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눈팅만 하다가 오유에서 잼있게 연재되고 있는 글이 있어서 무섭다기 보단 다 같이 봤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한번 가져와 봤어요~ 환상괴담이라는 시리즌데 무섭다기보단 무서우면서 잼있는거 있잖아요!!! 완젼 제 스탈이라 암튼 믿고 보시는거에요 알겠죠?ㄱㄱ!!!!! --------------------------------------------------------------- 1.. 2.. 3.. 4.. 5.. 6.. 7..8.. 9...100! " 야, 찾는다! " 먼저번 판에 '잡는다!'는 말에 '그래!'했다가 얄짤없이 잡혀버린 몇 놈들 덕분에 이번 판은 모두 소리소문없이제대로들 숨어있었다. 아씨, 대답하지말걸, 이렇게 어려운 판의 술래가 되다니- 나는 투덜대며 풀숲을 헤치기 시작했다.혹시 다 집에 가버렸나 싶었다. 어떻게 한 명도 안 보일수가 있을까. " 나부터 잡아가라. " 엄청난 도발을 던지는 당찬 놈이 누구일까, 고개를 돌리자 의외의 인물이 서있었다.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요, 딱 그 노래가사처럼 아무도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르는 동네 땅거지.연배는 우리 또래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나이도 모르고 어른들이 너 몇 살이냐 하면 내 나이 올해 마흔이요,이 지랄을 했다가 후들겨맞고 울던 꾀죄죄한 괴짜 녀석이었다. " 야, 너 우리 놀이에 끼워준 적 없잖아. 그냥 가. " " 헤헤헤. 잡아가봐. " " 장난하지마라, 이 형님 바쁘다. " 난 지난 판의 설욕을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사뿐히 아이를 무시해주고 숨어서 기동 작전을 펼치고 있는다른 까까머리들을 잡으러 쏘다녔다. 땀이 뻘뻘 흘렀지만 그 나이대는 원래 그럴수록 재밌고 신이 나는 법이다. ㅡ " 엄마가 밥 먹으러 오래! 나 간다! "" 잘 가, 학교에서 보자. "" 오락실 갈 사람! "" 저요 "" 나 돈 없는데 "" 빌려줄게 "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꼭 집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몇몇은 마음을 맞춰 오락실로 향했다. 나는 집으로 가는 쪽이었다.우리 집은 시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면에서 엄했기 때문에 사실 지금 들어가는 것도 흙을 잔뜩 묻히고밥때가 지나서 들어가는거라 마음이 벌써부터 불안불안했다.그렇게 빠르던 발이 터덜터덜, 기운을 잃었다.엄마한테 뭐라고 하지.고개가 벌써부터 푹 숙여졌다, 얼마 전 무리해서 사다놓으신 학습대전집이라는 전화번호부처럼 생긴괴악한 책이 책장에 무지막지하게 들어가있었는데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아, 어떡하지. 어린 내 입에서 어른들이나 쉴 법한 한숨이 푹 나왔다. " 재미없지, "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말소리가 들리니 나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화들짝 놀랐다.아까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나다를까 괴짜 그 녀석이었다. " 뭐야. " " 나랑 가자. 집 가지말고. " " 저리가. 나 우울해. " 우울하다는 단어를 그때 처음 쓴 게 아닐까, 제법 어른 흉내를 내며 난 으스거렸다. " 멍청아. 재미없는 거 다 보여, 나랑 있는게 더 재밌을걸. 히힛히힛. " " ... 가라고. " 나는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내 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한 건방진 태도가 우선 마음에 안 들었다.집도 없고 학교도 안 다니는 자식이, 나처럼 집안의 독자로 태어나 모든 면에서 우수하기를 요구당하는 삶이랑어떻게 그 무게가 같겠어, 녀석이 사람을 놀린다고 생각하니 조금 열받았다. " 바-보-래-요-사-는-재-미-도-없-이-도-망-만-친-다-네 " " 이 강아지가! " 빈정거리며 부르는 노랫말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혼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마저 잊게 만들었다.나는 안 하기로 했던 녀석과의 술래잡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 신발놈아, 거기 안 서? " 아무리 땀을 흘렸기로서니 저거 하나 못 잡을까 마음 먹고 뜀박질을 정신없이 했건만전혀 가까워지는 느낌이 없었다, 녀석은 나를 똑바로 보고 뒷걸음을 치는데 왜 달리는 내가 녀석을따라잡지 못 하는거지, 흡사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 아이 잘한다 히히힛 재밌지? 