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원피스의 여자 1 (전편 포함)

hazel2014.04.03
조회7,037

이번에도 시리즈 올려요 검은 원피스의 여자편을 올리기전에 글쓴이분이 2편먼저 올라온게 있어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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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실화

 

 

 

 

 

 

 

 


초등학교때 있었던 재미난 추억이 있어 글을 써봅니 다.

 

나는 나이가 제법 많다. 나 자랄때는 초등학교라 하지 않고, 국민학교라고 했다.

 

시골에서는 대부분의 생계수단이 농사여서 그런지 어 릴때만 해도 일가 친척들이 한집 건너 한집씩 모여서 살았다.

 

학교가는 길도 멀어 1시간 이상되는 거리를 걸어서 등 하교를 했다.

 

아직 어렸던 나는 혼자 등하교를 하기 어려워 꼭 친척 형들과 같이 다녔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형들이 늦게까지 운동 장에서 친구들과 놀았고 하교가 늦어졌다.

 

해가 질 무렵에 학교에서 출발한 사촌형 두명과 나는 해가 완전히 지고서야 집으로 향하는 산기슭에 도달했다.

 

휴대폰도 없었던 시절, 조금 겁이 났지만 형들이 있었고... 딱히 별수도 없어 산을 넘기로 했다.

 

후레쉬도 불빛도 없는 산길을 가기에 어린 초등학생 으로써 굉장히 무서웠다.

 

바짝 얼어서 한줄로 산길을 오르던 우리는 최고의 고 비를 맞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길에 드문 드문 여러개의 무덤이 모여있 는 길을 지나야 하는데...

밤이라 그런지 너무나 무서웠다.

 

한참을 진땀을 흘리며 앞의 형 뒷모습만 바라보고 걸 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앞에 가던 제일 큰 형이

 

"어..어...어...저기..저기..."

 

말은 못하고 계속 울음 섞인 신음소리만 내밷고 있었고...

 

이상하게 생각한 나와 둘째 형이 고개를 들어 전방을 바라 본 순간...

 

'아... 저게 귀신이구나...'

 

아마 세명 모두 거의 동시에 그것을 보았던것 같다.

 

희뿌연 형체가 없는 무엇인가가 무덤위를 날아 공중 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생각과 다르게 다리가 얼어붙고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딴곳으로 돌리고, 도망을 가기 시작하면 그것이 우리를 순식간에 덮칠 것 같았다.

 

그것의 모습은 여자가 흰색 한복에 쓰개치마를 덮어 쓰고 있는양 했다.

 

그러다가 그것이 공중에서 더이상 오르락 내리락 하 지 않고, 제자리에서 흰 옷깃만 펄럭이더니 서서히 우 리쪽으로 몸을 돌리는 듯했고...조금씩 조금씩 우리들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물과 콧물, 식은땀으로 온몸을 적시고...그때는 몰랐었지만 오줌까지 지리고 있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그것은 점점더 가까워 졌고, 형들 중 한명이 "안돼!!! 안돼!!! 헉...헉..."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두려움을 견디지 못한 나도 기절해 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어렴풋이 눈을 뜨니 아버지 가 나를 안고 깨우고 계셨고...

옆에서는 형들이 미친 듯이 울고 있었다.

 

나도 깨자 말자 아버지 품에 파고들어 몸을 숨기고 떨 다가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형들은 귀신을 보았노라고 어른들에게 미친듯이 설명 을 했고, 난 아직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산을 내려와 우리들은 용하다고 소문난 야메 한의원 을 찾아가 놀란데 효험이 있는 침을 온몸에 시술 받아야했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전해들었던 얘기에 의하면

 

애들이 집에 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 오지 않아 걱 정하고 계시다가 어른들 몇몇이서 애들을 찾아 학교 가는 길로 가시다가 공동묘지 근처에서 찟어진 비닐 조각 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자는 우리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허어 이놈들이 산에서 놀다가 지쳐서 잠이 든 모양이 구만"

 

어른들은 이렇게 생각하셨단다.

 

하지만 난 아직 확신하고 있다.

 

내는 분명히 귀신을 보았고, 비닐 조각은 귀신이 자 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덮어 놓은 것이란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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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옛날 이야기

 

 

 

 

 

 

 

 


전에 작성한 "어릴적 실화"를 올리고 나서

다수의 사람들이 읽으신 것 같고...댓글도 달려있는걸 보니 누군가 내 글을 관심 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 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들었던 예전 이야 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할머님에게도 들었던 이야기로 두 분의 말씀이 일치하는 걸로 봐선 실화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렸던 시절은 6.25가 막 휴전되고, 평화가 찾아와 농민들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던 시절이었다 .

 

할아버지는 전쟁 통에 돌아가시고, 할머님과 어머님, 나에게는 외삼촌 되시는 어린 남자아이가 풍

요롭진 않았지만 일가에서 지원해준 전밭으로 먹고는 살 정도였다고 한다.

 

그 당시 농민의 집이라고 해봐야 손바닥 만한 마당과 방한 칸, 정지(부엌)한 칸, 방 옆에 작은 창고로 사용하 는 방을 흙벽과 기와를 얹어 만든 집이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본 집안 정경이 이러하다. 내 기억에도 이 집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랫동안 이 집에서 살았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어머니의 시점(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 하고자 합니다.=

 

 

 

그 일이 일어났던 날.. 나는 방에서 동생을 돌보고 있 었고, 엄마는 저녁을 하시고 계셨는데 대문 밖에서 누 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숙아~ 숙아~"

 

 

목소리는 속삭이는 것 같았고, 바람결에 잘못 들은 것 같기도 하여 그냥 있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신경질적 인 목소리가 들렸다.

