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놀래서 거칠게 숨을 쉴 때보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방금 전보다 훨씬 호흡하기 힘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깊게 숨을 내쉬어도 폐로 들어오는 산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산화탄소가 산소보다 무겁기 때문에 침대 위에 서서 산소를 들이쉬어야만 했다.
‘힘들어, 정말 죽을 것 같아.’
목 아래에 물이 차 들어오고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영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방금 전보다 숨쉬기 더 힘들어졌어. 이산화탄소가 더 많아진 건가.’
그러다 문득 테이블에 눈이 갔다.
‘그래, 더 높이 올라가야겠다.’
침대 아래로 내려와 테이블을 집어 들고는 침대 위에 올렸다. 그 사이에 아래에 아직 산소가 남아있나 확인해보자, 숨이 탁 막히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 뒤로는 숨을 참으며 테이블을 옮겼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불쾌감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푸하!”
테이블 위에 올라가자마자 천장에 있는 산소를 흡입했다. 뇌 속으로 산소가 공급되자 어질 거리던 두통이 그나마 가셨다. 방금 전보다 발 디디는 곳이 훨씬 높아진 덕분에 천장에 손을 짚을 수 있어 망정이지 아니면 진즉에 현기증 때문에 바닥에 뒹굴었을 거다.
‘젠장 토할 것 같아.’
테이블로 높이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방금 전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하기 힘들었다. 벌써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밀실 영화에서는 단순히 문제만 풀면 되던데 나는 이게 뭐야?’
질식으로 밀실에서 죽는 건 아마 내가 최초가 되지 않을까. 만약 소설에서 그런 장면이 있다면 콧방귀라고 꼈을 정도로 현실성 없는 얘기지만 나는 실제로 그런 밀실에 갇혀있으니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탈출할 생각보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엄마…….’
언제나 나를 감싸주시던 어머니. 나라는 놈 때문에 매일 걱정하고 한숨 쉰 탓에 탄력 있던 피부는 조금씩 주름이 지기 시작하고, 마음은 조금씩 병들어가셨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는 추리가 좋다면서 되도 안한 것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 안 듣는 자식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실까. 평소에 공부하는 좋은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그나마 마음이 가벼웠을 텐데…….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아버지와 웃으면서 자기를 굽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마음이 조금 가벼웠을 텐데.
‘아빠…….’
이런 상황에서도 싫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보고 싶었다.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말 안 듣는 자식이 가업을 잇기는커녕 추리 따위에 빠져있기나 하니 말이다.
‘애초에 내가 여기에 잡혀온 것도 모두 추리 때문이잖아? 대체 그 딴 게 뭐라고 이런 식으로 죽어야하지?’
그렇게 생각하자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당장 과거로 돌아간다면 추리 관련 서적을 다 불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 정말 형편없는 놈이었구나…….’
지금 이런 곳에서 죽을 만큼 나는 부모님께 당당하지 못했다. 형편없는 자식의 모습을 보여줘 놓고 마음 편하게 그냥 죽겠다고? 그건 내가 인정할 수 없다. 병신 같이 찌질하게 후회하면서 부모님을 생각한다고? 정말 나란 놈은 끝까지 한심한 새끼다. 지금 이렇게 체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그래도 추리동호회 회원이다. 암호까지 주어진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죽으면 정말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쓰레기였다고 인정하는 꼴이야. 그 몇 년간이 정말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고.’
죽음을 직면하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씩 담담해졌다.
‘암호만 풀면 살 수 있어.’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가뿐해졌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호흡도 가쁘지만 집중력만큼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지금이라면 유명한 탐정 셜록홈즈가 온다고 해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늦장부릴 시간은 없었다. 나는 바로 방금 들었던 힌트를 되씹었다.
‘진실은 언제나 밝은 곳에 있다고는 할 수 없지.’
처음 이걸 들었을 때 마음의 여유로움이 있었기 때문일까 깊게 생각하질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 암호문이라는 것 자체가 만든 사람의 배경지식과 잡더란 지식이 마구 섞인 집합체이니까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바로 풀기는 힘들다.
‘하지만 난 그걸 풀어야 된다.’
살기 위해서. 일단 그 어려운 암호문에 대해 바꿔 생각해보기로 했다.