나랑 노니까 재밌지? " " 헉헉, 진짜, 헉, 넌 잡히면 진짜 죽는다 " " 깔깔깔! 재미없게 살지말고 그래 나 따라가자 " 씩씩, 분에 못 이긴 나는 속에서 탄내가 올라오도록 달렸다.조금만 더 달리면 잡을 수 있을거야, 조금만 더... ! 삐삑 삐삑 " 아!? " 손목시계가 전자음을 내며 매시 정각을 알렸다.그럼, 지금.. 저녁 7시?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고, 나는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오며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 뭐야.. "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난 낭떠러지 앞에 서있었다.달리던 그대로 조금만 더 달렸어도 이미 저 아래로 떨어져 박살이 났을 위치와 높이였다. " 헉헉.. "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녀석은 이미 사라져버렸고,집에서 식사하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후환이 두려워 나는 더 이상 여기서 지체할 수가 없었다.지금 무서운 건 나랏님도 아닌 화난 엄마였으니 그땐 깊게 생각하지 못 했던 일이 하나 있다면,앞만 보고 따라갔던 그 순간에 분명히 녀석은 내 앞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어떻게 내가 서있는 곳이 낭떠러지일 수 있었을까,녀석이 떨어진거라면 왜 내가 알지 못 했을까,그 답을 추리하기엔 시간도 그럴만한 정신머리도 남아있질 않았다. ㅡ " 너. 알림장 가져와봐. " 엄마의 목소리가 그토록 냉담해진 건 처음이었다.나는 얼른 방으로 가서 알림장을 가져왔다. " 숙제 있네. 이건 한다치고. 너, 지금 시간이 몇 시야. " " 7시 반.. 이에요.. " " 흙 묻히고 애들이랑 놀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 " 했어요. " " 근데. " " ... " " 근데 놀았어? 그래, 논 것까지야 뭐라고 하겠니? 그럼, 시간이라도 지키던가,아니면 손이라도 씻고 들어오던가, 땀이랑 흙으로 엉망진창이 되가지고! 밥 시간이 언젠데 이제 들어와!회초리 가져와! 빨리! " " 엄마아 " " 빨리 안 가져오면 더 세게 때릴거야. " " 엄마 다신 안 그럴게요 " " 네가 어떤 아이인데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니, 흙 묻히면서 놀 시간이 어딨어! 종아리 걷어. " 아직 맞지도 않았건만 비죽비죽 울음을 터트리며 나는 종아리를 걷었다.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엄마의 기준 이상이 되지 않으면 늘 종아리가 터지도록 매를 맞았다.아버지는 가정교육의 전권을 거의 엄마에게 일임하시다시피 했고, 아버지 역시 3대독자인 내가 다른 촌놈들과 달리엘리트로 자라나기를 바랬기에 엄마의 방식에 별다른 거부를 하지 않으셨다.하지만 '정도'란 게 있는 법, 감시받고, 통제받고, 내 맘대로, 남들처럼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건 자라나면서내 성격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튼, 매찜질이 시작되었다.짝, 짝,그때마다 악, 악, 내 입에선 우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 네가 남들처럼 흙밭에서 구르면, 평생 흙이나 묻히고 사는 농부 밖에 더 되니? 응?왜 이렇게 철없니, 응? " " 악, 안 할게요, 안 그럴게요, "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엄마는 너무해,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면서,순간 '사는재미도없이도망만친다네'하며 나를 조롱하던 아이의 노랫말이 떠올라 나는 더 서럽게 울었다.다신 그 놈이랑은 말 한 마디도 안 섞을거야, 몹시 후회했다. ㅡ 욱씬욱씬거리는 종아리에 연고가 닿자, 소름 돋는 차가움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엄마는 으레 해온 일이라는 듯 상관않고 무심히 연고를 펴발랐다. " 누구랑 그렇게까지 놀았니. " 논 친구들은 따로 있는데, 정작 그 자식 때문에 늦었단 생각에 분노가 다시 일기 시작했다. " 원래요, 일찍 들어오려고 했는데.. 동네 땅거지있잖아요.. 