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보다 한수 위, 야무진 시아버지<기차표 환불 제도개선사례>

김남영201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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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국민신문고, 정부대표민원전화 110를 통해 연간 300만 건 이상의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 중에서 작지만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문제점을 찾아내 관련제도를 개선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차표 환불 제도개선이다.

 

 

 

< 어렵게 보낸 기차표를 날린 시부모님 >
“안 가시다뇨?”
수연(가명)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칠순이 넘은 시아버지가 시누이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비치자마자 수연은 며느리 노릇을 하느라고 일부러 집 근처 서울역까지 가서 표를 구입해 강릉에 있는 시아버지의 집으로 우체국 택배를 보냈다. 시누이의 집은 부산에 있었다. 시누이의 일곱 살 아들 이 장난을 치다 팔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해 손주 걱정에 시아버지는 밤잠 을 설쳤다. 표를 사러 강릉역까지 시아버지가 나가시기 불편한 것도 있지 만, 올케가 돼서 직접 문병을 못 가는 미안함이 대신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
음도 있었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그날 아침 감기에 걸려서 출발을 못하셨다는 것이다.
“그럼, 표는 환불받으셨어요?”
“그거? 그냥 가지고 있다.”
“왕복표라서 꽤 비싼데요, 아버님.”

“바꾸면 되지.”
수연은 한숨을 쉬었다. 열차표를 환불하는 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는 데다가이미 환불 시기도 놓친 상태였다. 시아버지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도 어려워서 수연은 적당히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렸다.

 

< 티격태격 부부싸움으로 번지다 >
“그래서, 그 표를 그대로 날렸어?”
퇴근한 남편에게 푸념 삼아 말했더니 의외로 별 일 아니라는 투의 말이 돌아왔다. 남편은 좀 성가시다 싶을 정도로 알뜰한 편이지만 시댁 일에 관해서만큼은 관대했다. 만일 수연이 돈을 낭비했다면 틀림없이 잔소리 꽤나 늘어놨을 것이다.
“그거 바꾸려면 꽤 복잡하다고. 쉬운 일이 아냐. 들어봐. 일단 코레일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환불하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출발 시각에서 24시간이지나기 전에 출발역이나 도착역 둘 중 하나의 역으로 가야만 환불 받을 수있다고. 그런데 출발역은 강릉, 도착역은 부산이잖아. 5일이나 지났고.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못하는 일이라고. 그거. ”
“아, 그래, 그래….”

남편의 머릿속에는 이미 환불받을 생각 따위는 없어 보였다. 잔소리가 더 길어질까봐 아예 화장실로 내뺐다. 수연은 화장실 문에 대고 얘기했다. 조금 불리한 얘기만 나오면 어디로 도망갈 생각부터 하는 남편이 얄미웠다.
“그런데 말야, 아버님이 천연덕스럽게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거 있지? 아무래도 노인네니까 모든 걸 간단하게 생각….”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당신, 그게 할 소리야?”
“어머, 기가 막혀. 뭐가 못할 소리야?”
이럴 때마다 정이 뚝 떨어졌다. 남편이 무엇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화가 났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나쁜 며느리도 아니었는데 괜히 억울하기도 했다. 수연이 뭐라고 더 쏘아 붙이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시아버지였다.


< 이유가 있는 아버님의 당당함, 권익위의 노력 덕분 >
“아버님, 어쩐 일이세요?”
“오늘 기차표 환불했다. 마음 쓰고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아버님, 그거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거 아닌데요”.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발을 닦고 있었다. 발 수건, 얼굴 수건따로 쓰라고 신혼 초부터 잔소리를 했건만 남편은 아직도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빨리 전화를 끊고 수건을 홱 뺏고 싶었다.
“얘야, 그게 바뀌었다는구나. 미리 전화를 걸어두기만 하면 출발 시간에서 일주일이 지나기 전이면 전국 어느 역이나 가도 바꿔준단다. 내가 그날 미리 전화를 넣어 놨었거든.”
“그게, 왜 바뀌었대요?”
머쓱해진 수연이 물었다. 하필 그게 왜 바뀌었냐는 뜻인지, 무슨 이유로 바뀌었냐는 뜻인지, 스스로도 애매했다.
“사람들이 불편이 많아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많이 넣었다는구나. 코레일에 개선하도록 권고해서 바뀌었대.”
시아버지는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버님이 뭐라셔? 왜 전화하셨어?”
수연이 전화를 끊자 남편이 물었다. 발을 닦으면서도 통화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으응…, 그게 기차표를 환불하셨다구….”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남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를 했다나봐.”
수연은 말의 앞뒤를 뚝 잘랐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님 기차표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왜 권고를 해?”
“아무튼 아버님이 표 환불하셨다구.”
남편은 짐작이 간다는 듯 슬며시 웃었다. 평소 덜렁대는 성격인 수연이 뭘 또 잘 못 알고 그런 거겠지, 여기는 것이다. 남편이 발을 닦고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수건을 수연은 아무 말 없이 주워서 세탁기로 가져갔다.
“아무튼, 아버님 총기는….”
수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사례 자세히 보기>

권익위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열차표 환불 시 승차권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출발역, 구입역에서만 반환이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기존에는 역에서 구입한 기차표를 환불하려면 전화로 표 반환 접수를 하고, 해당 승차권의 출발시각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출발역이나 구입역에 승차권을 제출해야만 환불받을 수 있어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에 권익위는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반환기간 연장과 승차권 반납장소를 확대하도록 권고했고, 코레일은 2013년 7월부터 반환기한을 열차출발 후 7일 이내로 대폭 연장하고, 반환장소도 전국 모든 역으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