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때문에 제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은 건 처음이네요...

ㅇㅇ2014.02.21
조회392

저는 20대 초반 여대생이고, 그냥 평범한 집안이에요.

다만 엄마한테 용돈이라는 부담까지 드리기 싫어서

주말에만 알바하면서 제 용돈 마련해서 쓰고 있습니다.

억울한 사연 같은 건 아닌데....그냥 우울해졌어요.....아주 많이...

 

작년에 첫 알바로 편의점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그만두었고 올해 초 새 알바로 빵집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빵집이란 게 편의점 같은 것과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할 일이 많았고, 카페 형식이라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함께 일하는 알바생들도 있더라구요....

편의점에서 늘 혼자 일했고 평소에도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 일에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매뉴얼대로 멘트를 치긴 했지만 편의점처럼 바코드를 찍는 게 아니라 빵 이름을 죄다

외워서 포스기에 찍어야 했습니다.

저는 주말만 해서 띄엄띄엄 하다보니 배울만하면 잊어먹고 그래서

일을 빨리 배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평일 오후 근무를

처음으로 맡겨주셨어요. (이 때는 한달 반쯤 됐을때이고 횟수로는 10번쯤 나왔을 때임)

그 때 제가 실수를 엄청 많이 했어요.

포인트 적립하겠다는 손님 사용해서 다시 원상복귀하고

빵 이름잘못 찍고, 포스기 멈춰서 당황해서 얼어붙고...

계산대에 빵 쟁반 놓고 내내 다른 빵 구경하다 다른 손님 먼저 해줬다고 ㅈㄹ하는

손님도 하나 있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커피 주문이 밀려서 저랑 같이 하는 다른 친구는 커피만 내내 제조하고..

아무튼 그 날은 실수가 유독 많았어요...

그리고 그 주말에 제가 일하는 시간대가 끝날 무렵 알바 면접 보러 왔다고 누가 오더군요.

직감적으로 불안한 느낌은 들었어요. 사장님의 어쩐지 차가운 눈빛이라던지 딱딱한 말투...

그래도 일단 하는 데까진 열심히 했습니다.

신용카드 놓고 간 손님들이 많아서 그 손님들 끝까지 쫓아가서 카드 드리고

쇼트케잌 포장해서 차로 달라는 손님들한테도 서비스 잘해드리고, 빵 추천도 제가 아는 선에서

정말 잘해주었고....알바생 중에 빵을 올려두는 철판은 제가 가장 깨끗이 닦았을 겁니다. 위생적으로 최소한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저녁근무했을 때에는 저보다 못하는 신입친구랑 같이 하게 되서 빵이름도 알려주고.. 여하튼 제 선에서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이번 주말(일한 지 두달이 채 안된) 사장님이 갑자기 나오지 말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직감했던 일이었습니다..단골에게서 클레임이 걸려왔대요. 계산 못한다고....

제 어리숙함 때문에 누군가 불만을 느꼈다면 그건 제 잘못이 맞지요..

제가 상대한 손님 중 하나라도 저한테 짜증스러움을 느꼈다면 제 책임이 맞습니다.

그런데 당일날 실컷 같이 일시키고 나서 집에 갈때 '이제 나오지 말아달라, 월급은 오늘 것까지 오늘 넣어주겠다' 하시면....제 입장에선 정말 제가 이용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름표 주려고 했다면서 아쉬운 척하시는데 정말 화나서 순간 울컥하더라구요. 몇 주 전에 알바 면접생 온 거 봤는데...그 때부터 자를 생각 하고 있었으면서 당일날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저는 사장님보다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내가 그렇게 최악이었나 싶은 마음에 자괴감도 느껴지고

한달 반(약 15번~18번)이지만 일한 정이 있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라니...그리고 전 아직 일을 배워나가는 중이라 믿었기에 이렇게 빨리 잘릴 거라고 예상 못했습니다. 낯가리는 내 성격...어리숙한 실수 모두 아직 부족하지만 점점 만회해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잘린다, 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알바였어요.

 

알바에서 잘리는 것도 그렇게 서러운데 회사에서 잘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요?

알바에서 잘리고 정말 다급한 마음에 바로 근처 편의점에 지원서를 넣었고

당일날 면접 봐서 바로 합격했습니다. 하루만에 잘리고 면접보고 붙은 거지요...

사장님께서는 대뜸 전화해서 용기있게 저에 대해 피력하는 제가 당차서 맘에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제 성격이 아니지만 알바를 하지 않으면 용돈을 벌 수 없기에 저도 모르게 힘이 나왔던 것 같아요. 이번 알바 내내 이렇게 힘있는 알바생이 되려고 노력할겁니다. 빵집에서 일해서 보건증도 있었고 편의점 경력도 있었으니 합격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앞으로가 시작인 것 같아요. 비록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만...알바도 나름대로 경험이잖아요. 스펙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제 경험이요.

제가 해봤던 일이니까 이번 알바는 정말 잘해내고 싶어요....긴 얘기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길어서 스크롤 내려버림 이런 거 쓰면 저 두 번 죽이시는 거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