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에 두드려 맞고 난 후기(스압 有)

28남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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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본분에 충실치 못해 내놓을만한 명함없이 이일 저일 하다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일을 했던 이십대후반 남자임.

 

 

올 3월 경 ,

간만에 동창들과 저녁이나 먹으면서 소주나 한잔 할까 하고 부모님의 가게로 친구들을 소환함

나를 포함한 남자 셋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셋이 소주를 한병정도 마셨을까..

갑자기 오싹한 느낌과 함께 화장실이 가고 싶어 화장실로 나섬.

부모님의 가게 화장실은 남/여 구분이 되어있으며,

심지어 여자화장실은 가게 안에 있고, 따뜻한 시트가 돋보이는 비데마저 설치되어 있음

하지만 남자화장실은 매장에서 나가 계단을 반층 타고 올라가야 있기에 아직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화장실에 도착.

 

문을 잠그고 지퍼를 내리려는 찰나!

누군가가 문을 신나게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림.

부모님의 가게=나의 가게, 게다가 화장실 문은 나무

저 정도 파워로 문을 걷어차면 고장나겠다 싶기도 하고, 뭔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 제끼는 순간

뽝! 하는 소리와 함께 별이 보임..

 

응? 땀찍

 

 

누군가가 주먹으로 내 면상을 후려쳐 고개가 제껴지고 이게 뭔가 싶은 찰나에

왠 여자가 날 끌어안고 화장실 안으로 무작정 밀고 들어옴...(이봐요 아가씨 여기 남자화자실..;;)

 

냅다 문을 잠근 아가씨가 마냥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친구가 만취네 어쩌네 양주를 다먹어서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와중에 내 얼굴에 불꽃주먹을 날린 취객은 밖에서 신발,까치, 등등 별에별 욕설을 내뱉으며

난동을 부리고 있고

상황파악하고 나니 괜히 웃겨서 경찰서에 신고나 할 겸 전화를 찾는데..

난 화장실에 올 때 겉옷을 벗어두고 왔고...=ㅅ =

내 핸드폰은 겉옷 주머니에 있고..

 

'저기 괜찮으니까 일단 전화나 줘봐요' 방긋

'저 전화 안들고왔는데..;;'  슬픔

 

그러고보니 이 여자도 놀라서 날 밀고들어온 듯 손가방이니 짐이 하나도 없고 겉옷도 안걸치고 있었음;;

일단 가게로 가야겠기에

지 친구랑 싸움날까봐 날 못나가게 막던 여자를 뒤로하고 (이 여자야 맞은 건 나야..ㅠ)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취객은 여직 난동중이고

친구들이 팔다리 붙잡고 연신 죄송하다 고개를 조아리며 난리도 아님..

 

웃겨서 피식피식 거리며 '놀고들 있다 아주'라는 시선을 날려주고 유유히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는데 뒤에서 날아오는 발길질에 맞아 무려 여섯계단을 부웅 하고 날아 한달음에 내려와버림...- _-;;

웃음이 짜증으로 바뀌며

'아 화장실계단에 cctv도 없는데 저걸 죽여살려하며 분을 삭히고 일단 가게로 옴'

 

가게로 돌아가니 지 친구가 뭔일을 당하고 왔는지도 모르고

이 와중에도 지들끼리 히히덕 거리며 놀고있던 친구놈 둘

이 개베이비들 니들 어디가서 뚜드려 맞아도 신고도 안해줄꺼야 - ㅅ-버럭버럭버럭버럭버럭버럭버럭버럭

 

"야 내 옷좀 줘봐"

친구1 : "밖에 춥간?"

친구2 : "춥긴, 늙었다고 곯아서 이 날씨에 무슨"

"아 됐고 옷이나 줘봐"

친구1 : "아나, 어디 갈라고?"

친구2 : "고기나 궈 얼른 배고파, 어? 야 니 입술 왜그러냐?"(일찍도 봤다 개놈새키찌릿)

친구1 : "어? 기네, 맞았냐?"

"어 오x싸러 갔다가 죽빵맞고 왔음ㅋㅋ"

친구2 : "어이구 잘 한다 이젠 뚜드려 맞고 다니네"

친구1 : "누군디? 어디서 맞았간? 싸웠어? 왜그려?"

