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14일 저녁에 들어왔으니 약 열흘 가량을 스페인에서 보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스페인에서 할 예정이라 며칠 더 머물 거라지만, 막상 떠나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열흘이 넘으니 정말 무거워서 들지 못할 것 같던 짐도 이제는 버틸 만하고(절대 들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벌써 이게 생활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체력이 늘고 있는 건지 닳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노곤함 속에서도, 앞으로 평생 가지기 힘든 기회를 가지게 된 행운에 감사함을 느낀다. 출발 전에 기대했던 그리고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대체로 여행이 생각대로 풀려가고 있다는 것도 즐거움에 한 몫을 한다. 하루에 수십 유로를 벌어 생활하려던 당찬 목표는 여행 출발 2주도 되지 않아 희미해져버렸지만, 그래도 많이 벌리는 날은 10유로 전후로 벌려 여행의 호젓함을 느끼게 한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한 전날 저녁, 스페인의 작별 공연은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LICEU역 근처에서 하기로 했다. 마임 퍼포먼스(분장을 하고 동상처럼 서 있는)를 하는 예술가들이 더러 보이기도 하고 길거리에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광장과 같은 거리. 길거리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고, 거리의 조명들은 적당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우리가 공연을 하기에 딱 좋아 보이는 장소였다. 사실 공연 장비를 들고 돌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항상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생각보다 아쉬운 장소를 선택하기도 했고, 언제나 성공적인 장소와 자리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MASK) 분장을 한 익살스런 거리예술가에서부터 열 발짝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반사이익을 노려보려고 했지만, 예술가는 돈이 잘 벌리지 않는지 이내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이날은 비가 조금씩 오다말다 한지라 바닥이 약간 축축했다. 그리고 비온 뒤 거리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썩 유쾌하지 않은 냄새도 함께 어우러졌다. 더 이상 좋은 자리는 없다. 프사이와 나는 오는 길에 있던 마트에서 하나씩 챙긴 맥주 한 캔씩을 들이키곤 공연을 준비했다.
첫 곡은 Radiohead의 ‘High and Dry’.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한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멈춰 서서 우리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사람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아 신나는 곡을 연주하기로 한다. 다음 곡은 Jason Mraz의 'i'm yours'. 곡이 시작 되자 예닐곱 명 되는 스페인의 예쁜 여성분들이 앞으로 몰려들어 리듬을 타며 간단한 율동을 선보였다. 역시 공연에는 삐끼가 필요하다. 이분들이 모여서 우리의 노래를 즐기자 순식간에 30-40명이나 되는 사람이 둘러쌌다. 유종의 미라고 하더니, 드디어 마지막 날 대미를 장식하는 구나!!!!! 대박이다!!
노래가 중반부에 다다를 무렵 한 아주머니가 와서 말을 건다. 아주머니는 매우 화가 난 목소리로 이곳에서 공연을 하면 안 된다고 당장 멈추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한다. 관중들과 아주머니가 시비가 붙는다. 관중들은 공연 좀 하는 게 어떠냐고 도리어 그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했다. 내심 뿌듯했지만 겁이 났다. 아주머니가 점점 화가 나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우리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경찰이 오면 게임이 끝나는 상황이니 칼자루는 아주머니가 잡고 있는 것이었다. 튜닝이 끝나가는 무렵 공연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우리를 옹호하던 한 젊은 여성이 나에게 와서 귓속말로 뭐라고 말하라고 부탁한다. ‘비다 라 어쩌구저쩌구’. 정확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비다(vida)가 스페인말로 인생(life)란 뜻이니, ‘인생을 즐겨라!’ 정도가 아닐 듯싶다. 멍청하게도 나는 그 관중이 원하는 대로 말해주었고, 그들은 열광했다. 결국 환호에 못 이겨 다음곡인 Yellow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열광은 아주머니의 화를 돋우었다.
아뿔싸! 노래가 중반부도 채 가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 옆에 자리 잡은 경찰은 막상 도착해서 우리의 무대를 제지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라? 문제가 없는 건가?’ 생각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노래를 끝마쳤다. 하지만 웬걸,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관중들을 해산시키고 우리에게 공연을 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이었다. 나름의 배려이려나. 전에도 항상 경찰이 공연을 중지시키는 일은 있어왔기에 미안하다고 하고 무대를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경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페인사람 치고는 덩치가 꽤 큰 두 명의 경찰은 경찰보고서를 작성해야하니 계속 여권을 보여 달라고 했고, 여권을 주지 않으면 서에 가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X됐다.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번 기록이 남거나 경찰 쪽으로 기록이 넘어간다면 이후 여행이 유쾌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나름 도박을 걸어보았다.
