읏차나도 여기에 소설이나 올려볼까.웹소설 챌린지리그에서 Sephitoths;Circulation ring 올리다가 전부 글 삭제하고, 네이트 판이라는 곳이 어떻길래 까이는 지 구경왔다가나닛?! 판춘문예? 를 외치고는 이곳을 발견하고 부리나케 들어옴. 장르:판타지*혹시나 몰라서 말씀드리는 데, 이거 배경이 카발라 신앙에 있습니다. 엔하위키나 위키백과에서 세피로트의 나무라도 치고, 보고 오세요. 이해가 잘 갈겁니다. 떡밥도 정리되고요.개요:신의 지를 상품으로 내건 거대한 게임이 시작된다. "이 게임은 전부 조작됐어." 탐욕으로 게임에 참가하는 자,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자, 누군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자, 죄악을 잊고 욕망에 눈이 먼 참가자들이 펼치는 신 죽이기 프로젝트. *에반게리온과 세계관이 중첩될 수도 있지만, 세피로트의 나무를 이용한다는 사실만 같을 뿐, 그 밖의 배경은 전혀 다릅니다. Sephiroths;Circulation ring
*창세기(創世記)
*사도(使導)
1부-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 헤매는 자들을 내려다보며 미소짓는 자.
“....을 연자는 ...이...”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창문을 열어두었나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영하15℃의 한겨울이다. 그러나, 춥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팔에 소름이 돋고, 털이 곤두서는게 보였다. 머리카락이 주뼛 서는 것도 느껴진다. 어라, 왜 춥지 않지? 아, 알겠다. 어두운 배경 때문에 윤곽만이 보이는, 형체가 일그러진 내 앞에 앉은 자의 말때문이었다. 그자가 희한한 미소를 지으며 지껄이는 말은...
혼란. 그 자체였다. 카오스, 그 자체. 내 뇌를 구성하는 모든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지하게 만든 그 말. 뇌사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본적인 생명유지 조차 되지 않게 만드는 말.
난 조심스럽게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먼저, 심장부근에 손을 올려보았다.
휴, 뛰고 있군. 다행이다. 식은땀이 흐른다. 아직 살아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춥지 않은거지? 다른 무의식적 반응은 전부 제대로인데, 왜 추운 것만은 그대로지?
그때, 어렴풋이 내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충격을 받으면 주위에서 뭐라고 떠들건 간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고회로가 정지하여,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오른손을 들어,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고, 식은땀을 닦았다. 그런데, 왜 추운 것만은 느껴지지 않는거지? 이미 소름이 돋았는데 말이지.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침묵을 지키며 해괴한 미소만을 짓고 있던 윤곽만 남고, 얼굴에는 어두운 심연만이 그득그득 차있는 녀석이 이번에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난 뒤집어질 뻔 했고, 이번에는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간담이 서늘해지고, 다리가 떨려왔다. 금방이라도 입고 있던 반바지에 실례를 할뻔 했으며, 기침을 연달아 토해냈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왔으며, 심장이 크게 뛴다. 어떡해, 나 곧 죽으려나 봐.
“.....시작됐다. 난 게임이 정말 좋아. 말들을 움직이고, 조작한다. 흑기사는 그의 여자를 어떻게 구해낼까? 난 나이트가 정말 좋아. 멋있거든. 한 게임 할래? 나의 오래된 친구여.”
어쩐지 저 놈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내게만은 이 우주에서 가장 사악하고, 간교하며, 모순적이고, 편애적이며, 절망적인 웃음으로 보였다.
녀석은 히죽 한번 더 웃고는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체스게임을. 말들은 모두 놓여졌다.”
창세기(創世記)-신의 유일한 유희의 일기(日記)
“에...그러니까, 이 증명이라는게...”
아침에 면도를 하지 않았는지,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자신보다 몇 배는 큰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앞에 놓고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무언가를 쓱쓱 써내려 가고 있었다. 중년의 남성은 안경을 쓰고 있었음에도 잘 보이지 않는지, 화가 난 건지,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며 미간을 연신 찌푸리고는 마카를 손에 쥐고 글씨를 거침없이 써내려 가고 있었다. 색이 바랜 은발을 한 남자는 보드마카를 놀리던 손을 멈추더니,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며 조금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에게 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퍼져나갔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수업을 해보려 합니다. 제 강의는 분명 ‘수학의 역사에 관한 강의’ 이지만, 오늘은 조금 철학적인 주제를 여러분께 던져드리려 합니다.”
