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처녀보살은 여기저기에다가 부적과 여러가지 굿에 쓰일 물건들을 준비 해 두었고, 잡귀가 넘다들지 못하게 액막이도 해 두었다, 그리고 정훈과 무언가를 준비하로 갔던 어머니도 돌아와 있었다....
정훈은 표정이 침울해 보였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가도, 다시 땅을 쳐다보고, 꺼져라 한숨을 내쉬곤 했다. 간간히 어깨가 들썩이는것으로 보아 흐느끼기라도 하는듯 해 보였다......
저수지 위로 낮달이 둥굴게 떠 올라있었다, 한 밤에 달마냥 밝게 말이다..
"이제 때가 다 된것 같으니 서서히 시작 해 볼까?"
어머니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처녀보살은 저수지 물 위에다가 대잎을 몇장 뜯어 띄웠다...잔잔한 물결 위에 잎들은 출렁이는 물살에 온몸을 맡긴채 출렁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옆에서 정훈이 쌀을 가져다 흩뿌리며 뭐라고 입을 옮졸였다...그러자 물 위에서 살랑이던 대잎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저수지를 가로 질러....물 위에 떠 있는 낮달로 향하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두 무당이 방울을 흔들며, 접신을 시도했다. 그런 와중에도 어머니는 아주 침착하게 일을 진행 하고 있었다....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은 어머니는 살풀이 춤이라도 추듯 흔들리는 방울 소리에, 출렁이는 물살에 맞추어 눈물을 흘리며, 온뭄을 리듬감 있게 흔들고 있었다..
고요한 저수지 주변은 마치 커다란 장막으로 둘러쳐저 있기라도 한듯 고요하기만 했다, 다만 정훈과 처녀보살이 흔들어 되는 방울 소리만이 물결을 따라 울릴뿐이었다...
얼마간의 춤사위를 추던 어머니가 서서히 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가지를 대잎들이 만들어 놓은 물길위에 가져다 놓자....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물길을 따라 대나무가지가 서서 쭈욱 밀끌어 지듯 움직였다..그리고 낮달이 물들어 있는 물 위로 내려꼿이듯 갈아앉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물살이 넘칠거리듯 출렁였다, 그리곤 이내 잔잔해 지는가 싶더니...대나무가 위로 용솟음쳤다...
그리고 대나무 가지가 공중으로 부양하듯 떠 오르기 시작했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테지만, 세 무당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가녀리고, 하얀손목이...그 대나무 가지 끝을 잡고 물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것을...........................................
............................................................................................................................
영진은 가파른 언덕길을 뛰다싶이 걸으며, 함께 동행하는 몇사람에게 재촉하듯 말을 내 뱉었다...
"어서요..어서요..빨리 가야해요...늦어지면 안되요..힘들겠지만 조금만 힘을 내줘요...어서요....!!"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영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구 떨어졌다..
'안돼 정말 그런일이 일어나서는 안돼........'
.............................................................................................................................
눈을 떴다...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한줄기 눈물이 나의 볼을 타고 구르듯 흘러내렸다...'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구나,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을 험하고, 힘들게 만드는구나..내가 할 수 있는게 있다면,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해야지...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게 이거라면 해야지.....'
조금의 망설임도, 조금의 고민도 없었다..그녀는 내게 말했다...꼭 해야만 한다고, 반드시...눈물나고 애통한 일이지만...살아 있는 사람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그녀의 말...그 말이...지금 나로 하여금 조금의 망설임도 없게 했다...
방문을 열었다...올 여름 그 어느 날보다 화창한 날이었다..
수풀의 흔들림도, 바람의 수근거림도, 구름의 아련한 울렁임도, 그 무엇하나 눈에 아름답지 않게 보이지 않는것이 없었다...