 

 

"숙아!! 숙아!!"

 

 

약간은 날이 선듯한 목소리에 친구가 밖에 와있나 보 다 생각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몇 시간 전까지 같이 놀던 동네 친구가 무슨 일로 찾을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나가 고 무신을 신고, 눈을 들어 대문을 바라 봤는데 헛바람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대문의 높이는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지만 대문이 허 리춤에 오는 걸로 봐서는 대략 3미터는 됨직한 여자가 머리에 양동이를 이고, 양손을 허리에 얹고, 엉덩이를 좌우로 바람 같이 흔들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거대한 키에 흰색 저고리, 검은색 치마, 머리는 전형적 으로 5:5 쪽머리에 비녀를 꽂은 여인이 뭐가 들어있는 지도 모를 양동이를 이고, 바람인양 엉덩이 춤을 설렁 설렁 추고 있는 모습은 너무 괴기스러웠다.

 

너무나 무섭고 놀라 경황이 없었지만 여름철 저녁을 먹기 전이라 해는 길어 아직 어스름하여 괴기스러운 여인의 특징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엉덩방아를 찧어 앉 은 자세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몸은 고정되어 괴기스 러운 여인을 계속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얼굴은 쥐상으로 찟어지고 올라간 눈은 눈동자가 거 의 보이지 않았고, 날카로운 코, 길고 얇은 입술에 길 죽한 면상을 한 그 괴기스러운 여인은 계속 나를 부르 고 있었다.

 

 

“숙아~ 숙아~ 나와서 놀자~”

 

 

생긴 것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여름철에 서늘하게 부 는 바람인 듯 부드러웠지만 얼굴은 더욱 탐욕스러워 지는 것 같았다.

 

'사람인가?... 귀신인가?...’

 

고민이 되기 시작하였고, 정지(부엌)에 엄마가 저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엄마!!! 엄마!!!’ 목소리는 계속 입안에서만 맴 돌뿐 밖 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이런 육시럴 년!!! 사람도 아닌 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 이 년... 썩 물러가라!!!”

 

갑자기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나오신 엄마는 전쟁 통에 살아남은 여장부임을 과시하듯 그 여인을 향해 노발대발 소리를 질러대시고는 급히 창고 방에 올라가 창고를 열어 젖히고, 겨울에 만들어 두었던 싸 리비를 급하게 꺼내어, 밖으로 나가시진 않고, 허공에 다 미친 듯 휘저었다.

 

“이년아 썩 물러가라!!! 썩 물러가!!! 내 이 싸리나무로 요절을 내줘야겠다. 이년!!!”

 

 

“낄낄낄 히히히 낄낄낄 히히히힉....”

 

 

그제서야 요상한 목소리로 웃어 젖히는 그 여인은 옆 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시선은 계속 나를 향해 있었고, 요사스럽게 변한 표정은 섬뜩하게도 더 욱 선명해 졌다. 몸은 멀어져 가면서 고개는 계속 나를 향하고, 급기야는 머리가 반대로 완전히 돌아가서야 횡하고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렸다.

 

사라지면서도 계속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동시에 들려 왔다.

 

“숙아...숙아...같이 놀아... 기다려!!! 기다려!!!” “낄낄낄 낄 히히히히히히”

 

“이런 손각씨(孫閣氏-처녀귀신)가 여기는 왜 왔노!!! 큰일났구마 큰일이구마...”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 저게 처녀귀신이었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엄마는 급히 뒷간으로 가시더니 뒷간 문 앞 흙을 속으 로 파서 치마폭에 담고, 대문 앞에 한 움큼, 방문에 한 움큼 내려놓으시고는 잡고 계시던 싸리비를 나에게 넘겨주시고...

(나중에 알았지만 치귀라하여 뒷간을 지키는 신인데 ...성격이 포악하여 집으로 들어오는 귀신을

싫어하는 가택신 중 하나로 뒷간 주변의 흙을 뿌리면 잡신을 물 리치는 효험이 있다고 한다.)

 

“방에 꼼짝도 말고 있거라! 귀도 막고, 말도 말고, 동생 꼭 끌어안고 있어야 된다!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 알아 들었제? 만약에 또 들어오면 싸리비로 힘껏 내 리치거라 방에선 절대 나가지 말고... 알았제?”

 

그제서야 나는 울음을 터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흑흑 응... 흑흑흑 응... 근데 어디가게? 어어엉”

 

“내 앞산 치문(緇門_승려의 다른 말)한테 다녀 올꺼구 마. 아까 엄마한 말 명심해야된다!”

 

신신당부를 하고 창고에서 싸리비를 하나 더 챙기신 엄마는 그 길로 앞산 오솔길을 오르셨고, 나는 나무로 만든 창호지문을 걸어 잠그고, 동생을 끌어 안고, 이불 을 뒤집어 썼다. 이미 이때는 해는 져버리고, 캄캄한 밤이 찾아와 있었다.

 

‘앞산 치문한테 다녀오시려면 왕복 2시간은 걸릴 텐데 ...또 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면서 여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흠뻑 흘리며 덜덜 떨고 있는데...

 

 

“숙아!! 숙아!! 이년아 이리나와!! 낄낄낄낄”

 

 

그 처녀귀신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귀를 뚫고, 머리 속에 박히듯 들려왔다.

 

 

“지금 나오면 놀아주고, 안 나오면 내가 들어간다... 내 가 들어가면..키키키킥...내가 들어가면...키

키키킥...”

