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 폐지, 이대로 좋은가?

대모달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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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을 지키려던 ‘선한 정신’은 ‘지독한 패배자’란 낙인만 남는다

 

1. 약속 좋다. 일관성 좋다.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의원의 정당 줄세우기 하지 말아야 한다. 기초단체장의 인사권이 정당 인사권으로 전락, 정당이 공무원 조직을 장악하는 것 구정치의 악습 맞다. 더구나 정당공천제라는 제도가 단체장도 기초의원도 유권자나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공천권자의 눈치만 보면서 마을 정치가 아니라 여의도 정치에 종속되는 사례가 되었었다. 이것이 더 나쁘다. 따라서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을 정당에서 장악하는 것이 나쁜 정치를 철폐하고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새정치를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엽합의 결정은 평가해줄 만하다.

 

2. 그러나 대의명분이 옳더라도 대의명분만 따지다가 모두 잃는다면 그것을 옳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도… 문재인도 이 대의명분에 따라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를 지키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이 공약을 지키겠다고 결심했다면 새누리당 지방조직이나 국회의원들이 어떤 명분으로 당 지도부를 압박해도 물러설 사람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지금 행태를 그대로 두고 볼 사람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는 새누리당의 행태를 그냥 두고 보고 있다. 이는 박근혜의 정치적 감이 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지 않을 것에 미친 것이다.

 

3. 이제 공은 국민들에게 넘어왔다. 따라서 국민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욕하는 것으로 공약을 파기하고 정당성과 진정성을 버린 정치인과 대통령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맞다. 하지만 그런가? 언론도 오피니언 리더도 이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여야공방으로만 치부,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약을 지키는 것,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과 정당을 바보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야권에 비 우호적인 언론은 야권이 언제 공당공천 폐지를 번복할 것인가를 겨누고 있으며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쏘아댈 포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4. 이 상황이니 지금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야권 입지자들은 거의 패닉상태다. 그리고 모든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결국 이들 예상대로 선거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것이 지금 공약을 파기한 대통령과 여당에게 욕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아직 좋은 정치를 가질 자격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대로라면 이제 안철수는 새정치고 정치개혁이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가장 빠른 시기에 사라진 바람정치인으로 기억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바람정치인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으나 그 기간이 2년도 안 된 적은 없다. 만약 이전 지방선거의 결과가 여당압승 야당 참패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안철수는 2년이 안 돼 사라진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여기에 김한길은 우리정치사의 야당 대표로 야당을 죽인 대표적 정치인이 될 것이다.

 

5. 1971년 4월 2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신민당은 김대중을 대통령 후보로 세우고 공화당 박정희와 결전을 치렀으나 패배했다. 당시 정치일정은 이 대선 약 한 달 후인 5월 2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신민당은 패배를 추스를 시간도 없이 바로 총선을 치러야 했다. 국회의원 후보등록 마감일은 5월 6일이었다. 그런데 마감 전날인 5일까지 신민당 당수 유진산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영등포 갑구에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마감날인 6일 자신을 전구구 1번으로 등록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당선가능성이 낮았다고 판단, 자신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이다. 신민당은 발칵 뒤집혔다. 극도로 흥분한 당원들이 당사와 유진산 집앞까지 점거하고 유진산에게 정계은퇴, 당 총재직 사퇴, 전국구 후보 사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사태는 진산계와 반진산계 청년당원들의 패싸움으로 번졌으며 급기야 7일 신민당 중앙당사 난동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유진산은 당직을 사퇴했다.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은 당 원로들과 협의해 유진산을 당에서 제명하고 총선 기간 동안 자신이 당수 권한대행을 맡는 수습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영삼 등은 진산계 주류는 김대중의 당수권한대행직 장악을 거부했다. 총선을 코앞두고 당은 엄청난 내홍을 겪다가 김홍일을 신민당 당수 권한대행으로 하는 수습안으로 당을 정상화 했다.

 

4일 동안 이어진 이 파동이 신민당에 준 상처는 너무나 컸다 총선 전열을 정비해야 할 야당 기능이 한때 마비 상태에 이르러 신민당 중앙당은 5·25 국회의원 총선거 유세 계획 조차 세우지 못했다. 대선에 실패한 뒤 총선도 참패했다. 1년 후 10월 유신 쿠데타를 막지 못해 국회까지 해산당하고 나라는 철권통치만 난무하는 겨울공화국으로 치달았다. 야당이 내분을 겪으며 지리멸렬해지면 어떤 상태가 오는 것인가에 대한 매우 좋은 사례다.

6.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방선거를 참패하면? 안철수 김한길은 창당 2~3개월 남짓에 당권을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 안철수 세력은 다시 국외자가 될 것이며 당은 다시 친노-비노싸움으로 치달을 것이다. 누가 당권을 잡든 미니총선 급인 7.25 재보선은 여당 압승에 새누리당은 안정과반수를 가진 여당으로 거침없이 내달릴 것이다. 민주는 죽고, 정의도 죽으며, 인권도, 복지도, 단어로만 남을 것이다. 이 책임은 오롯이 안철수와 김한길이 져야 한다. 정당성과 약속을 지키려던 ‘선한 정신’은 ‘지독한 패배자’란 낙인만 남는다.

 

7. 그래도 좋은가? 그렇다면 그리하라. 하지만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는 길에 나타난 장애물을 뛰어넘기 어려우면 장애물을 피해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그 후퇴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 아플 것이나 처절한 패배보다는 덜 아프다. 국민에게 좋은 정치로 보답하는 것 좋다. 그러나 그 진정성은 이겼을 때 보이면 된다. 매를 덜 맞고 이기는 길을 모색하라. 그것이 정치다.

 

☞ 임두만〈네이션코리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