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지) * 용꿈을 꾸다 *

irish152014.01.28
조회156

 

 

 

 

용꿈을 꿨다!.. 며칠 전에. 이제껏 살아오면서 말로만 들었지 단 한 번도 꿈 속에서 볼 수 없었던 길몽이라는 그 꿈을.. +o+

 

백주대낮. 드넓은 광장에 그야말로 집채(!)만한 거대한 용이 내 앞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앉아 있었다. 크르르.. 괴상한 소리를 내는 용의 얼굴을 보니 오금이 저리고 너무 무서워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용을 피해 지나가려고 하면 커다란 머리를 흔들며 나를 무섭게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며칠이 지난 지금에도 그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다. 다시 떠올려도 역시 무섭다.. ㅠㅠ 도대체 왜 용이 내 꿈에 나타난 걸까?.. 혹시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은 아닐까..

 

주변 사람들에게 꿈 얘기를 들려주자 대뜸 ‘로또’는 샀느냐고 물어온다. 물론 안 샀다. 로또에는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일확천금이나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일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이다. 만약 길몽이라면 그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래서 올 한해 용을 가슴에 품고 살기로 했다. 대신 만나는 사람마다 한 번씩 손을 잡아 주었다. 용의 기운(?)을 조금씩이나마 나누어 주고 싶어서. 그래서 각자 바라는 일들이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

 

 

새벽 배달 중에 시장길에서 풍경 할머니를 만났다. 요 며칠 날씨가 많이 추웠고, 할머니의 허리가 좋지 않다는 말씀을 들었던 터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뵈니 무척 반가웠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꿈 얘기를 들려드렸다.

 

(할머니, 놀란 표정을 지으시며) “그럼 용을 그냥 껴안지 그랬어?”

(예?!..) “무서워 죽겠는데 그 집채만한 걸 어떻게 껴안아요?”

(아쉬운 표정으로..) “하긴.. 돼지라면 모를까...”

“할머니, 어쨌든 연초인데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럼, 그럼. 태몽은 아닐거고, 아마 자네 일이 잘 풀릴 모양이야.”

“그러면 저야 정말 좋죠!”

나는 할머니의 손을 지긋이 잡아드렸다.

“용의 기운이 전달돼 할머니 허리가 다 나을 거예요.”

(할머니, 흐뭇하게 웃으시며) “그렇잖아도 요즘 조금 좋아졌어.”

“조금이 아니라 아주 멀쩡해져서 보행기 없이도 맘껏 걸어 다니실 정도로 말이죠.”

 

할머니께서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어 뒤적이시더니 곧 비닐 봉지에 쌓인 작은 병 한 개를 내게 내미셨다.

“신문 넣어줘서 고마워! 어떻게 잊어버리지도 않고 그렇게 매일 챙길 수 있나 몰라. 감사해!”

“신문 넣을 때마다 할머니 얼른 건강해지시라고 기도해요. 그리고 이런 거 자꾸 주지 마세요. 버릇 나빠져요.”

“버릇은 무슨. 다 커가지고.. ㅎㅎㅎ... 이거 내가 직접 만든 유자차야. 지난번 것은 처음이라 괜찮았는데 이건 여러 번 우려낸 거라 맛이 별로일 거야.”

“무슨 말씀을.. 유자차야 우려낼수록 더 맛있는 거 아닌가요? 지난번 것은 너무 맛있던데요. 어쨌든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다음부턴 이런 거 주지 마세요. 그저 할머니 얼굴 한 번 보는 걸로도 충분하니까요.”

푸근하게 웃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더욱 가득해졌다. 나는 신문을 한 부 건네드렸다. 할머니께서는 “감사해요! 감사해요!” 라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셨다. 할머니와 나는 잠시 동안 즐겁게 웃었다.

 

저기 멀리 집으로 향하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보행기에 몸을 의지하신 채 가로등 불빛 아래를 조심조심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늘따라 감사하게 느껴진다. 주어진 삶을 늘 감사해하며 사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답다. 나도 할머니처럼 나에게 허락된 삶을 매순간 감사해하며 살고 싶다. 올해는 감사할 일이 많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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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JYY오래 전

2014년엔 즐거운 나날만있으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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