 

 

놀리는 것 같으면서도 위협적인 목소리로 계속 나를 불렀다.

 

목소리는 내 귀에 선명하게 들렸지만 직감적으로 아 직 대문 밖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알 수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왔다. 난 싸리비를 움켜쥐 고, 아직 잠들어 있는 동생을 안고는 바닥에 바싹 웅크 려 떨고만 있었다.

 

그러기를 한참 동안 하다가 어느 순간 잠시 잠잠해지 는가 싶더니 별안간 집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느낌 이 들었다. 그리고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직감적으로 마당 안으로 들어온 게 느껴졌다.

 

‘아 저것이 마당 안으로 들어왔구나... 어떡하지...흑흑 ‘

 

그러더니 더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로 웃으면서 나를 꼬셔대고 있었다.

 

“숙아!! 숙아!! 너희 아빠 있는 곳으로 가자... 내 얼른 데려다 주마 키키킥”

 

“니가 그랬지!!! 니가 그랬어!!! 찟어 버릴 거야!!! 찟어 버릴 거야!!!”

 

꼬시는 말로 안 되니 무서운 말로 위협 했다. 그럴 때 마나 난 더욱 이불을 끌어 안고 움크리고 있었다. 처녀 귀신의 큰 그림자가 방문 앞 창호지문에서 어른어른 거리고, 흔들리고 있었다.

 

‘들어오면 어쩌지...어쩌지...엄마 빨리 와 흑흑...무서 워...빨리 와’

 

그런데 또 그러기를 한참 동안 하다가 어느 순간 잠시 잠잠해졌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방 안으로 들어올 차 례다. 공포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을까 들어오면 싸리비로 엄마가 했던 것처럼 후려쳐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급기야 창호지를 바른 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 고, 금새 문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갑 자기 봉창(창호지를 바른 창문)의 창호지가 찢어지면 서 길고, 큼직한 손이 쑥 들어왔고, 막 휘졌기 시작했다.

 

“휙 휙”

 

“이년 어디 있냐 이년..키키킥”

 

“머리채를 잡아서 나처럼 얼굴을 늘여줄까? 키키킥”

 

“사지를 길게 늘여줄까? 킥킥킥킥”

 

“이러지마 흑흑 이러지마 흑흑”

 

난 발악을 하며 싸리비를 휘둘렀고, 그것 때문인지 손 은 다시 봉창에서 쑥 빠져 나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그 길죽한 머리가 봉창에서 쑥하고 들어왔다. 목이 더 늘어난 건지 봉창으로 들어온 머리는 고개를 빠르게 기웃거리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찢어진 눈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입은 여전히 웃 고 있었고, 급기야는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동시에 들리면서 들어오려고 발버둥 치는지 두 손은 벽을 긁 어대어 고막을 찟을 듯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킥킥킥킥... 그르륵...킥킥킥킥...그르륵...그르륵”

 

“그냥 두지 않을거야!! 킥킥킥 흑흑흑”

 

처녀귀신은 목소리는 무엇인가 굉장히 화가 나고, 억 울한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무섭고, 괴기스러운 얼굴을 쳐다보며 싸리비를 휘두를 자신이 없어 바짝 엎드려 몸을 숨기기 위해 벽으로 붙으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마당에서 법문 외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나무 아미 다바야 다타가다야 다디야타...”

 

“어제, 오늘, 내일 사흘 안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인데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간다고 하여 억울해 할 것 없소. 이곳이 끝이 아니니 형색 고운 우리 아씨 그만하 고 가소서”

 

이런 법령과 넋두리가 한참 이어졌다. 마당에서 이어 지는 법문 영창이 얼마 되지 않아 귀신의 형체도, 목소 리도, 흔들림도 사라졌다.

 

잠시 후 엄마가 달려 들어와 나를 덥석 안고, 덜덜 떨 고 있는 나를 달래주었다.

 

“아이고 우리 숙이 괜찮나? 많이 놀랬나?”

 

그 동안 밖에서 법문을 외던 스님이 들어와 머리에 손 을 얹으며

 

“아이야 많이 놀랬는가?”

 

나는 정신이 혼미하여 아무 대답도 못하고 엄마에게 안겨만 있었다.

 

“아주머니 아이 치마를 벗겨주소”

 

군말 않고 엄마는 내 치마를 벗겨 스님께 넘겨드렸다.

 

“아주머니 같이 갑시다. 아이야 너도 가자. 아직 완전 히 끝난 것이 아니니 매듭을 지어야지” 하시며 횡 하니 마당으로 나가버렸다.

 

한참을 엄마를 부여잡고 울다가 남동생은 엄마가 들 쳐 업고 방문을 나섰다. 스님은 치마를 대문 위에 걸어 놓고, 무언가를 중얼중얼거리더니 앞장서 대문 앞을 나서면서 물었다.

 

“아이야 오늘 어디서 놀다가 들어왔느냐?”

 

“저...다부 언덕에 애들이랑 총알 주우러 갔었어요”

 

“ 이 년아 거긴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말 안 듣 더니..에휴”

 

다부 언덕에 총알을 주우러 갔다는 말에 엄마는 역정 을 내었고, 스님 또 걱정을 하셨다.

 

“어허... 거긴 너무 많은데... 죽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 이거 어떻게 찾는다...”