남자는 옆으로 조금 물러나 그에게 가려 보이지 않았던 화이트보드의 중앙 부분이 학생들에게 보일 수 있게 만들었다.
*증명
결론:황혼의 이슬=쾌락과 즐거움=무한(無限)
가정:황혼이 끝날 때, 세상도 끝을 맞는다.
황혼의 이슬은 태양이 지평선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진다.-⓵
태양이 지평선에서 사라지는 때는 어둠이 드리우는 때이다.-⓶
어둠이 드리우면 세상은 종말을 맞이한다.-⓷
황혼의 이슬은 밤이 찾아오면 사라진다.-⓸
쾌락 또한 황혼의 이슬과도 같아서, 얼마 유지되지 않고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⓹
⓵,⓶,⓷번을 통해 우리는 황혼이 끝날 때, 세상은 고요한 종말을 맞이하며, 그 끝은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無’임을 알 수 있다.
無는 영원한 ‘계속’을 지칭하며, 그 존재는 투명해서, 어떤 세계의 사이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無는 어디에도 존재하며, 세계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므로, 無는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을 이용하여, 우리는 종말을 맞은 세계에 무한(無限)이라는 상태가 유지되고, 지속됨을 알 수 있다.-ⓐ
쾌락은 ⓹번에 의해 황혼의 이슬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⓷,⓸에 따라 황혼이 끝나고, 밤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 세계의 종말이 찾아옴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황혼의 이슬은 ⓐ,ⓒ에 의해 無라는 투명한 공간(두 세계의 사이 또는 빈 공간)속에서 영원히 유지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에 의해 황혼의 이슬은 쾌락과 성격이 같음을 알 수 있다.
고로, 황혼에 존재했던 이슬과 쾌락은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황혼에 존재했던 쾌락은 無라는 이름 하에, 영원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영원히 계속됨은 무한(無限)이라고도 달리 표현할 수 있다.
고로, 황혼의 이슬=쾌락=무한(無限)이다. Q.E.D
화이트보드에 써진 증명을 본 학생들은 모두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강의석의 곳곳에서는 교수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는 식의 귓속말이 오고 갔다.
“교수님 요즘 좀 이상하시더니... ‘도를 아십니까?’에 끌려가서 세뇌당한 거 아냐?”
“으...무서워. 요즘 세상 흉흉하다니까. 이 강의 유명한 강의라 힘들게 들어온 건데...”
곳곳에서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는 신경질적인 남자는 마치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 화이트보드를 보드마카로 시끄럽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딱딱딱딱딱!
“조용하세요. 조용. ......여러분에게 철학적인 주제를 던져준다 하지 않았나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쾌락의 정의입니다. 쾌락은 비록 겉보기에는 단 한 번의 덧없는 것일지라도,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쾌락의 연속으로 이어져있지요.”
은발의 남자가 진중하게 말을 시작하자, 의자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수근거림이 잦아들었다.
학생들의 눈빛은 이제 누구 하나 ‘앞에 있는 교수가 노망이 났거나 사이비 종교 단체에 이끌려 가, 세뇌당한 교수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 강의석의 맨 뒤편에서 안경을 낀, 갈색으로 염색을 한 학생이 손을 들며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우리의 삶은 쾌락 뿐 아니라, 고통과 절망 또한 있는 데요?”
교수라 불리는 남자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고민 하는 듯 하더니 손을 들어 질문을 던진 학생을 향해 무표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는 것 같았다.
“고통과 절망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쾌락으로 간주되지요. 대표적으로, 마조히즘이라는 것이 그 예입니다. 또한, 인간은 고통과 절망을 느낄 때 비로소 쾌락을 알게 되니, 삶이 쾌락의 연속이라는 것을 입증시키려면 꼭 필요한 대전제라고 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인간들을 양이라 비유하고, 그 양을 모는 양치기 개가 있다고 해봅시다. 아마 양들은 양치기 개에게 보호를 받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강요받을 때 더욱 안정을 느낄 것입니다. 반면, 양들은 자유를 갈망하게 되겠지요. 양들은 결국 자유를 얻고, 그 자유 속에는 무질서함과 폭력 상태, 이른바,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상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자유 속에 존재하는 양들과 자유를 억압당해 자유를 빼앗긴, 고통과 절망이 질서와 함께 공존하는 양들을 비교해 봤을 때, 어느 쪽이 더욱 큰 쾌락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지만,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에서도 인간들은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쾌락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사람에게 국한된 논리입니다. 그들은 정상인과는 다른, 일종의 ‘사이코패스’ 로 분류되어 우리와는 다른 취급을 받지요. 여기서는, 정상인을 두고 말하는 거랍니다. 그리고 그것은, 쾌락이 아닌, 공포일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쾌락을 잊게 만들죠.”
