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

미안2014.02.09
조회175,217
우리 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 밖에서 돈을 벌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놀기 때문에 노예 취급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전업주부입니다. ‘사회인’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 육아를 전담하고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하며 남편을 떠받들어야 하는 전업주부입니다. 부부 사이의 차별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돈을 벌어오지 않기 때문에’ 예외라고 말하는 전업주부입니다. 
저는 그런 엄마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엄마는 학창시절 공부를 굉장히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가지 못하고 취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은 아들이나 가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젊고 능력 있는 아가씨였습니다. 직장의 본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동시에 집안일과 육아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아빠의 직장일을 위해 해외에 따라나갔습니다. 언어도 모르는 타국에서 손짓 발짓을 해가며 홀로 어린 저를 키우고 장을 보며 집안일을 도맡아했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핑계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강한 ‘엄마’여야 했고 남편을 모시는 ‘아내’여야 했습니다.
수 년 후 한국에 돌아와 둘째를 낳고 엄마는 점점 더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갔습니다. 전업주부의 첫 번째 일은 아이들을 완벽하게 키워내는 일입니다. 언제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엄마의 몫이었습니다. 아빠는 ‘직장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에는 안방에 틀어박혀 홀로 쉬며 스트레스를 풀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동생은 퇴근시간 외에는 아빠를 볼 수 없었습니다. 육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어야 하기 때문에 아빠는 아이들을 돌보거나 함께 놀아주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었습니다. 저와 동생은 안방에조차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아빠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은 엄마만의 일이었습니다. 동생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했을 때에도, 우리가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도, 커가면서 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그 모든 일도 엄마 홀로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왜냐면 역시 아빠는 육아로 스트레스 받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성적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은 엄마의 잘못이었습니다. 왜냐면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엄마만의 책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업주부의 두 번째 일은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일입니다. 음식도 장을 봐서 매일 직접 맛있게 요리를 해야 합니다. 완성된 반찬을 사오는 것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편해질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일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직접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려서 깨끗한 옷을 제공해야 합니다. 집도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물수건로 닦아 먼지 하나 없이 언제나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따금 은행에 들러 관련 업무도 처리하고 기타 모든 잡일을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그게 ‘전업주부인 아줌마’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집안일이 많아도 불평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전업주부는 ‘집에서 먹고 노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업주부의 세 번째 일은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시댁을 모시는 일입니다. 남편은 ‘힘들게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근할 때 시간에 딱 맞춰 아내가 직접 요리한 맛있는 아침식사를 받고, 저녁에 퇴근할 때 시간에 딱 맞춰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입고 다녀온 옷을 넘겨주고 직접 요리한 맛있는 저녁식사를 받으며, 휴식하면서도 간식이 필요할 때에는 아내를 불러 간식을 만들어가지고 오라고 할 권리가 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저녁밥을 먹고 들어올 지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엄마는 항상 아빠를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전업주부인 ‘아줌마’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집에 있든 밖에 있든 항상 대기하여 바로바로 연락을 받아야 하고, 남편이 필요한 때에 바로바로 밥을 해주고 과일을 깎아줘야 하며, 항상 필요한 그 모든 뒷바라지를 즉각 해내야 합니다. 명절에는 시댁에 가서 미리 제사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친척들이 모이면 음식을 내가야 하며 설거지를 하고 남편이 신경 쓰지 않도록 아이들은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시아버지가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며 내온 음식상을 엎든 말든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가뜩이나 직장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오는데 명절에는 무려 힘들게 ‘운전’까지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남편의 부모님이니 무조건 알아서 모셔야 합니다.

엄마가 그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쇠약해져 건강에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중요한 게 아닙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하지 못한’ 엄마의 잘못입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말하는 동생 때문에 아빠가 화가 나서 엄마한테 생활비로 180만 원을 주더라도 엄마는 그것만으로 4인 가족 생활비를 완벽하게 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아빠가 신경 쓰지 않도록 육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며, ‘돈을 벌지도 않는 주제에 생활비를 아껴 써야 하는’ 엄마의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고위공무원이어서 봉급을 넉넉하게 받을 것이 분명한 데에도 엄마는 아빠의 봉급이 얼마인지 절대 알 권리가 없으며 본인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180만 원을 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별로 그런 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생활비가 모자라니 더 달라고 말하려면 가계부를 일일히 써서 보여줘야 합니다. 왜냐면 그 모든 게 엄마는 돈을 벌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손목을 긋고 수면제를 다량 삼켰을 때에도 죽으려고 하는 것조차 생각이 모자란 엄마의 잘못이었습니다.
엄마는 이혼도 하지 못합니다. 대학도 나오지 않고 25년간 경력이 단절되어 있었으며 건강에 아주 큰 문제가 생겨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것도 힘든 50대 아줌마는 이제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겪은 그 모든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불평을 할 수 없습니다. 아빠는 혼자서 열심히 노력해서 고위공무원이 되었는데, 엄마는 결혼생활 내내 돈을 벌지 않고 집에서 먹고 논 전업주부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인’이 아니라서 사회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업주부인 아줌마는 집에서 밥을 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 식모나 노예 생활과 다른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빠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은 전업주부는 먹고 놀기 때문에 이런 일상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먹고 노는’ 우리 엄마는 별로 안녕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분들의 어머니는 안녕하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집에서 먹고 노는’데도 불구하고 안녕하지 못한 우리 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