걔가 시비를 걸어서.. " " 너. " " 네? " 엄마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 누구라고? " " 동네 땅거지가요. " 엄마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회초리를 더듬거리며 찾으셨다. " 이제 거짓말까지 하는거니? 어디까지 엄마 실망시킬거야? 응? " " 엄마 왜 그러세요, 진짜에요, 걔만 아니었으면.. " " 그래도 니 잘못을 몰라! " 엄마가 악마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거의 울부짖으며 평소보다 더 세게 종아리도 아닌 내 전신을 회초리로 갈겨댔다. " 너! 걔 일주일 전에 떨어져 죽은 걸 동네 사람들이 다 쉬쉬거려도 아는데, 어디 그런 거짓말을 하니!엄마가 누구랑 놀고 왔냐고 물으면, 누구랑 놀고 왔다고! 잘못했다고! 그럼 될 것을! 핑계거리가 그렇게 없어서죽은 사람을 들먹이니? 어! " 무..슨.. 소리야..한참을 맞으면서도 나는 죄송합니다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멍하니 매타작을 당하고만 있었다.아픈 줄도 몰랐다.그럼 내가 봤던 건 뭐야.. 순간 채광창 바깥으로 우리 집 화단에 걸터앉아 몹시 웃기다는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란 건 분명했다.'녀석'이 헤죽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녀석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엄마한테 뭐라고 말해야하지, " 너.. 왜 그래.. 지금 어디 봐.. 머리가 이상해진거니? 응? 왜 엄마를 똑바로 안 쳐다봐,대답 좀 해, 응? 대체 왜 그래 왜! " 엄마는 부러진 매를 바닥에 버린 채 내 양볼을 감싸쥐곤 흐느끼셨다.어떤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정신이 나간 놈처럼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나도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다.어쩌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ㅡ " 다녀왔습니다. " " 왔니. " 어머니는 내 교복을 정성스레 다리고 계셨다. 나는 성적표를 꺼내 내밀었다. " 성적이요. " " 어머, 잘 했구나.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 " 저 공부해요. 들어오지마세요. " " 알았어. " 문을 닫았다.살짝 열린 창문으로 웃고 있는 눈 한쪽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 "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순전히 자기 삶이 뭔지도 모르고, 그러게 나 따라가잘 때 갔으면흙놀이 실컷하고, ... " ㅡ 탁 나는 별 생각없이 창문을 닫았다.이젠 아무 느낌도 없었다.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복습 준비를 하면서, 나는 일상이 되버린 이 기묘한 술래잡기가차라리 학교 시험처럼 풀 수 있는 답이 있었다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세상과 떨어져 오로지 '나'만 신경쓰면 되는 혼자의 시간이 오면,언제든지 열린 틈새로 '녀석'과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늘 녀석은 자신을 따라오지 않은 내가 바보라고, 솔직히 삶이 재미없지 않느냐고빈정대며 물어왔다. 나는 그 날 이후로 한 마디도 대답해준 적이 없었지만,가끔 집안을 위해 꼭두각시로 사는 내 처지가,내 꿈이 뭔지도 모르면서 1등 2등 성적표만 가져다주면 그만인 내 처지가녀석이 얘기하는 '거짓말쟁이', '재미없는 삶'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마음 한 켠이 몹시 짜증스럽고 사는 것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남들을 위해 거짓 인생을 살면서,나의 시간에는 나머지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며 사는 삶.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ㅡ " 자랑스럽구나, 우리 아들.. " 어머니와 아버지는 감격에 겨워 나를 꼭 안으셨지만 내 심장은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았다.나는 두 분에게 3대 독자로써의 의무를 했을 뿐, 어떤 감격도 느낄 수 없었다.꽃다발을 안고 있는 나의 어깨에 소위 계급장이 달려있었다.