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둥이+1 씐나는 도보여행] 2. 경주편

뱅알뱅알이2014.01.22
조회5,594

멘붕과 해탈의 경주 1박2일 도보여행   원효대사는 간밤에 해골물을 먹고 해탈을 했듯 서른둥이+1 어른이는 지난해 5월 경주 도보여행에서 멘붕과 해탈을 동시에 경험!! 우당탕당 막무가내 경주 1박2일 도보여행을 시작해볼까요? (관심이 고픈 서른둥이+1, 무플에 웁니다 ㅠ.ㅠ) 참 저는 실은 네이버 블로그를 주로 애용합니다. 신문 편집기자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관련 소식을 주로 올리는 편인데요 관심있는 분 또는 다른 여행기를 보고 싶다면 살포시 제 블로그에도 놀러와주세요!!  http://blog.naver.com/penny_1    

 

 

4일간의 상반기 휴가를 받아 1박2일 경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 여행기를 보신 분들은 대충 짐작은 하시겠지만

제 여행의 기본 컨셉은

도보 여행, 사서 고생하기입니다!!

그 기본 컨셉은 이번에도 다를 것이 없었지요.

 

휴가를 앞두고 무려 1주일 동안

여행계획을 잡는 치밀함을 선보인 서른둥이+1

짧은 휴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심야버스였습니다.

목요일부터 휴가였지만, 이미 수요일 출근 전

짐을 다 싸둔 후 퇴근하자 마자 동서울에서 자정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갔더랬죠.

서울-경주 심야버스는 자정이 마지막 편으로

요금은 2만3,200원 되시겠습니다.

다만, 다소 피곤한 점은 감안하시길 ㅠ

 

 첫날 여행코스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여행지

양남 주상절리+읍천항 벽화마을-문무대왕릉-감은사지-보문관광단지

-분황사-안압지로 잡았습니다.

시내에서부터 관광지별 거리가 제법되는 코스이긴 하지만,

안압지를 제외하면

모든 코스가 좌석버스 150번 하나면 모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심야버스를 택한 이유도 경주에 새벽 4시30분쯤 도착해

근처 PC방에서 잠시 쉬다

150번 첫차가 다니는 6시30분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게다가 출발지도 시외버스 터미널 맞은 편!!)

 

지금 생각해봐도 코스 자체는 너무 완벽한 여행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코스만 따지고 보면요..

하지만 만에 하나 벌어질 변수를 준비하지 못한 덕에

이 코스는 크나큰 멘붕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경주 시내버스는 몇해 전부터 티머니가 호환이 됩니다만,

좌석버스는 되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150번 좌석버스는 시외버스부터 분황사, 보문단지,

감은사지, 문무대왕릉, 읍천항, 주상절리를

오가며 1시간에 1대꼴로 운행합니다.

경주 버스 노선이 이렇게 관광지가 연계된 형태라

코스만 잘 잡으면 편하게 버스 한 편을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첫차가 오기 전 근처에 들린 한 식당,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영업을 하네요.

밤새 아무 것도 먹지 않아 허기진 배를 달래려

콩나물 해장국을 시킵니다.

 

 

 솔직히 첫끼부터 그랬지만, 경주의 입맛은 제 입맛과는 안 맞는지

음식이 딱 와닿는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었지요.

 

어쨌든 첫 차를 타고 향한 곳은 양남 주상절리라는 곳입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지상에서 급속히 냉각되며 

만들어진 기둥형태의 모양을 말합니다.

제주도가 대표적인 주상절리 관광지인데 경주에도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바다도 볼겸 근처 벽화마을도 볼 겸 첫 방문지로 골랐습니다.

주상절리에 가기 위해선 진리 정류소에 내리시면 됩니다.

 

조그마한 항구가 보이는 경주 바다.

5월초이지만, 갓 7시가 넘은 시간,. 아직은 쌀쌀합니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안내도가 보입니다.

학생일 무렵이라면 유심히 봤겠지만,

아무리 봐도 쉽게 설명이 안 되는 저 안내 문구.

안내 문구가 무슨 암호 같아.... 어려워...