 

 

친구 맞았다고 둘다 또 쪼르르 달려가는 거 붙잡아놓고

상황설명하고 경찰서 전화하는 중이니까 괜히 때리고 쌈질하지 말라 타이름..

지구대에 전화하고 나니 어느새 가게 앞이 시끌시끌..허걱

친구 놈들이 기특하게 말을 얼마나 잘 듣나 손 끝하나 대지도 않고 얼마나 도발을 했나

둘다 한대 씩 맞고 취객은 몸을 못가눠 바닥에 뒹굴거리고 있음;;ㅋㅋ

그 와중에 아버지께서 친구1이 취객한테 죽빵 맞는 거 보시더니

학창시절에 거짓말하다 걸려 보이신 

"금니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줄께" 라는 화난표정으로 주먹쥐고 나가시는거 겨우 말리고

나가서 구경하고 있으니 지구대에서 순찰차 두대가 와서 정리 됨

정리되고 보니 취객일행은 취객1+男 1+女3..

취객, 男1, 친구1, 친구2는 같은 차에 타고 지구대로 먼저 가고

난 女3과 함께 차를 타고 지구대에 가는데 하는얘기가 더 가관 ㅋㅋ

자기는 고등학생 때 경찰차를 타봤네, 난 언제 타봤네, 취객 걔 만취해서 오늘 또 저 ㅈㄹ이네

등등 보조석에 타고있는 순경과 난 창밖을 보며 서로 키득키득 대고있고

일단 사건접수 하고 조서는 며칠뒤에 와서 작성하자기에

다시 가게에 와서 못다한 식사를 마치고 무사귀가..ㅋㅋ

 

그 와중에 우리 사모님

찰지게 욕하시며 '요 앞에 노래방 뒤로 끌고가서 쥑쌀나게 패버리라는 둥, 친구2 이제 맞고다니냐는 둥 ..(사모님... 다친 아들 놈 빈말이라도 걱정 좀...엉엉)

 

알고보니 그 날 취객이 너무 취해서 접수도 못하고 다음 날 다시 오라고 내보냈는데

몇시간 안지나서 또 사람때려 지구대에 왔다고 함 ㅋㅋ

 

좁은 동네 인지라 다음 날 선후배들 하나 둘 전화와서

'가게 앞에 순찰차 와 있더라, 미성년자 걸렸냐, 사고났냐, 무슨 일 있냐, 싸움났더라 구경했냐'

 등등...

취객나이 방년 21세, 고등학교 태권도부 출신..

좁은동네에서 차마 어린 취객에게 맞았다고 말하기 부끄러워 사실을 숨겼으나..

딱 다섯시간만에 걸려서 한 두달 간은 술자리만 가면 어린애 한테

맞고 다닌다며 손가락질 받은 건 비밀;;..

 

며칠 뒤 지구대에서 조서 쓰면서 진단서 제출해서 상해로 접수시키고, 또 며칠 지나 연락와서

피의자가 사과하고 싶다고 니들 연락처를 물어보는데 알려줄까?(알고 지내는 형님) 라시길래

흔쾌히 그러라고 했으나..

감감무소식;;

 

수 개월이 지나 검찰로 송치되고 약식명령 판결이 난게 아무래도 사람 셋을 줘 팼으니 벌금 내는게 싸게 먹히겠구나 싶어서 벌금낸 모양..

미리 말했다 시피 동네가 좁고, 이미 나이어린 취객에게 맞은 건 비밀아닌 비밀이기에

취객 이름, 나이, 출신학교, 집주소, 가정환경(응..? 이건 왜 알려준거지...), 등등 자잘하게 다 알고있었음

 

좁은동네이기에 치료비나 받고 사과받고 넘어갈 요량으로 찾지도 않고 그냥 뒀더니

하는 꼬라지가 괘씸해서 지급명령 판결문이라도 날려야 찾아올까 싶어 소장 접수 준비중..

인데

 

중요한 건,

이 시점에서 어떻게 끝 마무리를 지어야 할 지 13분째 고민 중..

 

하아.. 20분 고민하다가 그냥 끝 !

 

p.s : 술먹고 부린 객기의 결말로 찾아오겠음 - 파안

 참, 이거 소장접수 시킬꺼라고 전화로 미리 얘기해줘도 되는거임?

괜히 전화로 협박이네 어쩌네 헛소리 할까봐 생각 중인데 실천은 못하고 있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