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이야기(매너리즘에 빠진것같아요)

RN2014.04.05
조회3,110

안녕하세요. 현 간호사 입니다.

세상에는 힘들지 않은 일은 없겠지요.

3교대 근무를 하는 제 직업만 힘들다 박봉이다 생각했는데

병원에 있으면 잠도 못자고 일에 치여사시는 과장님들.

새벽같이 출근해 아침밥 만들어주시는 영양사나 식당아주머니,

균이 가득 담긴 혈액, 체액검사를 하시는 임상병리사분들.

병원, 병동, 병실 균이있는 구석구석을 청소하시는 청소여사님들.

이밖에도  다양한 분들이 누구하나 꼭 필요한 분들이 모여 다들 힘들게 밤이고 낮이고 교대로 일하고 계신다는걸 깨닫습니다.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 실종사건을 계기로 전 스튜어디스로 일하는

제 친구들을 보면 그저 참 안쓰럽습니다.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그렇게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 꿈을 이루었는데

하늘위에 좁은 비행기라는 공간안에서 시간상관없이 서비스업을 해야하는 그 직업도

참 힘들겠구나 싶습니다.

 

전 간호사가 되고 싶었고

20대 열심히 꿈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학창시절 틈틈히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아 여행도 많이 다녔고

돈이나 명예보다 제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냈던것 같습니다.

 

졸업을 하고 임상의 꽃인 병동(ward)에서 교대근무를 하였습니다.

사회생활엔 눈치가 있어야하고 센스가 있어야하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신중함과 신속정확함을 지녀야 하고 물론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처음에 밤낮이 바뀌는것에 새로웠고 3교대 다양한 업무를 익히는게 그저 재밌었고.

환자를 대하는것도 재밌었고 교대근무에 힘들다 생각을 못했습니다.

해마다 간호사 일이 힘들어 중도퇴사하거나 도망가거나

특히 밤근무에 적응이 안되 사직을 하는 후배들을 많이 봤지만

'이것도 못하면 무슨일을 할수있겠냐' 싶었고

결혼후에도 교대근무인 일과 가정일을 동시에 해내는 선배선생님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고 '나도 결혼해도 일을 놓지않을거야'생각했습니다.

 

나름 프라이드를 가지고 만족했던 제가.

어느날인가 똑같은 생활. 병원-집-병원-집에 찌들었나봅니다.

아픈 환자들을 매일 마주하는것 자체에 상당히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고

일이 끝나면 제 개인적 친구를 만나는 것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좋아졌고

 

사람이 그냥 무미건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쁜일이 있어도 기쁘지 않고

슬픈일이 있어도 슬프지 않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겁니다.

 

미국처럼 일인 간호사당 맡는 환자수가 소수라 전인간호를 할수있는것도 아니고.

분명 그제 어제 입원한 환자도 돌봐주어야 하는 환자인데 솔직히 돌볼 시간도 대화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이 바쁘게 매일 전 새로운 응급환자들을 마주하느라 급급합니다.

 

찡찡거리는 환자분들을 마주하니

저또한 웃음이 잃어가고 언제부턴가 사소한일에 신경질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런 제 지랄 같은 성격을 다 받아주는 남자친구가 그저 존경스럽습니다ㅜㅜ

 

그리고 임종을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자식이 있지만 연락이 안되 혼자 임종을 맞이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고

그저 참 허무합니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저도 되돌려 못드리고후엔 저역시도 내리사랑이겠지요.

 

처음에는 암에걸렸다 하면 온 친지가족들이 정성스레 병문안오고 하다 점점 발길이 줄어듭니다.

병원비 문제, 간병문제로 친지들이 싸우거나 환자가 지쳐감에 자식,친지분들도 지쳐갑니다.

 

내부모를 내가 간병하자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고

내부모를 돌보는 간병인을 쓰자니 간병비때문에 돈을벌어야합니다.

어느쪽 다 이해가지만 이래저래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어떤 현명한 할아버지는 재산을 자식에게 공개하지 않고

자기랑 할머니가 돌아가실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식 한명에게만 전재산을 주겠다 선언하여

자식들이 침대에 누워만 있는 할머니께 잘하는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전 지금 교대근무를 그만두고 소박하게 평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나름 행복하다 생각합니다.

올 추석에는 몇년만에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낼수 있겠지요!

혼자만의 시간이 더 많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수있고

제가 하고싶었던 공부도 틈틈히 할수 있고

공휴일, 연휴, 연말, 연시 등등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데 아쉬운건 아직도 긴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제가 노력을 해야겠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네요ㅠㅜ

 

인생 다산것 마냥

제 열정도 사라졌고 돈을 많이 모아보자는 포부도 사라졌고

그래서 새로운 일에 막 뛰어든 열정적인 사람들을 보아도

나도 열심히 살아봐야지 하고 힘이 솟구치지 않습니다 ㅜㅜ

 

 

빨리 매너리즘에 벗어나도록 노력해보아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