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머니를 부축해, 공사 현장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는 판자를 주어다 놓고 그 위에 어머니를 앉게 했다. 그리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여정을 끌다시피 하여 김형사도 그곳에 여정을 눕히고, 가만히 서서 세사람을 바라다 보았다..
여정은 여전히 눈도 깜박이지 않은채, 잠이 든것 같았고, 정훈은 그래도 남자라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까 깨어져 나간 무엇인가를 다시 추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널판지 위에 가만히 앉아 아까 손에 들고 있던것을 꺼내어 다듬고 있었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는 닭 깃털 같았다, 김형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것을 쳐다보자 어머니는 미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이것은 새벽닭의 깃털이라네..."
"네?? 아..."
"이것은 새벽에 잡은 수닭의 깃털인데 이것은 귀신들에게 유용하게 쓰이지, 귀신으로 하여금 새벽의 기운을 느끼게도 하고, 혼령들의 기운을 강하게도 약하게도 할 수 있는거라네. 아까 그 녀석의 기운을 이것이 막아 낸것이지, 하지만 이것 또한 미약한 힘을 가진것이라 이것만으로 막아 냈다고는 할 수 없다네, 여기에 아까 정훈이 이곳에 결계의 힘을 끌어 모아 주었기에 가능했다네...."
그런 말을 하면서 어머니는 정훈을 바라다 보았다, 언제나 군 소리 없이 자신에 말에 잘 따라 주는 녀석이 어머니는 기특하기 이를때 없이 고맙기만 했다. 어릴때부터 키우다 싶이 한 녀석이지만 고된 기간 동안 자신의 밑에서 연마 해 온 정훈이 더 없이 고맙고 안쓰러웠다. 같은 나이대의 젊은이들을 볼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이내 미소를 거두고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 섰다..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네, 아까 그 녀석은 이제 제 스스로 모습을 들어 낼꺼야, 그리고 아까는 우리가 막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다시 오면 그 때는 장담 못하네, 그 놈은 여정 뿐만 아니라..자네도....아닐쎄 아무튼 날 좀 도와 주게나..."
어머니는 말 끝을 흐린채, 김형사의 등을 떠 밀며 이리저리 바쁜 정훈쪽으로 발 걸음을 돌렸다...
그 순간 아무도 몰랐다. 여정은 눈은 감고 있었지만, 지금의 모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는것을 그리고 여정은 몸을 비록 움직일 수 없었지만, 혼자서 끝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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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은 무엇인가를 계속하면서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왠지 아까 그 녀석과 맞닿았을때, 직접적이진 않았지만, 분명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낯설지 않은 아주 낯익은 느낌, 그 느낌이 무서웠던게 아니다, 그 느낌이 너무 익숙하다는것이 정훈을 떨게 하고 있었다. 이 일에는 반드시 형이 필요하다고 했던 어머니의 말이 떠 올랐다. 이번에도 형과 관련이 있다는것인가? 그런데 이번엔 예전 저수지의 사건처럼 간단할 것 같지가 않았다. 뭔지 모를 불안감이 계속 정훈을 따라 다녔다. 그 불안감을 떨쳐 내기라도 하려는듯 정훈은 더욱 일에 몰두 했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아무것도 아닌냥 그렇게 정훈은 혼자 불안함과 싸우고 있었다...저 만치에서 어머니와 김형사가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여정의 모습도 보였다. 정훈만 느낀 것일까? 여정 또한 떨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지금의 자신처럼 뭔지 모를 불안감에................................
여정은 알았다. 분명 그것은 여진의 느낌 바로 언니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언니가 아니었다. 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 언니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자신의 몸을 통해 어머니와 싸우고 있을때,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 안에서 분명 여정은 여진, 바로 언니를 보았다.
"언니..여진언니 언니.....!!"
".................................."
"언니 나야..여정이..언니 나야 대답 좀 해봐..어떻게 된거야...언니..."
여진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여정을 바라다 보았다, 그때 익숙하면서 낯선 느낌을 여정은 받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냥 여정을 신비하게 쳐다보고 있는 여진의 눈 동자가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 이거였나, 어머니가 말씀 하신게, 이곳으로 오기전 어머니가 말했다.
