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너무 바쁜 남자친구.. 제가 더 이해해야 하나요 (꼭 조언 부탁드립니다)

너구링2014.01.18
조회6,591

안녕하세요? 전 평소에 댓글도 안 쓰고 눈팅만 하던 27 평범한 여자입니다.

 

각설하고 본론부터 들어갈게요.

 

저에게는 작년 5월부터 만난 3살연상의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을때 부터 바쁜 직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주선자 오빠가 '얘 근데 진짜 바쁜데, 너 괜찮겠냐ㅋㅋㅋㅋ' (주선자도 같은 직종) 라고 물어봤는데 전 바쁜남자 완전 좋다고(만나본적도 없음서) 괜찮다고 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만남 이후 남자친구의 적극적인 대쉬로 일주일도 안 되어 사귀게 되었고, 지금까지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 눈에 하트 뿅뿅 했다, 싸우기도 했다 하며 9개월 가까이 만나고 있네요...
 

여기서 간단히 저희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9시 칼출, 6시 칼퇴하는 적당한 업무량과 적당한 급여, 외국계라 그런지 쉬는날은 샌드위치 데이까지 따박따박 쉬는 그런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가시간도 여유로운 편이구요. 근무환경이 좋아서 결혼후에도 계속 다닐 생각입니다.


남자친구는 대기업 사원으로 작년까지는 7시반 출근, 8시~10시 퇴근했는데, 1월달 부터는 7시까지 출근해서 퇴근은 빠르면 9시, 늦으면 12시정도에 합니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회식은 원래 잦습니다.

대신에 연봉이 또래에 비해 많은 편이구요. 근데 워낙 근무시간이 길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다 보니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합니다.


양쪽 부모님들도 교제사실 다 알고 계시고, 특별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결혼시키실 생각이시라 빠르면 올 가을, 늦으면 내년 봄에 결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남자친구의 바쁨(?)입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다툰 일들의 원인 중 절반이 바빠서 입니다.

갑작스러운 회식 때문에 늦어지거나 취소되는 나와의 약속, 갑작스러운 주말 출근으로 늦춰지는 나와의 약속, 바빠서 연락 자주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 등등...


연애초에는 연락도 엄청 수시로 하고, 일주일에 4~5일(잠깐 얼굴보는것 포함)은 만났습니다. 물론 연애초니까 그럴수 있었다는 건 저도 압니다.


사귀고 4개월 정도 후부터는 연애초보다는 연락이 좀 줄었지만 출근길 통화는(남자친구가 차로 출퇴근 하는데 블루투스 이용해서 통화합니다) 꾸준히 했고 일주일에 3~4일정도 만났습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집이 가까워서 자주 봤습니다. 평일에 남자친구가 퇴근하면 집근처에서 간단히 늦은 저녁을 먹거나 술 한잔 하는 식으로 동네데이트입니다.)


그리고 1월달부터 업무파트가 약간 변경되면서 바빠졌고 평일엔 한번 볼까말까 거의 주말에만 만나고, 연락은 거의 퇴근후에만 합니다.

원래 남자친구가 7시반까지 출근할때는 출근길에 남자친구가 전화를 하면 저는 그때쯤 일어나 잠깐 통화하고 출근준비 했습니다.


근데 이제는 제가 잠들어있는 시간에 출근하니까 통화를 못하는 거죠.. 첨엔 제가 중간에 깨서 받았는데 비몽사몽 하니까 더 자라고 하면서 출근길 통화일상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원래도 업무시간에는 거의 카톡 안했는데, 이번주는 아예 연락 한통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 퇴근후에 전화 짧게 2~3번 주고 받는게 다입니다.