남자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모두 멍청한 금붕어처럼 눈을 끔뻑거리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찌푸려진 얼굴을 펴고는, 학생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조금 억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삶은 쾌락의 연속이고, 인간은 쾌락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럼, 여기서 조금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신예나양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신예냐양?”
쿠우우...쿠우우...
신예나의 옆에 앉은 여자 한명이 신예나의 옆구리를 샤프로 쿡쿡 찌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일어나..! 교수님이 부르시잖아!”
엎드린 채 침을 흘리며, 코까지 골며 골아떨어져 있는 신예나는 옆구리에 샤프가 네댓번을 더 찔린 후에야 간신히 눈을 비비적거리며 머리에 온통 까치집을 지어 놓고는 허리를 폈다.
“읍...! 으하냡! 음냐... 우으으... 음...아? .......아아... 좀 만 더 꿨으면, 10억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하하하하하!”
강의실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쳐 흘렀다. 정확히는 비웃음. 정민수를 향한 비웃음이었다.
신예나는 비웃음에 아랑곳않고 화이트보드 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신예나 옆에 앉은 여학생은 이미 잘 익은 토마토와 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으흐윽...이 뇬은 맨날 강의실에서 쳐 자빠져 잠이나 자고..! 어떻게 총을 한 번도 안 맞았나 몰라?”
남자는 신예나를 향해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는 질문해왔다.
“자네는 왜 사나?”
“.....예?”
신예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있다가 갑작스런 질문에 흠칫 놀라는 듯 했다. 그러나 남자는 전혀 당황스런 기색 없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귀가 안 좋은가? 좋아. 내, 자네를 위해 친절하게 다시 한번 들려주지. 강의실이 워낙 넓어, 그 쪽까지는 안 들릴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묻겠네. 자네, 왜 사나?”
신예나의 눈꼬리가 올라가며 남자를 노려보는 눈이 되었다. 신예나는 비위가 상했다는 듯이 긴 침묵 끝에 조심스럽고 무게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지금 절 비아냥거리시는 겁니까?”
신예나의 거침없는 발언에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신예나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아닐세. 아무런 장난기도 없이, 자네를 조롱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이, 순수하게 자네가 사는 목적을 물어보는 것일세.”
“음...글쎄요. 맛있는 회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프흡...! 프하하하하하!”
강의실이 다시 한번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웃겨 죽겠다는 듯한 리액션을 취하며 신예나를 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신예나를 향해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제가 좋아하는 건 ‘회’라는 음식이고, 회를 먹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거든요. 그렇지만, 맛있는 회를 먹는 것 외에는 달리 인생에서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이 없습니다.”
“그럼, 이 강의는 왜 듣는 거지?”
“여차저차 하다보니...이렇게 됐네요. 저도 공대에 온 것을 후회합니다.”
“그럼 잘 됐군. 자네는 대학을 졸업하면 부모님께 사업밑천을 떼어다가 일식집을 차려 일식집 주방장이 되면 되겠구만? 그러면 그 좋아하는 회도 실컷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일세.”
신예나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그의 표정은 장난이나 치자는 것이 아니라는 듯 했다.
“안 그래도, 그럴 셈입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나 공장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즐거운 일을 하면서 말아먹더라도, 한 번은 해보고 죽는게 적어도 제 인생에서는 유익할 테니까요.”
남자는 알 듯 말 듯하게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 간 웃음을 지으며 신예나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자네의 욕망에 충실하군. 됐네. 그 정도면 됐어.”
신예나는 남자의 음흉한 미소를 보자,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오싹한 냉기를 느꼈다. 기분나쁜 감각이었다. 여태껏 여러번 그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눈물이 흐르도록 감동을 받았을 때, 추웠을 때, 미치도록 화가 났을 때.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때의 오싹함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흐음...마치 냉동실에 척수만 따로 뽑아 신경을 길게 늘어뜨려 뇌에 연결시켜 넣은 다음 척수 부분만 별도로 냉동시켜버리는 듯하군.’
공대생인 그녀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표현방법이었다.
