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지) * 교통사고를 통해 깨닫게 된 것 *

irish152013.11.24
조회233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 내어서

도리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몽테뉴

 

 

 

 

 

 

 

 

 

(오토바이로 신문배달을 하는데 있어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교통안전사고이다. 차들이 거침없이 질주하는 새벽 차도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인도나 좁은 골목 등에서 갑작스레 마주치는 행인들에 대한 안전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것은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그 정도가 크건 작건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이유이다.)

 

 

얼마 전 동료 메신저가 근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앞서가던 택시에서 갑자기 승객이 뒷문을 열고 내리려다 그 옆을 지나가려던 동료메신저의 오토바이가 뒷문에 부딪쳐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로 동료메신저는 인도 턱에 허리를 다쳐 한동안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난 여름, 배달 중에 겪은 나의 사고경험이 떠올랐다.

 

 

날이 샐 무렵. 신문을 가득 싣고 골목 사거리를 막 지날 때였다. 갑자기 골목 왼쪽에서 승용차 한 대가 질주해와 주행 중이던 나의 오토바이를 들이 받았다. 너무 놀라 순간적으로 왼발을 들어올려 신체적인 충돌은 피할 수 있었으나,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와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신문은 온통 흩어지고 말았다. 승용차를 운전했던 어르신의 과실이었다. 오토바이의 기어 변속기 부분 등이 파손됐지만 나는 별로 다친 곳이 없어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순간적인 나의 대처도 잘했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어르신과 헤어진 후 합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근처를 지나던 K형과 마주치게 되었다. 내가 사고경위를 들려주며 자문을 구하자 K형은 차분히 나에게 말했다.

“네가 딱히 다친 곳이 없다면 오토바이 수리비만 청구해라. 이런 사고 당하면 멀쩡한데도 보통 바로 병원에 드러눕거나, 이때다 싶어 한몫 잡으려는 듯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이야.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지. 삶에 있어 과욕은 언제든 결국 자신에게 화로 돌아오는 법이야.”

 

K형의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있어 다음날 어르신께서 주신 오토바이 수리비와 약간의 위로금을 받고 합의를 보았다. 어르신께서는 사고 당시 운전 중에 음악 CD를 교체하던 중이어서 한눈을 팔았다는 말을 솔직히 들려주셨다. 그리고 내가 다친 곳이 없어 매우 다행이고 미안하다며 거듭 사과하셨다.

 

그 이후로 배달 중에 출근하는 어르신과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그때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사고 당시 두 사람 모두 운이 좋았고 합의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며 지나친 요구에 따른 갈등이 없었기에 상대에게 상처나 어려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교통사고로 맺어진 인연. 더구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인데도 이렇게 불편하지 않은 사이가 될 수 있는 걸까?  참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자판기 커피를 함께 마시며 어르신께서는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나에게 들려 주셨다.

“지금이야 아파트 경비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지난 날엔 지방에서 사업을 했었지. 사업이 잘 돼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었어. 그때는 마냥 그런 줄 알고 기고만장했지. 그러다 멋모르고 과욕을 부린 게 큰 실수였어. 결국은 큰 빚을 지고 가족과 헤어져 도망치다시피 서울로 올라와 갖은 고생하다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네. 그때는 그걸 잘 몰랐던 거야.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지만. 자네, 지나친 욕심은 결국 자신을 망치게 된다네. 요행을 바라거나 과욕부리지 말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며 자신의 일에 충실한 것이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삶의 정도라는 것. 잊지 말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지혜의 바탕은 뭐든 결국 다르지 않구나..’

그리고 K형의 조언을 떠올렸다.

“삶에 있어 과욕은 언제든 결국 자신에게 화로 돌아오는 법이야!..”

 

 

 

 

 

* 배달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우편함에 좋은생각 12월호가 담겨 있었다.

이번 호에는 내 글이 실리지 않았지만 다른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좋은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쁨 못지 않게

행복한 마음을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추위가 시작되는 올 겨울.

아름다운 사람들의 밝고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 토토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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