 

“흠...일단 가보자꾸나”

 

다부 언덕은 전쟁 중에 인근 주변에서는 가장 치열했 던 전쟁터로 당시 시체는 이미 다 치워져 근처 산에 매 장되었지만 총알 같은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친구들 총알을 주우러 어른들 몰래 가곤 했다. 어른들 은 워낙 흉흉한 곳이라 애들에게 절대 오르지 못하게 주의를 주곤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다부에는 주변 동네 민간 인들도 노역으로 끌려가 많이 죽곤 했던 지역인데, 전 쟁의 광기에 물들었던 군인들이 민간인을 사지를 뜯 어 죽이는 못된 짓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다부 언덕은 집과 꽤 먼 거리여서 걸어서 한참이나 걸 려서야 산기슭에 도착했고, 산을 오르는 중에 스님은 가시나무들을 꺾어서 한 손에 모아 쥐고, 어머니에게 도 나눠 쥐게 하여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가 주로 놀았 던 장소에 도착하자 스님은 뜻 모를 말들을 내뱉었는 데 그 목소리가 자못 진중하고 엄숙하여 멀리까지 울 리는 목소리였다.

 

“나무 사만다!!! 못 다남!!! 옴 밤!!!!!!”

 

주문 같은 것을 외무면서 얼마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 시던 스님은

 

“저기 구나!! 저기 있구나!!!” 하시면 방향을 잡고 급히 걸어갔고, 그 뒤를 엄마랑 내가 따라갔다.

그때서야 아까 처녀귀신의 목소리가 울음소리와 섞여 다시 들려왔다.

 

“못 간다!!! 못 가!!! 나를 두 번 죽이려고!!! 안 된다!!! 흐 흐흐흑...흐흐흑”

 

그 목소리를 들은 스님은 작은 분묘 앞에 서시더니

 

“이제 축귀해야겠습니다.”하고는 정좌하고 눈을 감고 중얼 중얼 주문을 계속 외기 시작하고, 이윽고 가져갔 던 가시 덤불을 분묘 주변에다 둘러치고, 어디서 났는 지 소맷자락에서 작은 봉재 인형 하나를 꺼내 얼굴이 땅으로 가게 뒤집어 놓으시고, 합장을 하였다.

 

“어딜 가나 같은 인생이지만 어둡고, 차가운 날이 언젠 가는 걷히겠지. 부디 극락왕생하게”

 

“" 아바로기대 새바라야 사바하"

 

이렇게 하여 그날의 괴기스럽고, 무서운 하루는 잘 끝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산을 내려오면서 들은 얘기로 는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 찾기 어려울 것 같았으나 원 한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스님의 눈이 따끔따끔하여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다른 원귀도 있었지만 그 손각시 만한 원귀는 없었다고 한다.

 

이로써 어머니의 어릴 적 귀신을 겪은 이야기를 마치 고자 한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 얘기를 내 아들에게 옛날 이야기 처럼 들려주시면서도 그 귀신의 모습이 생각 났는지 몸서리를 치곤 한다. 그리고 여전히 할머니와는 다르 게 겁이 많으셔서 밤길을 혼자 잘 못 다니 신다.

 

읽어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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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원피스의 여자 1

 

 

 

 

 

 

 

 

 

2편의 글(어머니의 옛날 이야기, 어릴적 실화)을 올렸는데

놀랄 만큼 많은 관심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공개된 곳에 올리는 것도 처음이고,

더구나 형편상 스마트 폰으로 글을 올려서

편집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내용을 읽기 불편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폰에서 보는 거랑

PC에서 보는 것은 많이 다르군요.

어쨌든 제가 이런 얘기에 관심이 많은 것은

유달리 영적인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도 나도 이상하게

신기한 영적 경험을 많이 하곤 합니다.

각설하고 신나는 마음으로 또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합 니다.

지금부턴 제가 남들과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계기 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실화가 바탕이지만 재미를 주기 위해

살이 많이 붙긴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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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일은 전역하고 몇 주 지난 후 발생하였다.

 

직업 군인으로 생활하다가 안 좋은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전역하고,

(실은 전역한 계기도 영적인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데... 나중에 기회 된다면)

 

몇 일 아무 하는 일 없이 집에 박혀 ‘앞으로 어떻게 살아 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일 친한 친구 놈의 권유로 대구 모 대학교 근처에 자취 방을 구해서 이사를 하고

그 날도 친구 놈의 등살에 어쩔 수 없이 시끌벅적 한 시 내로 나오게 되었다.

 

친구 놈도 대구에 사는데 언제나 모이는 장소는 대구백 화점 뒷골목에

싸면서도, 양 많이 주기로 소문난 조그만 식당이다.

 

“호야 오랜만이구만”

 

“새끼 여전하네”

 

“이 식당도 10년째 여전하구만”

 

막걸리로 시작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여름 열기 에... 분위기에...

결국 얼큰히 취기가 올랐다.

 

“뭐할지는 정했나?”

 

“아직 생각 중이다. 군인 외에는 생각 해본 적 없다가 갑 자기 전역하니...”

 

“그렇네... 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 갑갑하다. 근데 도대체 어찌 된기고?”

 

“묻지 마라. 생각도 하기 싫다. 위에서 그만 하라고 할 때 그만 둘걸 그랬나?”

 

“니 성격에 퍽도 그랬겠다. 뭐 전말은 모르겠다만 안 봐 도 비디오지..쯔쯧”

 

“이 새끼!!! 너 앞가림이나 잘 해라... 미친 놈... 만년 백수 놈이..! 크크크”

 

그렇다 이놈은 아직 백수다.

 

그 놈의 공무원 시험이 뭔지 몇 년을 공부만 하고, 졸업 하고도 이지경이다.

 

“야 이제 그런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 오늘은 니가 쏘재?”