‘범인도 알고 있을 거야. 암호문이라는 게 그 만큼 어렵다는 걸. 즉, 나도 풀 수 있는 암호를 줬을 거란 소리. 그게 아니었다면 바로 죽였겠지.’
범인이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나를 납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려둔 걸로 봐서는 분명 이유가 있다. 즉, 이렇게 나를 가뒀으니 탈출할 방법이 분명 있을 거란 소리다.
‘방을 다 돌아다녀봤는데 딱히 얻을 만한 정보는 없었어. 그럼 카세트테이프에서 들은 힌트에 모든 걸 걸자.’
방을 다시 조사해볼 생각은 미리 접어두었다. 어차피 방을 조사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왜 이런 싸이코 같은 짓을 하는 지 전혀 짐작이 가질 않지만 일단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어.’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은 나는 곧장 힌트에 눈을 돌렸다.
‘진실은 밝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그럼 어두운 곳에 답이 있단 소리인가?’
침대 밑을 생각해봤지만 방금 조사할 때에는 침대 밑에 아무것도 없었다. 테이블 밑도 어둡기 때문에 생각해봤지만 방금 조사할 때 역시 뭔가 특이점이라고 할 건 없었다. 그러니까 그 둘은 일단 제외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을 제외하고 나면 뭐가 남지?’
5평 남짓한 방에 있는 거라고는 테이블과 침대뿐이다. 그 외의 것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럼 대체 어디에 어두운 곳이 있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단순히 머리를 써서 아픈 게 아니라는 거쯤은 이미 몸이 알고 있었다.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두 눈을 감고 숨마저 죽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산화탄소 때문인지 몸이 조금 붕 뜨는 착각이 들었다. ‘진실’이라는 단어는 분명 이 방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에 있다. 그래서 어두운 곳이 어딜까 고심해봤다. 침대 밑에도 테이블 밑에도 그 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일까? 이 힌트가 가리키는 이정표는?
“으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이 테이블 위에서 떨어진다면 정말 끝이다. 다시 기어 올라갈 기력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 때였다.
파지직!
‘어.’
갑자기 눈앞에 있는 백열구가 작은 스파크 소리를 내뱉었다. 만약 제 정신이었다면 놀라서 자빠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기운마저 없었기 때문에 그걸 슬쩍 쳐다보는데 그쳤다.
‘아, 깜짝 놀랐네…….’
그 순간이었다.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잠깐만……. 왜 어두운 곳이 빛에 가려진 곳이라고만 생각했지?’
애초에 이 방을 밝히는 건 저 백열구 밖에 없었다. 즉, 이 방의 빛은 저 백열구 하나뿐이라는 소리다.
‘그럼 저게 꺼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방 전체가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이 되는 거다. 도전해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정말 백열구를 깨는 게 맞는 건가?’
저걸 깨게 되면 나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암흑 속에 고립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탈출할 방법은커녕 말 그대로 생존가능성이 제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언제부턴가 식은땀까지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지금까지 살면서 목숨을 건 선택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게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이런 식의 낙관적인 생각만 하고 살았다. 사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추리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추리를 못하게 된다면 그냥 아버지 밑에서 도자기 굽는 기술이나 배우자.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껏 나는 무엇 하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한 적이 없다. 그래서 방금 후회할 때에도 뭔가 마음에 걸렸던 거다.
‘나란 놈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살았었구나.’
한심해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뭐가 추리동호회 회원이냐? 지금까지 진심으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쿨럭! 쿨럭!” 잡생각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산소를 마시는 건지 가스를 마시는 건지 감도 안 잡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도전이라도 하고 죽자.’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쉽게 백열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틱.
“어.”
내 몸은 이미 내 명령을 듣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해버렸다.
‘아, 안 돼.’
백열구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탓에 불안했던 몸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로 백열구가 천천히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빛이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웃기지마!!’
넘어지기 바로 직전 휘둘렀던 반대 손을 있는 힘껏 백열구를 향해 뻗었다.
챙!!
짧은 소음과 동시에 작은 파편들이 순식간에 주변에 흩어졌다. 그 파편이 눈에 들어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두 눈을 감았고, 그와 동시에 나는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장편소설) 밀실마피아게임 - 3
출처) 웃대 - 듀라라님
처음 놀래서 거칠게 숨을 쉴 때보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방금 전보다 훨씬 호흡하기 힘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깊게 숨을 내쉬어도 폐로 들어오는 산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산화탄소가 산소보다 무겁기 때문에 침대 위에 서서 산소를 들이쉬어야만 했다.
