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당하고 오히려 제가 나쁜 사람 됐습니다.

에엥2014.05.26
조회238,867

 

 

너무 억울하고 복받쳐서 집 들어서자마자 가방 집어던지고 앉아서 글 씁니다.

 

퇴근하고 종로 3가에서 대화행 3호선에 올라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6번칸? 5번칸쯤? 경황이 없어서 몇 - 몇 번 칸이었는지는 정확히 생각이 안 납니다.

 

7시 30~40분쯤? 이었고 퇴근길인지라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노래 들으면서 문쪽에 바짝 기대서 가고 있는데

 

경복궁? 독립문쯤에서 사람이 많이 빠져서 공간이 좀 여유로워졌습니다.

저는 계속 문쪽에 서 있었구요.

 

근데 갑자기 엉덩이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었어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서계셨습니다.

손 위치를 보니 왼쪽 손이 제 엉덩이에 닿은 거 같았어요.

 

사람이 많아서 실수로 그러셨나보다 하고 다시 앞을 봤습니다.

 

근데 얼마 안 돼서

 

이번에는 그 아저씨 몸이 앞으로 나오면서 더 정확하게 제 엉덩이에 손을 대는 겁니다.

본능적으로 의도성이 느껴졌습니다 ...

 

뒤를 휙 돌아봤습니다.

차가 급정거 중인 것도 아니었고 그 분 뒤에 사람이 많아서 앞으로 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오른손으로 쇠봉(앉는 좌석에 붙어 있는)을 단단히 잡고 있기도 했고요.

 

의.도.적으로 손을 엉덩이에 갖다 댄 게 100% 맞았습니다.

 

완전 불쾌해서 그 아저씨 얼굴을 1초간 강하게 쏘아보고 인상을 확 쓰면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하는데

 

이 아저씨.. 진짜 갑자기 지하철 안이 떠나가도록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거냐며 사람이 많으면 닿을 수도 있지!!!!!!!!! 하면서 성질을 버럭 냅니다.

 

저도 열이 확 치밀어 아니 두 번이나 그러셨잖아요! 그러면서 따지고 들었습니다.

 

그 아저씨 한 대 칠 기세로 삿대질 하면서 막말합니다.

 

주변에 계시던 분들이 저를 뒤로 숨기시며 아저씨에게 큰소리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저씨가 잘못한 게 없으면 이렇게 소리지르실 거 없지 않느냐며 주변에서 저를 도와주셨어요.

그런데도 이 분 막말을 계속합니다. 주변에서 안 말리면 진짜 칠 기세입니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으면 그럴 수도 있지 너 같은 사람은 지하철 타고 다니면 안 된다고, 택시 타고 다니라고. 사람을 제대로 보고 그런 말을 해야지, 자기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며.

본인 나이가 73살이라며. 평생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넌 부모도 없냐, 부모한테 교육을 어떻게 받았냐고, ㅆㅂ 요즘 젊은 것들은 정신상태가 썩어빠져서 촛불시위나 하고 앉아있다고.

 

진짜 완전 격분 상태로 공격적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막말을 계속합니다.

 

저도 처음엔 화가 나서 대항하다가 이런 일이 처음이고 너무 무서운 데다가

 

상대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말 못하고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웃기네요.

그 아저씬 계속 큰소리치고 저는 가만히 있으니까

제가 오해하고 잘못한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더라고요.

 

주변에서 그 아저씨한테 참으시라고, 요새 이런 일이 많아서 오해할 수도 있다고 되레 그 아저씨를 타이르네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어떤 여자분은 저보고 “오해했으니 아저씨한테 잘못했다고 하세요.” 이럽니다.

또 어떤 여자분은 “아가씨, 그냥 여기서 내리세요. 너무 시끄럽잖아.” 이럽니다. 하 .....

 

주변에서 이러니까 그 아저씬 득의양양해져서 계속 자기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며 큰소리칩니다. 주변에선 참으시라고 타이르고. 분위기가 제가 잘못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진짜 분하고 어이없어서,

그렇다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용기는 없어서 그냥 그 자리에서 뒤돌아서서 반대편을 보고 섰습니다.

등 뒤로 어떤 어르신이 젊은 사람이 사람이 사과를 하면 받아줄 줄을 알아야지 저렇게 자기 생각만 해서 어쩌냐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사과 받은 기억이 없는데요 어르신 ...)

 

그리고 계속되는 그 변태 아저씨 막말...

 

내가 언제 자기 ‘힙’에 손을 댔다고 저러느냐고..

 

하.. 저 제 입으로 엉덩이 얘기 꺼낸 적도 없습니다. 근데 본인이 먼저 힙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네요.