 

“언제는 내가 안 쐈냐? 미친 놈”

 

“크크크 맞다. 내가 언젠가는 크게 한턱 쏠끼다 두고 봐 라”

 

근데 갑자기 이자식이 얼굴을 내 가까이 들어 밀고 소근 대기 시작했다.

 

“뒤돌아 보지 말고 내 얘기 잘 들어라.

뒤에 검은색 옷... 여자... 아까부터 나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다시 자세를 바로 잡은 나는 뒤쪽 여인이 어떻게 생겼는 지 몹시 궁금해 졌다.

 

“나 화장실 다녀올게”

 

나는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에 일어나서 안 보는 척 뒤를 돌아보며

경식이가 말한 그 여인을 순식간에 찾았다.

 

조그만 몸집에 묶은 머리가 어깨까지 오고, 검은색 원피 스를 입은 그 여인은

상당히 미인 축에 속했고, 어려 보이는 듯 하면서도 성숙 함이 느껴졌다.

 

더구나 뭔 걱정이 있는지 슬픈 듯한 눈매는

보호 본능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경식이는 그 여인 때문에 계속 호들 갑이다.

 

“봤나?”

 

“응... 응... 그래”

 

“아까부터 혼자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더만 나한테 관심 있나 보다..크크크”

 

인정하긴 싫지만 경식이는 나랑은 다르게 곱상한 외모 에 꽤 잘생긴 편이다.

 

나도 내심 그 여인에게 관심은 생겼지만

 

지금 내 형편에 여자나 꼬시고 할 처지도 아닌 듯 하여

경식이가 하는 양을 보고만 있었다.

 

“야 오랜만에 여자를 만나볼 수 있으려나 보다!! 내가 가 서 말 걸어 볼까?”

 

“이 자식은 안 나오겠다는 사람 불러 놓고... 맘대로 해라 ! 미친놈...”

 

‘백수생활을 오래하면 그것도 만성이 되나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 여자나 꼬시려고……’

 

이런 생각과

 

‘나도 나중에 저러고 있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그때 경식이가 일을 치려고 일어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경식이는

 

“저...혹시 혼자시면...”

 

“드르륵...드득”

 

경식이가 말을 걸기 무섭게 여인은 의자를 밀어내며

경식이의 말을 못들은 척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 대로 향했다.

 

그 모습에 우리 들은 몹시 당황했다.

 

“그럼 그렇지...니 재주에... 크크크”

 

“에잇! 그럼 왜 쳐다 본거야!!!! 미친!!

 

나는 은근히 고소하다라고 생각하고 계속 놀려댔다.

 

“야 널 쳐다본 게 아니고, 날 본거 아니냐? 크크”

 

“이런 미친! 넌 뒷모습 보고 퍽도 관심이 생기겠다!!”

 

이렇게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 여인은 계산을 마치 고 식당을 나갔다.

 

“야 관심 끄고, 술이나 먹자! 니 주제에 열심히 공부나 해 ! 이번에는 합격해야지”

 

“아이고 내 팔자야! 내가 합격하면 세상 모든 여자와 놀 아 줄겨!!!!”

 

그렇게 그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버릴 줄 알았다.

 

“야 민호야 더 마셔야지 헤헤”

 

“오늘만 날이가 임마.. 오늘 많이 마셨다.. 들어가자 그만 ”

 

“크크크 그래.. 니도 이제 백수지...크크크”

 

이렇게 놀려대는 놈이 밉지도 않고, 동질감마저 들고 있 었다.

 

아직 그때는 대구 지하철이 없었던 시절이라 둘은 한 참 을 걷다가

 

한적한 버스 정류장에서 자취방에 타고 갈 버스를 기다 렸다.

 

그런데 그때 우리가 멈춰 서기를 기다렸다는 듯

 

검은색 고급 세단 한대가 우리가 서 있는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멈춰 섰고,

 

운전석 문이 열리고는 아까 술집에서 봤던 여인이 내려 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타세요”

 

힘없는 목소리로 타기를 권유하는 여인을 봤을 때 취기 가 있었지만

 

‘조금 이상한데... 우리를 따라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 다.

 

그런데 그 여인한테 홀딱 넋이 빠진 경식이는

 

“아이고~ 감사합니다!! 히히히”하고

 

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앞 좌석으로 날름 타버리고는

 

차 안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앞만 바라보고 실실 웃고 있 다.

 

나는 그 순간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쪽 분도 타세요... 부탁합니다” 라고 여인은 말했고

 

창문을 열며 경식이도 거들었다.

 

“빨리 타 임마 히히”

 

더 생각도 못하고, 등 떠밀리듯 차 뒷자리에 오르고 나서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라고!!?’

 

‘앗! 이거 좀 이상하다!!’

 

많은 정황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너무 과민반응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 만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와~ 차 좋네요.. 이런 건 얼마 정도 하나?

 

대구 분이세요? 히히히 어디 사세요? 히히”

 

경식이는 한껏 들떠서는 한꺼번에 많은 질문을 쏟아 내 며,

 

실 없이 웃고 있고

 

여인은 건성으로

 

“아 네... 그렇군요...”라는 말 외에는 크게 대답이 없었다 .

 

“어디로 가시죠?” 나는 화난 듯 무뚝뚝하게 물었다.

 

“아 죄송해요... 외각에 아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가려고 해요.”

 

나의 약간 긴장하고 냉랑한 말투에 여인이 반응이라도 하듯 룸미러를 쳐다보며

 

약간은 성의 있는 대답을 했고, 여전히 경식이는 수다를 떠는 가운데

 

차는 도시에서 외각 길로 빠르게 빠지고 있었다.

