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로 힘들어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언니2014.03.04
조회90,803

오늘자 뉴스를 보니 어느새 대학 졸업장이 '빛나는 졸업장'이 아닌 '빚내는 졸업장 졸업생=취준생=신불자'가 되어 있더군요..

뉴스 댓글을 달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난생 처음 판을 써봅니다.

 

그래요.. 어쩌면 우리세대는 이제 대학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들 다가니 나도 가야 할 것 같은 그런 곳.

꼭 가야만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

그 짓눌림을 견디지 못하고 매년 수능철이면 하나 둘 꽃다운 청춘이 목숨을 잃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역꾸역 나아가죠.

 

그렇게 어렵사리 통과한 곳에서 이젠 잠깐의 자유도 허락치 않아보이네요..

우리때 3,4학년부터 취업준비 하던 것은 옛말, 이젠 입학부터 취업과의 전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착실하게 스펙을 쌓아나가지 않으면 취업은 너무 어려워진 좁은 문이 되어버렸어요..

 

저같은 경우는 대학 중퇴를 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답니다.

원치도 않던 8학군 한복판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남들 한과목당 두세개씩 쪽집개 과외 받아가며 공부할때 삐딱선 타다가 재수까지 해서 겨우 지잡대 들어갔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찍이 관뒀어요. 그나마 제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가 포기가 빠르다는건데 끈기없이 이것 저것 찝적대는게 아니라 아무리해도 안될 것 같은 일은 미련없이 빨리 관두거든요.

엄마 아프시고 아빠 힘들게 돈버시는데 그당시에도 3~400을 웃도는 등록금을, 게다가 생활비까지 달래기가 도저히 염치가 없고 딱히 졸업장을 가져도 사회에 나와 써먹을데가 없겠다 싶더라구요.

 

그렇게 중퇴하고 구한 첫번째 일자리는 작은 건설회사 비서직 겸 일반사무, 한달에 한 80 줬던걸로 기억나네요. 그때 한참 유행하던 컴퓨터 그래픽스 학원에서 연결해준 곳이었는데 학원비랑 컴퓨터사는데 돈이 더 들어갔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죠ㅋ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9급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는데 그때가 외환위기 지나고 나서 얼마 안된때라 공무원셤에 너도나도 달려들던 시절, 그나마 저는 간절함 마저 없으니 당연히 낙방하고 인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을 삽질의 연속으로 날려먹고 있었죠^^

 

그러다가 학원에서 배운 포토샵, 일러스트 기술로 간판,현수막 만드는 회사에 취직해서 월급 100만원 받고 1년을 버티다 지금처럼 활성화 되지 않은 워킹간다고 또 반년을 삽질, 2005년 9월 난생처음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실었네요 ㅎㅎ

 

영어한마디 못하고 돈도 변변찮으니 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별 거지 발싸개 같은 경험은 다했지만 저는 오히려 그때를 제 인생의 진정한 터닝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주변에 가족도 친지도 없이 철저히 혼자가 되니 막막함도 외로움도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하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걸 내려놓아야할지 진정으로 내자신을 돌아볼 수 있더라구요.

 

어쨌든 어줍지않은 워킹 경험 덕분에 소기업 무역회사에 취직했지만 월급은 역시 100만원 남짓, 밤 9시까지 야근은 기본에, 12시까지 연장근무를 밥먹듯 했지만 대학졸업장도 없이 스펙도 없는 내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어딜가겠냐 싶어 몇십명의 사원이 바뀌는 그곳에서 이악물고 3년을 버텼네요. 아마 그때 연봉이라든지 회사 조건을 따졌다면 절대 버티지 못했을 거 같아요. 제가 주임간판 달고 있을때 제 밑에 들어온 사원이 영어 스피킹 몇마디 더 된다고 저보다 기본 2~300 많게는 500이상 연봉을 더 받았는데 꼴에 내가 주임이라고 9시 10시까지 남아가며 업무하고 그랬거든요. 그때 그 후임들이 내가 자신들보다 연봉도 적고 별볼일 없는 스펙인걸 알면 어땠을까요. 그렇지만 저는 오로지 내 업무능력으로만 그들을 대했고 그때의 경험들은 제 스펙이 되어갔습니다. 

