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편의점 사장님께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호오, 힘내! 정이나 안 잡히면 내가 시내까지 태워다 줄 테니까!"

라고 말씀해주셨다. 시골의 이런 따뜻한 마음은 정말로 기쁘다.

 

그 뒤로 한 시간 반이 더 흘렀지만 차는 한대도 잡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차가 보이질 않았다.

카즈야가 사장님과 죽이 맞아서 '그럼 사장님 말씀대로 할까....'

하고 생각한 그때, 한대의 캠핑카가 편의점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그 잊을 수 없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나이는 한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카우보이들이 쓸 법한 챙이 긴 모자에 정장차림으로

상당히 기묘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그 남자를 눈으로 쫒고 있었다.

쇼핑바구니에 반창고 등의 여러가지 물건을 꽤나 많이 담았다.

커다란 패트병 콜라도 두개나 던져넣었다.

 

남자는 계산을 하는 내내 편의점에 꽂힌 책을 읽고 있는 나를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안 좋아서, 시선을 느끼면서도 계속 무시하고 책을 읽었다.

남자는 가게를 나갔다. 슬슬 교대시간이 다가와서 카즈야와 교대하기 위해 나갔더니,

주차장에서 카즈야가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태워준다는데?"

 

난 당시 남자에게 무언가의 미심쩍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다시 보니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었다.

난 피곤함과 졸음에 정신이 흐릿해져 있었던 것인지

 

'음.... 아웃도어 타입.... 인가보군. 그래서 저런 모자를....'

하고 이상한 납득을 하고있었다.

 

캠핑카에 올라탄순간.... 아차 싶었다.... 이상했다.

뭐가? 하고 물어도 '이상하니까 이상하다고 느꼈다' 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순전히 감가이 그렇게 느낀것이다.

그 남자에겐 가족이 있었다. 물론 캠핑카였기 때문에

안에 일행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버지, 운전석, 대략 60대쯤.

어머니, 조수석, 겉보기엔 70대.

쌍둥이 아들, 아무리 봐도 40 이상.

 

사람은 예상외의 상황에 맞닥뜨리면 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차내로 들어가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똑같은 체크 셔츠, 똑같은 바지, 똑같은 구두,

똑같은 머리모양, 똑같은 자세로 앉아 똑같은 얼굴을 한 중년의 두 쌍둥이 남성이었다.

 

카즈야도 말을 잃은 듯 했다.

아니, 사실 이런 쌍뚱이가 있다고해도 이상할건 없다.

이상할것도 없고 나쁠것도 없지만.... 그 기묘한 분위기는

그 자리에 직접 있어보지 않고서는 전하기가 어렵다.

 

"빨리 앉지 그래."

운전사 아저씨의 말에 따라 우린, 그 가족의 분위기에 끌려가듯이

차 안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우리는 가족들에게 인사를 했고, 아저씨가 운전하면서 가족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했다.

엄마가 조수석에서 앞을 보고 앉아있을때는 잘 몰랐는데.... 엄마도 어딘가 이상했다.

 

웨딩드레스 같은 새하얀 여름 원피스.

얼굴 화장도 가부키 배우로 착각할 만큼의 하얀 떡칠.

그 중 이름이 절정이었는데.... 세인트 조세핀....

참고로 아버지는 세인트 조지 라고 했다.

 

쌍둥이에게도 할말을 잃었다.

이름이....아카와 아오 라고 했다.

얼굴이 약간 불그스름한 하저씨가 아카,

불에 파란 자국(?)이 있는 아저씨가 아오라고 했다.

 

자기 자식한테 저런 이름을 붙이나? 일반적으로....

이 시점에서 우린 눈짓을 주고받고는 적당한 위치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미친거다.... 이 가족은....

 

우리에게는 주로 엄마 아빠가 말을 걸어왔고 우리도 반사적으로 적당히 대답하고 있었다.

쌍둥이는 한마디 말도 없이 똑같은 자세로 패트병의 콜라를 들이키고 있었다.

트림까지 동시에 하는것을 봤을때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

 

"아.... 감사합니다. 이제 이쯤에서 내려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캠핑카가 출발한지 15분도 안된때였지만 카즈야가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아바가 손짓으로 우릴 막았고,

엄마는 "곰도 나온다고! 오늘이랑 내일은!"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래도 우린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제 됐습니다." 하고 좀 더 밀고 나갔지만

아빠는 "그럼 식사라도 하고 가지." 라고 말할 뿐 내려줄 기색이 안보였다.

시간이 거의 새벽 두시구만 무슨 식사를 말하는지....

 

쌍둥이 아저씨는 여전히 말이없이, 이번에는 막대사탕을 빨고있었다.

"이거.... 된통 잘못 걸린거 아닌가싶다...." 라고 카즈야가 작게 속삭였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중간중간에 엄마아빠가 계속 말을 걸어와서 좀처럼(카즈야와)이야기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한번 아빠의 말을 못 듣고 넘어갔더니

"들었어?!" 하고 은근 험악하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쌍둥이 아저씨가 키득키득 웃어댔고,

우린 지금이 위험상황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