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상초의 저주?

2014.01.26
조회3,356

 

곰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이해 못 해도

불쌍하게 여기며 놀려도 그렇게 놀림감이 되어도

나는 언제나 너가 자랑스러웠어 부끄럽지 않았어.

 

그저 너 옆에 있는 것 자체가 좋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국방의 의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자랑스러웠어.

그 누가 뭐라해도..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너란 존재,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한 거였으니까..

 

 

외로운 시간도 많았고 서러운 시간도 많았지

근데 그 감정, 그 시련, 그 시간

내가 견디고 버틴 만큼

너도 노력해줄 줄 알았어.

 

내가 널 사랑하며 노력하고 이해한 만큼

우린 더 돈독해질 줄 알았어.

 

널 정말 믿었으니까..

넌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너가 너 입으로 그랬으니까..

누가 끝까지 곁에 남나 두고보자고..

책임지지 못할 거면 왜 기다리게 하는지 이해 못 하겠다고..

기다려주는 여자는 안 사랑했어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군대가기 전,

힘든 군 생활 중 내가 떠날까 많이 불안해하고,

친구들이 어차피 여자 떠날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며 속상해하던 널 지켜주고 싶었는데..

상병쯤 되면 남자가 변한다더라 라며 걱정하던 나에게

너가 더 불안하겠냐 내가 더 불안하겠냐며

버럭하는 너를 보며

사랑하는 너가 그렇게 불안해하는 게 싫어서

널 달래며 굳은 다짐 했었는데..

너 친구들한테 너가 당당할 수 있도록

끝까지 너 편되어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우리 헤어질거라고 비웃을 군대 동기 선임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게 해주려고 면회도 자주 가고

이것저것 챙겨주며 애썼는데..

그렇게 널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일 년이 넘는 시간동안

네 옆을 지켰는데..

네 옆에 꼭 붙어있었는데..

 

 

내 주변 사람들 단 한 명도 안 빼놓고

너 기다리는 내 편이 되어준 사람은 없었지.

 

나에게 응원은 커녕 왜 군인을 기다리고 있냐며,

딴 남자도 만나보라며 답답해하곤 했지..

그래서 그 누구한테도 힘들다고 하소연 한 번 못 하고

나 혼자 속으로 꾹꾹 참으며 그렇게 버티고 견뎠는데..

 

혹시나 군인이라고 은연 중에 널 무시할까봐

알게 모르게 너 기죽을까봐

너 자랑도 많이 하고,

너가 작은 선물 하나만 해줘도 여기저기 자랑하고,
너가 작은 포상 하나만 받아도

내 남친 이렇게 멋진 남자라고 자랑했다.

 

 

널 사랑하는 마음, 너에 대한 믿음 하나로

그 외롭고 고독한 시간 홀로 견뎠는데..

 

 

너 면회 갔다가 혼자 돌아오는 길이면,

너 제대하는 날에 꼭 이 길 너랑 함께 걷겠노라고 다짐하고 상상했었는데..

 

 

첨엔 나보고 못 기다릴거라며 놀리고 악담하던 사람들이,

꿋꿋이 기다리는 나를 보며

언젠가부터는 결국 너가 변할거라고

아무리 악담하며 말려도..

난 널 믿었어.

 

넌 다르다고 당당히 말했고,

"사랑하니까 외롭고 힘든 군 생활 꼭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라는 말을 꼭 덧붙이곤 했지...

 

 

 

근데.. 결국 난 틀렸고, 다른 사람들이 맞았네.

 

 

주변 사람들이 다 말리는 곰신생활,

너 하나가 유일한 내 편이었는데

유일한 내 편이었던 너마저 이젠 없네..

 

널 정말 사랑했는데

언제나 자랑스러웠는데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해도 난 정말 자랑스러웠는데

그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였는데..

일말상초..

불안해하던건 넌데,

정작 난 끄덕 없었는데,

너가 변해버렸네..

 

 

전화 꼬박 받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면회가는 나를

점점 당연하게 생각하는 널 느꼈지만,

그렇게 점점 막대하고 소홀해하는 널 느꼈지만.

아닐 거라며 끝까지 널 믿었는데..

너가 했던 말 해준 말, 다짐 전부 믿었는데..

 

너가 아무리 못 되게 굴어도

지금 상병이라 그럴거야, 힘들어서 그럴거야,

내가 예민한걸꺼야 하며 이해하려 노력했고,

조금이라도 더 이해 못 해주는 나를 다그치곤 했었는데..

 

 

결국 넌 내게 이별 하나 건네고 떠났네..

 

 

난 끝까지 너 편 되어주고 싶었는데..

너가 아무리 못 되게 굴어도 끝까지 널 믿었는데..

 

 

너가 군대가고 힘들었던 것들?

 

너 훈련병 때 그 곳에서 고생할 너 걱정에

매일 울고 밥도 못 먹어 몸무게가 6킬로나 빠졌었도

그렇게 맘고생 몸고생 다 했어도

그저 너 하나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정말 고맙고 좋았는데 행복했는데.

 

면회가는 것도, 너 외출 외박 휴가 기다리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행여 너 전화 못 받을까봐 그래서 너가 헛걸음할까봐

아무리 불편해도 너 연락올 때까지

하루종일 핸드폰 손에 꼭 쥐고 살았는데..

 

 

 

진심과 믿음의 대가가 고작 이거라니

 

너는. 사람은. 세상은. 참 잔인하다..

내 곁을 떠나는 너..

나에게 남은 너에 대한

순정, 사랑, 미련, 고통까지다 가져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