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목구멍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로 인해 둔해져있던 청각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온 몸의 촉감들로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감각들이 돌아온 것뿐이지 온 몸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몸을 움직이기가 너무 벅찼다. 그렇게 생각하며 천근같은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윽.’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은 누워있는 나에게 바로 빛을 쏘아내리고 있는 황금빛 백열등이었다. 눈이 부셔 살짝 실눈을 뜨며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 나를 반긴 것은 내가 인위적으로 만든 어두컴컴한 방도 언제나 켜져 있는 모니터 불빛이 감도는 그런 좁은 방도 아니었다.
‘여기 어디야?’
시야에 담긴 방은 벽지가 붙여있지 않고 그저 시멘트만 발라놓은 상태의 방이었다.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마치 갓난아이가 된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냄새는…….’
추리에 관심이 많아서 범인이 쓸법한 마취제를 모두 사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었는데 이건 그 때 맡은 적이 있던 ‘클로로포름’이었다. 그 때 그걸 맡았다가 그대로 몇 시간 뒤로 시간여행을 했을 정도로 무서운 녀석이다. 클로로포름이란 마취제로 수술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강력하고 효과 빠른 마취제였다. 누군가를 납치할 때에도 많이 쓰이는 약이다. 그런 냄새가 내 코 주변에서 미약하게 나고 있다.
‘이러니 일어날 수가 없지.’
대뇌까지 마비를 시키는 클로로포름 냄새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확인했다. 어차피 마취제의 향이 다 날아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백열등 다음으로 시선이 멈춘 곳은 굳건히 닫혀있는 철문이었다.
‘철문?’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급히 다른 곳에도 살펴보았다.
‘젠장.’
좁은 방이었기 때문에 그 방을 둘러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발 내가 뭔가 잘못 본 것임을 기대하며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밀폐된 공간이야.’
창문은커녕 환풍기 하나 조차 없는 좁은 방. 이곳이 지상인지 지하인지조차 모르는 그런 방 안에 나는 감금된 거다.
‘대체 어째서? 무슨 목적으로?’
머리를 굴리려고 했지만 클로로포름 때문인지 전혀 뇌세포들이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생각만 하면 끊기고 생각만 하면 끊기는 통에 내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아리까리할 정도다. 별 수 없이 생각하는 것을 관두고 다시금 내가 처한 상황을 눈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아, 침대 위에 있었구나?’
어쩐지 시야가 조금 높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지금으로써는 무슨 종류의 침대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나를 여기 눕혔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미세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는 오래된 침대였다. 그 다음으로 눈이 간 곳은 흔해빠진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카세트테이프였다. 달랑 카세트테이프만 놓여 있는 것이 수상했다.
‘확인해볼까.’
방금 전에 비해 확실히 약해진 마취제 향에 자신감이 생겼다. 혹시나 해서 상체를 일으켜보자, 방금 전보다 훨씬 쉽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역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은 마취제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좋아. 그럼…….’
침대 위에 올려져있는 두 발을 침대 아래로 내리고 일어서려고 힘을 주는 순간.
“엇!”
일어서자마자 갑자기 온 몸의 신경이 끊어진 것처럼 몸이 무너져 내렸다. 마치 춤추고 있던 마리오네트의 실을 끊은 것처럼.
“으아아……. 아파라…….”
다행히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무너지다시피 넘어진 탓에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어버렸다. 다행히 심한 상처는 아니라 피를 흘리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이런 더러운 곳에서 상처가 나버린다면 외부의 병균을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섬뜩해졌다.
“크으……. 너무 아프잖아.”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겨우 엔돌핀이 분비되어 고통이 완화되었지만 그 후로 쉽게 일어날 자신이 없었다. 또 넘어질 거라는 불안감에 엉덩이를 바닥에 붙여 거의 기어가다시피 그 카세트테이프로 다가갔다. 이 와중에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내 자신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테이블 앞에 도달하자마자 바로 손을 뻗어 카세트테이프를 집어 들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흰색 카세트테이프였다.
‘정말 카세트테이프네. 어릴 적 눈높이 할 때 본 이후로 처음이네.’
어릴 적 조기교육이랍시고, 학습지를 받아서 공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거의 쓸모없다시피 한 교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부모들은 그냥 다른 아이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들도 하면 머리가 똑똑해지겠거니 하고 시킨 거지만 실상 아이들은 거의 학습지를 풀지 않다시피 했으니까. 아무튼 이 카세트테이프를 듣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카세트플레이어가 필요하다. 크기는 제각기이기는 하지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워크맨도 존재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옛날 기억이라…….’
그제야 몸에 있던 약기운이 거의 날아갔음을 눈치 챘다.
‘아직 일어나는 건 무리겠지만 생각은 이제 할 수 있겠지?’
눈높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 걸로 봐서는 이제 어느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는 것 같다.
‘것보다 바닥이 시리네. 일단 올라가야겠다.’