 

가는 길을 보아하니 팔공산 방향이었고,

 

팔공산 초입에는 음식점이나 여러 유흥 업소들이 많이 있어

 

그곳으로 가려나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누르러 졌다.

 

이윽고 얼마간 달리던 자동차는 내가 생각했던 지역에 도착 했고,

 

짐짓 어디쯤 가겠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산을 올라가는 길을 택하여 방향이 바 뀌고 있었다.

 

“이봐요...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제가 알기로는 이 쪽은 산 밖에 없는데요!!?”

 

나는 화난 듯 얘기했고

 

“그래요... 뭐 더 가면 술집도 없는 듯 한데..

 

아까 지나 왔던 곳으로 가죠?”

 

경식이도 뭐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뇨..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여인의 대답에

 

‘놀러 온건 확실히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섰고

 

‘만약 납치, 강도라면 어떻게 하지...’

 

‘목적지에 악의를 품은 다른 일행이 있으면...’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굉장히 혈기 왕성할 때이고,

 

나 자신을 어느 정도 믿고 있을 때라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차는 인적도 불빛도 없는 비포 장으로 들어섰고

 

이미 단념한 나는 여자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더욱 신경 만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막무가내로 내리려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상황에 온 것 같았다.

 

더 이상 차를 돌려 나가기도 어려울 정도의 비탈길을 오 르고 나서야 멈추었다.

 

“내려 주세요” 여인은 조용히 얘기했고

 

경식이와 나는 머뭇거리다가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 보고 난 후

 

차 밖을 나왔고, 나온 후에도 주변을 급히 둘러보면서 눈 이 적응되길 기다렸다.

 

우려한 것과는 다르게 주변에 인기척 같은 것은 없었다.

 

잠시 후 우리 앞에 다가온 그 여인이 주저 없이 무릎을 꿇었다.

 

“저... 너무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 좀 도 와주세요... 흑흑흑”

 

여인은 애원하듯 울면서 얘기를 했고

 

“아...아니 왜 이러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저희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여자는 기어들어 가는 목 소리로 대답하더니

 

차 트렁크 문을 열어 삽 두 자루를 꺼내 우리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저를 좀 따라와주세요...”

 

우리 둘은 이상하게 전개 되는 상황에 홀린 듯 정신 없이

 

여인이 하라는 데로 손에 삽을 잡고,

 

트렁크에서 조그마한 보자기를 꺼낸 후 앞서 걷는 여인 의 뒷모습만

 

말없이 바라보며 뒤따라갔다.

 

‘저 보자기에 뭐가 들었을까? 도대체 이 상황은 뭐지?’

 

경식이와 난 서로 눈치만 보고 얘기는 못한 채 여인을 따 랐다.

 

산을 조금 오르다 보니 몇 평 남짓한 넓이에

 

나무도 없고 제법 평평한 평지가 나와서야 여인은 멈춰 섰다.

 

정확하게 목적한 장소를 찾는 걸로 봐선 사전에 계획과 답사가 있었던 것 같다.

 

“여기를 좀 파주세요 너비, 높이 1미터 정도로…”

 

여인은 손가락으로 땅 팔 위치를 가리켰다.

 

“저기요.. 우리도 무슨 일인지 알아야 도와 줄 건지 말 건 지 할 것 아니오?

 

“해 되시는 일은 아니니 제발 부탁 드립니다. 제발요…흐 흐흑”

 

왠지 슬프고 애절해 보이는 말투에 더 이상 추궁하기도 힘들어져서

 

“정말 우리한테 아무 해도 없는 거죠? 믿어도 되는 거죠 ?”

 

한번 더 다짐을 받았다.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여자를 보며

 

난 삽을 들은 손에 힘을 주어 땅을 툭툭 쳐보았다.

 

땅 파는 일은 이골이 난 터라 어려울 일은 아니지만

 

여자 혼자 이 밤에 그만한 크기로 땅을 판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고,

 

이 일을 하기 위해 충분히 계획하여 우리를 타깃으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애매한 상황을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 고는

 

“야 이 미친 새끼!! 대책 없이 차에 오르더니……

 

어휴! 내가 미친다 정말 액풀이라도 해야 하나!!”

 

멀뚱히 서있던 경식이에게 욕을 퍼 붇고 땅을 파기 시작 했다.

 

밤이라 남자 둘이 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라 가랑비도 조금씩 내리 고 있었다.

 

여인은 우리가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우리와 열 보 정도 거리를 두고 등을 돌려 쪼그리고 앉아

 

보자기를 조심스럽게 펴고는 중얼 중얼 하기도 흐느껴 울기도 했다.

 

누군가 이 광경을 봤다면 굉장히 음침하고 괴기스러운 상황에 몸서리 쳤을 것이다.

 

비 오는 날, 두 남자는 땅을 파고 있고,

 

묘령의 여인은 쪼그리고 앉아 흐느껴 울고 있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봐도 좀 섬뜩한 장면이 연출되었던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쉬지도 않고 계속 삽질을 하고서야

 

겨우 여인이 말한 크기의 구덩이를 팔 수 있었다.

 

그때까지 그 여인은 징그럽게도 자세 한번 바꾸지 않고 계속 울고 있었다.

 

“저....저기요 다 된 것 같은데요..”

 

“흐흐흑... 넵..감사..흑흑..합니다...” 흐느끼며 대답을 하 던 그 여인은

 

보자기에 싸여 있는 무언가를 고이 끌어 안고

 

극도로 절제하여 오열 하는 듯 했다.

