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한 짧은 글

110222입대2014.03.24
조회510

안녕하세요 두서없지만 문창과를 지망했'던' 24살 남 입니다.

짧은 연애소설을 쓰는게 취미여서 고등학생때 썼던 글입니다 사실과 픽션이 반반정도씩 섞여있구요ㅎ.ㅎ 방탈인지 아닌지 애매해서 죄송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소소한 읽을거리라도 될까 싶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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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벨이 울리는 순간부터 덜컥했다. 사각의 방 안에 전자음의 진동이 울려오른다. 차오른다. 차오른다. 나는 그때부터 그 진동에 함께 공명했다. 가슴이 뛰었다. 여보세요, 그러나 내 떨리는 목소리를 제대로 끄집어 내기도 전에 저쪽에서는 끅끅대는 울음소리 뿐이었다. 하루도 잊지 못했던 목소리. 그렇게 날 무섭게 내칠때도 담담했던 애가 숨이 넘어가도록 엉엉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 난 정말 몰랐어. 미안해. 나 벌받나봐.

 

 

 

 

 

 

 

 

-늦겨울

벌써 7개월 남짓 전에 지나간 순간인데 기억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고 날카롭다. 그 겨울 오후의 버스 안은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다. 정류장을 알리던 버스안내 방송은 잠시 입을 다물고, 대신 버스의 앞뒷문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서늘한 냉기가 덩어리 채 먼저 밀려들어왔고, 뒤를 눈발에 젖은 사람들이 수산하게 잇고 있었다.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고, 카드를 찍고, 우산을 접고, 자리를 잡았다.

 

손발이 시리도록 매서운 추위지만 일단 버스 안으로 들어오면 창문을 투과하는건 샛노란 햇살 뿐이다. 몸이 노곤하게 녹았다. 나는 흘러내리듯 창문에 몸을 기댔다. 힘없는 몸은 이렇게라도 버스에 기대어 버티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나에게 아쉽게 웃으며, 잘가 라고 손을 흔들었다. 평소와 같은 잘가, 였지만 말할 수 없이 더 무거워서. 


"잘가."


나도 너처럼 말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머리보다 이별을 먼저 이해해버린 가슴이 청승맞게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결국엔 입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참을 수가 없게 됐다. 나는 그즈음 사랑니로 앓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나는 한쪽 볼을 부여잡고 울었다. 치통은 아주 아픈거구나. 앙다문 잇새로 울음이 터졌다. 잔뜩 음량을 키워둔 이어폰에서는 청승맞은 발라드가 콸콸 터지듯 흘렀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ㅡ 우리 이제 그만두자.


그녀의 이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건조했다. 그 모든 물기는 나에게만 와서 질척였다. 구질구질했다. 내자신이 역겨웠다.

 

 

 

 

 

 

 

 

 

 

 

-가을

그 때 앓던 사랑니를 발치한 지 이미 7개월이 넘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가끔씩 그곳이 아프다. 어느 순간 쿡 하고 쑤시기도 하고 뭉근하게 내리누르기도 한다. 너와의 기념일이나, 우리가 자주가던 가게 따위를 지나칠 때면 난 만성적인 치통에 시달린다. 진통제는 이미 내성이 생겨서 듣지않는다. 치과에 가보았지만, 빼내어버린 사랑니가 아플 이유는 없다는 걸 기실 나도 알고있었다. 어쩌면 신경과 기억을 잇는 곳 어딘가가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

 

"미안해. 더 많이 좋아하는게, 먼저 내쳐지는게, 이렇게까지 힘든걸 줄 몰랐어. 미안해. 나 이제야 알겠어."

 

끊지 못한 전화기 너머로 그녀는 서럽게도 울고 있었다. 아아 그 사람 일이구나. 액정에 떠오른 네 이름에 혹시나 둥실 떠올랐던 마음이 급하게 중력을 받았다. 차오른 만큼 높은 곳에서 내동댕이쳐진다. 바닥은 차다. 발이 시릴만큼 차다. 두근거린 내가 또 우습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네게는 내성도 생기질 않아.

 

미안해 미안해 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왠지 물 속에 잠겨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숨을 쉬지 못할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호흡이 가빠왔다. 축축하고 춥다. 공기의 밀도가 높아진 것처럼 피부의 땀구멍까지 압박해온다. 뜨거운 욕조에 오랫동안 잠겨있는 것처럼 적당히 숨쉬기가 힘들다.  다만 춥다. 텅 빈 사랑니 자리가 익숙하게 쑤셨다.

 

 

 

 

 

 

 

 

 

 

-늦겨울

헤어짐의 순간에도 나는 차마 매달리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저 손에 그대로 매달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로봇처럼 뻣뻣해지는 손을 뻗어 멀어져가는 네 그림자 자락을 그러쥐는 것이 최선이었다. 새빨갛게 얼은 손이 바르르 떨다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더 이상, 내 얼은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눈가루만 살푸시 흩날리며 손을 덮었다가, 새빨갛게 손을 얼리며 녹아버렸다.

 

버스는 탈탈거리다가 다시 정류장에 멈추어 섰다. 이번에는 아무도 타지 않고 몇몇이 내릴 뿐이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우리 집 앞 정류장을 지나친 버스도 여전히 굴러가고 있다. 길에는 눈가루가 질착하게 녹아 흐르는 날이었다.

 

 

 

 

 

 

 

 

 

 

 

*

전화기 너머로 ㅡ나 지금 너네집 앞이야, 나와, 응? 보고싶어. 울며 내게 말하는 너에게 복잡한 분노가 자리잡았다. 어리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의 맘을 알겠다고? 알아? 니가 뭘 알아. 아니 넌 몰라. 아무것도 몰라. 넌 단지 널 좋아하는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을 뿐이잖아. 확인하고 싶은거잖아. 일방적으로 내쳐도 결국을 니 꽁무니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넌 몰라. 절대몰라. 니가 정말로 그걸 안다면, 날 바라봐주지 않는 그 날선 뒷모습을 안다면, 내쳐지는 순간에도 부담스러울까 미움받을까 한마디 못하는 마음을 안다면, 이렇게 다른 사람일로 울며 전화하는 네 목소리에 마저 떨리는 내 맘을 안다면, 정말로 내 맘이 미안하다면,


넌 그사람 일로 울면서 나에게 전화 할 수 없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기력이 부족했다. 오들오들 떨리는 몸을 침대 속에 옹송그렸다. 내방 창문 밖으로 서성거리는 힐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앞에 와있다는 말은 사실인것 같았다. 이불 속인데도 분명한 힐소리에 귀가 울려왔다. 너는 내가 있어 더욱 사랑이 쉬운지도 모른다. 배수진을 친건 나 뿐이다. 그리고 결국 나는 진다. 우리 둘다 알고있다. 결국 내가 약자라는걸.

 

어째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 가지의 감정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렇게 치졸한 질투, 처절한 분노와 서러운 그리움까지 모두 실은 사랑이라는 걸, 나는 어째서 단번에 깨닫고야 마는 것일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결국 침대에서 기어나와 옷장을 열었다. 이렇게 될 걸 알고있어서 더 허탈했다. 점퍼를 꺼내입고 열쇠를 주워들었다. 스니커를 신는다. 히마리 없는 몸은 삐걱대며 느적하게 움직였다. 이젠 눈물도 나지 않아. 다만 이젠 있지도 않은 사랑니가

좀 아파.

 

그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