 

본인이 스스로 실토한 건데, 결정적 증거를 잡은 건데,

저는 이제 더 이상 대항할 용기도 없었고, 대항했다간 저만 사람들한테 욕 먹을 분위기여서

그렇게 반대편을 본 채 묵묵히, 등 뒤로는 계속해서 그 아저씨의 막말을 들으며 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스스로가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쓸모없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멘붕 상태였어서 정확히 확인은 못 했는데 그 아저씨는 홍제? 녹번 쯤에서 내리고 저는 그냥 그렇게 반대편을 보면서, 마음속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채로 가고 있었습니다.

 

내릴 역이 돼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아까 그 문쪽에 서 계시던 어떤 남자분이 저한테 슬쩍 말씀하시더군요.

 

“아가씨, 아가씨가 맞아요.”

그래서 “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손 댄 거 맞다구요.”

 

휴 .....

아무 대꾸도 안 하고 그냥 내렸습니다. 대꾸할 만한 정신도 아니었구요.

제가 안 돼 보여서 빈말을 하신 걸까요?

그 분은 저랑 같이 계속 문쪽에 계셨었고 아저씨 말리던 분이니

처음부터 봤을 수도 있겠지요.

그럼 왜 그때 말씀을 안 해주셨는지 ..

 

다리가 후들거리는 채로 역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있었던 얘길 하니까 그때서야 참았던 울음이 터지더라구요. 집까지 엉엉 울면서 왔습니다.

 

나참 .....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그 변태의 태도도 태도지만 오히려 피해자를 몰이하는 주변 사람들 태도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많이 배웠네요. 큰소리 치는 사람이 이기는 거네요.

 

여성분들, 대중교통 이용하실 때 물증 심증 100%인 성추행 당하시면

맞서서 절대 지지 마시고 쫄지 마세요. 저자세로 나가면 오히려 내가 잘못한 사람 됩니다.

여론이 그렇게 형성되더라구요. 민망하고 수치스러워도 정확히 그 상황을 설명해야 돼요.

성추행 당했을 때는 다른 것보다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주변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확신시키는 게 중요하다 걸 비싼 값 치르고 배웠습니다.

 

그게 힘들면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세요.

반대편 보고 가면서 경찰서에 전화할까 백 번 고민했는데 진짜 차라리 무서워도

같이 경찰서 갈 걸 그랬네요. 이미 지나고 이런 생각해봤자 소용없지만요.

 

그리고 오늘 7시 40분쯤 대화행 3호선 타고 계셨던, 키 167쯤에 흰색 폴로 티셔츠 입고 있던 73세 변태 할아버지, 말씀대로 73살이나 잡수시고 그딴 식으로 살지 마세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딸이 있으시다면서, 정말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댓글 247

흐음오래 전

Best많이 무서우셨겠어요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그 마지막에 글쓴이님이 맞다고 한사람은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봤는데 그냥 입다물고 있다가 뒤늦게 그렇게 말하는건 뭘 어떻게 하자는건지.... 전 남자인데 예전에 버스에서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있는 여학생 다리사이로 계속 다리 밀어넣고 그 여학생은 계속 아저씨다리 밀어내는데 아무도 신경안쓰더라구요 제가 그 아저씨를 밀어내서 학생한테 못하게 막긴했는데 그때보니 여성분들 위험하기도 하고 힘들겠다라는생각 많이했어요 여튼 앞으론 그런상황생기면 겁먹지마시고 잘 대처하셨으면해요 진짜 자기몸은 자기가 지켜야지 남이 지켜주지는 않는거같아요

88퍼센트오래 전

Best전 당한건 아니고 목격한 적 있었어요. 적반하장인 놈. 동인천 급행 열차 타고 가는데, 여자분이 허벅지 만지지 말라고 이야기 했고, 남자는 내가 니 허벅지를 왜 만지냐면서 뺨을 때렸어요. 여자분이 당황해서 울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멀리 빠져서 경찰에 신고한다고 손 덜덜 떨면서 핸드폰 들고 있으려니 그 남자분 진짜 일어나서 칠듯이 밀고 나오더라고요. 젊은 남자분들이 그 여자분 뒤로 숨기고, 아저씨들은 그 아저씨 말리고... 그아저씨 아주 대놓고 내가 너같은 X 얼굴 뭐 볼게 있어서 만지냐 얼굴도 X같이 생겨가지고 어따대고 성추행범으로 모냐고~ 정말 님이 확실하단 증거가 있었다면 그자리에서 당당하게 나오셨어야 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말로 다다다 할 필요도 없이, 그럼 여기서 이렇게 따지지 말고 경찰서 가서 대면해보자고.

