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환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길을잃다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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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기분입니다. 처음의 행복함도 설렘도 사라진건지 아닌지 이것이 정상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많이 읽히길 바라며 동시에 많이 읽히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쨌건 친구들에게 조차 할 수 없는 얘기니 그냥 생각 정리용으로 끄적입니다. 긴글이 될 것 같아 미리 죄송합니다. 욕먹을 각오 하고 익명의 힘을 빌립니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다 유학을 왔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즐겁게 지냈지요. 그러다 그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됬지요. 그가 그의 도시로 돌아간 뒤에도요. 그가 몇년을 넘게 함께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단건 처음엔 몰랐습니다. 저를 만나기전에 헤어졌거든요.
 저는 집착이 심한 편이라 이전의 연애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숨 좀 쉬게 해달라, 는 말까지 들었던 정도니까요. 그래서 나보다 집착이 심한 남자를 처음으로 만났을때는 사실 그저 좋았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일분에 하나씩 문자를 못받으면 불안했던 내게 삼십초에 한번씩 문자를 보내주는 남자였으니까요. 잦은 싸움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원인은 주로 제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는 제가 친구가 많은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합니다. 그는 나만을 위해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언제나 나와 함께 하기 위해 기다렸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헤어지자는 말을 쉽게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저를 붙잡는건 그입니다. 그는 단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이라 이야기 합니다.
 두어달전 친구와 여행을 가기로 결심을 하고 그에게 이야기 하였을때부터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항상 함께하면 나를 위한 시간이 없을거 아니냐, 나는 그런 시간을 견딜 수 없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분명하다- 는 그의 말들은 결국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건 알고 있었습니다. 죽어버리겠다하고 그가 연락이 되지 않았던 몇 시간동안 제가 느꼈던 기분은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겨우 달래어 놓고 친구와 여행을 간 동안 그는 한밤중에 술에 취해 엄청나게 많은 문자들을 보냈습니다. 죽어버리겠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너로 인해 모든걸 잃었다, 친구들이 너를 위로할거다- 여행이 즐거웠을리가 없지요. 친구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그는 전여자친구와 연락을 하였습니다. 너의 삶이 니 친구들이라면 나의 삶은 사랑이다. 그녀가 내 예전의 삶이었다. 나는 그걸 다시 찾고 싶은 것 뿐이다. 정말 지독한 많은 싸움끝에, 한번만 더 연락하면 널 떠나버리겠다는 협박아닌 협박으로 그는 전여자친구와의 연락을 그만두었습니다.
 니가 나로 인해 행복하고 충만하다면 너는 친구가 필요없다. 그러니 니가 친구가 필요하다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양방향이 아니라면, 내겐 그런 사랑이 필요없다. 나는 더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으니 영원히 쉬어버리겠다. 너는 심지어 내게 그녀를 앗아갔다. 내 모든 삶은 너로 인해 무너졌는데, 너는 너무 쉽게 너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 걱정하지마, 너는 나 없이도 행복하게 살거야. 
 그의 자살에 대한 위협만이 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건 아닙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한순간도 의심해본적이 없습니다. 모든 시간을 내게 주고,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저와 함께하기 위해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모든걸 다 해줍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내가 그의 방식대로 그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해준단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친구들과 만나는건 못하게 합니다. 연락도 싫어합니다.요즘은 제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게 감옥이지 뭐야?하고 친구가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혼이 하고 싶었던 남자입니다. 처음으로 이남자와 평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울증환자인거 압니다. 이사람과 살려면 내 인생을 걸어야 하는걸 압니다. 저는 곧 유학이 끝납니다. 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돈벌다가, 이년 뒤에 만나서 결혼하자. 하고 지금도 약속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자기가 한국으로 올거랍니다. 이 모든게 다 진심인걸 압니다.
한국에서 바쁘다 바쁘다 하다보면 헤어지게 될까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과 나를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 자꾸 엇갈립니다. 함께하고 있는 순간이 그저 좋아, 그저 행복해, 결국은 길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