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역사로 보는 군주&부인의 사랑이야기 -원순제와 기황후 상편-

콜로라도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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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9년 고려 서해의 외딴섬 대청도(인천 옹진군 대청도)에 한 귀공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힘 없이 걸어왔다 그의 이름은 토곤 테무르(타환 첩목아)였다. 그는 원나라 황제 명종의 장자로서 장차 황위에 올라야 할 인물이었으나... 이러한 외딴섬에 귀양을 오게 된 것이다. 사연인 즉 이렇다.

 

1328년 원나라 황제 태정제가 죽었다. 그에게는 어린 황자밖에 없었지만 아무도 그가 다음 보위에 오른다고 여기지 않았다. 이 때 유력한 계승후보자였던 코살라와 투크테무르 형제는 각자 몽골고원과 연경에서 그 세력을 키워오고 있었다. 먼저 투크 테무르가 친위대장이자 킵차크족의 수장인 옌티무르와 손잡고 수도를 장악하였으나 코실라가 몽골고원에서 대군을 몰고 오자 이기지 못할 것임을 알고 형에게 양보하는 형식으로 황위를 넘겼다. 그러나 궁정을 장악한 그는 형에게 독약을 조금씩 섞은 음식을 줘 1년 후 독살하고 황위를 찬탈했으니 그가 바로 원 문종이다 그러나 그 자신도 옌티무르(연철)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코살라에게는 9살 먹은 어린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원 문종에게도 어린 아들이 있었으니 황자 토곤은 그저 방해물일 뿐이었다. 이때 옌티무르는 문종에게 황자를 엎에야 한다고 하였으나 문종은 이를 거부했다. 때 마침 문종에게는 형을 독살했다는 마음의 병을 앓아 헛것을 보곤 하였다. 죄책감을 못이긴 그는 라마교에 엄청난 시주를 했고 이것은 원나라가 흔들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그는 조카를 살려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토곤을 대청도로 귀양보내게 되었다.

고려땅에 유배된 토곤은 그래도 나름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며 감시도 덜해 고려 육지로 자주 유람을 떠났다. 특히 그는 해주 북고산에 올랐다가 부처님을 만나 울면서 말하기를 자신이 황제가 되면 이 곳에 큰 절을 지어 시주하겠다는 민간전설이 전해진다 이후 그곳에 큰 절이 지어졌는데 이곳이 바로 신광사이다.

 

한편 이무렵 올해도 어김없이 고려의 공녀들이 입궁했다. 고려가 원나라에 굴복한 이래 매년 많은 고려의 꽃다운 처녀들이 원나라로 끌려가 원나라 황제나 귀족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다. 이 무렵 기자오의 딸인 기씨처녀도 이 공녀로서 원나라에 끌려오게 된것이다 낮선 곳에서 아무 의지할 곳도 없는 그녀는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고향에서 소꼽동무였던 고용보와 박불화를 만나게 된다. (당시 고용보는 기황후 보다 먼저 원 궁정에 환관으로 들어와 나름 자리를 잡은 상태였고... 박불화는 동네에서 기씨녀를 내심 흠모한 나머지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스스로 환관이 되어 함께 황궁에 들어왔다는 민간설화가 있다.) 그러나 원 문종 당시에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 하나의 고려녀일 뿐이었다.

 

1332년 원 문종은 형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절규한 끝에 숨을 거두었다. 문종의 아내인 황후는 자신의 아들을 황위에 올리려고 했으나 승상 옌티무르는 딴 마음을 먹었다. 그는 수하인 바얀과 토크토를 통해 다시금 궁정쿠테타를 일으켰고 궁정을 장악했다. 이후 그는 태평왕에 자리에 오른 뒤 문종의 황후를 겁탈하여 첩으로 삼았고 문종의 후궁들을 모두 자신의 첩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대청도에 사람을 보내 토곤을  대려온 후 새로운 황제로 옹립했다. 그가 바로 원 순제이다.

 원나라 마지막 황제이자 기황후의 남편인 순제(혜종) 토곤 테무르(1320~1370)

 

"기씨녀야..." 고용보는 허드랫일을 하는 기씨녀를 가만히 불러새운 후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무슨일이셔요" 흐르는 땀을 닦는 기씨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너도 한번 이 기회를 잡아보렴 내가 손을 써 놨으니 넌 이제부터 새로운 황제폐하의 다과를 맡은 궁녀가 되는 것이다. 만약 일이 잘 되면 나를 잊지마렴

기씨녀는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라했다.

 

연경에 돌아온 토곤은 황제가 된 후 곧바로 결혼을 했는데 그녀는 바로 옌티무르의 딸인 타나실리였다. 사실 원나라의 황후는 대대로 옹기라트씨(징기스칸의 황후 보르테의 가문)여야 했지만 갈색머리에 푸른눈을 가졌던 킵차크족의 수장인 옌티무르는 안하무인이었다. (사실 킵차크족은 원래 몽골족에게 정복을 당한 민족이었으나 말을 잘타고 싸움을 잘해 쿠빌라이로 부터 총애를 받았다. 이후 요동의 난을 진압할 때 선봉에서 큰 공을 새운 후 점차 세력을 넓혔으나 공식적으로는 칸의 노예라는 신분이었다.) 한편 옌티무르에게 겁탈을 당한 태후는 복수심에 이를 갈고 있었고 원 순제에게 타나실리와 합궁하는 것은 노예와 살을 섞는 것이라 하였다. 순제도 태후의 말을 듣고 타나실리와의 잠자리를 은근슬쩍 거부했으며 다른여자를 찿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밤...

 

"다과를 대령하겠사옵니다 폐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에 순제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앞에 과일을 올리는 한 여인의 아름다운 손을 보고 순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내리고 그녀를 보자 순제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니....." 순제는 과일을 먹지 않고 그녀의 손을 붙잡아 침실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촛불을 끄게 되니....

 

한편 이 모습을 본 타나실리의 시녀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다 고해바친다...

 

"뭐라구.... 폐하께서는 나에게 손도 하나 안대시는데 그 년이 누구길래 뭐라 고려에서 온 천한 공녀라고... 내 이년을 요절을 낼것이야..."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