부스스함에도 성숙미가 풍기는 신예나는 예사롭지 않은 외모로 남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끌기도 했었지만, 그녀의 성품이나 생활방식, 호탕함등을 보고는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진 이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이목구비가 잘 드러난 얼굴, 오밀조밀한 눈, 코, 입, 거기에 맞춰 어울리는 보조개나 쌍꺼풀, 긴 흑발의 생머리까지. 성숙한 여인의 본보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신예나는 성숙미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가냘픈 몸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니고 있는 큰 가슴은 보는 남학생들을 야릇한 상상에 잠기게 했다. 남학생들은 이를 두고, 성숙미 대신 ‘섹시하다’라고 규정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갔다.
그랬기 때문에 남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리는 척 하며 신예나의 흉부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 음흉한 시선에 이젠 익숙하다는 듯이 시선을 주지 않는 신예나는 남학생들로 하여금 ‘츤데레’의 면모까지 지닌 이른바 모에의 요소를 모두 갖춘 그들만의 여신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길게 늘어뜨린 흑발과 전형적인 흰색 줄이 두 개 그어져있는 진홍색의 백수용 츄리닝, 화장기 없는 세수만 한 민낯과 그럼에도 촉촉한 앵두빛 입술로부터 어우러져 나오는 자태는 가히 ‘숙녀’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신예나는 남자를 보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뭐가 되었다는 거죠, 교수님?”
“곧...곧 알게 될 거야. 네가 구세주가 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았겠지.”
신예나는 아리송한 기분을 억누르며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몇 개의 질문을 더 던져봤자, 교수는 더 이상의 명확한 대답을 들려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뜬뜬뜬뜨든~뜬뜨든뜨든~뜨드드든뜬뜨드든~뜨드든~뜨드든뜨드든~뜨드든뜨드드든~뜬뜬뜬뜬뜬~
뜨든~
수업을 마치는 것을 알려주는 종이 울리자, 남자는 정리하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떼고는 학생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오늘 배운 것은 여러분에게 있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오늘 배운 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날이 올 겁니다.”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학생식당으로 가기 위해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신예나는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남자를 몇 십초 더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강의실에서 나왔다. 남자는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못 했는지 뒤돌아선 채 보드마카를 지우며 음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신예나가 강의실을 빠져나오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신예나의 옆에 앉았던 여학생이 보였다.
“먼저 가지~ 지금 가면 우동 전부 팔렸을 거 아냐?”
“그러게, 이 뇬아. 빨랑 빨랑 안 나오고 뭐해? 뭐, 교수님이랑 연애라도 하시나~?”
신예나는 자신의 옷소매를 걷어 올린 후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 소름 돋은 거 봐. 어휴...”
“그런데, 왜 교수님이 너한테 그런 요상한 말을 한 거지?”
“내가 묻고 싶어. 하여튼, 학기 초부터 이상한 노인네야. 걸툭하면 시비걸고, 맨날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이거, 성희롱으로 고소해도 되나?”
신예나의 옆에 있던 여학생이 깜짝 놀라며 신예나의 등짝을 두들겼다.
짝!
“아야.... 손만 커가지고는...하...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힘이 세냐?”
“너만 하겠어? 그보다, 너 그러다가 무고죄로 역관광 당하면 어쩌려구?”
“에이, 설마 요즘 여성부도있고...설마 내가 성희롱 당했다는 데, 나한테 불리하게 작용하겠어?”
“으휴...너 진짜 그러다가 고소미 먹는다?”
신예나와 여학생은 소소한 환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 새 학생식당에 도착해 있었다.
“으아...우글우글하네. 역시, 우동은 못 먹겠어.”
학생식당은 수 많은 인원들로 바글바글 거렸다. 학생식당은 특히 우동이 여느 일식 음식점 못지 않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그에 반해 가격은 그런 음식점들에 비해 약40~50%까지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 메뉴가 되어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저렴한 가격의 음식들이 맛까지 좋아서 학생식당은 등록금으로 인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대학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게. 그렇다면, 이 몸의 점심의 역사에 다시금 빵의 역사가 쓰이는가! 한참 영양공급이 필요할 도서실에 쳐박혀 사는 부실한 공대학생들에게 크림빵 한 조각이 웬 말인가! 아아, 눈물 젖은 크림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신예나는 여학생을 몇 초동안 지긋이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지랄하네. 빨리 빵이나 사러 가자.”
“읏... 지랄이 뭐냐, 지랄이!”
“맞지, 지랄. 왜, 염병도 추가해 줄까?”
“으윽! 넌 얼굴도 예쁜애가 왜 그리 입이 거치냐?”
그 말을 듣자, 본관의 정문을 향해 성큼 성큼 걷던 신예나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신예나는 여학생을 사납게 노려보고는 말했다.
“하예림,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하지마. 편견과 그릇된 시선이 한 사람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단 걸 잊지마.”