더 쉽게 써주면 안 될까 또 까칠해집니다..

 

 

사실 주상절리를 보고 와 신비하다 놀랍다 이런 걸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내륙 촌놈이다 보니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더 감동을 받았지요.

솔직히 주상절리는 큰 감흥은 없었어요.

다만 1키로 조금 넘는 이 길과 이어지는 읍천항 벽화골목 길은

특히 아침무렵, 산책삼아 걸어볼만한 아주 아름다운 길입니다.

굳이 주상절리의 오묘한 신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볼만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곳도 해파랑길의 일부입니다.

제 버킷리스트 1순위인 해파랑길 완주,, 이 길을 다녀오면서 더 간절해집니다.

조만간 반드시 완주하리라!!

 

 

 

 

 

 

중간 즈음 부챗살 모양의 주상절리를 조망할 수 있는

데크에 마련된 느린 우체통..

매달 첫째주 수요일 한 번 수거한다고 하네요.

보내고 싶은 사람이 3명 있었지만,

휴가 준비를 1주일이나 할 정도의 신중한 제가

가장 중요한 엽서를 안 가져 왔더군요.

하.. 펜은 2개나 챙겼으면서 ㅠ

여기 들리실 분이라면 미리 엽서를 챙기는 센스를 잊지 마세요^^

 
 

 

조금 더 걷다보면 나오는 출렁다리.

생각보다 출렁거림이 심해서 놀랐더랬지요.

 

 


벽화마을에 다다르기 전 보인 등대.

낙서를 사랑하는 우리네 사람들, 이곳에도 사랑의 속삭임이 가득 담긴 낙서들..

유독 변치 말자는 어느 커플의 다짐이 눈길을 끕니다.

저 둘은 지금도 영원한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민정씨 대희씨 행복하세요 ㅠ.ㅠ

뭔가 울적해집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영원한 것도 없다..

어느 순간, 그것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그런 날이 온다..

아 아침부터 센치해지는 서른둥이+1

 

 

 

등대를 지나면 나오는 읍천항 벽화거리.

마을 곳곳, 골목 곳곳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벽화들이 가득합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과 담벼락 형태에 따라, 그리고 마을의 특징을 잘 반영한 벽화에 빠져

한참을 발걸음을 떼지 못했는데, 이른 아침이라 혼자 만끽하는 그 기분도

참 좋더라구요..

 

 

벽화마을을 나와 다음 행선지인 문무대왕릉으로 향합니다.

마을 앞에서 150번 버스를 타면 5정거장 정도만 지나면

바로 나옵니다. 걸어 가볼까 했지만,

중간에 아주 긴 터널이 있어 안 되겠더라구요.

바닷가에선 정신이 팔려 사진을 찍지 못하고(사실 별다른 감흥이 없었어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감은사지로 이동합니다.

문무대왕릉과 이견대, 감은사지는 패키지 코스입니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이지요.

감은사는 문무왕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진국사로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생전에 완성된 절을 보지 못했고

그의 아들 신문왕에 이르러 완공이 됐지요.

문무왕은 잘 아시다시피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동해 앞바다 해중릉에 안치되지요.

신문왕은 부왕의 뜻을 받들어 절을 완성한 후 감은사로 명명했습니다.

감은사는 현재 절터와 국보112호인 삼층석탑 2기만 남아있는데요.

금당 아래 용으로 환생한 부왕(문무왕)이 왕래할 수 있도록

용혈을 파둔 독특한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예전, 초딩일때 수학여행 와선 이 뭐지 이 벌판에

두 탑이 뭐라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훌쩍 나이가 들고 다시 찾은 감은사지는 묘한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절의 유래도 그렇고 절 옆 대나무숲의 사그락 거리는 소리도 그렇고..

대나무 숲과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영화 봄날은 간다를 연상케 합니다..

 

묘한 여운을 뒤로 한채 버스에 올라 보문관광단지로 고고씽!!!

좀 더 일찍 왔더라면 벚꽃이 만개한 그야말로

절정의 풍경을 봤을 수도 있겠지만

보문단지는 벚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란

확신과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단지 앞에 있는 별다방에 잠시 들립니다.