‘힘들어, 정말 죽을 것 같아.’
목 아래에 물이 차 들어오고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영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방금 전보다 숨쉬기 더 힘들어졌어. 이산화탄소가 더 많아진 건가.’
그러다 문득 테이블에 눈이 갔다.
‘그래, 더 높이 올라가야겠다.’
침대 아래로 내려와 테이블을 집어 들고는 침대 위에 올렸다. 그 사이에 아래에 아직 산소가 남아있나 확인해보자, 숨이 탁 막히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 뒤로는 숨을 참으며 테이블을 옮겼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불쾌감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푸하!”
테이블 위에 올라가자마자 천장에 있는 산소를 흡입했다. 뇌 속으로 산소가 공급되자 어질 거리던 두통이 그나마 가셨다. 방금 전보다 발 디디는 곳이 훨씬 높아진 덕분에 천장에 손을 짚을 수 있어 망정이지 아니면 진즉에 현기증 때문에 바닥에 뒹굴었을 거다.
‘젠장 토할 것 같아.’
테이블로 높이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방금 전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하기 힘들었다. 벌써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밀실 영화에서는 단순히 문제만 풀면 되던데 나는 이게 뭐야?’
질식으로 밀실에서 죽는 건 아마 내가 최초가 되지 않을까. 만약 소설에서 그런 장면이 있다면 콧방귀라고 꼈을 정도로 현실성 없는 얘기지만 나는 실제로 그런 밀실에 갇혀있으니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탈출할 생각보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엄마…….’
언제나 나를 감싸주시던 어머니. 나라는 놈 때문에 매일 걱정하고 한숨 쉰 탓에 탄력 있던 피부는 조금씩 주름이 지기 시작하고, 마음은 조금씩 병들어가셨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는 추리가 좋다면서 되도 안한 것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 안 듣는 자식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실까. 평소에 공부하는 좋은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그나마 마음이 가벼웠을 텐데…….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아버지와 웃으면서 자기를 굽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마음이 조금 가벼웠을 텐데.
‘아빠…….’
이런 상황에서도 싫어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보고 싶었다.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말 안 듣는 자식이 가업을 잇기는커녕 추리 따위에 빠져있기나 하니 말이다.
‘애초에 내가 여기에 잡혀온 것도 모두 추리 때문이잖아? 대체 그 딴 게 뭐라고 이런 식으로 죽어야하지?’
그렇게 생각하자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당장 과거로 돌아간다면 추리 관련 서적을 다 불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 정말 형편없는 놈이었구나…….’
지금 이런 곳에서 죽을 만큼 나는 부모님께 당당하지 못했다. 형편없는 자식의 모습을 보여줘 놓고 마음 편하게 그냥 죽겠다고? 그건 내가 인정할 수 없다. 병신 같이 찌질하게 후회하면서 부모님을 생각한다고? 정말 나란 놈은 끝까지 한심한 새끼다. 지금 이렇게 체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그래도 추리동호회 회원이다. 암호까지 주어진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죽으면 정말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쓰레기였다고 인정하는 꼴이야. 그 몇 년간이 정말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고.’
죽음을 직면하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씩 담담해졌다.
‘암호만 풀면 살 수 있어.’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가뿐해졌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호흡도 가쁘지만 집중력만큼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지금이라면 유명한 탐정 셜록홈즈가 온다고 해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늦장부릴 시간은 없었다. 나는 바로 방금 들었던 힌트를 되씹었다.
‘진실은 언제나 밝은 곳에 있다고는 할 수 없지.’
처음 이걸 들었을 때 마음의 여유로움이 있었기 때문일까 깊게 생각하질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 암호문이라는 것 자체가 만든 사람의 배경지식과 잡더란 지식이 마구 섞인 집합체이니까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바로 풀기는 힘들다.
‘하지만 난 그걸 풀어야 된다.’
살기 위해서.
일단 그 어려운 암호문에 대해 바꿔 생각해보기로 했다.