저수지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그 동안의 모든 악몽에서 깨어나듯. 한없이 가벼운 마음이었다...바람에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저기 사람들이 일어나고 있었다...슬픔에 잠겨 있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것에 기뻐하는듯한 사람들, 수년전에 삶을 마친 그 사람들.....그 사람들과 나는 지금 함께 가고 있는것이다..그들이 바라는대로...그리고 내가 원하는대로.......저수지로 가까워지자 점점 더 그 사람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들의 바람이 나에게 전의되듯 그대로 옮겨져왔다...나와 그들은 마치 한몸으로 만들어 지는냥. 내가 그들 가운데 서있는것인지..그들이 내 안에 서 있는것인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며, 오로지 바람하는 그 마음만이 날 온통 뒤감고 있는듯했다
.............................................................................................................................주변이 온통 검은 안개로 뒤덮혀갔다. 하지만, 달빛은 영롱하게 저수지 위를 비추고 있었다...처녀보살이 방울을 흔들며, 저수지 위로 부적을 몇장 날렸다. 이내 부적은 불이 붙어 타들어 가며, 여기 저기를 비추기 시작했다. 마치 반딧불이가 어두운 늦여름 밤을 밝히듯 부적들은 날으듯 짙은 안개를 물리치고 있었다...정훈이 대잎에 쌀가루를 뿌리고 사방으로 흩어 날려보냈다...정훈이의 기를 받은 잎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나가며, 여기저기서 햇불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정훈아 지금이다 지금 해야만 한다..."
정훈의 귀로 들리는 어머니의 말...정훈은 그 어떤 귀신을 본것보다 무서웠다. 순간이었지만, 정훈은 흔들던 방울을 짐짖 멈추기까지 했다...그러자..옆에 있던 처녀보살이 노여움의 가득찬 목소리로 소리 쳤다...
"안돼 계속 방울을 흔들어..지금 방울 소리를 멈추면 안돼..아직 영혼들은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멈추지마..." 말수가 적던 처녀보살이 노기까지 띄며 말을 하자 정훈은 흠짖 놀라며, 다시 방울을 흔들고 계속 입으로 주문같은것을 외웠다..그리고 품안으로 손을 넣어 부적 한장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한줄기 눈물을 굵게 떨구며..하늘로 부적을 던졌다...
부적은 저절로 불이 붙었고, 이내 달빛이 내리쬐는 저수지로 쏜살같이 날아 들었다, 그리고 부적은 긴 호선을 그리며, 마치 긴 밧줄 모양으로 변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그러더니 그 밧줄은 어머니에게로 날아 들었다. 그리곤 어머니의 발목을 감았다..
발목에 밧줄이 감기자 어머니는 그대로 가부좌를 틀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어느새 수면 위로 대나무 가지를 손에 든 여인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들어내고 있었다...
정훈과, 처녀보살은 서서히 떠 오르는 그녀를 보며, 서서히 저수지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 두었던 부적붙인 인형들을 세우기 시작했다,그러자 인형들은 저절로 불이 붙더니 타오르기 시작했다...마방진에 의거한 부적이었다..그로 인해 저수지는 밖에서 보기에는 아무일도 없는듯 그저 평범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정훈과 처녀보살이 그렇게 저수지를 돌아 어머니와 반대편으로 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속 방울을 흔들며 쉼없이 입을 옮졸이고 있었다...
수면위로 반쯤 모습을 들어낸 여인은 고통에 짙눌린듯한 괴성을 질렀고, 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를 흔들자, 저수지의 물이 사방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근방이라도 모두를 집어삼킬듯말이다. 그 기새에 잠시 눌리듯 어머니가 잠시 그 자세 그대로 흔들렸지만, 다시 자리를 잡으며 크게 외쳤다...
"나와 인연이 있는자, 그만 노여움을 거두고, 가야할곳으로 돌아가시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면 위로 거의 떠오른 여인은 크게 몸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물살은 더욱 거세져 갔고, 어머니를 근방이라도 집어 삼킬듯 물살은 거센 파도가 되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제발 돌아 가세나, 내가 함께 할테니, 그 모든 노여움을 풀고 돌아 가세나....제발...'
