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충분히 아파하고나니 고마운 감정만 남았네요.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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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각기 다른 강도의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이 곳 저 곳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또 다시 슬퍼하고 그랬네요.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똑같은 조언이나 인생의 진리들도 막상 배가 부른 시점에서는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게.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제서야 무엇이 문제였나, 어떤걸 고쳐야 했었나, 우리가 공유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었나, 내 마음의 자리를 상대방에게 얼마나 내어주고 있었나 뼈저리게 깨닫네요. 애석하게도 우리는 계속 실패하면서, 넘어지면서 똑바로 걷는 법을 배워가나봐요.


제가 사랑하는 동안 했던 착각은, 우리의 사랑은 그 어떤 연인들보다도 특별하고 소중하기에 절대 변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에요. 이별을 맞이하고 많은 이들의 이별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다들 저만큼이나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들을 하셨더라구요. 그들 모두가 사랑하는 그 순간에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구요.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누구나 다 겪는 그런 만남, 사랑, 이별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면 그렇게 특별하고 소중할 수 없게 되는건가봐요. 그리고 그런 사랑의 끝자락에는 모두들 저만큼이나, 어쩌면 저보다 더 많이 당황하고 슬퍼하고 방황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이미 이별을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네요. 그들도 나처럼 다들 이렇게 아파하고 또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고, 마음을 치유해 가는구나.  처음엔 마음이, 머릿속에 차오르는 생각들이 도저히 통제가 안돼서 온갖 이별지침서, 경험글 등을 마구 찾아봤어요. 재회에 대한 글도 정말 수도없이 찾아보았구요. 그러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별을 받아들이고, 나의 감정을 마주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마음이 찢어지는 감정들을 하나 둘씩 받아들이면서 슬퍼하고 또 슬퍼했네요. 슬픔, 미련, 분노, 아쉬움, 그리움 등의 감정이 두서없이 마구 찾아왔었어요. 하루는 정말 슬펐다가 하루는 정말 화가 났다가 하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하루하루 '아직도 많이 아프구나, 아직 내려갈 계단이 남았구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이제 오르막이 나올거야. 조금만 더 아파하자'라는 생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 까지 내려갔어요. 빠져나가는 눈물만큼 살도 빠지고 식욕도 함께 사라져가더군요. 아침에 눈을 뜨는게 너무 싫었어요. 아직 나는 잠에서 깰 준비가 안되어있는데, 온전히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벌써 지나가버렸다니.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날은 배가고프다는 생각과 함께 그간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던 눈물이 눈가에 맺히는 정도로 줄어들었더라구요. 그 때 생각했어요. 이제 오르막의 시작인걸까. 그러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르막길을 오르는 건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것보다 백배는 시간이 오래걸리더라구요. 그래서 또 다시 슬퍼졌어요. 이렇게 느리게 괜찮아져서 어느세월에 그 사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면서요. 

 

그에게 정말 연락하고 싶었고, 너무너무 보고싶고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지만 관계라는 것은 일방통행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깨어진 사랑 앞에서 미련덩어리로 집착을 칭칭감고 그에게 매달린 전여자친구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기에. 이미 식은 사랑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서 작별을 고하고 나의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정말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 때마다 오늘 하루만 꼭 참자. 라는 생각으로 꾹 참고 버텼어요. 대신 그에게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나의 마음, 못다한 이야기들은 저의 일기장에 매일같이 쏟아내면서 혼자 울고, 혼자 다독이고, 혼자 추억했어요.

 
저는 변해버린 그의 마음이, 그 사랑이 너무 야속하고 믿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나를 사랑해주던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변할리 없어. 라면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며 이미 끝나버린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끝도없이 만들어 냈어요. 그렇게라도 그 사람과의 이별을, 아니 사랑의 시간을 붙잡고 싶었나봐요. 변한 사랑을 인정하려고하니 제 자신이 너무 보잘것 없어지는 것 같고, 앞으로는 사랑같은 것 믿을 수 없을 것 같고, 그저 두렵고 무서운 마음에 이불속으로만 파고들어 울고만 싶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변한 그의 사랑에 아파하기보다는 과거 우리의 소중했던 사랑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시절, 나의 마음을 꽉 채워주었던 사람이 있었고 그가 내게 부어준 관심과 애정, 그 순간 순간 내가 느낀 행복감만으로도 우리의 만남 자체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 말이에요. 변한 그의 마음을 붙들고 "나를 더 사랑해줘, 전에 주었던 애정과 관심을 내게 부어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욕심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부끄러운 저의 모습이라는 걸 알게되었어요. 아직은 그의 새로운 여자, 새로운 사랑을 축복해 주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분노, 집착, 애증의 마음은 많이 정리가 되었네요. 그렇게 그를 미워하는 마음, 버려진 존재라는 사실로 나를 자학하던 마음들을 걸러내고 나니까 좀 더 저를 사랑하고 싶어지네요. 그 동안은 제 스스로 자존감이 너무 추락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저를 위로할 수 있는 단계가 온 것 같아서 많이 기뻐요^^.


다들 이별로 많이 힘드실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끝이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도 있는 것일테구요.


물론 정말 많이 힘들거에요, 그치만 분명한 사실은 그 아픔과 슬픔의 강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약해진다는 것이에요. 누구나에게 시간차는 존재하겠지만, 아픔이 크다는 것은 사랑의 크기도 컸다는 것일테니 그건 남부럽지 않은 기억과 추억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이겠네요^^.

중요한 것은 아픔을 통해 깨달은 그 배움이 잘못된 트라우마로 작용되지 않도록 감정과 이성을 잘 조절하시고 자신의 마음을 잘 보듬으며 잘못된 생각들이나 망상들은 과감히 쳐내야 하는 점이에요. 저역시 아직도 과거를 추억하며 끝도없이 감상에 젖어들어 힘든 날들이 찾아오지만 그럴때마다 생각해요. 잠시 주저앉았지만, 또 뒤를 돌아보고 말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다보면 힘들던 그 순간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 오래된 서재에 한권의 책처럼 꽃히게 될거라는 생각.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 제가 얼마나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는지 알게되었고, 선물처럼 주어진 나의 인연에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인연에 감사하며 그 관계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네요. 순간의 설렘이나 잠시의 권태로움에 진짜 내 모습을 사랑해주던 사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살면서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사랑을 통해 제 존재의 이유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함께 나의 도화지를 예쁜 그림으로 채워나가면서 그런 충만함을 느껴보았던 것 같네요. 그리고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의 기쁨을 모두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이별은 정말 아팠지만, 여전히 생채기가 남아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을거에요. 너무 아파서 다시는 사랑같은 것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겁쟁이는 되지 않을거에요.


우리 다들 열심히 아파하고 일어나서 새로운 기적을, 충만함을 느낄 그 순간을 기대해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