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 남자가 납치를 당한 이유

존무섭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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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와이구야 님

 

 

그 남자가 납치를 당한 이유





점성이 짙은 어둠이 눈에 찰싹 들러붙어 답답하고 불쾌함이 든다. 발목을 싸고있는 이질적인 느낌에 손을

대보니 쇠고랑이 채워져있다. 그것은 어딘가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듯 날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끈적이는 액체가 볼을 타고 흘렀다. 입가에 스친 그것을 혀로 핥아보자 낯설진 않은 맛이든다. 머리테로 조

이는 듯한 두통에 몸을 휘청였다. 그러자 뚝뚝-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끈함

이 든다. 몸을 애워싸는 쓰라림도 만만치가 않다.

오른손으로 왼쪽 팔을 쓸었다. 살갓이 벌어지며 또다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오른손을 흥건하게 적

신 그것을 혀로 핥아보았다. 이번엔 확신했다. 이것은 '피'라고.

살이 벌어지는 것은 왼쪽 팔만이 아니였다. 양 손으로 몸 어디어디를 쓸어도 시큰함이 들며 피가 흘렀다.

심지어 뱃가죽엔 벌어지는 살갓이 밀집되어 이루 말할수 없는 고통이 전기처럼 짜릿했다.

누구일까? 날 이지경으로 만든 녀석은 누구란 말인가? 눈에 들러붙은 빽빽한 어둠과 쓰라린 고통에 숨이 가

빠온다. 정신은 혼미해져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지만 날 이지경으로 만든 녀석을 떠올려 본다.





그날은 회사의 회식이 있었다. 바쁜 나날과 남 앞에 마음껏 몸을 드러낼수 없는 직업탓에, 오늘같은 회식

은 꿀과 같다.

여자를 끼고 술병을 쥐고 담배 한 개피를 손가락 두개로 집고 회식을 즐겼다. 선배, 동료, 후배 모두가 모

여 이 밤을 불태워 볼 심산이다. 시간이 갈수록 회식은 그칠 생각을 안하고 무르 익어만 갔다. 2차, 3차, 4

차를 거듭하며 술병을 들이켰다. 이 세상 모든 종류의 술을 마실 기세로 오만가지에 술을 목구녕으로 쏟아

부었다.

몸을 휘청였다. 하늘이 빙빙돌아 구역질을 유도했다. 몸은 휴식을 원하고 있었지만 뇌는 이밤의 즐거움을

더 원하고있었다.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치며 5차를 원했다. 그런 나를 후배들이 만류했다. 신경질 적으로 얼굴을 붉혔지만

후배들은 나를 한사코 말렸다. 머리가 핑 돈다. 정신이 혼미하다. 휴식이 필요했다. 그제서야 후배 녀석에

게 몸을 의지했다.

후배 한 놈이 날 부축하여 집까지 인도했다. 어느덧 푸르스름한 새벽녘이다. 하늘에 떠있는 흐릿한 달을 바

라보자 구토가 올라온다.

- 우웨에에엑!

전봇대 옆에 토를 게워냈다. 순간 정신이 맑아 지는듯 하였으나, 언제 그랬냐는듯 지독한 두통이 머리를 싸

맸다. 꾸우욱- 양 엄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힘껏 눌러보지만 이곳 저곳을 누비는 두통은 사라질 기색이

없다.

어느덧 집앞이다. 식은땀을 흘리던 후배녀석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난 열쇠를 찾기 위해 주머니

를 뒤적였다. 이윽코 손에 잡힌 열쇠를 꺼내어 구멍에 맞추어 끼우려했다.

그순간 이였다.

머리에 둔탁한 느낌이 든 것은…….





답답한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아니 걷히기 보단 내가 그것에 적응을 했다. 시야를 가리는 끈적한 피를

손등으로 훔쳤다.

난 최대한 시야를 넓히려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방안에 있는거라곤 나와 나의 발목을 싸고있는 쇠

고랑이 전부였다. 작은 창문조차 없다. 완벽한 밀실이였다.

방 안을 모두 파악한 나는 이번엔 나의 몸을 살폈다. 안 보일 적에도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상처가 심

각하다. 듬성듬성 베인 자국들이 몸 전체에 분포되어 있었다.

벌어진 살갓을 하나하나 닫았다. 오른속 검지와 엄지를 사용하여 벌어진 살을 덮었다. 긴 주사 바늘이 살

을 파고드는 느낌이다. 끔찍한 고통의 시간이 흘러갔다.

