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위험했던 순간들

산타2013.12.12
조회239

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30대 흔녀입니다.

짧지 않은 생을 살면서, 그다지 굴곡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TV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돌이켜보니 저에게도 위험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글을 올려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갈게요.

 

1. 한밤의 트럭 운전사

 

 대학에 갓 입학한 3월이었어요, 친구랑 늦게까지 종로에서 놀다가, 밤 11시쯤 집에가는 좌석 버스를 탔더랬죠. 집은 경기도 신도시라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아마 시간상 거의 막차였을 거에요.

 

 아침부터 놀았던 터라 피곤했는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바깥 창이 완전 어둡더라구요. 집인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허허벌판 논, 들이 정류장인 까닭에, 허둥지둥 벨을 누르고 내렸어요.

 

 역시나 시계를 보니 거의 새벽 1시가 되어가고 있었고, 주변은 야산, 논, 들이고, 집이고 상점이고, 찾아볼 수가 없는 국도변이었어요. 당시는 삐삐 시절이라 전화를 걸 수도 없었고, 주위에 공중전화라고는 찾아볼수도 없었죠.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도저히 여기가 어디쯤인지, 집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짐작조차 안갔지요. 이미 버스는 끊긴 거 같고, 지나가는 차도 한 대 없었어요.

 

 그래도 그 자리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집 방향으로 인도도 없는 국도변을 걷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2차선 도로였는데, 곧 왕복 4차선 도로로 연결되더라구요. 차들을 쌩쌩 달리고, 전 길가에 바싹 붙어서 걸었어요.

 

 한 30분을 걸었나, 갑자기 뒤에서 빵~ 소리가 들리길래 봤더니, 작은 트럭에 30대 정도의 아저씨가 어디 가냐고 물으시더라고, 그래서 아파트 단지를 말했더니, 가는 길이라고 타라시더라구요. 그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갈지 감도 안잡히고, 피곤도 해서, 네, 하고는 옆 좌석에 탔어요.

 

 그래도 긴장이 되었는지 앞만 보고 가는데, 곁눈으로 아저씨가 저를 흘끔흘끔 보는 시선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콧노래도 흥얼거리시고,..차로 2~30분을 간 뒤에야 결국 아파트 단지가 나왔고, 저는 감사합니다., 하고 빛의 속도로 내리고 집을 향해 내달렸어요.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해서, 그 때 무슨 깡으로 그 트럭을 탔었는지,.. 가끔씩 뉴스에서 여성 납치, 강간 등의 소식을 볼때마다, 그 때 일이 떠오르곤 해요. 그래도 다행히 착한 운전사 분, 감사합니다.

 

2. 질주하는 덤프트럭

 

 역시 대학 1학년 때 일이었요. 수업이 없던 날, 시립 도서관을 갔더랬죠. 공부도 좀 하고, 책도 이것저것 빌리고, 집으로 가려고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죠. 시간은 어스름히 노을 지는 약간 어둑해지려는 때였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 신호등만 보고 있었죠.

 

 곧 파란 신호등올 바뀌자마자, 길을 건너려는데, 옆에 서 있던 한 아주머니분이, 어,어, 하는 소리를 내시더라고요. 왜 그러시지 하고 왼쪽의 아주머니분을 바라보느라 잠깐 멈칫 했는데, 정말 제 한 발자국 앞으로 덤프트럭이 시속 100km 로 지나가더라고요. 그 길이 약간 내리막 경사였는데, 트럭이 빨간 신호등인데도 멈추지 않고 지나간 거였어요.

 

 아주머니는 너무 놀래서, 미처 피하라는 말도 못하시고, 어,어, 하는 소리만 내신거고요. 제가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넜으면, 바로 트럭에 치이는 상황이었죠.

 

 정말 간발의 차로 피한 교통사고,..그 때 이후론 신호등 바뀌고, 좌우 살펴보고 건너는 버릇이 생겼어요.

 

3. 하얼빈에서의 조선족 가정 방문

 

 대학 때 잠깐 중국 어학 연수를 갔었는데, 겨울방학을 맞아, 하얼빈 빙등제를 보러 갔었어요. 침대 열차를 타고 2박3일을 가는 여정이었는데, 그 때 옆 칸의 한 조선족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자기네 고향이 하얼빈에서 멀지 않으니, 빙등제 구경하고, 놀러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친구랑 둘이서, 빙등제 구경도 하고, 하얼빈 관광도 하고, 더 이상 할 것도 없어지자, 그 아저씨 말씀이 생각나서, 연락을 하고, 다시 하얼빈에서 3시간 거리의 소도시로 갔더랬죠. 그리고, 아저씨 사촌 여조카네 집에서 2주를 머물렀답니다.

 

 한길건너 친척들이 사는 터라, 돌아가 방문하면, 대접받고, 마침 구정 설이라 불꽃놀이도 구경하고, 2주가 2일처럼 후딱 지나갔어요.

 

 당시 사촌 조카는, 우리보다 한 살 어렸었는데, 부모님을 한국으로 일하러 가고, 오빠도 일하러 대도시로 나가서, 안 본지 몇 년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를 초대한 조선족 아저씨도 한국에서 건설 공사장에서 일하셨는데, 막판에 임금을 떼어먹혔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융숭하게 대접해주시고, 돌아가는 기차표까지 끊어주셨어요.

 

 요새, 조선족에 대한 안 좋은 말들도 있고, 범죄도 있고, 그런데, 10여년전 기차에서 잠깐 만난 아저씨를 뭐를 믿고, 그 집까지 찾아가서 2주를 머물렀는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안 가네요.

 그래도 덕분에 겨울이면 생각나는 좋은 추억들을 가지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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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소소한 것들도 꽤 많네요. TV에서나 보는 사건,사고들이, 어쩌면 한끗차이로 저에게도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들이라 생각하면, 지금 이 삶이 소중하고 감사하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조심하면서 살아야 겠구나 생각도 들고요.

 그럼, 이만, 첫눈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