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없는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사이<사회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권리구제 사각지대 제도개선>

김남영20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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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산재요양을 하고, 2년간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회사에도 무사히 복귀한 남편을 보며 한숨 돌린 진숙(가명) 씨.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2년간 받은 건강보험 진료가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며 진료비 150여만원을 환수한다고 한 것이다.

 

<건강보험이 부당이득이라고?>
“예? 부당이득금을 내라구요?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은 게 어째서 부당이득이라는 거죠?”
진숙 씨는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갖다 댔다. 며칠 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이득금 150여만원을 환수한다는 통지서를 받고 담당자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전화를 건 거였다. 뭔가 착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는데 부당이득이라니….
“산재요양 종결 후라도 산재로 인한 진료비는 산재보험이 부담해야 하거든요. 2년 동안 건강보험으로 처리한 진료비는 부당이득입니다. 당연히 반납하셔야 합니다.”
진숙 씨는 다시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진숙 씨의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2007년 봄이었다. 공사현장에서 과로로 쓰러진 것이다. 병원에서 ‘중대뇌동맥의 거미막하 출혈’이라고 했다.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아 2009년 11월까지 산재요양 승인을 받았다. 다행히 남편은 다시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다. 주치의가 8주에 한 번식 약물치료를 받으라고 해서 약 2년간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그 2년 동안 건강보험으로 진료비를 처리한 게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진숙 씨는 부랴부랴 근로복지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산재요양 종결 후의 진료비는 산재보험법상 재요양 및 합병증 예방진료 대상이 되지 않는 한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진숙 씨는 어이가 없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다시 전화를 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진숙 씨가 알 도리가 없었지만, 들은 그대로 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 서로 다른 두 기관의 해석에 갈팡질팡하는 진숙 씨 >
“재요양 신청을 하시고 불승인 서류를 받아오면 부당이득금을 사업주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만일 재요양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재해자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요양 신청은 반드시 산재종결시점 이후로 하셔야 합니다.”
“산재요양이 이미 2009년에 끝났는데 어떻게 산재종결시점 이후로 재요양신청을 하란 말인가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담당 주치의와 병원 법무팀 담
당자를 만났다. 예상한 대로였다. 산재 치료가 끝난 시점이므로 재요양 신청을 위한 소견서 및 진료계획서를 작성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사이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다시 160여만원의 부당이득금을 납부하라고 독촉을 했다.
“여보, 그냥 이 돈 내버리자. 더 신경 쓰다간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남편은 자신을 대신해 국가기관을 둘씩이나 상대해야 하는 진숙 씨를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평생 관리를 해야 하고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뇌에 관한 진료비는 본인이 100%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쉽게 결정할 수 가 없었다.
“여보, 한 군데만 더 알아볼게. 그때까지 당신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진숙 씨는 씩씩한 척 했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근로복지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의 담당자들은 자신이 속한 공단의 입장만을 되풀이해서 말할 뿐, 아무도 진숙 씨의 상황은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진숙 씨는 국민권익위원회로 다이얼을 돌렸다.

 

<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아름다운 연주 >
“건강보험은 일반 국민의 질병과 부상에,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적용되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중복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국민 또는 근로자의 지위에서 최소한 한가지의 사회보험은 적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은 설명을 이어갔다.
“산재요양이 종결된 후 재해자의 후유증상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모두 진료비 부담을 기피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법상 재요양 요건이 되지 않거나 합병증 예방관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재해자는 현실적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죠”.
“예, 제가 바로 그 경우예요.”
진숙 씨는 자신의 처지를 알아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슷한 고충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 현재 관계기관과 함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머잖아 대책이 나올테니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진숙 씨는 전화를 끊고 벌써 모든 게 해결된 것 같았다.

“여보, 이리와 봐.”
며칠 후 신문을 보던 남편이 진숙 씨를 찾았다. 진숙 씨는 설거지를 하다말고 젖은 손으로 신문을 받아들었다.
‘근로복지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은 산재요양 종결 후 재해자의 추가 진료비를 국민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분담하여 해결한다. 재해자의 산재요양 종결 시 점부터 2년간은 근로복지공단이, 이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
“이거, 우리 얘기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말이 사실이었네요. ”
진숙 씨는 환한 얼굴로 남편을 돌아봤다. 남편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음정, 박자가 묘하게 어긋나는 소리였지만 진숙 씨의 귀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들렸다.

< 사례 자세히 보기 >

산재요양 종결 후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모두 진료비 부담을 기피하는, 사회보험 모두가 적용되지 않
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재해자와 사업주들이 고충민
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권익위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건강보험공단, 근로복
지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업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였고, 2013년 11월 국가정책조정회
의에서 대책을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관련민원 6만 4천건을 해결하고, 51억원의 국민 부담
을 경감시키는 등 권익구제의 사각지대를 근원적으로 해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