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수채화...(4)

희야령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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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내부에서는 어떤 기운도 늘낄 수가 없었다. 그때 정문이 아닌 뒷문 쪽에서 기운이 느껴져 그곳으로 달려나가보았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어서인지 사물을 쉽게 분별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늑대와개의 시간' 지금 병원은 그 시간의 장벽에 갇혀 있었다...

내리는 어둠에 눈이 적응되자 그곳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병원의 담벼락에 쌓여 있는 넓은 공터가 보였다. 그리고 그 공터 중앙에는 마치 우리나라의 우물처럼 보이는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비를 막기위한 지붕이 있었다...

그 우물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우물로 점차 가까이 다가서자..내 귀에...낯익은 노랫말이 들리기 시작했다...바로 꿈에서 들었던. 그 노랫말이었다...

우물에 다가서서... 손을 가져다 놓자, 파도가 밀려오듯...무엇인가....내게로 몰려들었다...아찔해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 슬프고, 아픈 마음이 내게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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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그만 하고 싶어...그만 하고 싶어..그만..그만...' 단말마의 기다란 비명처럼 소리가 내 귀를 찢을듯 들리면서, 아련한 기억 속으로 날 끌고 들어갔다...

환하게 빛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야 할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곳으로 가면 춥지 않을것 같았다. 그곳에 다다르면 되는것 같았다...그렇게 빛을 향해 서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니 걷고 있는것이 아니라 마치 공중을 떠 가듯 그렇게 가볍게 그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그렇게 안식의 기분이 들었다....이제 춥지 않고, 아프지 않고, 편할 수 있겠다 싶었다...그런데 그때였다..순간 무엇인가 발목을 잡았다. 아주 강한 힘으로...그곳에서 빠져 나오려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그것은 되지 않았다..무엇인가 강력하게 발을 잡고 끌어 당기고 있었다...

눈을 돌려 무엇이 날 잡고 있는지 쳐다 보았다. 그것은 어떤 여인이었다. 서글퍼 보이는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제발 가지마, 가지마' 라고 애원하듯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편하고자 이 손을 뿌리치고 갈 수 없을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의 품으로 안기듯 했다. 그러자 이상했다. 아까보다 더욱 편안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편안한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무엇엔가 마비가 되는듯한, 그 어떤 고통도 느낄 수 없는 그런것........순간 내가 아무것도 아닌듯 그녀의 말에 내 모든 의지가 따르는듯 나와는 상관없는듯했다...그리고 잠시 후 무엇인가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것이 느껴졌다. 아주 어둡고, 무서운 그리고 형형할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질만큼의 어떤 존재...그 존재가 지금 마비되어 있는 내 안으로 급습하듯 파고 들었다...그리고 아찔 해지는 기억...그리고 그 기억을 깨고 나왔지만 이미 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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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이 아이는 안돼..낳을꺼야....이 아이는 줄 수 없어...안돼...이러지마..이러지마.."

차가운 칼날이 몸에 와 닿는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싫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 안에서 꾸물 거리고 있는 태아를 강제적으로 난도진을 해 꺼내고 있었다. 한두번 한것도 아니었다. 돈이 필요해, 이런 식으로 아이를 임신한것이 하지만 이 아이는 정말 낳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은 안하고 싶었다. 미리 받은 돈을 모두 돌려 주겠다고 말했는데, 그리고 이 아이를 낳게 해주겠다고 말한 간호사가 미웠다.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 하는거라고 말했다.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그런데 이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마취제를 놓더니...이렇게 아무 말도 못하는 아프다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자신의 몸 속 아이를 꺼내고 있었다..."안돼..제발....안돼..이러지마...이러지마.." 마취제의 기운이었을까?! 말은 흘러가는 물처럼 흐느적 거렸고, 파도 속에 묻혀버리는 모래알처럼 스물..스물..잠기는듯했다..하지만 계속 몸에 느껴지는 칼날의 차가움이, 그리고 그 칼날 끝에 사정없이 난도질 되어지고 있는 아기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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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었을땐 이미 해가 저물고, 병원의 여기저기 불이 밝혀져 있는 상태였다. 우물에 기대어 쓸어져 있던 난 온 몸이 부르르 떨려오는것이 느껴졌다....

한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그리고 그것이 누굴 향한것인지 모를 서글픔이...내 온몸을 깜싸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는데 다리에 좀 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우물 건너 저편에 그녀가 서 있었다...두 눈에 눈물이 고여 흐르며 차갑지만, 서글푼 모습을 한채로....그녀를 바라보며 한없는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이래선 안돼요, 아무것도, 해결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아기가 아니에요, 그 아기의 영혼은 지금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이 평안함을 찾지 않는 이상, 당신의 그 집착이 자유로워지지 않는 이상 아이도 당신도 그 누구도 편안해 질 수가 없어요...제발....멈출 수 있다면, 당신 손으로 멈춰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모두를 용서 하세요..'

"가 버린 시간을, 지나버린 기억을 다시는 찾아 오지 못할것이다, 망령이 그 시간을 넘어 돌아 올때 가져오지 말아야 할것을 가지고 왔다네~~"

"돌아온 망령은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네, 그것은 그져 망령일뿐, 하지만 망령은 입을 열어 말을 한다네, 너도, 나도 모두가 망령되어 다시 그곳으로 가리라~~"

어디선가 이 노래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병원 안에서 무엇인가가 사정없이 깨어져 나가는듯한 소리가 들렸고, 또 한 비명 소리가 크게 들렸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이대로 두면 안되었다. 그 여인의 서글픈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간절하게 원하고 있던 작은 아이의 영혼의 가냘픈 떨림도.........펴지지 않는 다리를 끌다싶이 하며 다가 가는동안 돌뿌리에 손이 다치고, 여기 저기 뒹굴며 몸에 상채기들이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 내겐 고스란히 그 두 영혼을 잡고 있는 그 존재를 향한 분노만이 흐르고 있었다......더 이상은 안되었다...더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