‘범인도 알고 있을 거야. 암호문이라는 게 그 만큼 어렵다는 걸. 즉, 나도 풀 수 있는 암호를 줬을 거란 소리. 그게 아니었다면 바로 죽였겠지.’
범인이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나를 납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려둔 걸로 봐서는 분명 이유가 있다. 즉, 이렇게 나를 가뒀으니 탈출할 방법이 분명 있을 거란 소리다.
‘방을 다 돌아다녀봤는데 딱히 얻을 만한 정보는 없었어. 그럼 카세트테이프에서 들은 힌트에 모든 걸 걸자.’
방을 다시 조사해볼 생각은 미리 접어두었다. 어차피 방을 조사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왜 이런 싸이코 같은 짓을 하는 지 전혀 짐작이 가질 않지만 일단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어.’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은 나는 곧장 힌트에 눈을 돌렸다.
‘진실은 밝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그럼 어두운 곳에 답이 있단 소리인가?’
침대 밑을 생각해봤지만 방금 조사할 때에는 침대 밑에 아무것도 없었다. 테이블 밑도 어둡기 때문에 생각해봤지만 방금 조사할 때 역시 뭔가 특이점이라고 할 건 없었다. 그러니까 그 둘은 일단 제외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을 제외하고 나면 뭐가 남지?’
5평 남짓한 방에 있는 거라고는 테이블과 침대뿐이다. 그 외의 것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럼 대체 어디에 어두운 곳이 있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단순히 머리를 써서 아픈 게 아니라는 거쯤은 이미 몸이 알고 있었다.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두 눈을 감고 숨마저 죽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산화탄소 때문인지 몸이 조금 붕 뜨는 착각이 들었다.
‘진실’이라는 단어는 분명 이 방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에 있다. 그래서 어두운 곳이 어딜까 고심해봤다. 침대 밑에도 테이블 밑에도 그 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일까? 이 힌트가 가리키는 이정표는?
“으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이 테이블 위에서 떨어진다면 정말 끝이다. 다시 기어 올라갈 기력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 때였다.
파지직!
‘어.’
갑자기 눈앞에 있는 백열구가 작은 스파크 소리를 내뱉었다. 만약 제 정신이었다면 놀라서 자빠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기운마저 없었기 때문에 그걸 슬쩍 쳐다보는데 그쳤다.
‘아, 깜짝 놀랐네…….’
그 순간이었다.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잠깐만……. 왜 어두운 곳이 빛에 가려진 곳이라고만 생각했지?’
애초에 이 방을 밝히는 건 저 백열구 밖에 없었다. 즉, 이 방의 빛은 저 백열구 하나뿐이라는 소리다.
‘그럼 저게 꺼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방 전체가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이 되는 거다. 도전해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정말 백열구를 깨는 게 맞는 건가?’
저걸 깨게 되면 나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암흑 속에 고립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탈출할 방법은커녕 말 그대로 생존가능성이 제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언제부턴가 식은땀까지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지금까지 살면서 목숨을 건 선택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게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이런 식의 낙관적인 생각만 하고 살았다. 사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추리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추리를 못하게 된다면 그냥 아버지 밑에서 도자기 굽는 기술이나 배우자.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껏 나는 무엇 하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한 적이 없다. 그래서 방금 후회할 때에도 뭔가 마음에 걸렸던 거다.
‘나란 놈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살았었구나.’
한심해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뭐가 추리동호회 회원이냐? 지금까지 진심으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쿨럭! 쿨럭!”
잡생각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산소를 마시는 건지 가스를 마시는 건지 감도 안 잡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도전이라도 하고 죽자.’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쉽게 백열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틱.
“어.”
내 몸은 이미 내 명령을 듣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해버렸다.
‘아, 안 돼.’
백열구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탓에 불안했던 몸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로 백열구가 천천히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빛이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웃기지마!!’
넘어지기 바로 직전 휘둘렀던 반대 손을 있는 힘껏 백열구를 향해 뻗었다.
챙!!
짧은 소음과 동시에 작은 파편들이 순식간에 주변에 흩어졌다. 그 파편이 눈에 들어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두 눈을 감았고, 그와 동시에 나는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쿨럭!”
폐에 남아있던 마지막 공기마저 시멘트에 부딪친 타격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나는 보았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활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