(퇴근했다, 집 도착했다, 잘자라 뭐 이런 내용의 통화)


원래 둘 다 말도 많고, 할 얘기도 많고 개그코드도 잘 맞아서 연인이지만 베프처럼 지냈는데, 연락이 너무 갑자기 확 줄어든데다 만나는 횟수도 줄어드니 거짓말 좀 보태서 요샌 내가 남자친구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성격이 원래 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스타일이라... 이런 상황이 되니, 그렇게 좋아 죽고 못살던 남자친구가 이젠 없어도 살 수는 있겠다, 싶기도 하고, 제 입장에선 연락을 억지로 줄이다 보니 일부러 좋아하는 마음을 억누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일부러 덜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어느 순간 느낀게 연인 사이에 일부러 덜 좋아하려고 노력한다니..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항상 피곤에 쩔어있으니까 주말에 가끔은 남자친구 집에서 데이트를 합니다.

근데 티비 보면서 밥 먹고 하다 보면 남자친구는 어느새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어요.

처음엔 그냥 안쓰러웠습니다. 안그래도 잠이 많은데 새벽같이 출근하려니 얼마나 힘들까. 근데 이게 반복되다보니 저도 짜증나더라구요. 내가 여기 뭐하고 있나.. 남들은 신나게 밖에 돌아다니면서 데이트 하는데, 피곤할거 생각해서 집데이트(저도 집에 있는거 좋아하긴 합니다)하는건데 혼자 잠들고... 그래서 우리집에 가려고 겉옷 챙겨입고 있음 그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어디가냐고, 화났냐고 미안하다고.. 자기 너무 피곤해서 그런거니까 좀만 이해해 달라고...


어젠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하는 생각에 오늘 회식하냐고 카톡을 보냈습니다.(어제의 첫 연락) 그랬더니 아직 그런 얘기 없다고 하길래 은근 기대를 하고 있었죠. 그게 6시 쫌 넘어서 였습니다. 조금 있다 연락한다던 사람이 10시까지 연락이 없더라구요. 속에서 열 올라오는걸 겨우 누르고 '회식하고 있어?' 라고 10시에 카톡을 보냈더니 그제서야 뭐라뭐라 답장이 왔습니다. 갑자기 회식자리 끌려온데다 어려운 자리라 연락 할 수가 없었다고... 이해합니다. 못 만나는거 이해하고 사회생활하는 남자로서 회식하는거 다 이해합니다.

그럼 최소한 회식한다고 미리 연락은 해줬어야하는거 아니냐는게 제 입장입니다. 이렇게 얘길하면 미안하다고. 자기 좀만 이해해 달라고 합니다.


제가 뭘 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업무시간 내내 연락 한 통 안 하는 것도 이해하고, 자주 못 만나는 것도 이해하고, 피곤하니까 데이트도 최대한 쉴 수 있는 방향으로 스케줄 잡고, 심지어 12월 31일날 회식해서 저 혼자 새해맞이 한 것도 이해하는데(아, 참고로 저는 자취합니다.) 제가 정말 더 이해할게 있나요ㅠㅠ


그래도 그나마 퇴근 후엔 꼬박꼬박 연락하고, 주말엔 꼭 만나려고 하고, 제 성격 다 받아주고 하는거 보면 자기 딴에도 노력하는거 같긴 한데...


아 모르겠어요ㅠㅠ


좀만 참아달래요. 자기 어디 가는거 아니라고. 우리 앞으로 함께 있을 날이 더 많은데 지금 좀만 고생하자고. 자기가 대학생이거나 했음 맨날 너랑만 붙어있었을 거라고. 근데 나도 사회생활 하고 너랑 결혼해서 잘먹고 잘살려면 열심히 돈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근데 전 또 걱정인게.. 결혼해서도 이렇게 바쁘면 저 혼자 외로울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외로움을 좀 타는 성격이라 제 딴에는 열심히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취미생활도 하고 자기관리도 하는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남자친구라는 존재만이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행복감.


제가 얼마전에 이직을 하는 바람에 입사한지 이제 막 2달밖에 안됐지만 회사생활도 너무 재밌고, 친구관계, 인간관계도 좋고 다 좋은데 마음 한 구석은 텅 빈 기분이예요.


저같은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신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글이 뒤죽박죽 엉망이지만 조언 꼭 부탁 드립니다. 조언이 아니라도 뭔가 해주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