세피로트
장르:판타지*혹시나 몰라서 말씀드리는 데, 이거 배경이 카발라 신앙에 있습니다. 엔하위키나 위키백과에서 세피로트의 나무라도 치고, 보고 오세요. 이해가 잘 갈겁니다. 떡밥도 정리되고요.개요:신의 지를 상품으로 내건 거대한 게임이 시작된다. "이 게임은 전부 조작됐어." 탐욕으로 게임에 참가하는 자,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자, 누군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자, 죄악을 잊고 욕망에 눈이 먼 참가자들이 펼치는 신 죽이기 프로젝트.
*에반게리온과 세계관이 중첩될 수도 있지만, 세피로트의 나무를 이용한다는 사실만 같을 뿐, 그 밖의 배경은 전혀 다릅니다.
Sephiroths;Circulation ring
*창세기(創世記)
*사도(使導)
1부-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 헤매는 자들을 내려다보며 미소짓는 자.
“....을 연자는 ...이...”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창문을 열어두었나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영하15℃의 한겨울이다. 그러나, 춥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팔에 소름이 돋고, 털이 곤두서는게 보였다. 머리카락이 주뼛 서는 것도 느껴진다. 어라, 왜 춥지 않지? 아, 알겠다. 어두운 배경 때문에 윤곽만이 보이는, 형체가 일그러진 내 앞에 앉은 자의 말때문이었다. 그자가 희한한 미소를 지으며 지껄이는 말은...
혼란. 그 자체였다. 카오스, 그 자체. 내 뇌를 구성하는 모든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지하게 만든 그 말. 뇌사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본적인 생명유지 조차 되지 않게 만드는 말.
난 조심스럽게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먼저, 심장부근에 손을 올려보았다.
휴, 뛰고 있군. 다행이다. 식은땀이 흐른다. 아직 살아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춥지 않은거지? 다른 무의식적 반응은 전부 제대로인데, 왜 추운 것만은 그대로지?
그때, 어렴풋이 내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충격을 받으면 주위에서 뭐라고 떠들건 간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고회로가 정지하여,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오른손을 들어,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고, 식은땀을 닦았다. 그런데, 왜 추운 것만은 느껴지지 않는거지? 이미 소름이 돋았는데 말이지.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침묵을 지키며 해괴한 미소만을 짓고 있던 윤곽만 남고, 얼굴에는 어두운 심연만이 그득그득 차있는 녀석이 이번에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난 뒤집어질 뻔 했고, 이번에는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간담이 서늘해지고, 다리가 떨려왔다. 금방이라도 입고 있던 반바지에 실례를 할뻔 했으며, 기침을 연달아 토해냈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왔으며, 심장이 크게 뛴다. 어떡해, 나 곧 죽으려나 봐.
“.....시작됐다. 난 게임이 정말 좋아. 말들을 움직이고, 조작한다. 흑기사는 그의 여자를 어떻게 구해낼까? 난 나이트가 정말 좋아. 멋있거든. 한 게임 할래? 나의 오래된 친구여.”
어쩐지 저 놈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내게만은 이 우주에서 가장 사악하고, 간교하며, 모순적이고, 편애적이며, 절망적인 웃음으로 보였다.
녀석은 히죽 한번 더 웃고는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체스게임을. 말들은 모두 놓여졌다.”
창세기(創世記)-신의 유일한 유희의 일기(日記)
“에...그러니까, 이 증명이라는게...”
아침에 면도를 하지 않았는지,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자신보다 몇 배는 큰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앞에 놓고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무언가를 쓱쓱 써내려 가고 있었다. 중년의 남성은 안경을 쓰고 있었음에도 잘 보이지 않는지, 화가 난 건지,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며 미간을 연신 찌푸리고는 마카를 손에 쥐고 글씨를 거침없이 써내려 가고 있었다. 색이 바랜 은발을 한 남자는 보드마카를 놀리던 손을 멈추더니,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며 조금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에게 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퍼져나갔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수업을 해보려 합니다. 제 강의는 분명 ‘수학의 역사에 관한 강의’ 이지만, 오늘은 조금 철학적인 주제를 여러분께 던져드리려 합니다.”
남자는 옆으로 조금 물러나 그에게 가려 보이지 않았던 화이트보드의 중앙 부분이 학생들에게 보일 수 있게 만들었다.
*증명
결론:황혼의 이슬=쾌락과 즐거움=무한(無限)
가정:황혼이 끝날 때, 세상도 끝을 맞는다.
