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밀실마피아게임 - 6

초승달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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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듀라라님

 

 

“그럼 나부터 말하도록 할게. 그래야 네가 비밀을 말하기 수월해질 테니까.”

그녀는 ‘역시 마음에 안 들어.’란 눈빛을 보냈지만 무시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내가 있었던 방에 대해서……. 곰팡이 침대, 흔한 테이블, 카세트테이프가 들려준 이야기와 힌트.

“하, 어떤 미친 새끼가 우리를 납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또라이네.”

그녀는 이제 화낼 여력조차 없는 모양인지 그냥 짧은 욕설을 뱉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일단 하던 이야기를 마저 했다.

“내가 있던 방에는 완벽히 밀폐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산소가 모자라서 죽을 뻔 했었어. 바닥에 누워있던 것도 겨우 암호를 해독하고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정말 죽을 뻔 했다니까…….”“그래도 살긴 살았네?”“아슬아슬했지.”

방금 전까지 느꼈던 이산화탄소의 고통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금은 그나마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 덕분인지 현기증도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역시 이상하지 않아?”
“응, 뭐…….”
그녀도 어렴풋이 눈치 챈 모양인지 작은 신음을 흘렸다.

“네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게 조금 이해가 안 가네.”“으, 응, 나도 그게 좀 이해가 안 돼.”

애초에 그녀와 내가 독립적인 힌트를 푸는 입장이었다면 내 방에도 환풍기가, 그녀의 방에는 카세트플레이어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둘은 각자 하나씩 부족한 입장이었다. 즉, 내가 문제를 풀어야만 그녀도 문제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내가 살려면 그녀의 방과 이어져만 하는 구조인 것이다.

“내가 어째서 너 따위가 없으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 정말 마음에 안 들어.”“하, 하하하…….”

여전히 눈빛으로 살인이라도 저지를 기세였다. 처음 봤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성격 역시 여장군 타입이다. 사람의 삶은 얼굴에서 묻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의 얼굴을 본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여자 치고는 진한 눈썹에 굳게 다문 입술. 살짝 올라간 눈꼬리. 그런 얼굴치고는 뽀얀 얼굴. 어쩌면 BB크림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악한 얼굴상이기는 하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면 그렇게 나쁜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의심도 한 풀 꺾인 상태였다.

“그럼 다음은 왜 여기에 납치됐는가에 대한 이야기겠네.”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한 모양인지 턱에 괴고 있던 손으로 슬그머니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리도 꼬았다. 교복 치마 아래의 맨 다리가 드러나는 바람에 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혹시나 그런 내 태도를 들킬까 급히 화제를 돌렸다.

“카세트테이프는 안 들어보고?”
“그건 마지막 논의 주제야. 일단 서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로 했잖아.”

확실히 서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난 뒤에 힌트를 푸는 것이 정석이긴 하다. 계단은 하나씩 올라가는 것이지 중간부터 올라갈 수는 없으니까.

“납치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나에 대해 설명해야겠네.”

납치랑 그녀가 깊은 관련이 있는 건가. 일단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듣기로 했다.

“혹시 TV 자주 봐?”
“응? 아니?”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내 답을 들은 그녀의 표정은 캔처럼 구겨졌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야 하잖아. 무슨 사람이 TV도 안 봐?”“뭐, 그럴 수도 있지…….”
추리를 하느라 TV볼 겨를이 없었다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독심술사야.”
“뭐?”

방금 전처럼 멍청한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그런 내 태도를 넘겼다.

“여러 번 TV에 출현한 적 있는데 TV를 안 보니 모르겠네. 뭐, 그렇다고 정말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아니고, 그냥 눈치가 빠르다고 말해둘게.”

그녀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독심술이라는 것은 상대편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심리학, 관찰력, 표정읽기 등 아주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표정읽기이다. 과거 어떤 한 학자가 말하길 사람 얼굴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정말 그게 가능한 거야?’

문득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 아니야. 정말 어느 정돈 읽을 수 있어. 무조건 맞는 건 아니지만.”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방금 내 마음 읽은 건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사람을 만나다니. 아니, 애초에 그런 게 존재하기나 하는 건가? 동물의 마음을 읽는 사람은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니?

“혹시 그럼 납치라는 것도…….”
“그래, 내 능력에 욕심 부리는 인간들이 납치한 거지.”

그녀의 말이 정말이라면 엄청난 능력이다. 예를 들어 마카오 같은 곳에 가서 도박장을 싹쓸이 하는 것은 물론이요 사기, 교역상까지 모든 역할을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그 어떠한 것을 하더라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그녀의 능력을 보고 놀랍고 신기하다기보다는 무서운 느낌이 강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니. 영화 사토라레의 반대 경우가 아닌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면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힘들 텐데.