녀석을 알것 같다. 날 이지경으로 만든 녀석. 물론 얼굴은 보지 못하였지만, 그날 밤 나의 머리를 강타한

녀석이 분명하다. 녀석에게 맞았던 부위는 모래더미를 삽으로 판듯 살이 푹 파여있다.

녀석은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자꾸만 끊어지려 하는 신경의 줄을 이어 고뇌했다. 내가 녀석에게 원한

을 살만한 일을 했는가? 그동안 내 행동 반경에선 그러한 일은 결단코 없었다. 바쁜 나날에 누구에게 미움

을 살 일은 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어제 일 때문인가? 오랫만에 마셨던 술이 화근을 불러 일으킨 것인가?

하지만 술을 퍼부었음에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기억이 나의 뇌속에 박혀있었다. 그것을 열어 차

근차근 되씹어 보아도 없었다. 그럼 왜 일까? 무엇일까? 녀석에게 납치를 당해야만 했던 '이유'란 무엇이

란 말인가?

- 딸칵, 철커덩

방 문 넘어 소리가 들려왔다. 낯설진 않은 소리. 현관문이 열린듯하다.

저벅저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두 눈을 부릅떴다. 쓰라린 고통과 녀석의 대한 분노로 방 문이 뚫

릴 정도로 쏘아봤다. 내 심장은 북이되어 일정한 속도로 쿵쿵 거렸다.

끼이이이익- 녹이 쓴 방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녀석이 나타났다. 실루엣만 보아선 두명이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녀석은 풍만했다. 큼직한 살덩이 하나가 비좁은 방 문을 비집고 들어왔다.

- 딸칵!

플라스틱의 마찰 소리가 들리자 방 안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난 눈을 감았다. 갑작스런 빛은 거부감이 들었

다. 슬며시 실눈을 뜨며 빛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뿌옇던 시야가 차차 맑아졌다.

'뭐야?'

녀석의 모습에 당황했다. 100kg은 거뜬한 육덕진 몸매에 터질듯한 검정색 교복. 기름진 단발머리에 꼽힌 캐

릭터 머리핀은 그 냄새에 표정을 찡그린듯 하다. 얼굴엔 듬성듬성 노오란 여드름이 개나리처럼 피어있다.

불룩 나와있는 뱃살처럼 상단에도 불룩한 두개에 살덩이가 있다.

녀석은 다름 아닌 여자였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날 납치한 것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니. 그것도 교복입은 학생. 그년은 등에 맨 가방을

한 구석으로 던졌다. 지방이 고루 분포된 입고리가 힙겹게 올라갔다. 그년은 웃었다. 피투성이가 되버린 나

를 바라보며.

"넌, 누구지?"

입을 열자 닫혔던 살들이 다시 벌려진다. 용가리처럼 입을 크게 벌려 붉은 피를 뿜어냈다. 다시금 지끈한

고통이 살을 애웠다.

"그게 뭐가 중요하죠? 어짜피 아저씬 죽게 될것인데요."

그년은 퉁명한 목소리로 끔찍한 사실을 토해냈다.

"도데체 왜? 내가 무엇때문에 죽임을 당해야하지?"

이곳에 온 이후로 날 자꾸만 괴롭히던 질문을 했다. 바로 이유. 내가 납치를 당해야만 했던 이유를 그년에

게 물었다.

"그걸 몰라서 물어요?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고도 느끼지 못했단 말이에요?"

"그..그래. 도저히 모르겠어. 그러니 질문하는거 아니겠어? 뭐냐.. 뭐란 말이냐? 날 이지경으로 만든 이유

가 무어란 말이냐!"

난 흥분을 토해냈다.

"어허, 것 참! 뭐 그리 궁금한게 많아요? 곧 죽을 사람이. 기다려 봐요. 차근차근 알수 있으니."

그년은 방 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년이 방으로 돌아왔다. 누군간을 끌

어 당기며.

난 끌려온 그 녀석을 바라보며 심장이 덜컹했다.

"너…넌?"

"어... 선배님?"

녀석은 나의 후배였다. 그날 밤 나를 집앞까지 데려다 준 후, 억지 웃음을 머금은채 사라졌던 녀석이였다.

하지만 녀석이 지금 상황에 왜...?

"우리 오빠 귀엽죠?"