황혼의 이슬은 태양이 지평선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진다.-⓵
태양이 지평선에서 사라지는 때는 어둠이 드리우는 때이다.-⓶
어둠이 드리우면 세상은 종말을 맞이한다.-⓷
황혼의 이슬은 밤이 찾아오면 사라진다.-⓸
쾌락 또한 황혼의 이슬과도 같아서, 얼마 유지되지 않고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⓹
⓵,⓶,⓷번을 통해 우리는 황혼이 끝날 때, 세상은 고요한 종말을 맞이하며, 그 끝은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無’임을 알 수 있다.
無는 영원한 ‘계속’을 지칭하며, 그 존재는 투명해서, 어떤 세계의 사이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無는 어디에도 존재하며, 세계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므로, 無는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을 이용하여, 우리는 종말을 맞은 세계에 무한(無限)이라는 상태가 유지되고, 지속됨을 알 수 있다.-ⓐ
쾌락은 ⓹번에 의해 황혼의 이슬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⓷,⓸에 따라 황혼이 끝나고, 밤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 세계의 종말이 찾아옴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황혼의 이슬은 ⓐ,ⓒ에 의해 無라는 투명한 공간(두 세계의 사이 또는 빈 공간)속에서 영원히 유지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에 의해 황혼의 이슬은 쾌락과 성격이 같음을 알 수 있다.
고로, 황혼에 존재했던 이슬과 쾌락은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황혼에 존재했던 쾌락은 無라는 이름 하에, 영원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영원히 계속됨은 무한(無限)이라고도 달리 표현할 수 있다.
고로, 황혼의 이슬=쾌락=무한(無限)이다. Q.E.D
화이트보드에 써진 증명을 본 학생들은 모두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강의석의 곳곳에서는 교수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는 식의 귓속말이 오고 갔다.
“교수님 요즘 좀 이상하시더니... ‘도를 아십니까?’에 끌려가서 세뇌당한 거 아냐?”
“으...무서워. 요즘 세상 흉흉하다니까. 이 강의 유명한 강의라 힘들게 들어온 건데...”
곳곳에서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는 신경질적인 남자는 마치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 화이트보드를 보드마카로 시끄럽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딱딱딱딱딱!
“조용하세요. 조용. ......여러분에게 철학적인 주제를 던져준다 하지 않았나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쾌락의 정의입니다. 쾌락은 비록 겉보기에는 단 한 번의 덧없는 것일지라도,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쾌락의 연속으로 이어져있지요.”
은발의 남자가 진중하게 말을 시작하자, 의자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수근거림이 잦아들었다.
학생들의 눈빛은 이제 누구 하나 ‘앞에 있는 교수가 노망이 났거나 사이비 종교 단체에 이끌려 가, 세뇌당한 교수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 강의석의 맨 뒤편에서 안경을 낀, 갈색으로 염색을 한 학생이 손을 들며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우리의 삶은 쾌락 뿐 아니라, 고통과 절망 또한 있는 데요?”
교수라 불리는 남자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고민 하는 듯 하더니 손을 들어 질문을 던진 학생을 향해 무표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는 것 같았다.
“고통과 절망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쾌락으로 간주되지요. 대표적으로, 마조히즘이라는 것이 그 예입니다. 또한, 인간은 고통과 절망을 느낄 때 비로소 쾌락을 알게 되니, 삶이 쾌락의 연속이라는 것을 입증시키려면 꼭 필요한 대전제라고 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인간들을 양이라 비유하고, 그 양을 모는 양치기 개가 있다고 해봅시다. 아마 양들은 양치기 개에게 보호를 받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강요받을 때 더욱 안정을 느낄 것입니다. 반면, 양들은 자유를 갈망하게 되겠지요. 양들은 결국 자유를 얻고, 그 자유 속에는 무질서함과 폭력 상태, 이른바,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상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자유 속에 존재하는 양들과 자유를 억압당해 자유를 빼앗긴, 고통과 절망이 질서와 함께 공존하는 양들을 비교해 봤을 때, 어느 쪽이 더욱 큰 쾌락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지만,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에서도 인간들은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쾌락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 사람에게 국한된 논리입니다. 그들은 정상인과는 다른, 일종의 ‘사이코패스’ 로 분류되어 우리와는 다른 취급을 받지요. 여기서는, 정상인을 두고 말하는 거랍니다. 그리고 그것은, 쾌락이 아닌, 공포일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쾌락을 잊게 만들죠.”