“하,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라고……. 무조건 읽는 건 아니라니까? 만약 진짜 내가 그런 초능력과 맞먹을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평범한 멘탈을 가지고 있진 않겠지? 아마 반쯤 미치지 않았을까?”

듣고 보니 그랬다.

“납치한 놈들도 내 능력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며칠 써먹다 금방 버리더라.”

그녀의 말을 무조건 신용할 순 없지만 확실히 범죄조직에게 납치되었는데 이렇게 나온 걸 보면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조직에 납치되었는데 어떻게 멀쩡히…….”“지네들 말로는 내가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이니 살아남을 걸 감사히 여기라던데?”

대체 얼마나 큰 조직이기에 그런 대사를 한 것일까. 하지만 어느 정도 독심술의 능력을 지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처음 내가 그녀의 행동을 보고 세운 가설이 얼추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네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확률은 얼마 정도야?”“그런 것까지 말해야 돼?”“서로의 신용을 위해서야.”
그런 식으로 말을 넘기긴 했지만 사실 그녀의 능력의 한계점을 알아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사람의 눈과 얼굴을 정확히 보고 있는 시점에서 말투와 행동을 모두 본다면 대략 60% 확률?”
상당히 높은 확률이다. 60%가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라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기가 머리를 굴려서 판단할 수 있으니 그 정도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능력이었다.

“그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당연히 확률이 감소하지. 특히 눈과 얼굴을 보지 못하는 시점은 읽을 확률이 10%도 안 돼. 게다가 포커페이스를 전문적으로 가능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역이용 당할 수도 있다고.”
아무래도 다른 이에게 농락당한 기억이 있는 모양이다. 정황 상 아마 조직들에게 납치되었을 때를 말하는 듯 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그녀의 독심술을 역이용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여고생으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다. 혹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건가? 아니지, TV에 출현할 정도니까 정체는 거의 폭로하고 있단 소리인데.

“겉보기는 평범한 여고생인데…….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건 독심술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생각할 법한 거니까.”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챘다. 만약 그녀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면 왜 굳이 납치된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걸까?

“이제 내가 왜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지 궁금하겠네.”

말 그대로 전부 독심술로 읽어버리니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야, 내가 독심술을 한다고 해서 사람 대답이 필요 없는 건 아니거든?”“아, 그, 그래?”

조금 찔렸다.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고.”
“미, 미안.”

짧게 사과를 하자 그녀는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납치 자체가 큰 이유는 안 되지만 내가 지내고 있는 고등학교가 엄청나게 비밀스러운 곳이거든.”
“학교?”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단어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래, 우리 학교는 특이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만 모이는 곳이야. 근데 이게 엄청 비밀리 존재하는 곳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학생들 전부는 이 학교에 대해 절대로 언급하면 안 되는 것이 규칙이거든.”“그, 그런 말도 안 되는 학교가 있어?”“뭐, 못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지금까지 몇 백년간 그런 비밀을 유지해온 곳이니까.”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그로써 내가 생각하고 있던 가설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부터 세웠던 가설이란……. 바로 납치범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모아온 것. 이라는 가설이다. 먼저 나는 추리에 대해서는 S클래스의 수준을 지닌 녀석이고, 그녀 역시 납치가 될 정도로 무서운 독심술을 지닌 존재이다.

“그럼 학교는 다른 학교처럼 평범한 거야?”“거기에 대해서는 답을 못해주겠다. 평범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으니……. 뭐, 그냥 TV에서 나오는 학교를 말하는 거라면 전혀 달라. 우리는 학생 3명 당 선생이 하나씩 붙거든. 그리고 매주 그 학생이 바뀌게 되어있어. 서로에게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나처럼 마음을 읽는 학생이 있다면 서로 불편할 테니까.”

그녀가 하는 말을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불쌍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의 당찬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특이한 곳에서 자랐구나. 그런 학교에 입학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이거니와 실제 그녀의 능력을 보고 있으니 당연히 궁금할 만도 했다.

“그냥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거기서 알아서 스카웃하러 갈걸? 나도 그랬으니까.”

그럼 내 능력은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흔해빠진 추리 오타쿠라는 소리다. 조금 우울해져 다른 화제로 생각을 전환했다.

‘일단 내 가설도 얼추 맞는 것 같으니 다음 가설도 맞겠지?’

지금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녀와 나는 서로 힌트와 산소를 공유했다. 즉,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공유한 셈이다. 그럼 다음은? 지금 우리에게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식량과 배설을 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앞으로 더 사람을 만날 거란 소리인가?’

예상일뿐이지만 만약 저기 있는 철문을 열게 된다면 이번에는 식량을 가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일단 계속 이 철문을 열 수밖에 없단 소리겠네.’

그럼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란 생각에 금세 또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