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 김연아와 함께했던 내 고등학교 시절의 15분.

파이오니아201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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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참 많이 화제가 되는 사람.
요새는 연애설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
이젠 내가 항상 누려 왔던 평범함을 찾아 새 삶을 사는 사람.
김연아.
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캐나다로 왔다그래서 올바른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김연아는 사실 내 고등학교 동문이다.
그래서 김연아 선배라 부르는 것이 맞지만, 편의상 그냥 김연아라고 하려고 한다.아직도 그때 당시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내가 고등학교 영어신문 동아리 부기장으로 김연아를 인터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사실 난 당시 연예나 스포츠에 너무 문외한이라 당일 학교에 갔을 때도 그냥 평범하게 등교했다
그래서 인터뷰하기로 약속이 된 2교시에 교장실에 찾아갔는데,
아직도 잊기 힘든 그 현장."김연아 떴다"는 소문 듣고 교장실 주변에 몰린 인파를 보게 된 것이다... 김연아의 영향력을 처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제대로 압권.
그래서 김연아를 얼굴만이라도 볼려고 의자를 가져오고 창틀에 서서, 벽을 타고 보려는 동기들과 다른 반 애들을 뒤로 하고 교장실에 발을 디뎠을 땐 벙 쪄서 준비도 많이 안한거 티낼뻔 했다.
하지만 특유의 공손 모드(?)를 차리고김연아와 지금은 피겨 코치가 된 김현정을 인터뷰했고,영어와 한국어로 열심히 받아 적었다.

어떤 사람은 10년이면 강산이 한번 변한다고 했다.난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내 삶에선 2년으로 족하다.근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그래서 그런지 그 당시, 내가 정확히 무슨 질문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김연아의 태도, 몸짓 그리고 눈빛 하나는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다.살짝 지쳐 보였던 김연아는 그날도 연습을 많이 하고 온 듯해 보였다.2008년 당시, 아직 퀸연아란 단어는 없었다.하지만 웃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고, 거기서 난 아, 이 사람, 진심을 써서 성의를 보이는 스타일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난 더 경청하고 웃으며 열심히 받아 적었다. 질문을 두개 쯤 더 한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악수를 하고 인터뷰를 끝냈다. 사인을 받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아 쉣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도 나오지 않을 사인과 사진!!ㅜㅜ 이사를 탓해야지...)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김연아는이 15분을 인터뷰하며 보낸 시간이 전부이기에거대한 코끼리를 장님이 해석하는 격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배울 점이 많은, 내가 인생에서 많이 본 적이 없는 보기 드문 아주 씩씩한 사람.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해왔던 그런 사람.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가지는 그런 사람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또 최정상 자리에 있으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면내가 "인터뷰 하던 중 미처 못 받아 적은 것이 있는데, 제가 드렸던 질문에 다시 답변을 주실 수 있을까요? ㅜㅜ" 라는 싸이 쪽지 질문에 피곤한데 굳이 시간을 써 가며 밤 약 2시에 이렇게 일일이 답변을 달아 주었을까?그 덕분에 문제 없이 제 시간에 인터뷰 자료를 동아리에 제출할 수 있었고,그래서 지금도 내가 고이 간직하고 있는 싸이월드 쪽지들이다.
나는 김연아를 보았고, 보아 왔고, 그리고 본다.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내게 남긴 인상은 길게 가는 것 같다.감명 받았고 그 감명이 내 의지와 더해져 나도 내가 가는 길에서 최정상이 될 수 있으면, 아니 배려할 줄 아는 최정상이 될 수 있으면! 하는 꿈을 꾸게 한다.
김연아는 비록 내가 가는 길이 그가 가는 길과는 다르지만,언젠가 나도 멋진 사람이 되면 만나서 한번 웃으며 악수를 나누어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그 때쯤 되면 꼭 말해야겠다.
당신의 작은 배려가 나에겐 참 큰 것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