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남

이호선20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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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출근길마다 보는 그 사람
처음에는 너무 좋아했었던 오빠랑 닮아서 나도모르게 눈도 못떼고 쳐다봤었는데..
또 볼수있을까 했는데 정말 또 보게되었다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탑승한다
목소리는 어떨까, 웃는 얼굴은 어떨까, 여자친구는 있을까, 설마 결혼한건 아니겠지
다행히 반지는 없다
오늘은 말 걸어봐야지, 번호 꼭 물어봐야지, 눈 마주치면 웃어야지 수십번 생각만하다가 실천으로 옮기지못한지 세달이 되어간다.....
이제는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좋다
그사람을 본 하루는 그냥 아침부터 웃음이나고, 못 본 하루는 이상하게 안풀리고 우울하기 그지없다
알아가고 싶기도 하고 알고싶지 않기도 하다
내 환상이 깨질까봐 무섭고, 이제 아예 얼굴도 못볼까봐 두렵다
사람 외모만 보고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난 아닐줄 알았는데
그사람도 나를 알고 있으려나
의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세달째 지하철 같은 자리에서 같이 타고 출근하면 알법도 하지않나?
일부러 사람 많은 날 비집고 들어가서 그 옆에 서보기도 하고, 관심없는 척 등지고 서있기도 하고, 지하철 두대나 보내고 그사람 오기만 기다리다가 문닫히기 직전에 뛰어와서 타는 야속한 그를 보고 보내려던 지하철을 황급히 타기도 하고, 나란히 서있다가 생긴 빈자리에 내가 앉다가 눈도 마주쳤는데....이때는 마음속으로는 눈 마주치면 싱긋 웃고 눈인사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눈 마주치자 마자 시선피하고 고개만 숙이고 갔지만...
이랬는데도 모를라나
나보다 한정거장 전에서 내리는 그
핸드폰으로 문자를 써서 보여줄까, 쪽지를 써서 손에 쥐어줄까,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 도망갈까, 내 핸드폰을 넣어볼까??까지 생각했다
지하철 안에서는 너무 이목이 집중되니까 따라내려서 말걸어 볼까..? 상상만 수십번..
용기가 없는 나는 실천을 못한다
내일도 볼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그러는 점도 없잖아 있다
만약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그사람이 이사가거나, 이직하거나, 출근시간을 쫌만 옮겨도 끝아닌가?
아....
이렇게 오래오래 마냥 보기만해도 좋을 것 같은데
25이 넘어서 짝사랑이라니
그동안 무심하게 대했던 남자들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미안...내가 너무 심했지
그래서 지금 벌받나봐 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 좀 알아줘
소심한 나는 이런데다 털어놓고 내일도 얼굴이나 볼 수 있기를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