‘호스텔에 여권을 두고 왔어요.’
‘신분증이 없는 게 말이 되냐. 있는 거 다 안다. 내놔라!’ 경찰은 다시 한 번 으름장으로 놓았다.
‘죄송하지만 진짜 없어요, 호스텔에 가서 가져와야해요.’
‘너희 장비들을 압수해야겠다.’
‘정말 죄송해요. 몰랐어요. 앞으로는 절대 안 할게요. 게다가 내일은 스페인을 떠나요.’
계속 된 실랑이 끝에 다른 신분증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이름 뿐의 정보밖에 없는 공인력없는 신분증인 국제학생증! 프사이가 국제학생증을 보여주면서 경찰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지 이내 우리에게 더 이상 힘을 행사하지 못했다. 곧 다른 신고가 들어왔는지, 빨리 떠나라면서 우리를 보내주었고, 우리는 혹시나 경찰이 딴말을 할까 무서워 얼른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관객 30-40명의 효과였을까. 사실상 마지막 세 번째 곡은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이 들이닥쳤기에, 실제로 관객이 노래를 듣고 돈을 준 것은 한 두곡 남짓. 게다가 첫 곡은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 공연은 실제로 한 곡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정도. 급하게 공연을 마무리했는데도 약 5유로 어치의 동전이 담겨있었다.
행운을 놓쳐버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정말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다음 곡으로 스페인 국민가요 ‘에레스 뚜(Eres Tu)’를 불렀다면 더 많은 동전이 쏟아지지 않았을까. 쉽게 찾아오지 않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안타까움이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아디오스(Adios)! 바르셀로나!
[season1.e7.힉스] 인생을 즐겨라! - 아디오스 바르셀로나
음악가를 위한 스페인 메트로역의 공연장소, 오디션을 통해 라이선스를 발급한다고 한다.
구엘공원 가는 길, 비틀즈 컨셉으로 찍었으나.....
벌써 터져서 임시 봉합한 마이크스탠드 가방...ㅠㅠ
구엘공원 흙바닥에서 터져버린 캐리어 바퀴...ㅠㅠ
유럽버스킹무전배낭여행을 하고있는 프로젝트 버스킹 밴드 '일일호프'입니다.
현재 블로그에 여행기 및 에세이를 연재중인데 앞으로 판에도 꾸준히 연재를 할까 합니다.
저희의 도전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adaypub
http://faceboook.com/adaypub
-----------------------------------------------------------------
[season1.e7.힉스] 인생을 즐겨라! - 아디오스 바르셀로나
스페인에 14일 저녁에 들어왔으니 약 열흘 가량을 스페인에서 보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스페인에서 할 예정이라 며칠 더 머물 거라지만, 막상 떠나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열흘이 넘으니 정말 무거워서 들지 못할 것 같던 짐도 이제는 버틸 만하고(절대 들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벌써 이게 생활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체력이 늘고 있는 건지 닳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노곤함 속에서도, 앞으로 평생 가지기 힘든 기회를 가지게 된 행운에 감사함을 느낀다. 출발 전에 기대했던 그리고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대체로 여행이 생각대로 풀려가고 있다는 것도 즐거움에 한 몫을 한다. 하루에 수십 유로를 벌어 생활하려던 당찬 목표는 여행 출발 2주도 되지 않아 희미해져버렸지만, 그래도 많이 벌리는 날은 10유로 전후로 벌려 여행의 호젓함을 느끼게 한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한 전날 저녁, 스페인의 작별 공연은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LICEU역 근처에서 하기로 했다. 마임 퍼포먼스(분장을 하고 동상처럼 서 있는)를 하는 예술가들이 더러 보이기도 하고 길거리에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광장과 같은 거리. 길거리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고, 거리의 조명들은 적당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우리가 공연을 하기에 딱 좋아 보이는 장소였다. 사실 공연 장비를 들고 돌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항상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생각보다 아쉬운 장소를 선택하기도 했고, 언제나 성공적인 장소와 자리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MASK) 분장을 한 익살스런 거리예술가에서부터 열 발짝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반사이익을 노려보려고 했지만, 예술가는 돈이 잘 벌리지 않는지 이내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이날은 비가 조금씩 오다말다 한지라 바닥이 약간 축축했다. 그리고 비온 뒤 거리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썩 유쾌하지 않은 냄새도 함께 어우러졌다. 더 이상 좋은 자리는 없다. 프사이와 나는 오는 길에 있던 마트에서 하나씩 챙긴 맥주 한 캔씩을 들이키곤 공연을 준비했다.
