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2)

희야령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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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 초록색 향이 가득 들이 닥쳤다.

도시와는 다르게 한적한 시골의 버스 터미널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었고, 기름 냄새도 났지만, 무엇보다 뜨거운 열기 안에서도 싱그러운 풀내음들이 묻어 있는듯 했다.

터미널 앞에서 절로 향하는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는 이내 읍내를 빠져나와, 어두컴컴한 도로를 내 달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택시는 덜컹거리며, 비 포장 도로를 달리는듯했다...

한참을 달리던 택시는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절 앞에 우리를 내려 놓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머리를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 나가시 시작했다...되돌아 나가는 택시를 마중이라도 하듯 멍 하게 서서 바라 보다가 영진과 나는 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올라 가기 시작했다....

여름날 밤의 숲이 그렇듯,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고, 저녁 이슬을 먹은 풀잎들이 옷자락에 스치며, 물방울들을 튕겨내고, 그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져 나갔다...

택시에서 내려 한 5분 정도를 숲길을 따라 올라 가다 보니 해덕사라는 절이 나왔다. 생각 했던것보다는 아담한 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운치 있고, 좋은 느낌을 주는듯 했다...

정훈이 떠나며, 예전에 내림굿을 받고 잠시 기거 했던 곳이라 했는데, 겉 모양으로 봐서는 정말 머물고 싶을 정도로 좋은 느낌을 주는곳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절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정문을 들어서, 누가 있나 살폈지만, 쥐죽은듯 고요하기만 했다..둘이서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하고 있는데, 어둠 가운데서 후레쉬를 켜 들고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분이 있었다..

하고 있는 모습은 이 절에 계신 스님처럼 보였다, 그분을 보자마자 합장을 하고 예를 가추어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잠시 우리의 소개를 하고,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박수 정훈을 찾아 왔다고 전하자...스님은 우리를 정훈이 머물고 있다는 작은 방으로 안내 해 주셨다..

방은 서너명이 누우면 딱 들어 찰 정도로 작고, 벽에서 흙냄새가 나는걸로 봐서는 흙벽인듯했다. 호롱불을 예상 했지만, 이런 오지도 전기 시설이 들어 와서인지 아주 밝은 형광들이 켜졌다...

스님은 지금 현재, 정훈은 기도를 드리기 위해 산중에 있는 토방으로 갔으며, 내일 새벽에 내려 올꺼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피해 주셨다...

"방의 기운이 참 좋다, 이게 황토벽일까나?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나와 시골로 오니까는 콧구멍이 뻥 뚫리는것 같다..."

"그래 공기가 아주 좋아..."

영진을 처음 알았을때는 몰랐지만, 등치와는 안어울리게 무척 수다스러운 녀석이다..어쩌면 자신과 편안한 사람들에게만 더 이렇게 대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낯선 사람들에게는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니까.....

둘이서 가져 온 짐을 풀고,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자리에 누웠다....시끄럽게 숲을 울리는 비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느듯 산사에는 새벽이 찾아온듯 희끄무리하게 밖은 밝아져 있었고, 숲을 요란하게 울리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혹 정훈이 돌아 왔나 하고, 방 안을 살폈지만, 어제 잠들기 직전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창호지로 되어 있는 미닫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깜짝 놀랐다...절은 어제 밤에 본것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그것보다 더욱 놀란것은 그 마당 한 가운데 누군가가 비를 온통 맞으면 서 있었다는것이다..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발은 그 사람을 향해 다름질치듯 가까이로 다가 가고 있었다..

어깨를 늘어트리고, 고개를 숙인 그사람을 어깨를 잡으며, 얼굴을 보려는 순간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그 사람은 정훈였다..그것도 온통 얼굴에 검은색의 우울함을 가득 드리운채 그 소나기를 맞으며 마당 가운데 우덕커니 서 있는.....

"너...너....왜....? 무슨일이......."

갑자기 사방이 진동을 하며, 흔들렸다...그러더니 사방이 어두워졌다..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났다....꿈이었다....옆에 자고 있던 영진이가 내가 이상하게 잠꼬대 비슷하게 하자 흔들어 깨운것이다....

새벽이 찾아와....밖은 밝아오기 시작한것은 맞다...하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다만...숲이라 그런지 이른새벽부터....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되기 시작했을뿐이다....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꿈에 보았던...하지만..꿈 속의 그 암울하던 얼굴빛이 아닌...밝은 낯빛으로 우리를 반기는 정훈이 들어 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