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일차 - 사랑하면서 헤어져야 하는 이유

솔로훈령병2013.12.03
조회1,171

어제 헤어졌어요 
정말 오랫동안 함께 했던 사람인데 단 하루만에 남이 됐네요^^;
꽤 오랜 시간을 친구로 지내며 또한 꽤 오랜 시간을 연인으로 지내며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을 어제 송두리째 잃어버렸죠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처럼... 허하다는 표현이 공감이 되네요 
가뜩이나 찬 바람이 더욱 매섭게 느껴는 밤입니다

3일 전부터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계속 싸웠는데, 대화도 통화지 않고 고집만 부리던(상대방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애를 보는 순간 문득 '이제 헤어져야 하는구나-'
망치로 얻어 맞은 듯? 발명할 때 머리에 전구불이 켜지듯?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의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는 서로 많은 욕심이 있었어요
서로 안 맞는 부분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 부분을 최대한 좁히고자 노력했었죠
하지만 아무리 꼬맨다 해도 이미 난 구멍을 
마음에 쏙 들게 만들기란 어려운건가 봐요

헤어지는 날 
우리는 이런 얘기를 했어요
지겹다. 지루하다. 진절머리가 난다.
어쩌면 오래된 연인들의 오래된 유행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늘 똑같은 상황, 반복되는 이야기, 지치게 만드는 일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은 절대 바뀔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애는 자주 했지만 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
'헤어지자' 하고 말해버렸어요
금기를 깬 것처럼 무서웠어요
이제 돌이킬 수 없구나- 싶어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알겠다고 헤어지자고 하면서 망설임 없이 얘기하는 그 애를 보면서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었구요
그렇게 30여분을 울다가 
다시는 못 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꼭 껴안았어요 정말 꼬옥 안았어요
하지만 마음만은 확실했어요
꼭, 무조건, 확실히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을 안고 울고 있다가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이별 1일차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우리 어제 헤어졌지' 이거였어요
굉장히 좋은 꿈을 꿨던 것 같은데 꿈에서 깨자마자 왜 그런 생각을 바로 했는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헤어진 것도 꿈인가 싶어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집었죠
혹시 문자가 와있지는 않을까 부재중은 없을까 했지만 역시 깨끗하더라구요
내사랑- 에서 이름 세글자로 변해있는 그 애 번호
혹시나 싶어 지웠다가 다시 저장했어요
왜 다시 저장했는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제 핸드폰에 그 애의 번호가 저장돼있지 않다는게 불안했다고 해야할까요?
이렇게 헤어지면 안됐나? 너무 감정적으로 헤어진 것 같은데...
등등의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죠
뜬금없이 사진첩을 열어 그 애 사진을 보다가 왈칵 눈물이 났어요
실컷 울고 화장실에 씻으러 갔는데 이를 닦는데 또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안되겠다싶어 밥을 먹으려고 차리는데
밥을 먹을 땐 안 슬픔;;
멍 때리고 생각보다 잘 먹었어요 
별일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오바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친구랑 전화통화를 하고 미뤄놨던 일을 하면서도-
갑자기, 불현듯, 문득 
전화가 오면 어쩌나
받아야 하나 말아야하나 
내 생각하고 있을까 
속이 후련할까 아님 나처럼 힘들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로 시간이 훌쩍 지나갔구요
방 정리를 하다가 아직 전해주지 못한 편지들을 발견하고는 읽다가 또 한참을 울었네요
그 안에 너무도 행복해보이는 제 모습이 있어서 슬프더라구요 
편지 속 제 모습이 부럽기도 하구요
아직 못한게 많은데 제가 너무 섵불리 선택했던 것일까요?
약속했던 여행  함께 보기로 한 영화   같이 사기로한 옷
미련덩어리처럼 구는게 제가봐도 제가 한심해요 

친구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친구를 기다리며 집 앞 의자에 앉아있는데
또 그 애가 자주 기다리던 의자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이제 좀 지겹다 싶어 휴지로 열심히 닦고 웃는 낯으로 친구를 만났어요
술 한 잔 하자 싶어서 이런 저런 얘기하고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들었는데 
갑자기 온 전화 한통,
그 애 였죠-
신나게 웃고 떠들던 나는 까맣게 잊고 갑자기 전화를 보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친구가 절대 전화를 받지 말라며 말렸구요
근데 갑자기 온 문자 한 통
행복하게 잘 지내-
갑자기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구요
지금 전화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겠다
그런 마음이 들어 전화를 했습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으니 너무 불안했어요
제발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
간절했었죠 
드디어 전화를 받은 그 애
15분 40초
저는 엉엉 울기만 했지만,  그 애는 못해준 말이 많다며 잘 지내라는 얘길 했어요
꽤나 긴 통화를 마치고 아찔해졌어요
우리가 헤어진 건 현실이구나...
엉엉 울며 집에 가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겠죠
제가 바뀐다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최대한 나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한테 못 되게 군 그 애
나한테 거짓말 한 그 애

집에 들어오니 또 허무해지고 머리도 띵하고 멍하네요 
방에 불을 켜고 혼자 멍하니 있으니
엄마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며 물어보네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불키고 무언가 하려는데
제가 뭘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제가 평소에 뭘 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아요
불안하고 초조하고 너무 힘들어요
이별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견뎌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구요
다시 돌아가서 그냥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자꾸 마음이 약해져요
저는 잠도 오질 않고 계속 눈물만 나는데
그 애는 거하게 한 잔 걸치고 코 골며 잘 자고 있겠죠
서로 행복하려고 한 선택인데 지금은 불행하기만 하네요 
도저히 평범하게 버틸 자신도 없어요 
헤어질 때 가졌던 확신도 없어요 
그 애 곁에 없으면서 제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어요

아직 1일 차라 그런 거겠죠
시간이 지나면 저도 행복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