공군사관학교 임관식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해본 패러글라이딩이 공사생도를 마음먹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나는 그동안, 나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오랫동안 잃어버려 찾을 수 없던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하늘에선 나를 방해하는 남을 위한 삶도, 나를 조롱하는 녀석도 없었기 때문에나는 그때 비로소 비행기 조종사가 내가 그나마 해볼만한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순간 꽃다발을 으스러지듯 꽉 움켜쥐었다.'녀석'이 또 저만치 앞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 술래잡기를 그렇게까지 멀리가면 어떡해, 재미없잖아, 잡혀줄 때도 있어야 재밌지 " 누가 너하고 술래잡기를 했다고..!징글맞은 자식. ㅡ 기체가 추락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파일럿에게 기체를 상승시킬 것을 경고하는 최후의 경보가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심장이 미칠듯이 뛰기 시작했다.다행히 탈출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조종간을 잡고 할 수 있는한 낙하산을 운용할만한 들판을 향해 선회시켰다.땅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이제 탈출을 마음 속으로 셈해야했다.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살 구멍은 충분했다.... 하지만 기내에서 탈출 버튼을 눌릴 수가 없다.이제 결정을 해야하건만,들판 위에서 희죽희죽거리는 녀석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결국 하늘로 도망쳐도,아주 잠시동안의 백일몽에 불과했단걸,살아서 목숨을 연명해도,녀석의 말마따나 거짓 인생을 살건데 왜 굳이 살려고 애걸복걸해야하나? 그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이미 늦었다.길고 길었던 술래잡기가 끝났다.술래가 이긴 판이다. 나는 조종간을 잡기를 포기했고, 지상과 맞부딪히기 전의 찰나,삶에 대한 아주 조금의 아쉬움을 느끼는 중이다.마치 아이들이 '숨바꼭질'에서 들켜버린 것처럼.아주 조금,아쉽다.
[공포이야기]환상괴담 술래잡기
무섭다기 보단 다 같이 봤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한번 가져와 봤어요~
환상괴담이라는 시리즌데 무섭다기보단 무서우면서 잼있는거 있잖아요!!!
완젼 제 스탈이라 암튼 믿고 보시는거에요 알겠죠?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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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4.. 5.. 6.. 7..8.. 9...100! " 야, 찾는다! " 먼저번 판에 '잡는다!'는 말에 '그래!'했다가 얄짤없이 잡혀버린 몇 놈들 덕분에 이번 판은 모두 소리소문없이제대로들 숨어있었다. 아씨, 대답하지말걸, 이렇게 어려운 판의 술래가 되다니- 나는 투덜대며 풀숲을 헤치기 시작했다.혹시 다 집에 가버렸나 싶었다. 어떻게 한 명도 안 보일수가 있을까. " 나부터 잡아가라. " 엄청난 도발을 던지는 당찬 놈이 누구일까, 고개를 돌리자 의외의 인물이 서있었다.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요, 딱 그 노래가사처럼 아무도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르는 동네 땅거지.연배는 우리 또래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나이도 모르고 어른들이 너 몇 살이냐 하면 내 나이 올해 마흔이요,이 지랄을 했다가 후들겨맞고 울던 꾀죄죄한 괴짜 녀석이었다. " 야, 너 우리 놀이에 끼워준 적 없잖아. 그냥 가. " " 헤헤헤. 잡아가봐. " " 장난하지마라, 이 형님 바쁘다. " 난 지난 판의 설욕을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사뿐히 아이를 무시해주고 숨어서 기동 작전을 펼치고 있는다른 까까머리들을 잡으러 쏘다녔다. 땀이 뻘뻘 흘렀지만 그 나이대는 원래 그럴수록 재밌고 신이 나는 법이다. ㅡ " 엄마가 밥 먹으러 오래! 나 간다! "" 잘 가, 학교에서 보자. "" 오락실 갈 사람! "" 저요 "" 나 돈 없는데 "" 빌려줄게 "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꼭 집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몇몇은 마음을 맞춰 오락실로 향했다. 나는 집으로 가는 쪽이었다.