그년은 후배녀석을 쓰다듬으며 역겨운 웃음을 지었다. 후배녀석은 그날 밤, 나에게 보여주었던 억지 웃음보

다 더한 억지 웃음을 짓고있었다. 그는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후배 녀석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꺠끗했다. 하지만 기이하게 묶여 옴짝달싹 할수도 없었다.

그년의 면상이 후배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혀를 내밀어 살랑였다. 점성 짙은 침이 길게 늘어졌다. 아이스케

키을 핥듯 후배의 볼을 핥았다. 더러운 침이 들러 붙었다. 여전히 후배는 억지 웃음을 머금고있다.

살랑이던 혀는 후배의 얼굴 구석구석을 핥고 이번엔 입을 향해 다가갔다. 자연스레 벌어진 입으로 축축하

고 두툼한 혀가 들어갔다. 입 천장을 훑고, 아래도 훑었다. 여전히 후배는 억지 웃음을 머금으며 자신도 혀

를 낼름거렸다.

구토가 올라왔다. 속이 매쓰꺼워 도저히 볼수가 없다. 조각처럼 잘생긴 후배가 육덕진 그년과 키스를 나누

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두 눈을 질끔 감았다. 차라리 이 답답한 어둠이 나을성싶다.

잠시후 눈을 떴다. 그년은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 후배의 얼굴엔 침이 흥건하다. 구릿한 냄새가 나는듯

하다.

"무슨 일이야? 넌 무엇때문에 이 꼴이 된거야?"

난 다급하게 물었다.

"모.. 모르겠어요. 선배님을 데려다 준 이후에 눈을 떠보니 이곳이였어요. 그리곤 저 여자가 나타나서 절

성폭행하기 시작했어요.. 미칠것만 같았지만 어쩔수 없었어요. 그녀가 하자는 데로 하고 시키는 데로 했어

요. 살고 싶었어요. 살고 싶어서 엿같지만 버텨내고 있는거에요.."

후배 녀석은 눈물을 흘렸다. 실력으로 인정 받던 후배는 미래가 밝았다. 그런 녀석이 이꼴이 되어버렸으니

모든게 원망 스러울 것이다.

그나저나 나의 의문은 더욱 강력해졌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그년은 잘생긴 후배의 스토커 정도로만 생각

된다. 하지만 나는 왜? 연관성이라곤 같은 직업을 가진 것 뿐이다. 평소 후배에게 따듯하게만 대해주었으

니 원한이 될만한 껀덕지는 없었다.

또다시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년은 이번엔 여자를 끌고왔다.

"학-학- 신발년. 조카 무겁네."

그년이 데려온 여자는 두려움이 가득찬 얼굴이였다. 시퍼렇게 질린 입술이 덜덜 떨렸다. 왠지 그녀도 낯설

지는 않다.

"유.. 유리씨?"

후배 녀석이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 이름을 듣고 그녀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니 머리가 번쩍였다.

그녀와 후배 녀석은 사귄다고 소문이 났었다. 조각같은 후배와, 한 폭의 그림같은 그녀는 최고의 조합이였

다. 그 누가 봐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커플이였다. 하지만 둘은 부인했다. 사귀는게 절대 아니라

며 손을 펼쳐 손목을 사정없이 흔들며 부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사귄다고 믿었다.

그런 그녀라면 이해가 간다. 헛소문이였든 진실이였든 일단 사귄다고 소문이 났으니 스토커인 그년의 입장

에선 화가 날만 하다. 특히 지독한 스토커인 저년이라면 더욱 이해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쳐도, 나는

왜일까..?

그년은 여자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말했다.

"오호라, 이것들 사귀는거 맞나보네? 신발! 그렇게 부인하더니 그 걱정하는 눈까리는 뭐야? 내가 이년보다

못해? 못한게 어디있어!"

거울좀 보자 신발년아.

"아, 아니에요! 절대 사귀는거 아니에요! 난 저 남자랑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진짜에요! 믿어주세요 제

발!"

"신발년아! 넌 닥치고 가만히있어!"

듣고있던 후배 녀석이 말했다.

"저.. 저기요. 그 여자분 말은 사실이에요. 그 소문은 헛소문일뿐, 결단코 사귀는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여자만은 놓아줘요. 부탁 드립니다.."

"뭐야? 그럼 걱정하는 그 말투는 뭔데? 날 농락해? 내가 머저리처럼 보여? 내가 그것도 못 알아 차릴것같

아?"

그년은 잡고있던 머리채를 놓았다.

"도저히 못참겠어. 니가 좋아하던 이년의 얼굴을 망가뜨려주지."