 

이게 벌써 올해로 7년차 입니다. 중간에 파트가 분리되면서 회사가 바뀌기는 했지만 결국 7년차가 되니 퇴직금, 상여, 식대 별도로 연봉 3200정도는 되어있더군요. 더군다나 애기 키우는 아줌마라고 출근시간 10시로 조정도 해주고 사무실도 제가 이사한 곳 근처로 옮겨주니 왠만한 대기업 부럽지 않아요. 오히려 이제는 업무가 널널해져 틈틈히 공부도 해 직장다니며 애키우며 작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땄네요. ㅎ

 

구구절절 쓸데없는 말을 늘어뜨리는 이유는 무조건 눈을 낮춰라, 아무데나 들어가라는게 아니라

결국 자기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죽도록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도 적성에 안맞는다고 1년도 안되 때려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저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 천직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도 쉬지않고 제가 하고 싶은일을 하기위해 준비하고 도전합니다. 인생의 꽃인 20대 초반을 삽질로 날린게 아까워서라도 더 열심히 삽니다. 단 언제나 하기 싫은 일을 병행하면서 준비합니다. 하고싶은 일만 하기위해 하기 싫은 일은 안한다면 생활 자체가 되지 않으니까요. 대신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니 세상이 알아줍니다. 무역회사고 부동산이고 그냥 하는 일인데도 열심히 하니 따박따박 월급받고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저라고 왜 세상 탓하지 않겠어요. 이날 이때껏 친정 엄마가 아프신 바람에 그나마 힘들게 버는 친정아부지 돈은 고스란히 밑빠진 독에 물붓기마냥 엄마 병원비, 약값으로 들어가고 여동생 하나 있는거 아프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친정부모님 노후 준비 전혀 안되있으셔서 향후 몇년안으로 제가 일정부분 떠안아야 하구요.

그렇다고 시댁쪽이 여유로운 것도 아닙니다. 아버님 안계시고 어머님이랑 신랑 둘이서 부동산일 하는데 아시다시피 부동산경기가 바닥이라 한달에 100은 고사하고 30도 못벌때가 많아요;;

하나 달랑있는 집은 신랑 명의이지만 대출이 집값의 반이 넘는 하우스 푸어구요~

없는 살림에 빚은 지지 말아야 하는데 신랑성격이 정리도 안되면서 부동산 일로 이리저리 벌려놓은것만 많아 어디에 얼마만큼 빚이 있는지 알 수조차 없는 답답한 생활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이런다고 누가 날 알아줄까요? 힘들다고 도와줄까요? 세상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과연 바뀌긴 할까요? 글쎄요.. 제가 살아있는한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같은 서민이 원하는 세상으로 바뀌길 기다리는게 진정한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값등록금 안해준다고 대학 안 갈 수 없고 이왕 써버린 등록금 보상받자고 언제까지 취업준비생으로만 남아있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사람 개개인의 인생은 모두 다름으로 뭐가 옳고 그르다, 이렇게 해야한다, 저것이 먼저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일입니다. 뭐라든 먼저 시작해서, 하기 싫은일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인생 길게보고 다른것으로 보상받으면 됩니다.

나라에서 하는일이 내맘에 안들기 시작한 후로 나라에서 주겠다고 하는건 닥치는대로 받습니다.

산전진료비부터 산전후급여, 아이보육료까지 이것저것 더하니 제법 되더군요.

 

대학졸업하고 취업준비하려고 알바뛰면서 고시원 쪽방에서 청춘을 보낸다는 20대의 얘기를 들으니 단돈 10만원 구할데가 없어 남의나라 하늘보며 울었던게 생각나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힘들겠지만 희망의 끈 놓지 마시고 스스로 가열차게 더 열심히 사세요. 오늘하루 이악물고 죽어라 살다보면 분명 세상은 당신을 알아줄 때가 옵니다. 그리고 20대는 젊어도 너무 젊은 나이예요. 포기보다는 도전, 절망보다는 교훈을 가슴에 담고 전진 또 전진하는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비야님의 글귀를 마지막으로 마칠까해요.

제꿈이 지금 세돌된 아들 대학 보내놓고 50되면 세계일주 떠나는거거든요. ㅎ

 

아무도 국화를 늦깍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철에 피는 꽃을보라!

개나리는 봄에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지 않는가

댓글 65

답답오래 전

Best막막했는데 좋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이제전화됩니다오래 전

Best댓글을 처음 써봅니다. 타인의 굴곡으로 위안을 받는것이 과연 옳은 감정일까..싶지만 , 담담하고 소소하게 써내려가주신 걸어온 길들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하며 고개 끄덕여지고 위안으로 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늦지 않았다. 지치지말자. 정신차려보니 제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차버린 20대가 다시 밝게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8남오래 전

Best"29살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하다" (하야마 아마리)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참 좋더라구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럭키걸오래 전

Bestㅠㅠ 진짜 지금 힘든 건 다 지나가겠죠? ㅠㅠ 글 보면서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없는 힘 다 끌어모아서 어떻게든 20대 잘 버텨야겠어요!!

