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시헌 선수(현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가 로이 존스 주니어(미국)와의 결승전에서 석연치않은 판정이 내려진 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며 한 발언이죠. (당시 분위기 상 일부 외신에만 보도됐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복싱이 초경량급에서는 세계 최강이었지만, 중량급에서는 미국과 유럽에 밀려 결승전 근처에도 가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따라서 혹 결승전에서 정상정인 판정이 내려져 박시헌 선수가 은메달만 땄더라도 그것은 한국 스포츠 사상 초유의 일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지요.
왜 그랬냐 하면, 금메달에 집착하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막바지였던 그 시점 한국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소련, 동독, 미국, 서독에 이어 메달 종합순위 5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취임 첫 해를 맞은 노태우 정부 입장에서는 올림픽에서의 깜짝 활약을 발판으로 국민적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독을 제치고 메달 종합순위 4강에 진입하기 위해 딱 금메달 1개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한국의 강세 종목이었던 양궁, 유도, 레슬링, 탁구 등은 경기가 끝났고,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었던 종목이 바로 복싱이었지요. 그래서 석연치않은 판정이 결승전에서 내려졌고, 이에 힘입어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서독(금메달 11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5개)을 제치고 메달 종합순위 4위로 올라섰지요.
(당시 권투 심판의 판정을 뒤바꾼 것은 한국이 아니라 아마추어 권투 위원회 회장인 러시아였습니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의 금매달 경쟁이 치열했고, 미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기 위해서 심판 판정이 바뀌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 당시 취재 현장에 있었던 제 페친 임유철 님이 댓글을 통해 알려주신 정보입니다.
더 황당한 사건은 그 후에 벌어졌습니다. 석연치않은 판정에 대해 스스로도 찔렸는지 1988년 서울올림픽 최우수선수(MVP)에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은메달리스트 로이 존스 주니어가 선정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은메달리스트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로이 존스 주니어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 금메달리스트들이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청와대 만찬 장면이 생중계되었는데, 노태우 대통령이 금메달리스트와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하는데, 유독 박시헌 선수에 대해서만 눈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악수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지요. 더욱이, 금메달리스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감을 말하도록 하는 순서에서 유독 박시헌 선수만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빼앗아 부끄러운 금메달을 준 사람들은 그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멍에를 평생 짊어져야 할 선수에게는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거지요. 어제 피겨 종목에서 러시아가 소트니코바에게 한 일도 이와 똑같은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17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첫 출전하여 레전드 김연아와 경합을 벌이다 은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칭송받아 마땅한 선수에게 '논란'과 '편파'라는 낙인을 찍어버렸습니다. 아직 어리기에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조국이 내 은메달을 빼앗아 갔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러시아의 상황도 1988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금메달 10개를 획득한 스키 강국 노르웨이에는 미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금메달 1개만 더 따면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일약 메달순위 종합 4위에서 2위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가 남자 쇼트트랙 5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그 목표가 완성되겠지요. (탐욕의 희생양이 소트니코바로 멈춰지기를 기대합니다. 빅토르 안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 뿐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도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메달권과 거리는 있지만 선전을 펼친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갖는 여유와 포용력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25년만에 우리는 그만큼 성장했지만 러시아는 25년 전 우리가 범했던 우를 지금 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놀라운 선전을 펼친 '피겨의 레전드' 김연아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으며, 24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품격있게 이번 사태를 극복해내는 그녀의 지고지순한 클래스에 감동받았습니다.
금메달에 집착하는 세력들
공교롭게도 지금 러시아의 상황도 1988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조국이 내 은메달을 빼앗아 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시헌 선수(현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가 로이 존스 주니어(미국)와의 결승전에서 석연치않은 판정이 내려진 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며 한 발언이죠. (당시 분위기 상 일부 외신에만 보도됐죠.)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복싱이 초경량급에서는 세계 최강이었지만, 중량급에서는 미국과 유럽에 밀려 결승전 근처에도 가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따라서 혹 결승전에서 정상정인 판정이 내려져 박시헌 선수가 은메달만 땄더라도 그것은 한국 스포츠 사상 초유의 일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지요.
왜 그랬냐 하면, 금메달에 집착하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막바지였던 그 시점 한국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소련, 동독, 미국, 서독에 이어 메달 종합순위 5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취임 첫 해를 맞은 노태우 정부 입장에서는 올림픽에서의 깜짝 활약을 발판으로 국민적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독을 제치고 메달 종합순위 4강에 진입하기 위해 딱 금메달 1개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한국의 강세 종목이었던 양궁, 유도, 레슬링, 탁구 등은 경기가 끝났고,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었던 종목이 바로 복싱이었지요. 그래서 석연치않은 판정이 결승전에서 내려졌고, 이에 힘입어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서독(금메달 11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5개)을 제치고 메달 종합순위 4위로 올라섰지요.
(당시 권투 심판의 판정을 뒤바꾼 것은 한국이 아니라 아마추어 권투 위원회 회장인 러시아였습니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의 금매달 경쟁이 치열했고, 미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기 위해서 심판 판정이 바뀌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 당시 취재 현장에 있었던 제 페친 임유철 님이 댓글을 통해 알려주신 정보입니다.
더 황당한 사건은 그 후에 벌어졌습니다. 석연치않은 판정에 대해 스스로도 찔렸는지 1988년 서울올림픽 최우수선수(MVP)에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은메달리스트 로이 존스 주니어가 선정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은메달리스트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로이 존스 주니어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 금메달리스트들이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청와대 만찬 장면이 생중계되었는데, 노태우 대통령이 금메달리스트와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하는데, 유독 박시헌 선수에 대해서만 눈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악수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지요. 더욱이, 금메달리스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감을 말하도록 하는 순서에서 유독 박시헌 선수만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빼앗아 부끄러운 금메달을 준 사람들은 그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멍에를 평생 짊어져야 할 선수에게는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거지요. 어제 피겨 종목에서 러시아가 소트니코바에게 한 일도 이와 똑같은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17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첫 출전하여 레전드 김연아와 경합을 벌이다 은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칭송받아 마땅한 선수에게 '논란'과 '편파'라는 낙인을 찍어버렸습니다. 아직 어리기에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조국이 내 은메달을 빼앗아 갔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러시아의 상황도 1988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금메달 10개를 획득한 스키 강국 노르웨이에는 미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금메달 1개만 더 따면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일약 메달순위 종합 4위에서 2위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가 남자 쇼트트랙 5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그 목표가 완성되겠지요. (탐욕의 희생양이 소트니코바로 멈춰지기를 기대합니다. 빅토르 안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 뿐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도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메달권과 거리는 있지만 선전을 펼친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갖는 여유와 포용력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25년만에 우리는 그만큼 성장했지만 러시아는 25년 전 우리가 범했던 우를 지금 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놀라운 선전을 펼친 '피겨의 레전드' 김연아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으며, 24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품격있게 이번 사태를 극복해내는 그녀의 지고지순한 클래스에 감동받았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김연아 파이팅!!
▷ 이진우 창조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