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축가의 죽음 (꼭 봐주세요)

z20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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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khan.co.kr/view.html?artid=201402262103525&code=990100

 

 

 

 

이종호. 그는 나보다 다섯 살이 적지만 범접하지 못할 생각과 태도로 모든 이가 경외하는 건축가이다. 현대건축의 거두였던 김수근 선생의 마지막 제자로 선생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유학 한번 가지 않았지만 지독한 독서와 폭넓은 지적 교류를 통해 누구보다 건축에, 사회에, 역사에 정통하고 우리의 삶을 늘 깊게 사유했다. 이 땅의 풍경과 사연들을 가슴으로 안아 건축으로 만드는 일에 탁월하다. 특히 건축이 지녀야 할 공공적 가치에 지극한 관심이 있었다. 건축설계도 공공의 이익 도모가 늘 우선순위이며 그런 건축을 통해 탐욕으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소망해왔다. 출세와 재물은 그의 사고범주에 없는 단어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몸과 마음을 쏟으며 사랑하고 가르쳤다. 세상의 불의에 결연히 분노했고 곧은 말을 거리끼지 않았다. 한 사람의 의인이라도 세상에 있으면 멸망하지 않으리라는 말을 믿는 나는, 그를 통해 위로 받곤 했는데….

그가 곤경에 처했다. 학교에서 몸을 사르며 행한 일들의 회계처리를 두고, 작년 말 감사원이 수천만원의 회계오류를 들이대며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워낙 바른 그의 처신을 잘 아는 학교집행부가 적극적으로 그 부당함을 소명하여 재심사를 받기로 했다. 엄청난 상처였지만 그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감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주, 검찰은 그를 갑자기 10억원의 사기범으로 둔갑시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바리새인이 따로 없었다. 인격적으로 이미 교살당한 것을 즉각 감지한 그는, 지난 목요일 밤 제주로 향하는 뱃길에 홀로 올라, 거칠고 차가운 밤바다에 육신을 던졌다.

 

건축가 승효상의 칼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