"아마 넌 오늘 너의 언니를 만나게 될게다, 하지만 그건 네 언니가 아니다, 네 언니의 몸 속에 봉인되었던, 혼, 정화되어진 혼이다, 아기의 때묻지 않은 눈을 가졌으며, 아무것도 아닌 미약하기 그지 없는 태아일것이나, 그건 틀림없이 무한한 힘을 가진 예전의 그 녀석일게다, 그녀석의 정화된 혼을 만나게 될게다"
그랬다 그것은 그녀석의 혼이었다. 정화되어진 혼, 영과 불리되어진 그 혼이었다, 하지만 여정은 그래도 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녀석을 무시 할 수 없었다. 그 좁은 틈으로 팔을 집어 넣으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여정의 손이 언니에게로 뻗어 나갈때마다 언니는 이리저리로 피해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손이 언니의 몸에 닿았다. 순간 뭔가의 묵직한 기운이 여정을 몸을 타고 흘렀고, 그대로 정신을 일어버렸다.
서서히 정신이 들었지만, 여정은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김형사에게 끌리다 싶이 하여 옮겨질 때도 여정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몰랐지만, 그 녀석과 맞닿았을때 그녀석의 힘에 의해 여정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것이다.
여정은 무서웠다. 지금 자신은 움직일 수조차 없다, 그런데 만약 다시 언니를 만나게 된다면 지금 상태로선 아무것도,무엇도 언니에게 해 줄 수 없다는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여정은 자신도 몰랐지만, 이미 자신의 몸에 걸려져 있던 마비는 풀렸었다. 하지만 아직 여정은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정훈과 김형사, 그리고 어머니는 여정을 중심원으로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었다. 뭔지 모를 기운이 점점 결계 안에서 차 오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냥 어두운것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가스 덩어리처럼 보이는것들이 사방에서 몰려드는것 같았다.
그 중 몇몇은 결계에 부딪쳐 파란 전기를 일으키며 뒤로 물러 났다,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결계는 작동이 되었고, 그 기운이 강할 수록 결계 안은 숨이 막힐듯한 긴장감이 팽팽하게느껴졌다. 김형사는 두려웠다. 지금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어떤것인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자신보다 연약해 보이는 정훈과, 어머니 또한 이렇게 무덤덤하게 대처 하는것을 보며 두렵고, 창피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다는것이 위로되지는 않았다.
"저 저도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아까 말씀 하신 그 새벽닭의 깃털이라도 휘둘러 볼까요?"
김형사는 농담반 진담반 말을 내 뱉었다, 그러고나서 멋쩍은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정훈은 달랐다. 갑자기 품 속을 뒤지더니 작은 은장도 만한 크기의 양날검을 꺼내어 주었다.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예전에 형이 일본에 다녀오면서 가져다 준것인데, 어떤 사찰에서 얻었다고 했어요, 검의 이름도 출처도 잘 몰라요 다만 간혹 보면 이런 요기 안에서 빛을 발하고, 그 빛이 뿜어져 나오면 요기가 근처에 근접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호신용으로 가지고 계세요..."
김형사는 그거라도 손에 쥐니 왠지 용기가 샘솟는듯했다. 그 검을 손에 쥐자 떨리는 느낌이 있었다. 마치 검에서 어떤 기운이 뻣어 나오듯 웅웅 거리는 떨림, 그 느낌이 오자 신기하기도 했지만 뭔가 대단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형사는 검을 앞으로 휘둘러 보았다 작기는 했지만, 은은한 빛을 띄며, 사방으로 그 빛을 흩뿌리듯 넓게 호선을 그리며 칼은 자유자제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사방에서 몰려들던 검은 덩어리 같은것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결계를 완전 뒤덮어버린듯 했다. 안쪽에서는 이제 더 이상 밖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사 현장의 모습도 이 공간 외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점점 그 덩어리들의 압박이 심해지는것 같았다. 결계를 만들기 위해 주위에 흩어 놓았던것들의 떨림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아까 그려놓은 원형에서 다시 빛이 발하고 있었다...
"때가 된것 같에 다들 준비하게, 절대 방심하면 안되네 저 녀석은 더 이상 우리의 통제에 묶여 있지 않을게야, 아까는 우리가 불러내서 온것이지만 지금은 제 스스로 왔기에, 아까와는 달라..그러니 다들 조심...해야해......"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원형 위로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사악한 기운과. 냉기를 뿜으며, 여정...아니 여진이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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