왜그럴까요ㅜ오래 전

Best저도 만원버스에서 몇번 당한적이 많아 그런데 막상이런상황되면 어떻게해야하는줄알면서도 대처잘할수잇는 여자 몇 없을겁니다ㅜㅜ정확한 증거없이는 성추행범들 내가 언제 그랫냐식이니깐요ㅠ 그리고 저도 그때마다 느낀건데 저렇게 성추행하시는분들 딱봐도 딸자식 있을법한 40대 이상의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뻘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성추행당하고잇는 사진이나 동영상 아니면 증인이 있어야 경찰에 가서도 해결할수잇다고 하구요ㅠㅠ 왜 나이드시고 딸자식뻘들한테 그렇게 하고싶을까 싶어요ㅠㅠ 이런 몰상식한 어르신들 없어졋으면 좋겠습니다..ㅜ

로카오래 전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물증을 잡으시지 그러셨어요. 핸폰 카메라 모드 해놓으시고 어떻게 잘 그 장면을 찍으셨어야합니다. 심증가지고는 변태들 처벌도 안되고 아무것도 안됩니다.

효도오래 전

저럴때는 그냥! 아효 저런것들이 딸도 마누라도 지누나 여동생도 없나봅니다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또옆에서 말하는 여자들은 뭔지 제가있었다면 증인해드리고 녹화해서 그놈 확 보내버렸을텐데 저도 할아버지가 길어서 한번 아저씨가 한번 그랬던적있었어요 쫓아가서 아주 난리를 치고 처음에는 지들이 먼저 화내고 사람들이 많았음 손잡이 쪽으로 손이 있어야지 왜 엉덩이쪽으로 있는건지 정신빠진놈

ㅋㅋㅋ오래 전

사실 99프로의 여자는 오버가 확실함

힘들었겠다오래 전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면 안되지만 만약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손을 꽉잡아서 들어올리고 다들릴정도로 자꾸 엉덩이 만지지 말라고 고의로 그러는거같다 라고 하시는게 어떨지..힘내세요ㅠㅠ

토비오래 전

만약 할아버지나 못생긴사람이아니고 잘생긴남자였다면 좋았을거면서^^

SY오래 전

어른대접을 못받을 것들이네요 사람이아니라 그냥 짐승이네요 본능에 충실한 저딴 짐승들은 짐승들만 가득한곳에 모아놔야하는데

오래 전

난버스에서 어떤아저씨가자꾸붙길래 고의적이였음 붙지말라고하니깐 조용히몸떼던데

ㅇㅇ오래 전

저도 추행당하고 맞을뻔했다니까요 진짜 그런 개새키들은 양심도 없고 답도없습니다

오래 전

저도이런경우많아요.. 최근엔 만원버스까진아니고 사람 꽤 많은 버스에서 의자에 앉아 자고있는 어떤 70대쯤되보이는 할아버지 옆에 서있었거든요 그때제가 치마를 입고있었는데 갑자기 자다깨서는 위아래훑더니 그때부터 대놓고 다리를 쳐다보기 시작했어요ㅡㅡ 눈치한번보고 아예 자세까지 틀어서 점점 노골적으로 쳐다보길래 너무 기분나빠서 소리지르며 머라하니까 X같은년이 X같은소리한다고 오히려 적반하장, 사람들은 걍 재밌는구경났네하고 쳐다보기만 하고.. 그할아버지 펄펄뛰면서 엄청난욕에 하도 난리치고 ..저도 진짜 거의 맞을뻔할정도까지 갔어요ㅡㅡ 그냥 내가 미친년되고 목적지까지 못가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저도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것에 너무 후회됩니다

오래 전

저는 퇴근하면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기다리는데, 버스에서 내리시던 할아버지가 다리사이로 손넣으신적도 있네요... 한겨울이고 패딩도 두껍게 입었는데.....여잔건 어케알고 거참..... 가뜩이나 스트레스 많이받은것도 있고 그 할아버지도 술취해서 어쩔지 몰라서 원래 소리칠줄도 모르는성격인데 반 악쓰다가 오는버스 아무거나 타버렸네요.. 동네자체가 죄다 논밭산이고 작은 공단옆에 조그맣게 후미진 주택가에 있어서 치안도 개똥이라, 직장도 때려치고 집근처로 옮겨버렸어요. 이직하기전에 그할아버지 버정에서 멀쩡한 상태로 봤는데, 제정신인 상태에선 또 지잘못은 아는지, 피하던데요

닉네임을 다르게 변경할 수 있어요!
 님이
에엥님에게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