 

“흐흐흐흑...으으으윽... 흐흐흐흑...윽윽”

 

꽉 다문 듯한 입에서 한스러운 울음 소리가 비집어 나왔 다.

 

나는 그 여인의 그러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가련하다 는 생각이 들면서도

 

‘보통 일이 아니구나! 보자기 안에 설마... 설마...‘

 

왠지 머리 속에 불길한 모양새가 그려지고 있었다.

 

‘아니...설마...아닐 꺼야’ 애써 머리 속 불길한 생각을 떨 쳐버리려 할 때

 

여인은 보자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기가 끼고 있던 몇 개의 반지를 손에서 빼어

 

보자기 안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고,

 

주머니 안쪽에서 미리 준비한 듯한 노란색 두꺼운 봉투 를 하나 꺼내어

 

보자기 안에 조심스럽게 넣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인의 뒷모습이 약간 흐트러지고...

 

보자기 속의 정체가 조금 보여진 순간

 

내가 상상했던 불길한 생각이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저...저건 아기 손이야... 저건 아기 시체라고!!!

 

젠장..젠장!!! 더럽게 꼬여버렸어!’

 

잘못하면 시체 유기나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다.

 

“이봐요!!! 우리한텐 해가 안 되는 거라면서요!!! 에잇 젠 장할!!!”

 

갑자기 소리치자 경식이는 토끼 눈을 하고 나를 처다 보 고만 있고

 

여인은 내 말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보자기를 정성껏 싸고 나서 가슴에 살며시 안고서야

 

나를 향해 몸을 돌려 세웠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보상이 될 거에요...”

 

“툭...”

 

아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와 서늘한 눈빛,

 

갑자기 돌변한 어의 없는 여인의 반응에 나는 순간 할말 을 잃었다.

 

경식이 여인이 떨어뜨린 봉투를 급히 주워들어 뭐가 들 었나 확인하였다.

 

“야...야...이거...꽤 되는데...” 어안이 벙벙 했는지 돈 액 수에 경악했는지

 

경식이는 말을 더듬으며 봉투 안을 보고 있었다.

 

“유기인가요? 살해 당했나요? 왜 경찰에 신고 안 했죠 !!!!?”

 

거의 소리지르듯 묻는 듯한 나의 물음에

 

“지금부터 마무리만 잘 해주시면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에요

 

정말입니다. 걱정 마세요...”

 

여인은 아주 차분히 대답했다.

 

“경식아 돈 돌려줘라... 그냥 가자!”

 

더 이상 생각도 하기 싫었다. 이 자리를 빨리 떠야 된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식이는 아닌가 보다

 

“안돼!! 새꺄!!! 지금 이 돈이 얼만데..!!

 

우린 아무것도 못 본거야. 한번만 두 눈 질금 감으면 된 다구!!!”

 

“이런 미친 새끼” 난 돈에 눈이 먼 경식이가 안타까워 소 리쳤지만

 

산을 내려가려는 날 붙잡고 경식이는 애원하는 듯

 

밀어붙였고, 이제까지 한번도 이런 돈을 본적이 없는 경 식이의 행동도

 

한편 이해가 가서 그대로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빨리 끝내고 내려갑시다.”

 

경식이는 혼자라도 할 요량으로 여인을 채근했고

 

여인은 조심스레 보자기를 구덩이에 내려 놓았다.

 

보자기가 내려지기 무섭게 경식이는 삽으로 구덩이를 메워나갔다.

 

또 다시 흐느껴 울던 여인은

 

“엄마가 섬그늘에..흑흑흑...훌쩍 굴...따러 가면...”

 

자장가 인양 동요를 조용이 읊조렸다.

 

“아기는 혼자 남아...흐흑흑..아가야...집...집...을 보오 ...다가...흑흑흑 으으윽 으아아악!!!!”

 

급기야 여자는 미친 듯 울부짖었다.

 

자식을 잃어 미쳐가는 여자와

 

돈에 미쳐 정신 없이 삽질을 하는 경식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보다 더 괴기스럽고, 광기 어린 장면이 있을까’란 생 각이 들었고

 

난 평생 이 모습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없으리란 걸 알 았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벗어나려면 고개를 떨구고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빗방울을 조금씩 굵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어와 시 야도 가려질 때쯤

 

경식이의 삽질 소리가 멈췄고, 여인의 흐느낌과 자장가 소리도 멈췄다.

 

그러고도 한참을 경식이의 거친 숨소리만 들리다가

 

“헉..헉..저...이제 다 됐어요...그만 가시죠... 저희는 큰길 까지만 태워주세요...헉...헉”

 

경식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인은 자그맣게 흙더미가 쌓인 분묘에 팔을 벌려 흙이 묻던 말던 끌어 안고는

 

“아가야...조금만 기다려...아가야... 조금만...조금만...기 다려...” 이렇게 말하고는

 

급히 일어나 달리듯 산을 내려갔다.

 

엉겁결에 나와 경식이는 뒤를 쫓았지만 자동차가 보이 는 곳에 도착했을 즘엔

 

여자는 이미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고...

 

“저..저기요!!!! 우리는!!!” 소리치는 경식이의 목소리에 아랑곳 없이

 

차는 우리를 버려둔 채 산비탈을 내려가고 있었다.

 

혼자 남은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키키키킥..키키키킥...” 격은 일에 잠시 놀라 실성했는 지

 

받은 돈의 액수 땜에 실성했는지 모를 웃음소리를 내는 경식에게

 

“미친 놈...정말 미친놈...어휴... 내팔자야...” 나는 욕설 을 퍼부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는 핸드폰도 없었고, 겨우 삐삐(호출기)만 있던 시 절이라

 

택시를 부를 수도 없어 우리 둘을 터덜터덜 산비탈을 내 려갔고

 

새벽이 늦어서야 큰길가로 도착할 수 있었다.