댓글 113

오래 전

Best글 보니깐 님은 생물학적인 아빠만 계시고 하루일분 안아주고 따뜻한 말한마디 줄 진짜 아빠는 안계시네요. 부모님께 받은 만큼 해드리세요. 엄마께서 님을 보듬어 주시고 대화를 하고 이해해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신것처럼 해드리고 그저 돈만 벌어오신 아빠께도 받은만큼 해드리세요.

그래서오래 전

Best저는 전업 절대 안하려구요. 업무량은 인간 이상을 요구받는데 대우는 인간 이하인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저희 키우시느라 본인의 모든걸 포기하고 미친 세월 겪으신 후 피나는 노력끝에 사회 복귀하신 분이라 저한테도 절대 '엄마'나 '아내'로만 남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여태 공부한 것도 아깝거니와 여자라는 이유로 제 아이도 그런 삶을 강요받아서는 절대 안되겠기에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에휴오래 전

Best참 참담한 글이네요... 어머니 너무 안타까우셔요. 저도 일 그만두고 결혼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제가 많은 부분을 감당하지만 틈날때마다 아기와 놀아주고 다가가는 신랑덕에 살아가는데.. 각자의 몫은 있지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게 결혼인데... 따님은 꼭 아버지와 다른 배우자감을 선택하시길..

거지같다오래 전

Best같은 남자라고 와서 저런 뭣같은 아버지 편드는 새끼들은 뇌에 똥만 찼나? 글쓴이 아버지는 돈만 벌어오고 가정에는 무책임한 사람임. 저런 사람들이 젊어서 돈만 벌고 가정에는 신경 안 쓰다 황혼이혼 당하지. 이혼 당하는 게 불쌍하다고? '돈 버는' 역할만 했으니 당연히 '돈 없으면' 버림 받지. 아버지로서도 남편으로서도 한 게 없는데 자식들이 엄마처럼 사랑할 거라 생각하나?ㅋㅋ 자업자득임. 그리고 댓글보니 엄마는 돈벌고 육아와 살림까지 해야하고 남자는 돈만 벌면 된다는 새끼가 있는데... 이야 고추달고 태어난 게 아주 벼슬이야 벼슬 시발. 좇슬아치 인증 자제요.

ㅎㅎ오래 전

Best집안일은 해놓으면 티는 잘 안나지만 안하면 티많이남. 여자가 밖에서돈벌어오기를 바라면 남자도 가사일 반은 해야한다. 전업주부가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면 절대안됨.

홍홍홍오래 전

추·반내주변에 학사 석사 박사 출신임에도 결혼과동시에 자기 커리어는 과감하게 버리는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 미혼일때 돈잘버는 남자만나 편히 살 생각만했던 언니, 친구, 동생들 .. 공부할만큼했음에도 미련없이 회사에 사표던지고 전업주부하더라 그걸 또 부뤄워하는 여자들이 많은 게 현실 도대체 대학이란 곳에 왜 간걸까 남들 다 가니까?스펙좋은남자와 어느정도 급을 맞추려고?자식교육 잘시키려고? 남자가 적은 우리과에서..열심히하지않는 아이임에도불구하고 교수가 유독 남자아이에게만 점수를 잘퍼주는 거 같아서 부당하다고 따졌더니 그 교수가 했던 말..여학생들은 시집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남자는 돈을 벌어야하지않냐고 ..ㅋㅋ당시에는 진짜 쓰레기교수라고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간다 교수라면 당연히 자기제자가 사회에 진출해서 성공하길바라겠지 실제로 우리과에서 취집하는 여자들을 많이 듣고 보고했을테니 ... 우리나라 여자들이 제발 강해졌으면좋겠다 남자한테 의지해서 살려고하지말고 남친이 '결혼하면 자긴 집에서 놀아''라고 했다고 감동이라고 생각하지말고 자기자신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그런 남자를 만났으면