우리 집은 시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면에서 엄했기 때문에 사실 지금 들어가는 것도 흙을 잔뜩 묻히고밥때가 지나서 들어가는거라 마음이 벌써부터 불안불안했다.그렇게 빠르던 발이 터덜터덜, 기운을 잃었다.엄마한테 뭐라고 하지.고개가 벌써부터 푹 숙여졌다, 얼마 전 무리해서 사다놓으신 학습대전집이라는 전화번호부처럼 생긴괴악한 책이 책장에 무지막지하게 들어가있었는데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아, 어떡하지. 어린 내 입에서 어른들이나 쉴 법한 한숨이 푹 나왔다. " 재미없지, "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말소리가 들리니 나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화들짝 놀랐다.아까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나다를까 괴짜 그 녀석이었다. " 뭐야. " " 나랑 가자. 집 가지말고. " " 저리가. 나 우울해. " 우울하다는 단어를 그때 처음 쓴 게 아닐까, 제법 어른 흉내를 내며 난 으스거렸다. " 멍청아. 재미없는 거 다 보여, 나랑 있는게 더 재밌을걸. 히힛히힛. " " ... 가라고. " 나는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내 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한 건방진 태도가 우선 마음에 안 들었다.집도 없고 학교도 안 다니는 자식이, 나처럼 집안의 독자로 태어나 모든 면에서 우수하기를 요구당하는 삶이랑어떻게 그 무게가 같겠어, 녀석이 사람을 놀린다고 생각하니 조금 열받았다. " 바-보-래-요-사-는-재-미-도-없-이-도-망-만-친-다-네 " " 이 강아지가! " 빈정거리며 부르는 노랫말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혼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마저 잊게 만들었다.나는 안 하기로 했던 녀석과의 술래잡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 신발놈아, 거기 안 서? " 아무리 땀을 흘렸기로서니 저거 하나 못 잡을까 마음 먹고 뜀박질을 정신없이 했건만전혀 가까워지는 느낌이 없었다, 녀석은 나를 똑바로 보고 뒷걸음을 치는데 왜 달리는 내가 녀석을따라잡지 못 하는거지, 흡사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 아이 잘한다 히히힛 재밌지? 나랑 노니까 재밌지? " " 헉헉, 진짜, 헉, 넌 잡히면 진짜 죽는다 " " 깔깔깔! 재미없게 살지말고 그래 나 따라가자 " 씩씩, 분에 못 이긴 나는 속에서 탄내가 올라오도록 달렸다.조금만 더 달리면 잡을 수 있을거야, 조금만 더... ! 삐삑 삐삑 " 아!? " 손목시계가 전자음을 내며 매시 정각을 알렸다.그럼, 지금.. 저녁 7시?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고, 나는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오며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 뭐야.. "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난 낭떠러지 앞에 서있었다.달리던 그대로 조금만 더 달렸어도 이미 저 아래로 떨어져 박살이 났을 위치와 높이였다. " 헉헉.. "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녀석은 이미 사라져버렸고,집에서 식사하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후환이 두려워 나는 더 이상 여기서 지체할 수가 없었다.지금 무서운 건 나랏님도 아닌 화난 엄마였으니 그땐 깊게 생각하지 못 했던 일이 하나 있다면,앞만 보고 따라갔던 그 순간에 분명히 녀석은 내 앞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어떻게 내가 서있는 곳이 낭떠러지일 수 있었을까,녀석이 떨어진거라면 왜 내가 알지 못 했을까,그 답을 추리하기엔 시간도 그럴만한 정신머리도 남아있질 않았다. ㅡ " 너. 알림장 가져와봐. " 엄마의 목소리가 그토록 냉담해진 건 처음이었다.나는 얼른 방으로 가서 알림장을 가져왔다. " 숙제 있네. 이건 한다치고. 너, 지금 시간이 몇 시야. " " 7시 반.. 이에요.. " " 흙 묻히고 애들이랑 놀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 " 했어요. " " 근데. " " ... " " 근데 놀았어? 그래, 논 것까지야 뭐라고 하겠니? 그럼, 시간이라도 지키던가,아니면 손이라도 씻고 들어오던가, 땀이랑 흙으로 엉망진창이 되가지고! 