반지하제왕오래 전

Best와 대단합니다 진짜 대단합니다..그렇게 힘든 방황을 하고 소기업에 뿌리내려서 3년을 있고 후임도 나보다 더받는거 아는 그 상황에도 계속 해서 7년채우고 인정받다니...진짜 존경합니다

에휴휴오래 전

로그인하는게 귀찮아서 한번도 댓글 써본 적 없었는데, 댓글 처음 써봅니다!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써주신 글귀 너무나도 힘이되네요! 님께서 써주신 글 처음부터 끝까지 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됩니다. 이 댓글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와우오래 전

세상에...넘 잘읽었습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네요~ 이런 좋은글을 제가 좀더 어릴때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ㅋ 그러나 더 늦지 않게 읽었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담담히 써내려간 글에 위안도 공감도 많이 받았습니다. 세계일주 꿈 꼭 이루실수 있을겁니다^^ 글도 넘 잘쓰시니 세계여행 다녀오셔서 기행문 남기셔도 될듯 ㅎㅎ

ㅠㅠ오래 전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갈께요..

기억의습격오래 전

글 잘읽었습니다 읽다보니 공감되는 부분과 같은 경험을 해본 저와 다르실게 없네요 근데 결혼하셧다니 아쉽네요 내짝은어디에.................

감자부인오래 전

이제야, 세상을 좀 알 것 같더라구요. 수능 다음엔 취업, 그 다음엔 살아남기, 또 그 다음에는 뭐가 있을지...산넘어 산이고 속편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아요. 길고 긴 마라톤 뒤에, 70대 노인이 되었을때나 여유가 올듯 ( 열심히 살앗을때 ㅋㅋ) 취업 준비할땐 너무 싫었는데 취업하고 나니 더 힘들고, 또 그걸 포기하고 나왔을떈 제자리...남탓하지 말고 세상 탓하지 않고...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천천히 살아야되나 봅니다!! 저 말 저도 좋아해요 ㅎㅎ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지 않는가!

왠만하면댓글안달아오래 전

조언하는듯 달래주는듯 하면서 결국은 지금은 나 이렇다 지 자랑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능형이네....그래 박수다 ㅋㅋㅋㅋㅋㅋㅋ

오래 전

대학은 꼭 필요한것이 아니라 성공을위해서라면 ~ 여러가지 길이 있겠지만 확률을 좀 높여주는것이지....... 꼭 필요한거같진않습니다. 근데 살다보면 느끼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그렇습니다. 지잡대고 머고 졸업장이 있냐없냐가 중요한건 어쩔수 없어요 자신이 확신이들면 꼭필요하지는 않죠.

오래 전

신기하다 중반까지 내 얘기 누가 써 놓은줄 알았음ㅋㅋㅋ나이도 내 또래이신가보네

몰라물어오래 전

저도 좋아서가 아니라, 인문계고 나온주제에 대학도 안나와, 어쩔수 없이 같은일을 근 십년을 해오고 있지만, 그나마 꾸준히 해왔기에 경력도 쌓이고, 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가도 내 적성 찾기는 힘들지 모릅니다. 또 사실 내 입맛에 딱 맞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히'가 중요한것 같아요. 서른인 지금, 주변엔 결혼한 친구들도 많지만, 아직도 적성타령하며ㅡ 학교로, 외국으로 도피하다 시피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 부모님들이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관계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민만 하다, 또는 여기저기 발만 디뎠다가 끝내는 것보단 _ 글쓴님처럼 경제적인 활동은 꾸준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가 어디 청년들만 힘든가요? 청년들의 부모 또한 힘든 세대이니, 캥거루족이 되기 싫다면, 적어도 성인이고 싶다면 자기 경제적 부분은 스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시길 바랍니다.

ㄱㄱ오래 전

취업하면 모든게 끝이라는건 오산.. 지옥이 기다리고 있슴. 스트레스.. 나도 취준생때 맨날 술처먹고, 저녁때 일어나서 베란다에서 담배필때면 내가 왜살고있나 싶었다 잉여인간처럼 느껴졌지 취직하고나서는 인생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돈벌고, 열심히 살면 되겠구나 하지만 상사의 압박과 업무 스트레스. 야근. 피로. 주말만 기다리는 주말바라기가 되어있는 나를 보며, 그냥 할것다하면서 여행다니고 싶은맘이 간절하다. 취준생이나, 취업한 사람들이나, 학생이나 다 자기나름대로의 똑같은 고민과 스트레스받는다.. 암튼 아직 젊으니까 열심히 하면 다 취직해서 성공할거라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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