남자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모두 멍청한 금붕어처럼 눈을 끔뻑거리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찌푸려진 얼굴을 펴고는, 학생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조금 억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삶은 쾌락의 연속이고, 인간은 쾌락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럼, 여기서 조금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신예나양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신예냐양?”
쿠우우...쿠우우...
신예나의 옆에 앉은 여자 한명이 신예나의 옆구리를 샤프로 쿡쿡 찌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일어나..! 교수님이 부르시잖아!”
엎드린 채 침을 흘리며, 코까지 골며 골아떨어져 있는 신예나는 옆구리에 샤프가 네댓번을 더 찔린 후에야 간신히 눈을 비비적거리며 머리에 온통 까치집을 지어 놓고는 허리를 폈다.
“읍...! 으하냡! 음냐... 우으으... 음...아? .......아아... 좀 만 더 꿨으면, 10억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하하하하하!”
강의실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쳐 흘렀다. 정확히는 비웃음. 정민수를 향한 비웃음이었다.
신예나는 비웃음에 아랑곳않고 화이트보드 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신예나 옆에 앉은 여학생은 이미 잘 익은 토마토와 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으흐윽...이 뇬은 맨날 강의실에서 쳐 자빠져 잠이나 자고..! 어떻게 총을 한 번도 안 맞았나 몰라?”
남자는 신예나를 향해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는 질문해왔다.
“자네는 왜 사나?”
“.....예?”
신예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있다가 갑작스런 질문에 흠칫 놀라는 듯 했다. 그러나 남자는 전혀 당황스런 기색 없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귀가 안 좋은가? 좋아. 내, 자네를 위해 친절하게 다시 한번 들려주지. 강의실이 워낙 넓어, 그 쪽까지는 안 들릴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묻겠네. 자네, 왜 사나?”
신예나의 눈꼬리가 올라가며 남자를 노려보는 눈이 되었다. 신예나는 비위가 상했다는 듯이 긴 침묵 끝에 조심스럽고 무게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지금 절 비아냥거리시는 겁니까?”
신예나의 거침없는 발언에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신예나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아닐세. 아무런 장난기도 없이, 자네를 조롱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이, 순수하게 자네가 사는 목적을 물어보는 것일세.”
“음...글쎄요. 맛있는 회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프흡...! 프하하하하하!”
강의실이 다시 한번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웃겨 죽겠다는 듯한 리액션을 취하며 신예나를 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신예나를 향해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제가 좋아하는 건 ‘회’라는 음식이고, 회를 먹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거든요. 그렇지만, 맛있는 회를 먹는 것 외에는 달리 인생에서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이 없습니다.”
“그럼, 이 강의는 왜 듣는 거지?”
“여차저차 하다보니...이렇게 됐네요. 저도 공대에 온 것을 후회합니다.”
“그럼 잘 됐군. 자네는 대학을 졸업하면 부모님께 사업밑천을 떼어다가 일식집을 차려 일식집 주방장이 되면 되겠구만? 그러면 그 좋아하는 회도 실컷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일세.”
신예나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그의 표정은 장난이나 치자는 것이 아니라는 듯 했다.
“안 그래도, 그럴 셈입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나 공장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즐거운 일을 하면서 말아먹더라도, 한 번은 해보고 죽는게 적어도 제 인생에서는 유익할 테니까요.”
남자는 알 듯 말 듯하게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 간 웃음을 지으며 신예나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자네의 욕망에 충실하군. 됐네. 그 정도면 됐어.”
신예나는 남자의 음흉한 미소를 보자,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오싹한 냉기를 느꼈다. 기분나쁜 감각이었다. 여태껏 여러번 그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눈물이 흐르도록 감동을 받았을 때, 추웠을 때, 미치도록 화가 났을 때.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때의 오싹함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흐음...마치 냉동실에 척수만 따로 뽑아 신경을 길게 늘어뜨려 뇌에 연결시켜 넣은 다음 척수 부분만 별도로 냉동시켜버리는 듯하군.’
공대생인 그녀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표현방법이었다.
부스스함에도 성숙미가 풍기는 신예나는 예사롭지 않은 외모로 남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끌기도 했었지만, 그녀의 성품이나 생활방식, 호탕함등을 보고는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진 이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이목구비가 잘 드러난 얼굴, 오밀조밀한 눈, 코, 입, 거기에 맞춰 어울리는 보조개나 쌍꺼풀, 긴 흑발의 생머리까지. 성숙한 여인의 본보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신예나는 성숙미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가냘픈 몸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니고 있는 큰 가슴은 보는 남학생들을 야릇한 상상에 잠기게 했다. 남학생들은 이를 두고, 성숙미 대신 ‘섹시하다’라고 규정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갔다.