사실 여행 전전날 오래간만에 보는 후배와 신나게 수다 떨고 새벽 아주 늦게 자고

곧 바로 심야버스를 타고 잠을 뒤척인 터라 조금 피곤했습니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샷이 추가된 아메리카노를 시켜 2층 야외 테라스로 향합니다.

한 커플이 아옹다옹 사랑을 속삭입니다. 훗... 가증스러운 것들

구석에 앉아 모처럼만에 찾아온 여유를 만끽합니다.

음... 장근석이 싸이에 허세부린 것, 조금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ㅎ

지금 이 순간... 샷 추가된 아메리카노와 경주, 이것이 최고의 지상낙원이다 ㅎㅎㅎ(제가 쓰고도 토 나오네요)

 

 

이때부터 여행의 계획들이 조금씩 틀어집니다.

배터리 일체형인 제 휴대폰 옵G돌이는 곧 꺼질 기세입니다.

단지 안에 있는 상점에 들려 충전을 부탁합니다. 그동안 사진은 포기하구요.

보문호를 에워싼 관광단지는 벚꽃은 다 지고 없지만 철쭉과 각양각색의

화사한 꽃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데이트 코스로도,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지요.

한 바퀴 크게 돌고 다시 상점으로 돌아오니 1시간 가량 지났습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휴대폰은 예상만큼 충전이 많이 돼 있지 않네요...

여전히 간당간당...

가게 알바 총각, 충전을 흔쾌히 해준다고 해 으즈므늬 그므은데 이건 아니잖아 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입구쪽으로 나가는데 바람 결에 후두둑 떨어지는 꽃잎들이

제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동영상으로 담아보려고 애쓰지만 야속하게도 잘 표현이 안 됐네요.

가뜩이나 얼마 없는 배터리, 여기서 아웃.....ㅠ

 

 

 

 

제가 제목에 도보여행이라고 적었잖아요?

그런데 그동안은 계속 버스로 이동했지요?

도보여행이라고 자신있게 적은 이유는 이제부터입니다.

호기롭게 다음 코스인 분황사까지 걷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환상적인 보문단지의 풍경에 취한 나머지 사람이

너무 감성적으로 변한 겁니다.

이후 벌어질 모든 사태의 원인이 이 감성에서 시작되지요. 하아....

 

어쨌든 호기롭게 분황사까지 걷기로 결심한 저는

신나게 당당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대략 거리는 8km 남짓, 재빨리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면 되겠지 싶습니다.

헌데 날이 꾸륵꾸륵합니다.

예보상으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5mm 남짓 약한 비가 내린다고 했지요.

준비성 철저한 저는 어깨끈이 달린 우산을 챙겨둔 터

큰 걱정없이 갈 길을 가는데 오후 3시 무렵이었습니다.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툭툭 내리기 시작하더니 제법 거세집니다.

역시 우산을 챙긴 이 준비성, 아 만족하며 걷는데

좀 많이 옵니다. 신발이 젖기 시작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살살 아파옵니다. 엇...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기를 30분, 계속 울상으로 걷다가 발견한 한 오아시스!!!

분황사를 약 40분 가량 앞두고 만난 한우리가든이라는 식당..

너무나도 고맙게 야외에 화장실이 있네요.

염치 없이 살짝 방문후 가벼운 마음으로 위기 탈출!!!

뭐가 되도 되나보다 룰루랄라, 니나니뇨 뛰다시피해

분황사에 당도합니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이 정도야 뭐!! 빗방울도 약해지고

입장을 위해 자켓 안쪽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내려는데..... 그런데,,,,,,

뭔가 허전한 이 느낌 뭐지? 왜 자켓에 지갑이 없지? 바지에 있나? 어 없네....

이건 뭐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지갑을 분실한 게 틀림 없습니다.

이런 이런 이런 휴대폰도 전원이 나갔는데....

반 실성모드로 급 전환되며 수중에 가진 돈을 세봅니다. 100원 200원,,,

이런 600원 뿐이야... 이걸론 아무 것도 못해 ㅠ.ㅠ

급한 마음에 분황사 옆 관광안내센터로 들어갑니다.