 

경식이와 헤어지면서 돈을 반으로 나누려는 경식이에게

 

또 한번 욕설을 뱉어주고

 

“미친 새끼 난 그런 돈 필요 없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기분 풀릴 때 까지...”

 

“야!!! 머저리 같은 놈아...이게 얼만 줄이나 아냐?

 

자그마치 500이 넘어 병신 자식아!!! 반 가져가!!! 새꺄 !!!”

 

그래도 의리는 있는지 반 가져가라는 소리에 허탈한 한 숨을 쉬고는

 

못 본 척 그냥 택시를 잡아타는 내 뒷꼭지에 대고..

 

“후회 하지 마라!!!! 너!!! 담에 딴말 하지마!!!”

 

발악을 하면서 외쳐대고 있었다.

 

하루가 일년은 된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자취방에 돌아 와

 

물에 젖어 무거운 옷을 벗어 던지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는 중에도 그 여인의 울음소리와 노래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한참을 샤워기에 머리를 처박고 있어야 했다.

 

얼마나 잤을까 끼니도 거르고 일어난 시각은 해가 으스 름 질 무렵이었다.

 

잠결에 멍한 상태에서도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일이 생 생히 기억났다.

 

“젠장...” 정말 몇 년을 끊었던 담배... 군에서 쫏겨 날 때 도 피지 않았던 담배를

 

사서 들어와 앉은 자리 빈속에 몇 가치나 펴 댔다.

 

여인이 돈을 꺼낼 때 보자기에서 흘려 내렸던

 

그 아기 손이 계속 생각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싱크대 라면을 꺼내 끓여 먹고 있는데..

 

“야...민호야!!! 민호야!!! 아.. ㅈ 됐다. 아씨... 민호야!!!!!!”

 

급하게 소리치는 경식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벽녘에 당분간 보지말자고 했는데...

 

“이 머리 나쁜 새꺄!!! 정말... 왜 쳐오고 지랄이야!!!!”

 

“C발...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것 봐봐 이거!!!!!”

 

나를 밀어 젖히고 방에 들어와서 펼쳐 든 것은 다름 아닌 지방 신문이었고

 

거기에는 흔한 자동차 사고 소식이 실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어젯밤 야산에서 차를 몰고 내려갔던 여인이 사고가 났 나 보다.

 

아니 정확히는 사고를 낸 것 같다.

 

어제 산에서 약 30키로 떨어진 저수지 근처로 차를 몰고 가

 

도로의 가드레일을 받고,

 

높이 20미터나 되는 절벽에서 떨어져 저수지로 빠진 것 같다.

 

당연히 운전자는 사망했다고 나와있고,

 

여인의 신원을 확인 중인 것 같다.

 

“아..젠장 내 이럴 줄 알았다.

 

지독히 꼬일 줄 알았어....아...휴... 내 팔자야 젠장”

 

난 한참을 욕설과 푸념을 했고,

 

뭔 죄를 지었는지 경식이는 내 눈치만 살폈다.

 

“라면 있냐?”

 

“아!!! 이런 경우 없는 자식아!! 가!! 새꺄... 내 눈앞에 당 분간 나타나지마!!!”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경식이에게 있는 핀잔, 없는 핀잔 다 주고,

 

등 떠밀어 쫓아 버렸다.

 

보내고 혼자 남으니 별 생각이 다 들고, 더욱 불안해 졌 지만

 

경식이를 다시 부르면 화가 또 치밀 것 같아 그러진 않았 다.

 

알고 보면 경식이 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맘 속에 불안한 생각이 있었으면서 계속 같이 있었 으니

 

아는 놈이 잘못이라고 내 잘못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경찰 수사도중 추적이 우리까지 되는 것은 아닌지 많이 우려되었다.

 

난 다음날 아침 일찍 공짜로 나눠주는 지방 신문을 종류 별로 가지고

 

집에 들어와 뉴스를 면밀히 살피던 중

 

어제 교통 사고 내용을 찾을 수 있었고

 

수사는 단순 부주의와 음주로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 다.

 

뉴스의 내용에 따르면 차가 완전히 파손되고,

 

그 여인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 되었다고 한다.

 

우리까지 추적이 안된 것에 대해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한스럽게 울더니...아기를 따라 갔구나’ 하는 안 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잘못이라면 그 여인의 계획에 빠져 움직인 것 외에는 없다.

 

그 상황에 여인을 위로한다거나 더 도움을 주려 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여인의 죽음에 대해...아기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 낄 필요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이렇게 주문을 외우듯 되 뇌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경식이냐? 나다... 너 그 돈 썼냐?”

 

난 공중 전화에서 경식이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고

 

“왜 지금이라도 나눠주랴?”

 

“그 돈 수표로 받았을 것 같은데... 당분간 쓰지 마라 우 리까지 추적될 수 있으니...”

 

“뭐...알았다... 근데... 수표가 모두 X구건설 십만원짜리 자기앞수표야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내가 말야 법 공부는 많이 ...했...”

 

“뚜...뚜...”

 

“지금 한가하게 노가리 까게 생겼냐?... 에고 미친넘...”

 

나는 경식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소액권 지기앞수표라면 크게 추적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걱정거리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 일을 맘속에서 지워버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잠재의식 속에 박혀버린 그 단편적인 장면들은 아마

 

평생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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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널향해달린다 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