그랬기 때문에 남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리는 척 하며 신예나의 흉부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 음흉한 시선에 이젠 익숙하다는 듯이 시선을 주지 않는 신예나는 남학생들로 하여금 ‘츤데레’의 면모까지 지닌 이른바 모에의 요소를 모두 갖춘 그들만의 여신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길게 늘어뜨린 흑발과 전형적인 흰색 줄이 두 개 그어져있는 진홍색의 백수용 츄리닝, 화장기 없는 세수만 한 민낯과 그럼에도 촉촉한 앵두빛 입술로부터 어우러져 나오는 자태는 가히 ‘숙녀’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신예나는 남자를 보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뭐가 되었다는 거죠, 교수님?”
“곧...곧 알게 될 거야. 네가 구세주가 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았겠지.”
신예나는 아리송한 기분을 억누르며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몇 개의 질문을 더 던져봤자, 교수는 더 이상의 명확한 대답을 들려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뜬뜬뜬뜨든~뜬뜨든뜨든~뜨드드든뜬뜨드든~뜨드든~뜨드든뜨드든~뜨드든뜨드드든~뜬뜬뜬뜬뜬~
뜨든~
수업을 마치는 것을 알려주는 종이 울리자, 남자는 정리하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떼고는 학생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오늘 배운 것은 여러분에게 있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오늘 배운 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날이 올 겁니다.”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학생식당으로 가기 위해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신예나는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남자를 몇 십초 더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강의실에서 나왔다. 남자는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못 했는지 뒤돌아선 채 보드마카를 지우며 음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신예나가 강의실을 빠져나오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신예나의 옆에 앉았던 여학생이 보였다.
“먼저 가지~ 지금 가면 우동 전부 팔렸을 거 아냐?”
“그러게, 이 뇬아. 빨랑 빨랑 안 나오고 뭐해? 뭐, 교수님이랑 연애라도 하시나~?”
신예나는 자신의 옷소매를 걷어 올린 후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 소름 돋은 거 봐. 어휴...”
“그런데, 왜 교수님이 너한테 그런 요상한 말을 한 거지?”
“내가 묻고 싶어. 하여튼, 학기 초부터 이상한 노인네야. 걸툭하면 시비걸고, 맨날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이거, 성희롱으로 고소해도 되나?”
신예나의 옆에 있던 여학생이 깜짝 놀라며 신예나의 등짝을 두들겼다.
짝!
“아야.... 손만 커가지고는...하...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힘이 세냐?”
“너만 하겠어? 그보다, 너 그러다가 무고죄로 역관광 당하면 어쩌려구?”
“에이, 설마 요즘 여성부도있고...설마 내가 성희롱 당했다는 데, 나한테 불리하게 작용하겠어?”
“으휴...너 진짜 그러다가 고소미 먹는다?”
신예나와 여학생은 소소한 환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 새 학생식당에 도착해 있었다.
“으아...우글우글하네. 역시, 우동은 못 먹겠어.”
학생식당은 수 많은 인원들로 바글바글 거렸다. 학생식당은 특히 우동이 여느 일식 음식점 못지 않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그에 반해 가격은 그런 음식점들에 비해 약40~50%까지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 메뉴가 되어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저렴한 가격의 음식들이 맛까지 좋아서 학생식당은 등록금으로 인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대학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게. 그렇다면, 이 몸의 점심의 역사에 다시금 빵의 역사가 쓰이는가! 한참 영양공급이 필요할 도서실에 쳐박혀 사는 부실한 공대학생들에게 크림빵 한 조각이 웬 말인가! 아아, 눈물 젖은 크림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신예나는 여학생을 몇 초동안 지긋이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지랄하네. 빨리 빵이나 사러 가자.”
“읏... 지랄이 뭐냐, 지랄이!”
“맞지, 지랄. 왜, 염병도 추가해 줄까?”
“으윽! 넌 얼굴도 예쁜애가 왜 그리 입이 거치냐?”
그 말을 듣자, 본관의 정문을 향해 성큼 성큼 걷던 신예나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신예나는 여학생을 사납게 노려보고는 말했다.
“하예림,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하지마. 편견과 그릇된 시선이 한 사람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단 걸 잊지마.”
“어...응, 알았어.”
그러고는 신예나는 본관의 정문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하예림이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신예나가 나간 본관의 정문만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뭐 잘못했나?......”
프롤로그까지도 안 왔습니다.
맛보기입니다.
웹소설 챌린지리그에도 있으나, 현재는 글이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