밤새며 경주에 온 터라 다크서클이 강한 상태에다

비까지 젖어 몰골이 초라한

저를 본 안내센터 직원분들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핸드폰을 충전합니다.

왠지, 아까 그 화장실에 지갑을 두고 온 것 같아. 그럴 거야 분명해..

전원이 들어오자마자 전화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요, 없는데요..

한줄기 희망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때 친절한 우리의 안내센터 직원 분, 찾아가 보자 혹시 모르니...

차를 얻어타고 다녀옵니다.

혼자 여행왔느냐 몇살이냐 묻습니다.

서른둥이 춘천 촌놈, 갑자기 타지에 와서

이 나이 먹고 지갑을 잃어버린 게

부끄러워집니다. 아주머니에게 소심하게

스...스물여덟이요하고 거짓말을 합니다.

차마 서른이라고 말할 용기가 안 났습니다.

아주머니, 잠시 눈빛이 흔들립니다. 이런 안 속으시는 건가.

어쨌든 직접 찾아간 그 곳, 지갑이 있을리 만무하고 다시 분황사로 돌아옵니다.

이제부턴 정신 바짝 차려야 해.

600원을 가지고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살아 돌아가야 해!!

고마운 센터 직원분들께 인사를 하고 터벅터벅 걸어 나옵니다.

아침 밥을 먹었던 곳에 맡겨둔 짐을 찾아 미리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까지 최대한

신속히 걷자. 그리고 휴대폰을 키고 돈찾을 방법을 강구하자!!!

이런 생각보다 거리가 꽤 멉니다. 다리가 슬슬 아파옵니다.

약해지던 빗줄기는 시내에 다다를 무렵 장대비로 바뀝니다.

신발에 이어 바지 밑단까지 다 젖었습니다.

 

아 여긴 어딘가? 난 왜 이러고 있는 건가 처량해집니다.

오후 6시가 넘어 간신히 찾은 게스트하우스.. 휴대폰을 충전하고

알음알음 알아보니, 모바일 출금 서비스!!! 뙇!!!

모바일 뱅킹을 하면 카드 없이도 ATM출금이 가능하다네요..

하...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야...

바로 튀어나가 현금 10만원을 찾습니다.

몸이 고되지만 마지막 코스 안압지를 안 갈 수 없지요.

시내에선 2.5km가량을 걸여야 하는 곳입니다.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무슨 똥배짱인지 또 걷기 시작합니다.

유채꽃이 활짝 핀 경주의 은은한 야경, 운치 가득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압지에만 충실하자, 빨리 보고 빨리 돌아가 쉬자!!!

야경이 아름다운 여행지답게 저녁 8시 넘어 도착한 안압지는 관광객들로 가득합니다.

(참고로 밤 10시까지 개장한다고 하네요)

헌데 다 커플, 가족들이네요. 이 많은 사람 중 혼자 온 사람은 저 뿐..

그간 혼자 여행을 신나게 다니며 한 번도 못 느낀 외로움이 살 밀려옵니다.

그 기분 잊으려 충전해둔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댑니다.

하.... dslr이 있을 땐 다닐 시간이 없고 꼭 처분하고 나면

이렇게 멋드러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구린 폰카지만 열심히 담습니다.

안압지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안압지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오

늘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까맣게 잊혀졌습니다.

돌아오면서 뭐 그럴 수 있지, 지갑 원데이 투데이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다행히 돈도 마련했고... 괜찮아 괜찮아 하며

그럼, 다시 걸어갈까? 의지를 부여잡습니다.

까짓 걷자,, 헌데 시내에 들어올 무렵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무리였어....

하우스에 돌아와 오늘 걸은 거리를 대략 환산하니 20km가 넘더군요...

게스트 하우스에서 외국인과의 대화 나부랭이고 뭐고 너무 피곤합니다.

씻고 누웠더니 원투쓰리 콜콜,.....

이렇게 경주에서의 첫날 여행은 끝이 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