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고종관 건강팀장] 지난 19일 서울 신촌일대와 한강이 굽어보이는 무악산 중턱. 우뚝 선 남근석 아래 성의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펴는 세 명의 교수가 모였다.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심,그러나 이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문화와 성의식. 교수들은 한결같이 2003년 우리의 성을 ‘성문화의 붕괴’‘성의식의 공론화’‘성의학의 빠른 진보’로 규정했다.‘건강하지 못한 성은 가라!’. 이들은 우리 조상이 숭배한 남근석처럼 새해에는 꿋꿋하고,건강한 부부의 성이 자리잡길 기원했다.
-먼저 성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풀어나가 볼까 하는데요.
▶김세철 교수=5년 전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성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지요. 발기부전을 의료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성이 공론화됐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가 속속 등장해 또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긍정적인 면에서는 중년 이후의 성의식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성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안태영 교수=비아그라 출현 이후 인간의 성생활 기간이 대폭 길어졌죠. 제 환자 중에 80대 초반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일주일에 골프를 두 번 나갈 정도로 젊게 사는 분입니다. 그 분이 병원을 찾은 이유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 번은 관계를 했는데, 최근엔 한번 밖에 못한다는 것이죠. 속으로 '이 양반이 누굴 기죽이려고 왔나'하고 생각했죠.(웃음)
▶김세철=맞습니다.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30대가 가장 많고, 다음이 20대.40대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60대 환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50대지요. 70세 이상도 점차 증가 추세입니다.
얼마 전 83세된 할아버지와 72세 할머니 부부가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6개월 전부터 성관계가 잘 안 돼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다시 원기를 찾으면 관계를 하시겠느냐"고 물어 봤더니 "그럼 좋지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김제종 교수=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리면서 고생했지만 이제 안정을 찾고 성을 즐기고 싶은 것이지요. 어두운 면도 많이 보이죠.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인데도 많은 사람이 향락을 즐기는 '성기능 향상제'로 오해한다는 것입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스와핑 등 성문화의 붕괴로 이어졌다)
▶김세철=성의학은 발달하는데 성문화와 성교육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지요. 성에 대한 균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학교에서도 영어.수학 성적은 중요시하면서 중요한 성교육은 하질 않습니다.
▶안태영=약의 오남용은 심각합니다. 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발기유발제를 제멋대로 사용하다 2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돼 뒤늦게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도 있었습니다. 결국 음경 내 혈액이 굳어 멀쩡한 사람이 발기부전 환자가 됐지요.
▶김제종=먹는 약도 마찬가집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되풀이 사용하다 보면, 나중에 약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지 못합니다. 결국 스스로 발기부전을 만드는 꼴이 되지요. 섹스도 오남용을 하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김세철=모든 쾌락은 내성이 생기지요. 어제 환경호르몬을 측정하기 위해 울산에 가서 1백명의 정액을 받았습니다. 비디오를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도록 하는데, 20~30대의 젊은 사람은 5분이면 되는 반면 40대는 10~15분이 걸렸습니다. 40대의 반응은 비디오가 시시하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포르노나 인터넷을 통한 음란 성문화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자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안태영=보통사람보다 자극이 더 있어야 발기가 되기 때문에 발기부전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지요.
-여성들의 성에 대한 요구나 표출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회현상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
▶김세철=여성이 36~46세가 되면 성욕이 남성보다 강해지고 따라서 남성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시기를 맞습니다. 최근엔 남편의 발기부전 치료에 아내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 "열 번 중 몇번이나 실패합니까"하고 남편에게 물어보면 "절반은 돼요"라고 답합니다. 그러면 부인이 말을 가로막으며 "되긴 뭐가 돼요, 전혀 안됩니다"고 펄쩍 뛰지요.(웃음)
▶안태영=병원에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엔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 같습니다. 부부의 성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부부가 '커플 테라피 (couple therapy)'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성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죠.
▶김제종=정상인데도 발기부전 또는 성기능이 약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부인 역시 남편이 정상 이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퍼맨이나 변강쇠 같은 인물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지요.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여성 성기능 장애를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젭니다.
▶김세철=성기능 장애는 부부 문제로 봐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의 성기능 장애 문제를 10명 중 8명은 친구에게 얘기한다고 답하고, 겨우 1명만이 자기 부인한테 얘기를 한다고 하지요. 완전히 잘못된 성의식과 교육의 한 단면입니다. 미국 성인남자는 32%가 성기능 장애환자며, 여자는 43%라고 합니다. 일반 상식과 달리 여자가 더 많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는 결국 남자의 성기능 장애에 여성이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안태영=많은 남자가 성교는 삽입이 전부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남자들은 페니스로 성교를 하고 여자는 뇌로 성교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세상 남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꼭 삽입을 해 여성을 오르가슴에 도달시키려고 애쓰지 말고, 또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서 실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자들은 오히려 포옹만 하더라도 좋을 수 있고, 삽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김세철=몇년 동안 발기 장애로 섹스를 못한 남성은 다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부인을 포옹조차 하려고 하지 않지요. 그래서 '자는 체.아픈 체.죽은 체'한다는 말도 있습니다.(웃음) 안타까운 것은 비아그라 복용 이후입니다. 발기가 가능해져 남편이 시도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인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평소 안아주지도 않던 남편이 발기가 됐다고 물리적으로 아내를 만족시키겠다고 하니 답답한 거지요. 여자에겐 정서적인 교감이 더 중요합니다.
-올해 남성의학계에서 기억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김제종='남성과학' 교과서가 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남성의학 발전에 따른 업데이트된 교과서 발간이 숙제였습니다. 총 6백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것으로 41명의 교수진이 참여했습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후원해 출판기념회도 열었습니다.
