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희망의 뿌리를 내리다 < 생활대책 대상자 인정 행정심판 사례 >

김남영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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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를 키우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간 영숙(가명) 씨, 그러나 하루 아침에 그녀의 소박한 꿈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했다.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포함된 농장에서의 영업 실적을 인정받지 못해 생활대책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이다.

 

< 뿌리 내릴 곳을 찾지 못한 나무들, 그리고 영숙 씨 >
영숙 씨는 심란했다. 두고 온 나무들이 눈에 밟혔다. 측백나무와 감나무, 회양목, 능수화, 무궁화, 눈주목, 백일홍, 자두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영숙 씨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지를 쳐주고 거름을 줘서 키운 놈들이 었다. 그 중 60년생 소나무가 가장 오래된 나무였다. 지금쯤 모두 뿌리가 뽑혔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나무 도소매업을 하는 영숙 씨가 그 소나무를 묘목 때부터 키운 건 아니었다. 나무를 사와서 농장으로 옮겨 심어놓고 팔릴 때까지 돌보는 게 영숙 씨의 일이다. 나무를 볼 때마다 영숙 씨는 왠지 모르게 미안했다. 뿌리가 뽑혀서 여기까지 왔을 때에는 저도 마음이 있다면 슬펐겠다 싶었다. 영숙 씨는 2004년부터 토지를 임차해 남편과 함께 조경수 농장을 운영했다. 나무 농사가 한두 해 농사가 아니라 영숙 씨는 비닐하우스에 살림을 차리고 남편과 함께 머물며 나무를 돌봤다. 멀지 않은 곳에 영숙 씨 명의의 영업장이 하나 더 있었다. 당시에 사업자등록이 없어서 과세 신고를 그 영업장 앞으로 했다. 그 후 2006년 2월 1일자로 사업자등록을 내고 농장의 과세 신고를 했다. 농장이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포함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영숙 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나무들을 어떻게 모두 뿌리를 들어내서 이사를 할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개발사업자가 나무들을 모두 포기하고 이사를 가야한다고 했다. 영숙 씨가 고집을 부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영업 손실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 날벼락 같은 소식, 인정할 수 없다니 >
떠나오기 전 영숙 씨는 나무들에게 물을 흠뻑 주었다. 이사를 한 후에도 가끔 일부러 근처까지 가봤다. 농장 터에 사무실을 짓는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농장에서 가장 큰 나무 한 그루 쯤 남겨둘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보상으로 사업지구 내에 생활대책용지를 내주면 멀리서라도 그 소나무를 바라볼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 찾아갔을 때만해도 소나무는 그 자리에서 잘 견뎌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게 한 달 전이었다. 소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간혹 장마가 길게 이어지거나 폭풍우가 불 때면 영숙 씨는 그 소나무를 의지하면서 견뎌냈다. 소나무만 온전하면 다른 나무들도 어떻게든 견뎌내겠지 했었다. 그런 날에는 남편보다 소나무를 더 믿었다. 짬짬이 목을 축일 때도 소나무를 찾았고, 잠깐씩 눈을 붙일 때도 소나무를 찾았다. 내 나무 하나 갖는 것쯤 어떨까 싶었다. 죽으면 수목장도 더러 한다는데, 내 나무 아래 묻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소나무가 없어진 걸 알았을 때 영숙 씨는 마치 삶의 한 부분이 뿌리째 뽑힌 것 같아 허전했다. 영숙 씨의 예감이 맞았다. 생활대책용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영숙 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렸다. 개발사업자가 거래명세서나 과세신고자료 등 영업실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생활대책용지 수급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처음 몇 년 동안 과세 신고를 다른 영업장 앞으로 한 게 문제가 되었다. 분명히 그 땅에서 나무를 키우고 팔기도 했는데 인정할 수 없다니. 어디다 대고 하소연해야할지 막막했다. 영숙 씨는 남편과 함께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알게 됐다.


< 삶이 뿌리내릴 수 있는 희망을 보다 >
"애초에 영농자로 신청을 하셨어야 했는데 영업 손실 보상을 받으셨네요. 거기서 아무리 오랫동안 나무농사를 지으면서 조경영업을 하셨다 해도 증명할 자료가 필요해요. 나무가 몇 살인가 알아보려면 둥치를 잘라 나이테를 봐야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나이테처럼 눈에 보이는 것 말인가요?"
"예. 나이테처럼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해요. 가능하면 농사를 직접 지으셨다는 자료를 모으시는 게 중요해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이 영숙 씨에게 필요한 자료를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영숙 씨는 어디서 어떤 증명을 떼야 하는지 막막했다. 결국 조사관이 나서주었다. 동사무소, 시청에 직접 연락해서 사업지구 내 영업장에 대한 토지임대차계약 및 임료 지급, 동장의 경작사실 확인서 발급, 농사용전력 사용 증명서 등을 모았다. 그저 말이라도 들어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영숙 씨를 대신해서 이렇게까지 애써주니 고마운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행정심판 청구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영숙 씨는 소나무가 더욱 그리웠다. 마음이 심란할 때 소나무를 찾곤 했는데, 영숙 씨에게는 기대앉을 곳이 없었다. 남편이 그런 영숙 씨의 손을 잡아주었다. 믿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남편의 손은 소나무 둥치처럼 거칠었다. 나이테처럼 주름진 손이었다. 얼마 후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거래명세서 등 영업실적을 증빙할 자료 가 없어도 사실상 영업을 한 정황이나 간접증거가 있다면 영업자로서 생활대책용지 수급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영숙 씨는 마음이 놓였다. 이제 소나무를 다시 볼 수는 없게 됐지만, 영숙 씨의 삶이 오래 오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터전이 곧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 사례 자세히 보기 >

택지개발사업 예정지구 내에서 조경수농장을 운영하던 A씨는 생활대책기준일 이전에는 사업자등록이 없어 A씨는 다른 매장 앞으로 과세신고를 했다. 이에 대해 사업시행사는 당시 거래명세서나 과세신고자료 등 영업실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생활대책용지 수급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중앙행심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확인된 A씨의 조경수농장에 대한 토지임대차계약 및 임대료 지불, 전력 및 면세유 수급, 관계기관 확인 등의 사실, 사업자등록 전과 후 영업규모나 형태에 변화가 없는데, 사업자등록 후에 과세자료로 영업실적이 확인된다는 이유로 영업보상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생활대책기준일 이전에도 A씨의 조경수농장에서 영업활동이 이루어 졌음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세자영업자인 A씨도 생활대책의 일환으로 토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