밥 시간이 언젠데 이제 들어와!회초리 가져와! 빨리! " " 엄마아 " " 빨리 안 가져오면 더 세게 때릴거야. " " 엄마 다신 안 그럴게요 " " 네가 어떤 아이인데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니, 흙 묻히면서 놀 시간이 어딨어! 종아리 걷어. " 아직 맞지도 않았건만 비죽비죽 울음을 터트리며 나는 종아리를 걷었다.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엄마의 기준 이상이 되지 않으면 늘 종아리가 터지도록 매를 맞았다.아버지는 가정교육의 전권을 거의 엄마에게 일임하시다시피 했고, 아버지 역시 3대독자인 내가 다른 촌놈들과 달리엘리트로 자라나기를 바랬기에 엄마의 방식에 별다른 거부를 하지 않으셨다.하지만 '정도'란 게 있는 법, 감시받고, 통제받고, 내 맘대로, 남들처럼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건 자라나면서내 성격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튼, 매찜질이 시작되었다.짝, 짝,그때마다 악, 악, 내 입에선 우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 네가 남들처럼 흙밭에서 구르면, 평생 흙이나 묻히고 사는 농부 밖에 더 되니? 응?왜 이렇게 철없니, 응? " " 악, 안 할게요, 안 그럴게요, "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엄마는 너무해,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면서,순간 '사는재미도없이도망만친다네'하며 나를 조롱하던 아이의 노랫말이 떠올라 나는 더 서럽게 울었다.다신 그 놈이랑은 말 한 마디도 안 섞을거야, 몹시 후회했다. ㅡ 욱씬욱씬거리는 종아리에 연고가 닿자, 소름 돋는 차가움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엄마는 으레 해온 일이라는 듯 상관않고 무심히 연고를 펴발랐다. " 누구랑 그렇게까지 놀았니. " 논 친구들은 따로 있는데, 정작 그 자식 때문에 늦었단 생각에 분노가 다시 일기 시작했다. " 원래요, 일찍 들어오려고 했는데.. 동네 땅거지있잖아요.. 걔가 시비를 걸어서.. " " 너. " " 네? " 엄마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 누구라고? " " 동네 땅거지가요. " 엄마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회초리를 더듬거리며 찾으셨다. " 이제 거짓말까지 하는거니? 어디까지 엄마 실망시킬거야? 응? " " 엄마 왜 그러세요, 진짜에요, 걔만 아니었으면.. " " 그래도 니 잘못을 몰라! " 엄마가 악마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거의 울부짖으며 평소보다 더 세게 종아리도 아닌 내 전신을 회초리로 갈겨댔다. " 너! 걔 일주일 전에 떨어져 죽은 걸 동네 사람들이 다 쉬쉬거려도 아는데, 어디 그런 거짓말을 하니!엄마가 누구랑 놀고 왔냐고 물으면, 누구랑 놀고 왔다고! 잘못했다고! 그럼 될 것을! 핑계거리가 그렇게 없어서죽은 사람을 들먹이니? 어! " 무..슨.. 소리야..한참을 맞으면서도 나는 죄송합니다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멍하니 매타작을 당하고만 있었다.아픈 줄도 몰랐다.그럼 내가 봤던 건 뭐야.. 순간 채광창 바깥으로 우리 집 화단에 걸터앉아 몹시 웃기다는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란 건 분명했다.'녀석'이 헤죽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녀석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엄마한테 뭐라고 말해야하지, " 너.. 왜 그래.. 지금 어디 봐.. 머리가 이상해진거니? 응? 왜 엄마를 똑바로 안 쳐다봐,대답 좀 해, 응? 대체 왜 그래 왜! " 엄마는 부러진 매를 바닥에 버린 채 내 양볼을 감싸쥐곤 흐느끼셨다.어떤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정신이 나간 놈처럼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나도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다.어쩌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ㅡ " 다녀왔습니다. " " 왔니. " 어머니는 내 교복을 정성스레 다리고 계셨다. 나는 성적표를 꺼내 내밀었다. " 성적이요. " " 어머, 잘 했구나.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 " 저 공부해요. 