또 다시 기어가다시피 침대로 향했다. 방금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을 침대 위에 앉혔다. 엉덩이에 올라오던 냉기가 사라지자 조금 마음에 편안해졌다. 곰팡이로 가득한 더러운 침대였지만 지금 이것이 있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자, 그럼 생각을 해볼까.’
언제나 추리문제를 풀기 전에 취하는 익숙한 자세를 취했다. 양손을 기도하는 것처럼 모은 다음에 검지 부분에는 코를 엄지로는 턱을 받쳤다. 언제나 무언가 깊게 생각할 때 취하는 자세이고, 이렇게 자세를 취하게 되면 잡념은 모두 흩어지고, 오직 거기에 대한 생각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째서? 왜……. 나를……. 설마 죽이는 건 아니겠지? 아니 이렇게 납치했는데 살려두는 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뇌세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공포였다. 지금 이 상황이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내장은 팔아치우고 남은 고기는 먹을 지도 모르고, 그것도 아니면 먼 나라에 노예로 팔려갈 지도 모른다. 인체실험을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느 샌가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입고 있는 상의를 슬쩍 들어 올리면 왠지 바늘 자국이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어쩌면 쏘우처럼 방 안 어딘가 숨겨놓은 감시카메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신 차려!”
짧게 소리를 질렀다. 좁은 방 안이라 소리가 퍼지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속 깊게 그 울림이 퍼져나갔다.
‘무서워하지 마.’
이럴 때 일수록 제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호랑이굴에 들어왔다고 무섭다고 벌벌 떠는 건 호랑이의 식욕을 돋게 만들 뿐이었다.
‘침착하게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하자.’
추리문제를 풀면서 감정이입 되지 않은 적은 없다. 내가 탐정이고, 범인을 추리하는 것 혹은 그 반대로 내가 범인이고 탐정에게서 벗어나는 것. 언제나 그런 몽상에 가까운 생각만 했던 나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야.’
공포와 맞서서 즐기는 것. 그것은 내가 좋아했던 탐정이 했던 말이다. 물론 실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는 지금 겁먹은 나를 보며 혀를 차고 있다. 바로 내 눈앞에서 말이다.
‘그처럼 대단한 탐정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겁먹고 쫄고 있는 건…….’
어느 정도 마음 정리를 한 뒤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쪽팔리잖아.”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눈앞에서 혀를 차고 있던 그의 모습은 어느 샌가 사라져있었다. 방금 전까지 온 몸을 난자하던 떨림도 사라지고 없었다.
(장편소설) 밀실마피아게임 - 1
물에 잠겨있던 익사체가 물 위로 서서히 떠오르듯 의식은 조심스럽게 대뇌로 스며들었다.
“으으…….”
마른 목구멍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로 인해 둔해져있던 청각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온 몸의 촉감들로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감각들이 돌아온 것뿐이지 온 몸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몸을 움직이기가 너무 벅찼다.
그렇게 생각하며 천근같은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윽.’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은 누워있는 나에게 바로 빛을 쏘아내리고 있는 황금빛 백열등이었다. 눈이 부셔 살짝 실눈을 뜨며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 나를 반긴 것은 내가 인위적으로 만든 어두컴컴한 방도 언제나 켜져 있는 모니터 불빛이 감도는 그런 좁은 방도 아니었다.
‘여기 어디야?’
시야에 담긴 방은 벽지가 붙여있지 않고 그저 시멘트만 발라놓은 상태의 방이었다.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마치 갓난아이가 된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냄새는…….’
추리에 관심이 많아서 범인이 쓸법한 마취제를 모두 사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었는데 이건 그 때 맡은 적이 있던 ‘클로로포름’이었다. 그 때 그걸 맡았다가 그대로 몇 시간 뒤로 시간여행을 했을 정도로 무서운 녀석이다. 클로로포름이란 마취제로 수술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강력하고 효과 빠른 마취제였다. 누군가를 납치할 때에도 많이 쓰이는 약이다. 그런 냄새가 내 코 주변에서 미약하게 나고 있다.
‘이러니 일어날 수가 없지.’
대뇌까지 마비를 시키는 클로로포름 냄새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확인했다. 어차피 마취제의 향이 다 날아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백열등 다음으로 시선이 멈춘 곳은 굳건히 닫혀있는 철문이었다.
‘철문?’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급히 다른 곳에도 살펴보았다.
‘젠장.’
좁은 방이었기 때문에 그 방을 둘러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발 내가 뭔가 잘못 본 것임을 기대하며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밀폐된 공간이야.’
창문은커녕 환풍기 하나 조차 없는 좁은 방. 이곳이 지상인지 지하인지조차 모르는 그런 방 안에 나는 감금된 거다.
‘대체 어째서? 무슨 목적으로?’
머리를 굴리려고 했지만 클로로포름 때문인지 전혀 뇌세포들이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생각만 하면 끊기고 생각만 하면 끊기는 통에 내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아리까리할 정도다.
별 수 없이 생각하는 것을 관두고 다시금 내가 처한 상황을 눈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아, 침대 위에 있었구나?’