순간 몰아치던 파도가 멈칫 하는것을 느꼈다...감았던 눈을 뜨자 어느새 사람들과 함께 영진이가 옆에 와 서 있었다...영진이 그 여인을 보고 어머니 귀에 속삭이듯 말을 했다..
"지금 저 여자는 너무도 분개하고 있어요, 온몸이 불에 휩싸인듯 타고 있어요..."
"그래 네 눈에는 보이는구나, 저 여인은 그럴께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봐야만 하는것이다..미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영진과 함께 온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보일리 없었다. 다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저수지를 다다르자 느껴지는 살기에 몸이 얼어붙듯 냉기가 가득하다는것 외에는 크게 보이는것이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여기까지 자신들을 대리고 온 영진을 쳐다 보았다..
영진은 어느샌가 어머니에게서 받아둔...부적을 꺼내고 사람들에게 돌렸다 사람들은 부적을 받아들자마자 뒤로 나뒹굴듯 주춤했다 그들이 눈에 보이는 관경은 놀라울 따름이었다...주변은 검은 안개로 가득 들어차 있었고, 군데 군데 햇불이 타고, 저수지 위로는 작은 불씨들이 날아 다녔으며, 훤하게 달이 떠서 내리 비치고, 그 빛줄기 위로 어떤 여인이 떠 올라 계속 손에 들고 있는 대나무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덮쳐오는 높은 파도까지도 보였던것이다...
하지만 파도는 사람들을 보자. 주춤거렸다. 그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는 여인도 얼굴이 조금 이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수지 수면은 다시 안정을 찾아가듯 높았던 파도가 잦아지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모두를 용서하지 않겠다, 모두를 내 갈갈이 찢어 죽일것이다, 너희가 막을 수 있을것 같으냐?"
"우린 막지 못할것이다, 다만 네 스스로 이 일을 모두 멈추어주기를 바람 할뿐이다, 그리고 여기 보이는 모든 이들이 너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 기억을 떠 올려 보게나.."
잠시 그 여인은 깊은 생각에 잠기는듯 표정이 변했다. 하지만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또 다시 대나무를 흔들었다...그러자 아까보다 더 높은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의 거대한 바람이 일었다.
영진의 곁에 서 있던 사람들이 누구라할것도 없이 소리 쳤다....
"안돼..그래선 안돼.....안된다..그러지 말아라..."
여인은 다시 서글픈 낯빛을 띄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소리 질렀다..
"아니 모두가 밉다, 모두가...그때 모두가 날 버렸어...알고 있겠지...그 누구 하나 날 돌아보지 않았어...너희들은 날 사랑했다고 하지만 아니었어 너희들은 날 이용 했을뿐이야, 그리고 두려워지자 날 버린것이야....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처음에는 모두 날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어..너희는 다만 날 이용 했을뿐이다....."
사람들이 쓸어지듯 넘어져 울음을 터트렸다...
"다 우리 잘못이다, 우리가 죽어 네 한이 풀린다면 되었다..우리를 용서 하거라..."
사람들 중 나이가 제법 들어보이는 어느 노파가 목놓아 울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이 그 노파를 중심으로 모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용없다........모두가 죽어야 해...모두가....."
거센파도가 거센 바람과 합세하여 꺽지 못할 기세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쓸어져 있던 사람들도, 그 기세에 눌렸고, 그 바람을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정훈과 처녀보살, 그리고 발목에 밧줄이 묵여있는 어머니도 휘청였다...
정훈과 처녀보살은 누구라할것도 없이 외쳤다...
"안돼...안돼....!!"
거센 파도는 근방이라도 꺼질듯 휘청이는 어머니와 영진 그리고 사람들에게 덮쳐들고 있었다......여인의 분노를 그대로 안은채........................꺼지지 않을 불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