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태몽

콩지니2014.03.10
조회85,140
오늘의 판은 무슨 기준으로 올려보내 주시는걸까요? 제 글이 왜 이렇게 조회수가 터지는가 했더니, 오늘의 톡인가 오늘의 판인가... 아무튼 그런곳에 올라가 있었네요 @.@ 오늘 처음 봤습니다. 제 얘기가 그닥 재밌는 편이 아니라 조금 놀랐어요! 많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요...ㅎㅡㅎ;;

이런건 뻥이네, 소설을 쓰고 있네, 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좀 더 실화스럽다(?)라고나 할까, 아무튼 좀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 글을 많이 써본 편이 아니어서 거기까지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실화라고 믿어달라고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재미있으셨으면 좋겠네요. 별 것 아닌 얘기라도 누군가와 나눈다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제가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도와주시는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두개의 태몽>

저는 외동딸입니다. 사실은 아직도 가끔씩 형제자매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혼자서도 잘 노는탓에 그다지 외로움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지만, 부모님 이외에 (나이대가 비슷한) 가까운 가족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태어나기 이전에 어머니께서 한 번 유산을 하셨다고 하네요. (꽤 일찍 유산하시는 바람에 성별을 정확히 모릅니다) 신기한 것은 그 아이를 임신하셨을 적에 아무도 태몽을 꾸지 않으셨대요. 보통은 본인이 꾸지 않더라도 남편, 혹은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이 대신 꿔주기도 한다는데 가까운 가족 중에는 아무도 그런 징조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아이는 유산을 했고,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그 아기가 태어날 아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라 꿈에도 나오지 않았는가보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몇일 후 아버지가 술을 왕창 드시고 만취해서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그것을 보고 어머니가 서러운 마음에 쓴 소리를 좀 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그에 반박하지 않고 묵묵히 듣다가, 이런 얘기를 하셨다고 하네요."사실은 꿈을 꿨다" 라고요. 어머니께서 아이를 유산하기 몇일 전이었다고 합니다.

꿈 속에서 아버지는 호화로운 정원을 거닐고 계셨는데, 그 정원 한가운데에 커다란 호수가 하나 있었답니다. 그런데 물고기도 하나 없는 호수가 떡하니 놓여있는 것이 조금 이상해서 아버지가 조약돌을 하나 주워 던져 넣으셨습니다. 그러자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하얗고 커다란 잉어가 풀쩍 뛰어 오르는 바람에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셨는데, 그 순간 갑자기 호수의 물이 흐려졌다고 합니다. 

마치 석회가루를 풀어놓은 것처럼 흐리멍텅해 진 호수에서 그 잉어는 괴로운 듯이 몇 번을 펄떡거리며 뛰어 오르다가, 곧 가라앉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아버지는 그저 놀란 마음에 멍하니 호수만 바라보고 있는데, 새빨간 끈 같은게 넘실넘실 호수 위로 떠오르더랍니다. 아버지가 다가가 그것을 잡으니 왠지 묵직한 것이 느껴졌고 그대로 끌어올려보니 붉은 끈에 아까 그 흰 잉어가 칭칭 감겨 있었다고 합니다. 

잉어가 줄에 감겨 죽어있는 이상한 광경에 아버지는 왠지 서글픈 마음에 엉엉 우셨고, 그러자 호수 뒤에 서있던 커다란 대추나무에서 대추가 호수로 우수수 떨어지더니 다시 호수가 맑아졌다고 합니다. 

꿈에서 깬 아버지는 '호수는 맑아졌는데 잉어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찌뿌둥한 마음이 드셨고, 너무나 생생한 꿈이라 어머니에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직 아무도 태몽을 꾸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찜찜한 꿈을 말하기는 조금 꺼려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일 후 아이가 유산 된 것이죠.당연히 아버지는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으셨을 겁니다. 사실 아직도 아버지는 그 꿈이 생생하다고 하십니다. 그 잉어의 모습이나 몸뚱아리에 칭칭 감겨져 있던 끈의 색깔까지도 선명히 기억이 나신다고...

그 후로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셨는데 그것도 평탄치는 않았습니다. 기형아가 될 확률이 80% 이상이라며 당시의 산부인과 의사가 "저는 자신이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권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거꾸로 들어있기까지 해서 어머니가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겁니다. 첫 아이의 유산, 그리고 둘째 아이까지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결국 큰 병원으로 옮겨 다시 검사를 받으셨고, 이번에도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결국 그냥 낳아보기로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용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그리고 여러모로 부모님 속을 썩이다 저는 이렇게 건강한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저의 태몽은 (친)할머니가 대신 꾸셨다고 합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추와 관련된 꿈이었다고 하네요. 잉어와 관련된 꿈이나 대추와 관련된 꿈은 대부분 아들 태몽이라고 하는데, (심지어 병원에서도 100% 남자아이라고 했답니다 ㅠㅠ) 저는 정말 끝까지 청개구리였던 모양입니다. 

임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고 신비로운 일이지만, 태몽이라는 것도 정말 신기한 것 같네요. 꿈에도 기분 좋은 꿈이 있고 기분 나쁜 꿈도 있는 것처럼, 태몽에도 나쁜 게 있을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그 잉어가 끈에 감겨 죽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군대를 가 있을텐데요...(잉어는 대부분 남자꿈이라 말하시길래)

당시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는 큰 슬픔이셨겠지만, 사실 저는 저희 부모님의 이야기인데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제게 오빠가 (혹은 언니가) 있었을 뻔했다는 이야기가...

저에게 있어 더욱 무서운 이야기는, 그 후 어머니가 제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원래 하나만 낳으려고 했어" 라는 이야기...만약 그대로 건강하게 잉어가 살아났더라면, 저는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

긴 글 봐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 오늘 월요일인데 다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