첫 곡은 Radiohead의 ‘High and Dry’.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한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멈춰 서서 우리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사람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아 신나는 곡을 연주하기로 한다. 다음 곡은 Jason Mraz의 'i'm yours'. 곡이 시작 되자 예닐곱 명 되는 스페인의 예쁜 여성분들이 앞으로 몰려들어 리듬을 타며 간단한 율동을 선보였다. 역시 공연에는 삐끼가 필요하다. 이분들이 모여서 우리의 노래를 즐기자 순식간에 30-40명이나 되는 사람이 둘러쌌다. 유종의 미라고 하더니, 드디어 마지막 날 대미를 장식하는 구나!!!!! 대박이다!!
노래가 중반부에 다다를 무렵 한 아주머니가 와서 말을 건다. 아주머니는 매우 화가 난 목소리로 이곳에서 공연을 하면 안 된다고 당장 멈추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한다. 관중들과 아주머니가 시비가 붙는다. 관중들은 공연 좀 하는 게 어떠냐고 도리어 그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했다. 내심 뿌듯했지만 겁이 났다. 아주머니가 점점 화가 나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우리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경찰이 오면 게임이 끝나는 상황이니 칼자루는 아주머니가 잡고 있는 것이었다. 튜닝이 끝나가는 무렵 공연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우리를 옹호하던 한 젊은 여성이 나에게 와서 귓속말로 뭐라고 말하라고 부탁한다. ‘비다 라 어쩌구저쩌구’. 정확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비다(vida)가 스페인말로 인생(life)란 뜻이니, ‘인생을 즐겨라!’ 정도가 아닐 듯싶다. 멍청하게도 나는 그 관중이 원하는 대로 말해주었고, 그들은 열광했다. 결국 환호에 못 이겨 다음곡인 Yellow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열광은 아주머니의 화를 돋우었다.
아뿔싸! 노래가 중반부도 채 가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 옆에 자리 잡은 경찰은 막상 도착해서 우리의 무대를 제지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라? 문제가 없는 건가?’ 생각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노래를 끝마쳤다. 하지만 웬걸,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관중들을 해산시키고 우리에게 공연을 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이었다. 나름의 배려이려나. 전에도 항상 경찰이 공연을 중지시키는 일은 있어왔기에 미안하다고 하고 무대를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경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페인사람 치고는 덩치가 꽤 큰 두 명의 경찰은 경찰보고서를 작성해야하니 계속 여권을 보여 달라고 했고, 여권을 주지 않으면 서에 가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X됐다.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번 기록이 남거나 경찰 쪽으로 기록이 넘어간다면 이후 여행이 유쾌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나름 도박을 걸어보았다.
‘호스텔에 여권을 두고 왔어요.’
‘신분증이 없는 게 말이 되냐. 있는 거 다 안다. 내놔라!’ 경찰은 다시 한 번 으름장으로 놓았다.
‘죄송하지만 진짜 없어요, 호스텔에 가서 가져와야해요.’
‘너희 장비들을 압수해야겠다.’
‘정말 죄송해요. 몰랐어요. 앞으로는 절대 안 할게요. 게다가 내일은 스페인을 떠나요.’
계속 된 실랑이 끝에 다른 신분증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이름 뿐의 정보밖에 없는 공인력없는 신분증인 국제학생증! 프사이가 국제학생증을 보여주면서 경찰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지 이내 우리에게 더 이상 힘을 행사하지 못했다. 곧 다른 신고가 들어왔는지, 빨리 떠나라면서 우리를 보내주었고, 우리는 혹시나 경찰이 딴말을 할까 무서워 얼른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관객 30-40명의 효과였을까. 사실상 마지막 세 번째 곡은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이 들이닥쳤기에, 실제로 관객이 노래를 듣고 돈을 준 것은 한 두곡 남짓. 게다가 첫 곡은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 공연은 실제로 한 곡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정도. 급하게 공연을 마무리했는데도 약 5유로 어치의 동전이 담겨있었다.
행운을 놓쳐버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정말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다음 곡으로 스페인 국민가요 ‘에레스 뚜(Eres Tu)’를 불렀다면 더 많은 동전이 쏟아지지 않았을까. 쉽게 찾아오지 않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안타까움이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아디오스(Adios)! 바르셀로나!
힉스
------------------------------------------------------------
http://blog.naver.com/adaypub
http://faceboook.com/adayp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