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사건에 슬퍼하시는 대한민국 국민들께.

CELESTIAL201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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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서울의 모 여고 2학년생입니다.
얼마 전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제 또래인 인천 단원고의 학생들이 많이 희생됐더라고요.


 솔직히 노란 리본 캠페인의 슬로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기적을 빕니다'. 이제는 '명복을 빕니다'더군요.
애초에 일이 일어난 다음 기적을 바랄 게 아니라,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원해야 하는 일을 막았어야 할 것 아닌가요?

 

 그 캠페인의 기저에 깔려있는 회피의식은 더 황당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며, 제일 먼저 우리나라가 깨달았어야 하는 건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의식 부재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일 먼저 '세월호 선장(선원들) 규탄'으로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고,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분리시키고. 물론 그들이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다음 '세월호만 잘못이다'라더군요. 탑승인원과 화물의 적정 kg를 넘어 실었느니 어쩌느니. 실제 지금도 선박 홈페이지라던가, 들어가서 찾아보면 세월호보다 더 한 배들이 많습니다. 세월호는 어찌 보면 운이 없었던 거겠지요. 다른 말로 하면, 지금 당장 세월호와 같은 선박사건이 전국에서 몇 건 쯤은 더 터져도 이상할 일이 없다는 말입니다.

 끝으로는 '비극에 슬퍼'하더군요. '슬퍼하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리고 곧 잊어버리겠지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약간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 같기는 합니다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나영이 사건 때 얼마나 전 국민이 분노했나요. 그 다음 관련법안이 고쳐졌나요? 들어보니 조두순은 7년인가? 있으면 나온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 칠곡 계모사건. 과실치사라니, 고의적 살인이 아니라니 황당했지만. 계모를 규탄하기는 하던데, 그 다음 관련법안을 수정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더라고요. '고쳐야 한다' 이야기만 몇 번 하다 말았지. 또 까먹겠지요? 어찌 보면 그 사건 얼마 후에 이번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서 덮어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앞의 두 가지 예보다는 조금 더 이번 세월호와 관련이 있게 보이는 예, 태안 해병대캠프. 그 다음 정부지침이 황당하더군요. 그냥 '사설 해병대캠프는 보내지 말아' 그러면 끝입니까?
 제 부모님 또래 시대에 있었던 일인데, 어느 학교에서 열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다가 열차끼리 부딪혀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그 때도 정부 대책은 '열차는 위험하다. 앞으로는 수학여행 갈 때 열차 말고 버스로 이동해라' 였다 하더군요. 그 다음 얼마 있지 않아 버스로 이동하던 인창고(저희 여고 주변에 있는 남고입니다) 학생들이 열차와 충돌해 15명인가가 죽어서, 지금도 당시 인창고 동기생들은 모이면 그 사고를 추모한다 하더라고요.

 


 여러분께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온갖 첨단기술이 넘쳐나는 2014년, 70년대와 의식수준이나 대처방안이 똑같다는 게 말이 되나요? 40년 동안 경제규모는 늘어났는데,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었다는 게 어이가 없더라고요.

 예전에 어디에서 읽었던 이야기(어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가 기억이 나더군요.
삼국지에 나온다는 고대 중국의 명의 화타 있잖아요. 어떤 사람이 화타보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화타에게는 위로 두 형이 있었는데, 3형제가 모두 의사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대의 삼형제 가운데 누가 제일 병을 잘 치료하는가' 했더니
큰 형님은 아프기도 전에 얼굴빛을 보고 병이 있을 것을 예감해서 치료하고
둘째 형님은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병을 알아보고 치료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은 병이 커진 상태에서 환자가 고통에 신음할 상태가 되어서야 치료한다고요.
 현실적으로 큰 형님, 둘째 형님 정도만 되어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태평성대가 따로 없겠지요.
최소한 화타처럼, 병이 생겼을 때 환자를 알아보고 치료하는 게 국가의 존재목적 아닌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치료는커녕, 환자가 죽기까지 내버려두고,
죽으면 사람이 죽었다고 슬퍼하며 장례식에 간 다음 치료약을 발명하지고 않고
까맣게 그 일을 잊어버려 또 다른 사람이 죽게 내버려두더군요.

 

 

 지금은 슬퍼할 때가 아니라 분노할 때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유래없이 짧은 시기 안에 경제성장을 이뤄낸 나라, UN에서 유일하게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나라, 대단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나라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감히 분노할 때라고 단정짓고 요구합니다.
그러기에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수준을 따라가는 나라, 후진국형 사고를 일으켜서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나라,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수준에 알맞는 국민의식을 가진 나라를 요구합니다.
 뇌 송송 구멍 탁이 언제 될지 모르는 쇠고기보다 더 위험한, 전국민적 안전의식의 부재를 고칠 때라고, 민주공화국에 걸맞는 의식수준을 가질 때라고, 제대로 가동하는 입법체계 시스템을 갖추고 법안을 정비할 때라고, 소 잃고 울타리도 고치지 않는 상황을 바꿀 때라고, 주제넘지만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여러분께 요구합니다.

 

 화요일부터 시험인데, 인터넷강의를 복습하려고 킨 컴퓨터 시작페이지에서 '노란리본달기 캠페인'이라는 검색어를 보고 순간 울컥해서요. 저라고 별 다를 것 없고 힘도 없고 나중에 똑같은-어쩌면 더 소시민 의식에 찌들은-사람이 되겠지만,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도 없는 주제에 계속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해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 봅니다. 미래에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어 또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요.
 이 밑도 끝도 없이 늘어놓는 소리를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그 분들께 감사하고, 혹시라도 기분이 나빠지셨을 여러분과 세월호 사건으로 목숨을 잃어버린 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과 남은 분들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