어휴오래 전

맞벌이하면 나아질꺼라 보는가?나는 맞벌이에 애 둘키우는데 전업주부일에 회사일까지 플러스 된다고 보면 된다 더 힘들어진다 내가 벌고는 있으나 뭐 크게 다른건 없다 전문직에 고액연봉아니고선 더 힘들어질뿐...남자가 바뀌어야지

음음오래 전

현 중년의 어머니들은 존경받을만하고 대단한분들인데 너희 들이 무임승차 하는거는 좀 그렇닼ㅋ

눈물이오래 전

아내로 생각 안하고 파출부,청소부,식모로 평가받고 사셨나봐요...남자들 지들이 젤 힘든줄 아는데 퇴근하면 자유지만 엄마들은 일 끝나도 애보고 살림하고 항상 투잡임...전업 주부도 직업인데... 애 맡기려면 그것도 돈이고 파출부 불러도 돈임... 그 돈 아끼면서 정성까지...주부는 편한줄 아는 더러운 세상..하루만 주부로 살아보라고 하고 싶음...이래서 애처가, 자상한 남자 만나야 함...

오래 전

돈많벌어오는 기계가 저런게 아닌가싶네요.어머님 정말 대단하고 멋지신분이시네요 다만 몸이 아프시다니 안타깝네요. 님이라도 잘보살펴드리길..

ㅇㅇ오래 전

저도 저희어머니를 보면 어떻게 지금껏 살아오면서 당신의 인생이나 처지에 한탄없이 잘 살아올 수 있었을까에 감탄하고 맙니다. 저희집은 부유하지 않고 아버지의 능력은 조부모를 모시고 있어 많은 식구를 부양하기엔 모자르셨습니다. 당연히 어머니께서는 음식점을 다니시며 시부모를 모시고 저희 남매를 키우셨습니다. 30년간요. 맞벌이와 내조를 동시에 하셨죠. 아침일찍 일어나 하루 가족들이 먹을 반찬을 만드시고 출근해서 밤 10시에 돌아오면 남은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쉴틈없이 달려오신 탓에 손가락과 무릎은 골관절염이 오시고 매일 허리가 아프십니다. 정말 떠오르기만해도 눈물이 나는 단어는 어머니 뿐인것같습니다

짜증이네오래 전

첫글에 어머니를 비하하는 글인줄알고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니였네요 한평생 남편한테 사랑받기보단 비난과 무시만 받아온 가엾은 어머니 글쓴이님과 동생분께서 그 상처 잘 다독여드리세요 혼자가 아니란 생각만으로도 어머니는 힘 나실꺼예요

ㅋㅋ오래 전

결혼두달차 맞벌이하면서 집안일은...온전히 내몫ㅜ 신랑이도와준다해도 은행업무 시장보는거 음식하기 빨래하기 널기 개기 다림질... ㅜㅜ신랑 너무 애같아요ㅜㅜ 시켜야지만 하지 절대 스스로 뭘해야하고 할지몰라요ㅜ 난 직장에서도 퇴근하고 빨래개고 냉장고에 뭐가있더라 쓰레기내다나야겠네...와ㅜ 결혼전 집에서 손하나까딱 안하던내가ㅜ

으뜸자리오래 전

추천하고 댓글 쓰려고 로그인 함 . . . 나는 주부노릇에다가 생활비 벌이에다가 2자녀 키우는것에다가 시댁식모살이까지 내가 병원에입원하지않는한 기어다니면서 살고 있는데 50중반 이시점에는 병이 안 든 곳이없어도, 남편은 여전히 아가노릇만 하려함. . . 지금도 시엄니는 나를 감시하고. . . 이혼 하려고 해도 2자녀 결혼 시키는 문제 때문에 고민중. . . 님 어머니같은 전업 주부라 할 지라도 생활비 걱정 없게만 해 줘도 업고 다니겠슴. . . . .지금도 나는 돈 벌러 다니면서 주부노릇 다 함. . .

당연하다오래 전

당연하다라니, 평등이라니.. 이글을 읽고 남편분도 힘드셨을 거다라는 글은 제가 보기엔 변명으로 밖에 안들리네요. 집에 아이들이 있어서, 밖에선 일하고 집에서는 그리도 아내분을 부리시나요? 아이들과는 소통 조차하지 않은채.. 남편분은 아버지로서의 권리는 버리신 거같네요 나중에 자녀들에게 효도받을 꿈조차 꾸지 마시길

1535오래 전

눈물나는 글이네요 어머니 많이 위해주세요 엄마라는 자리에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대한민국 엄마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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