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했던 소개팅 이야기

늉늉2014.06.05
조회1,260

그냥 소개팅 글 하나 보고나니까 ㅋㅋㅋ 저런 놈 또 있구나 싶어서.

 

내나이 28세.

직장 상사가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팅 꼭 해보라고해서 나갔습니다.

일에 바빠(ㅋ) 연애도 4년간 못 했고...

(직장 환경이 주변에 남자가 아저씨, 할아버지... 일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종일 뛰어다니다 다리 퉁퉁 부어 집에 가면 헬스갔다 집에가서 자기 바빴네요.)

 

이번에 응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며, 소방서 일하지만 위험한 출동 안나가고 공무원이니까, 여자는 남자 능력이 제일 중요한거라 하시길래 옷도 사입고, (얌전한 블라우스에 얌전한 치마입고 나갔습니다.) 타지역에서 차타고 오신다길래 그래도 혹시몰라 미리가서 있었습니다.

그 분... 시작부터 차가 막힌다며 한 20분 늦으시더라구요.

이해했습니다. 당연히 이해해야죠.

그런데... ㅋㅋ 이 분...

오자마자 앉았다 일어나서 인사하는 저를 위에서 아래로 연신 스캔하십니다.

네... 저 예쁜 얼굴 아닙니다.

그렇다고 완전 잘빠진 호리한 몸매도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 체형에 (주변 직장동료들이 보통이랬습니다.) 피부 좋단 소리 들으며 이목구비 어디 틀어진 곳 없습니다.

단점이라면 좀 성격이 세게 보인다는것..(...)

그러더니 자리 앉자마자 한마디 하십니다.

 

"아... 제가 원래 이런자리 안나오는데, 선배님 얼굴 봐서 나왔어요."

 

...안물어봤어요.

그리고 무슨 외모스캔을 그렇게 대놓고 하십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분.. 34살이랬는데, 분명 본인 입으로 동안이랬는데...

좋게봐도 30대 후반, 딱 보면 40대 초반같습니다.

옷 센스도 안좋아서 키도 저랑 비슷하신 분이 더 짧게 보이게 입으셨고, 피부도 관리 안되서 모공이 숭숭... 꺄악!!!

 

어쨌든, 사람은 외모로 보는게 아니기에 "아, 그러세요." 대답하고 주문했습니다.

레스토랑이었지만 비싼곳이 아니어서 그래도 혹시 몰라 제일 싼 1만원짜리 스파게티 시켰네요.(저때가 벌써 3년전입니다. 시세가... 지금보다 좀 싸죠.)

 

그런데 이분 입을 열면서 하시는 말씀이 본인이 원래 응급실 간호사 하다가 '여자한테 차여서' 그 충격으로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 붙으셨답니다.

안궁금했지만 호응해드렸습니다.

 

"의지가 참 대단하신거 같아요. 간호사 일 하면서 공무원 시험 공부하기 힘든데."

 

저도 간호사입니다. 일 힘든거 당연히 알고 응급실이면 더 힘든거 알거든요.

근데 이분 점입가경입니다.

 

그때 제가 그분에게 들은 썰을 논스톱으로 정리해보자면

같이 응급실 근무하던 4살 연상의 여인이었는데 몸매도 얼굴도 정말 이뻤고 자기 첫여친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너무 부족해서 보냈다.

보내고 나서 정말 후회하면서 한번 시험 미끌어지고, 그다음에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붙었다.

 

저 저 얘기를 먹는 내내 들었습니다.

제가 왜 소개팅 나와서 상대의 전 애인 썰을 들어야 하나요?

제가 본인 마음에 차지않는 외모라해도 기본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것 아닌가요?

어쨌든 네 그러시군요. 힘드셨겟어요.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다 해줬습니다.

웃으며 말하고.. 순전히 소개해주신 수간호사님 얼굴 생각해서였습니다.

수간호사님 옛 친구분 후배였거든요.

 

그러면서 저보고 묻습니다. 미래 계획같은게 없냐고.