어쩐지 시야가 조금 높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지금으로써는 무슨 종류의 침대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나를 여기 눕혔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미세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는 오래된 침대였다.
그 다음으로 눈이 간 곳은 흔해빠진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카세트테이프였다. 달랑 카세트테이프만 놓여 있는 것이 수상했다.
‘확인해볼까.’
방금 전에 비해 확실히 약해진 마취제 향에 자신감이 생겼다. 혹시나 해서 상체를 일으켜보자, 방금 전보다 훨씬 쉽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역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은 마취제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좋아. 그럼…….’
침대 위에 올려져있는 두 발을 침대 아래로 내리고 일어서려고 힘을 주는 순간.
“엇!”
일어서자마자 갑자기 온 몸의 신경이 끊어진 것처럼 몸이 무너져 내렸다. 마치 춤추고 있던 마리오네트의 실을 끊은 것처럼.
“으아아……. 아파라…….”
다행히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무너지다시피 넘어진 탓에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어버렸다. 다행히 심한 상처는 아니라 피를 흘리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이런 더러운 곳에서 상처가 나버린다면 외부의 병균을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섬뜩해졌다.
“크으……. 너무 아프잖아.”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겨우 엔돌핀이 분비되어 고통이 완화되었지만 그 후로 쉽게 일어날 자신이 없었다. 또 넘어질 거라는 불안감에 엉덩이를 바닥에 붙여 거의 기어가다시피 그 카세트테이프로 다가갔다. 이 와중에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내 자신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테이블 앞에 도달하자마자 바로 손을 뻗어 카세트테이프를 집어 들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흰색 카세트테이프였다.
‘정말 카세트테이프네. 어릴 적 눈높이 할 때 본 이후로 처음이네.’
어릴 적 조기교육이랍시고, 학습지를 받아서 공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거의 쓸모없다시피 한 교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부모들은 그냥 다른 아이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들도 하면 머리가 똑똑해지겠거니 하고 시킨 거지만 실상 아이들은 거의 학습지를 풀지 않다시피 했으니까.
아무튼 이 카세트테이프를 듣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카세트플레이어가 필요하다. 크기는 제각기이기는 하지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워크맨도 존재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옛날 기억이라…….’
그제야 몸에 있던 약기운이 거의 날아갔음을 눈치 챘다.
‘아직 일어나는 건 무리겠지만 생각은 이제 할 수 있겠지?’
눈높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 걸로 봐서는 이제 어느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는 것 같다.
‘것보다 바닥이 시리네. 일단 올라가야겠다.’
또 다시 기어가다시피 침대로 향했다. 방금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을 침대 위에 앉혔다. 엉덩이에 올라오던 냉기가 사라지자 조금 마음에 편안해졌다. 곰팡이로 가득한 더러운 침대였지만 지금 이것이 있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자, 그럼 생각을 해볼까.’
언제나 추리문제를 풀기 전에 취하는 익숙한 자세를 취했다. 양손을 기도하는 것처럼 모은 다음에 검지 부분에는 코를 엄지로는 턱을 받쳤다. 언제나 무언가 깊게 생각할 때 취하는 자세이고, 이렇게 자세를 취하게 되면 잡념은 모두 흩어지고, 오직 거기에 대한 생각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째서? 왜……. 나를……. 설마 죽이는 건 아니겠지? 아니 이렇게 납치했는데 살려두는 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뇌세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공포였다.
지금 이 상황이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내장은 팔아치우고 남은 고기는 먹을 지도 모르고, 그것도 아니면 먼 나라에 노예로 팔려갈 지도 모른다. 인체실험을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느 샌가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입고 있는 상의를 슬쩍 들어 올리면 왠지 바늘 자국이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어쩌면 쏘우처럼 방 안 어딘가 숨겨놓은 감시카메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신 차려!”
짧게 소리를 질렀다. 좁은 방 안이라 소리가 퍼지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속 깊게 그 울림이 퍼져나갔다.
‘무서워하지 마.’
이럴 때 일수록 제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호랑이굴에 들어왔다고 무섭다고 벌벌 떠는 건 호랑이의 식욕을 돋게 만들 뿐이었다.
‘침착하게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하자.’
추리문제를 풀면서 감정이입 되지 않은 적은 없다. 내가 탐정이고, 범인을 추리하는 것 혹은 그 반대로 내가 범인이고 탐정에게서 벗어나는 것. 언제나 그런 몽상에 가까운 생각만 했던 나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야.’
공포와 맞서서 즐기는 것. 그것은 내가 좋아했던 탐정이 했던 말이다. 물론 실존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는 지금 겁먹은 나를 보며 혀를 차고 있다. 바로 내 눈앞에서 말이다.
‘그처럼 대단한 탐정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겁먹고 쫄고 있는 건…….’
어느 정도 마음 정리를 한 뒤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쪽팔리잖아.”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눈앞에서 혀를 차고 있던 그의 모습은 어느 샌가 사라져있었다. 방금 전까지 온 몸을 난자하던 떨림도 사라지고 없었다.
‘좋아. 할 수 있어.’
언제부터였는지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