▶김세철=지난 11월엔 성의학회가 창립됐죠. 국내 성의학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성문화와 교육은 아직 못따라 오고 있죠. 따라서 이를 가이드할 만한 단체나 학회가 있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죠.
▶김제종=2005년에는 서울에서 '국제남성과학회'가 열립니다. 또 2007년의 '아시아.태평양 성기능장애학회'도 결정이 됐고요. 우리 남성과학의 국제적인 위상이 올라가고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얘기지요.
-내년도 성의학을 전망해 주신다면.
▶안태영=지난 유럽성기능장애학회에서 발표 내용 중 유전자 치료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한번 주사를 맞으면 6개월이나 1년 동안은 언제든지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김세철=새로운 발기부전치료제가 두 가지 더 나와 있습니다. 6개월이나 1년 후엔 환자에게 맞는 약물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제종=다른 얘기지만 과거에는 고혈압.동맥경화.심장질환 등 성인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서 성기능 장애를 발견하고 내과에서 비뇨기과로 보내줬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성기능 장애 환자에게서 성인병이 발견돼 거꾸로 비뇨기과에서 내과로 환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성인병과 성기능 장애의 위험인자는 동일합니다. 최초로 나타나는 성인병의 신호가 발기부전일 수 있습니다.
▶김세철=실제로 병원을 찾는 발기부전 환자의 40%가 심각한 심혈관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따라서 50세 이후 발기부전이 오면 심혈관계 진단을 해봐야 합니다. 발기부전은 '건강의 첨병'입니다.
▶안태영=그렇습니다. 발기부전은 남성의 존엄성이나 성취도에 치명적일 수 있고 종종 심각한 가정 문제로 발전합니다. 새해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부가 건강한 성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정리=고종관 건강팀장 kojokw@joongang.co.kr
*** 건강한 性을 위한 부부 10계명
남성을 위한 10가지 충고
(1) 성은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자 (2) 외모에 신경쓰자. 면도하지 않은 채, 또 씻지 않고 침실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자 (3) 가끔 멋진 계획을 세워보자. 생각지도 못했는데 허를 찌르는 남편에게 아내는 감동한다 (4) 외모에 항상 찬사를 보내라. '좋은 향기가 난다''손이 부드럽다'며 입맞춤해보자 (5)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짓자 (6) 바깥 모임에는 가능하면 함께 가자 (7) 침실에선 아내가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자. 최대한 사랑의 전희로 만족시켜보자 (8) 아내의 성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공부하자 (9) 당신이 만족했다고 즉시 잠에 곯아떨어지지 말자. 잠시라도 감싸안은 채 함께 얘기해보자 (10) 잠자리에서 다른 여자 얘기는 아예 입에 담지 말자
여성을 위한 10가지 충고 (1) 남편의 출퇴근을 기분좋게 하자. 이때 남편은 존경받고 있다고 느낀다 (2) 신혼시절의 매력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다른 매력을 개발하자 (3) 침실은 아늑하고 조용하게 꾸미자 (4) 외모에 신경쓰자. 달콤한 향기 나는 늘어뜨린 머리카락, 또는 야한 화장도 좋다 (5) 수시로 말이나 신체적인 접촉으로 애정을 표현하자 (6) 칭찬을 아끼지 말자. 남편에게 '당신은 언제나 멋진 남성이다'고 말하자 (7) 성행위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낭만적이지 못한 태도, 또는 너무 적극적인 행동은 피하자 (8) 상대의 시도에 용기를 주고, 당신이 어떤 때 흥분하는지 솔직하게 알려주자 (9) 잠자리에서는 다른 남자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말자 (10) 야한 속옷.향기.포옹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로 유혹의 신호를 보내보자
우리 시대의 성문화, 성의식(펀글)
(2) 외모에 신경쓰자. 면도하지 않은 채, 또 씻지 않고 침실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자
(3) 가끔 멋진 계획을 세워보자. 생각지도 못했는데 허를 찌르는 남편에게 아내는 감동한다
(4) 외모에 항상 찬사를 보내라. '좋은 향기가 난다''손이 부드럽다'며 입맞춤해보자
(5)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짓자
(6) 바깥 모임에는 가능하면 함께 가자
(7) 침실에선 아내가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자. 최대한 사랑의 전희로 만족시켜보자
(8) 아내의 성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공부하자
(9) 당신이 만족했다고 즉시 잠에 곯아떨어지지 말자. 잠시라도 감싸안은 채 함께 얘기해보자
(10) 잠자리에서 다른 여자 얘기는 아예 입에 담지 말자 여성을 위한 10가지 충고
(1) 남편의 출퇴근을 기분좋게 하자. 이때 남편은 존경받고 있다고 느낀다
(2) 신혼시절의 매력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다른 매력을 개발하자
(3) 침실은 아늑하고 조용하게 꾸미자
(4) 외모에 신경쓰자. 달콤한 향기 나는 늘어뜨린 머리카락, 또는 야한 화장도 좋다
(5) 수시로 말이나 신체적인 접촉으로 애정을 표현하자
(6) 칭찬을 아끼지 말자. 남편에게 '당신은 언제나 멋진 남성이다'고 말하자
(7) 성행위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낭만적이지 못한 태도, 또는 너무 적극적인 행동은 피하자
(8) 상대의 시도에 용기를 주고, 당신이 어떤 때 흥분하는지 솔직하게 알려주자
(9) 잠자리에서는 다른 남자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말자
(10) 야한 속옷.향기.포옹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로 유혹의 신호를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