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결혼할 때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려서부터 이런 전통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문제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제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은 제가 우리 가족에서 쏙 빠지고 남편 가족의 것이 되는 것 같거든요. 마치 소유물처럼 말이죠. (남편 성을 따르는 분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가 느끼는 바가 이렇다는 것입니다.) 여성을 재산처럼 여기고 증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던 과거로부터 이런 전통이 내려져 온 것이고, 이것이 실상 지금은 무의미하더라도 전 이 전통을 따르는 것이 싫습니다. 이름이 뭔 대수냐고 하지만, 이름은 제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입니다, 제겐. 30년 가량을, 예를들어, 김민주라고 살아왔는데 유민주로 바꾼다면 굉장히 어색한 느낌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를 원래 알고 있던 분들도 제가 이름을 바꾸면 불편을 겪으실 수도 있구요. 게다가 한국식 성을 쓰는 것도 아니고 Smith 민주가 되버리는 겁니다.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어쨌든, 이런 고민 끝에 남편이 될 사람에게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나, 성 안 바꾸어도 되냐고 말이죠. 처음엔 무척 놀라했습니다. 제가 여성 해방주의자 기질이 다분하긴 하지만 이런 문제에 반감을 가질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그저 전통인데 뭐 그리 대수냐는 식이었어요. 하지만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기에, 제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자신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이해해주는 남편 덕에 성 문제는 제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었고,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1. 그냥 남편 성을 따른다.
싫습니다. 아무리 전통이라고 하지만, 기분 나쁩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직이기 때문에 제가 발표한 논문이나 학술지에 있는 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한국 이름으로 계속 연구를 발표하다가 갑자기 이름을 바꾼 상태로 연구를 발표하면 마치 제 업적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며, 남편 가족의 업적이 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선택지는 최대한 지양하려 합니다.
2. 남편이 내 성을 따른다.
싫습니다. 남편에게 모욕적이며, 전 남편이 제 소유처럼 여겨지는 걸 원치도 않습니다.
3. 하이픈(-)을 넣은 이름으로 한다.
가령, 제 성이 한이고 남편의 성이 Landfried라면, 제 이름은 XX 한-Landfried 이런 식으로 되는 겁니다. 최대한 공평한 방법이긴 하지만, 사용하는 데에 있어 덜 실용적일 수 있으며, 자식들에게 성을 물려줄 때에 있어 세대가 갈수록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선택지를 택하게 된다면 자녀들이 자신의 자녀의 성을 정할 때에 둘중 하나를 택하라고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제일 공평한 것 같습니다.
4. 아예 새로운 성을 쓴다.
본래의 가족에서 독립해 저희 둘의 가정을 새롭게 이룬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물려줄 때에도 신경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측 가족이나 남편 측 가족이 모욕적으로 여길 수도 있고, 가족의 대가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나요?
그리고 제가 남편 성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 선택에 대해서 비난은 최대한 자제해주십시오. 70억명이 사는 세상이고, 모두 다 생각이 다릅니다. 좋은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인 남자친구랑 결혼하는데, 성(姓,last name) 문제로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글을 올려보는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미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결혼할 때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려서부터 이런 전통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문제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제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은 제가 우리 가족에서 쏙 빠지고 남편 가족의 것이 되는 것 같거든요. 마치 소유물처럼 말이죠. (남편 성을 따르는 분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가 느끼는 바가 이렇다는 것입니다.) 여성을 재산처럼 여기고 증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던 과거로부터 이런 전통이 내려져 온 것이고, 이것이 실상 지금은 무의미하더라도 전 이 전통을 따르는 것이 싫습니다. 이름이 뭔 대수냐고 하지만, 이름은 제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입니다, 제겐. 30년 가량을, 예를들어, 김민주라고 살아왔는데 유민주로 바꾼다면 굉장히 어색한 느낌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를 원래 알고 있던 분들도 제가 이름을 바꾸면 불편을 겪으실 수도 있구요. 게다가 한국식 성을 쓰는 것도 아니고 Smith 민주가 되버리는 겁니다.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어쨌든, 이런 고민 끝에 남편이 될 사람에게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나, 성 안 바꾸어도 되냐고 말이죠. 처음엔 무척 놀라했습니다. 제가 여성 해방주의자 기질이 다분하긴 하지만 이런 문제에 반감을 가질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그저 전통인데 뭐 그리 대수냐는 식이었어요. 하지만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기에, 제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자신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이해해주는 남편 덕에 성 문제는 제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었고,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1. 그냥 남편 성을 따른다.
싫습니다. 아무리 전통이라고 하지만, 기분 나쁩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직이기 때문에 제가 발표한 논문이나 학술지에 있는 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한국 이름으로 계속 연구를 발표하다가 갑자기 이름을 바꾼 상태로 연구를 발표하면 마치 제 업적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며, 남편 가족의 업적이 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선택지는 최대한 지양하려 합니다.
2. 남편이 내 성을 따른다.
싫습니다. 남편에게 모욕적이며, 전 남편이 제 소유처럼 여겨지는 걸 원치도 않습니다.
3. 하이픈(-)을 넣은 이름으로 한다.
가령, 제 성이 한이고 남편의 성이 Landfried라면, 제 이름은 XX 한-Landfried 이런 식으로 되는 겁니다. 최대한 공평한 방법이긴 하지만, 사용하는 데에 있어 덜 실용적일 수 있으며, 자식들에게 성을 물려줄 때에 있어 세대가 갈수록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선택지를 택하게 된다면 자녀들이 자신의 자녀의 성을 정할 때에 둘중 하나를 택하라고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제일 공평한 것 같습니다.
4. 아예 새로운 성을 쓴다.
본래의 가족에서 독립해 저희 둘의 가정을 새롭게 이룬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물려줄 때에도 신경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측 가족이나 남편 측 가족이 모욕적으로 여길 수도 있고, 가족의 대가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나요?
그리고 제가 남편 성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 선택에 대해서 비난은 최대한 자제해주십시오. 70억명이 사는 세상이고, 모두 다 생각이 다릅니다. 좋은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