그년은 팽개쳐 놓았던 자신의 가방을 집었다. 지퍼를 열어 속에 들어있던 섬뜩한 그것을 들었다.

오른손에 부엌칼을 들고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왼손으로 다시한번 머리채를 붙잡는다. 힘껏 잡아당기자 그

녀의 얼굴이 쭉 당겨졌다. 그년은 팽팽해진 여자의 얼굴에 칼을 대었다.

"망가뜨려, 망가뜨려!"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그었다. 작은 살덩이가 붉은 피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꺄아아악!"

여자는 쓰라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동공은 하늘을 우러러보다 사라지고 흰자위만 가득했다. 그년은 요동

치는 그녀의 머리채를 더욱 쎄게 붙잡았다. 칼로 왼쪽 눈을 찔렀다. 피와 함꼐 끈적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

다. 그녀의 몸부림은 극에 달했다. 팔 다리가 기이하게 꺽이며 살고자 하는 욕망을 불태웠다.

하지만 그년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칼을 들어, 오른쪽 귀를 잘라냈다.

"으아아악! 키이이익!"

여자는 고함을 치다못해,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소리가 마치 웃음소리 같기도 하다.

그 이후에도 수십번에 칼부림이 이어졌다. 여자의 눈을 찌르고, 코를 자르고, 혀를 잘랐다. 수돗 꼭지를 튼

듯 잘려진 부분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렀다. 도무지 잠궈질 생각을 않는다.

그녀의 몸부림은 서서히 꿈틀거림으로 바뀌었다. 그것 마저도 더뎌지더니 이내 작은 움직임조차 사라졌다.

"으아아악!"

후배 녀석은 울분을 토해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지켜봐야만 했던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이 든듯하다.

녀석은 바닥을 뒹굴었다. 시뻘건 그녀의 피가 녀석의 옷에 스며든다.

"히히히…"

그년은 이미 시체가 되버린 여자를 붙잡고있었다. 칼로 그녀의 얼굴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스산한 소리가 귓방울에 맺힌다. 칼로 틈을 내자 눈물처럼 핏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봐바. 괜찮아?"

그년은 벗겨낸 얼굴 가죽을 자신의 얼굴에 대었다. 찐득한 피가 얼굴에 덕지덕지 묻었다. 살 가죽은 그년

의 얼굴을 다 가릴수 없었다.

"괜찮지 않냐구? 니가 좋아했던 여자라며? 지금 내가 그여자의 얼굴을 가졌잖아? 이래도 싫어? 아니면..

내 얼굴이 더 좋은거야? 그런거야? 내말이 맞지?"

그년은 벗긴 살 가죽을 벽면에 던졌다. 날아간 살 가죽은 벽에 붙더니 서서히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후배 녀석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년을 노려봤다.

"씨..신발년.. 왜그랬어? 왜그랬냐고! 그녀는 나와 상관없다 했잖아! 신발!"

그년은 달려들어 후배 녀석에 목을 두 손으로 감았다. 그리곤 힘껏 밀었다. 후배 녀석의 머리가 벽면에 부

딪친다.

- 쿵!

"크으윽.."

후배 녀석은 고통스러운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년은 목을 더욱 강하게 감았다.

"지금 또 저년 걱정을 한거야? 날 앞에두고 또 그런거야? 그런거냐구!"

그년은 또다시 후배를 벽면으로 밀었다.

- 쿵! 쿵!

"으아악!"

후배는 고통의 고함을 내질렀다. 그순간 섬뜩했던 그년의 표정이 변했다.

"아, 아. 미안해. 내가 그만 흥분을 해버렸네? 많이 아팠어 우리 자기?"

그년은 부딪친 후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간순간 변하는 그년의 표정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혼이 빠져버린듯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만봤다. 그년은 단순한 스토커의 수준이 아니였다. 말라가는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긴장한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말했다.

"저, 저기. 여 보라구. 니들 삼각관계는 잘 알겠는데. 난 어쩌란 거야? 내가 무슨 이유로 여기에 껴있는거

야?"

혀로 후배의 얼굴을 핥고있던 그년이 나를 바라봤다. 섬뜩한 표정에 오줌을 지릴것만같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이유를?"

난 더이상 떨리는 입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그,그 그래! 모, 모 모르겠다!"

"그날 기억나지 않아요? 아저씨가 납치되던 날, 오후."