들어오지마세요. " " 알았어. " 문을 닫았다.살짝 열린 창문으로 웃고 있는 눈 한쪽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 "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순전히 자기 삶이 뭔지도 모르고, 그러게 나 따라가잘 때 갔으면흙놀이 실컷하고, ... " ㅡ 탁 나는 별 생각없이 창문을 닫았다.이젠 아무 느낌도 없었다.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복습 준비를 하면서, 나는 일상이 되버린 이 기묘한 술래잡기가차라리 학교 시험처럼 풀 수 있는 답이 있었다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세상과 떨어져 오로지 '나'만 신경쓰면 되는 혼자의 시간이 오면,언제든지 열린 틈새로 '녀석'과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늘 녀석은 자신을 따라오지 않은 내가 바보라고, 솔직히 삶이 재미없지 않느냐고빈정대며 물어왔다. 나는 그 날 이후로 한 마디도 대답해준 적이 없었지만,가끔 집안을 위해 꼭두각시로 사는 내 처지가,내 꿈이 뭔지도 모르면서 1등 2등 성적표만 가져다주면 그만인 내 처지가녀석이 얘기하는 '거짓말쟁이', '재미없는 삶'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마음 한 켠이 몹시 짜증스럽고 사는 것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남들을 위해 거짓 인생을 살면서,나의 시간에는 나머지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며 사는 삶.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ㅡ " 자랑스럽구나, 우리 아들.. " 어머니와 아버지는 감격에 겨워 나를 꼭 안으셨지만 내 심장은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았다.나는 두 분에게 3대 독자로써의 의무를 했을 뿐, 어떤 감격도 느낄 수 없었다.꽃다발을 안고 있는 나의 어깨에 소위 계급장이 달려있었다.공군사관학교 임관식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해본 패러글라이딩이 공사생도를 마음먹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나는 그동안, 나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오랫동안 잃어버려 찾을 수 없던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하늘에선 나를 방해하는 남을 위한 삶도, 나를 조롱하는 녀석도 없었기 때문에나는 그때 비로소 비행기 조종사가 내가 그나마 해볼만한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순간 꽃다발을 으스러지듯 꽉 움켜쥐었다.'녀석'이 또 저만치 앞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 술래잡기를 그렇게까지 멀리가면 어떡해, 재미없잖아, 잡혀줄 때도 있어야 재밌지 " 누가 너하고 술래잡기를 했다고..!징글맞은 자식. ㅡ 기체가 추락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파일럿에게 기체를 상승시킬 것을 경고하는 최후의 경보가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심장이 미칠듯이 뛰기 시작했다.다행히 탈출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조종간을 잡고 할 수 있는한 낙하산을 운용할만한 들판을 향해 선회시켰다.땅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이제 탈출을 마음 속으로 셈해야했다.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살 구멍은 충분했다.... 하지만 기내에서 탈출 버튼을 눌릴 수가 없다.이제 결정을 해야하건만,들판 위에서 희죽희죽거리는 녀석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결국 하늘로 도망쳐도,아주 잠시동안의 백일몽에 불과했단걸,살아서 목숨을 연명해도,녀석의 말마따나 거짓 인생을 살건데 왜 굳이 살려고 애걸복걸해야하나? 그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이미 늦었다.길고 길었던 술래잡기가 끝났다.술래가 이긴 판이다. 나는 조종간을 잡기를 포기했고, 지상과 맞부딪히기 전의 찰나,삶에 대한 아주 조금의 아쉬움을 느끼는 중이다.마치 아이들이 '숨바꼭질'에서 들켜버린 것처럼.아주 조금,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