그래서 전 이 일 하면서 돈벌어서 내가 진짜 하고싶은걸 할거다,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고 목표로 삼아서 간호사 일에 들어섰다. 하지만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이 일도 괜찮은거 같다.

 

말하는데 무시합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그때 그놈 얼굴에 드라마처럼 물뿌리고 나올걸 싶네요 ㅋㅋㅋㅋ

그 뒤로 자기 자랑을 합니다.

자기가 지금 비록 공무원 1년차지만 공무원이라 몇년 후에는 얼마를 벌거고 혜택도 많고 노후도...

 

와... 진짜 듣기 싫습니다.

그러면서 대놓고 저에게 묻습니다.

 

"본인 외모 별론거 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보살이 됐습니다 그날.

그러면서 저에게 외모를 보냐고 묻습디다.

 

"전 외모 안보고, 상대의 성격과 인간성을 주로 봐요. 외모야 3년이라지만 성격과 인간성은 평생을 가니까, 기왕 평생의 파트너라면.."라는 식으로 대답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앞에서 자기 눈이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또다시' 전여친이 얼마나 예뻤는지를 일토합니다.

 

.......싸대기를 쳐버릴걸 그랬어.

 

더이상 못참고. '나 니얘기 더이상 듣기 싫어.'라는 소심한 태도로 계속 폰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폰 보고 그당시 피쳐폰이었는데 문자온 시늉하고.

상대방이 "무슨 문자를 그리 보세요?" 하길래 "아.. 수샘이 (수간호사샘을 보통 수샘이라고 부릅니다) 소개팅이 궁금하신지 자꾸 물어보시네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때가 마침 후식 다 먹은 타이밍이었죠.

 

시간도 늦었고 자리에서 일어나자는데 7시에 만나기로 해서 7시 20분경 만났고 일어나을때가 9시경이었습니다.

 

내가 보살된 타임 1시간 40분 ㅋ

 

일어나서 나오면서 솔직히.. 둘이 이만원돈...

하도 대화하면서 "마초마초 난 마초입니다."라는걸 충분히 들어서 더치하자 말은 못하고 계산하고 나오시는 분에게 "카페라도 갈까요? 제가 커피 살게요."라고 했습니다. 후식이 샤베트여서 커피 정도는 마셔도 되리라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자기 아는 친구한테 조카가 태어나서 거기 가봐야 한답니다.

..무슨 조카가 1시간 40분만에 태어납니까.

그것도 소개팅 약속 잡아놓고 ㅋㅋㅋㅋㅋㅋ

 

거절도 참 매너없이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그 레스토랑 앞에서 바이바이 하고 그다음날

워낙 남자문제로는 철벽을 치던 저라서 다들 궁금해 하길래 출근해서 썰을 풀었는데 다들 경악을 합니다 ㅋㅋ

저보고 잘 참았다고하는사람, 왜 참았냐고 하는사람.

수샘은 저에게 사과하셨습니다.

그런애 인줄 몰랐다고. 네..뭐 주선자분들은 다들 모르고 하시죠.

저 처음부터 대놓고 스캔당하고

앉자마자 '자기가 원래 이런자리 안나오는데 하도 부탁해서 나왔다' 말 들었다 하니

수샘 말씀은 다르더라구요.

 

"진짜? 걔가 계속 누구 소개시켜달라고 졸랐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소개팅 하다보면 이런 놈 저런 놈 다 나오겠지..

능력있는 놈은 알아서 애인 있으니 원래 떨거지가 나오는거니까 상처받지 말자.. 하고 있는데.

약 3일후 ㅋㅋㅋㅋ

 

아주 시원하게 추가타 날려주셨습니다.

 

수샘이 부르셔서 가니까..

 

"걔가 너 철이 없어서 싫다 했다더라. 도대체 뭐라 했길래 그러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하도 전 애인 얘기하고 자기자랑만 하길래 참다참다 마지막 10분가량은 폰만 봤다고.

 

이래서... 어른이 주선하는 소개팅은 나가는게 아닌가봅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무려 5살 연하의 귀엽고 믿음직한 남친 만나서... 3년째 연애중입니다.

물론 소개팅으로 만난건 아니구요.^^