나는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날은 후배 녀석과 나의 달리기 시합이 있던 날이다. 서로의 팀에 대표로 나와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평

소 운동신경이 좋고 몸도 튼튼한 후배 녀석의 승리를 모두가 점쳤다. 반면 살도 포동포동 찌고 운동은 젬병

일것만 같은 나를 모두들 무시했다. 하지만 난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모르는것이 있었다. 몸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달리기를 잘하는가 못하는가가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난 자신이 있었다. 비록 운동신경이

없어 보이지만 달리기 하나만은 학년 톱을 유지해왔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심지어 다부

진 몸매에 후배 녀석 일지라도.

서로가 출발선에 서서 준비를했다. 여유만만한 녀석의 표정이 보인다. 하지만 나도 마찮가지이다.

"추울발!"

나와 녀석은 죽어라 달렸다. 적토마처럼 모래 먼지를 이르키며 순식간에 쭉쭉- 뻗어나갔다. 서서히 거리가

벌어지던것은 반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다. 녀석은 천천히 뒤로 밀려났고, 나는 오히려 가속도가 붙어 미친

듯이 달렸다.

"고올인!"

결국 결승선에 먼저 도착한것은 나였다.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팀 동료들도 달려와 날 부등켜 안았다. 한

없이 기뻐할 무렵 시무룩해진 후배 녀석이 눈에 비췄다.





"아저씬 우리 오빠한테 달리기를 이겨 버렸잖아요."

"뭐..어?"

머리속엔 혼란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모든 상식을 빨아들이자 머리속이 멍해진다. 이게 무슨 궤변이란 말

인가? 소원이던 '이유'를 들었지만 더욱 큰 혼란에 빠져버렸다. 후배 녀석도 처음 들어본 말인듯 눈이 동그

레졌다.

"우리 오빠가 자존심이 얼마나 쎈줄 아세요? 그런데도 달리기를 이기다니 배짱도 두둑하시네요."

"하..하하.. 그러니?"

어이없어 웃음이 흘러나왔다. 미처 다 잠구지못한 수돗꼭지처럼.

"저.. 학생? 아니.. 교복입은 아가씨? 그게 날 납치한 이유가 확실하니?"

"그렇다니까요."

그년은 너무나도 당당했다.

"아, 아.. 아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잖아! 고작 달리기 시합에서 이겼다고 납치를 해?"

"그게 무슨 개소리에요! 우리 오빠의 자존심을 고작 아저씨의 목숨따위와 바꾼다는게 얼마나 원통하고 분한

데!"

개소리는 니가 하고있잖아 신발년아.

"그..그래! 니가 후배 녀석을 좋아하는건 자알~ 알겠어! 하지만 한낱 자존심이 사람 목숨과 같을수는 없잖

니? 안그래?"

"암요! 당연히 같은수가 없죠! 우리 오빠의 자존심이 수억배는 중요하니까!"

이년은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흠, 그나저나 아저씨. 너무 오래 살려둔거 같아요. 슬슬 보내 드려야겠네요."

"잠, 잠깐만! 조금만 더 대화를 해보자고! 니가 생각 하는건 정말이지 말이 안되는 이론이라고! 그러니까

내말 들어.. 천천히 설명해줄테니 하나도 빠짐없이 잘 들어란 말야."

"아, 안되요. 재빨리 아저씨를 보내고 우리 오빠랑 사랑을 나눠야 하거든요. 그러니 그만 가요."

그년이 놓아두었던 칼을 들어 다가왔다. 날카로운 칼날에 형광 빛이 부딪쳐 눈이 부셨다.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년이 나의 앞에 섰다.

"히히. 마지막으로 할 말 있어요?"

숨이 가빠온다. 높디 높은 번지점프대를 보던것처럼 아찔한 기분이 든다. 내가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할까?

후배 녀석한테 한 번 이겨보려 했던게 그리 잘못된 것일까? 나는 혼자남을 후배녀석을 바라보며 마지막 말

을 했다.

"혁아. 먼저 가서 미안하다."

- 푸욱!

그년의 칼은 나의 눈을 파고들었다.

점성이 짙은 어둠이 눈에 찰싹 들러붙어 답답하고 불쾌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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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보]

국내 아이돌 가수 그룹 '천지'의 멤버 이혁(21)군과, 국내 발라드 가수 김상진(29)군이 목요일 'X맨' 촬영

이후 실종되었습니다. 이어서 이혁군의 스캔들 상대인 이유리(20)양이 실종 됨으로써, 그 둘이 도피를 한

게 아니냐란 네티즌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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